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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씨앗을 심는 사람들
폴 플라이쉬만 지음, 김희정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4월
평점 :
한 아이가 강낭콩 씨앗을 심고,
그것을 본 할머니는 이웃집 사람에게 물을 주라고 하고,
동네 주민들은 쓰레기를 치우고,
텃밭을 가꾸기 시작한다.
나의 의도하지 않은 선행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
그런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중학교 11년 근무, 일반계 고교 5년 근무하고 나서 처음 근무하는 실업계 고교 1년.
여긴 정말 묵정밭이고, 폐기장이며, 삭막한 공간이란 생각이 든다.
교사들은 무관심하고(나도 물론 그렇다), 아이들은 맥이 빠져 있다.
여기다 강낭콩을 심어도 될까?
과연 강낭콩을 심으면, 싹이 나고, 그것들을 옆에서 지켜보고 섰다가, 자기도 밭을 갈고 싹을 틔우려고 노력하게 될까?
클리블랜드의 이주민들 사이에서 싹틔운 토마토, 양상치가 척박한 우리 학교에서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순수하지 못해서일까?
겁없이 계절도 돌보지 않고 콩을 심은 소녀처럼
씨앗을 뿌리고 돌볼 생각을 선뜻 하기 어려운 것은...
모두들 고개를 돌리고 앉아, 존재하지 않는 <그들>을 탓한다.
변해야 하는 것은 <ME 나>인데...
어깨겯고자 하는 <WE 우리>는 그림자에 불과할 따름인 것을 알면서도...
서로를 외면한다. 그 사이 관심받지 못한 아이들은 더 무관심해지고, 더 소홀해 진다.
일반계 아이들은 없는 시간 쪼개어서 축제를 준비하는데,
이 아이들은 남아 도는 시간을 어쩔 줄 몰라한다. 축제도 없다. 가엾다.
모두 가엾다. 아이들고 가엾고, 어쩔 줄 몰라하는 교사들도 가엾다.
숨은 아이님이 붙인 리뷰 제목처럼 정말 콩심은 데 콩난다는 사실을 <믿어도 좋을까?>
회의 懷疑가 무서운 오후, 비스듬한 햇살은 게으르기 한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