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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는 자, 너는 누구냐
장휘옥.김사업 지음 / 더북컴퍼니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제법 읽을 만하다.
그런데 표지의 붙은 광고가 잡스럽기 그지없다.
<서울대, 도쿄대 출신의 두 불교학자가 3년간 체험한 전세계 이름난 선방 수행기>
서울대, 도쿄대가 입시 광국 한국과 일본에서 대단한 대학임엔 틀림이 없다.
그 대학들을 다녔던 사람들이라면 뛰어난 일면이 있음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가진 자의 학맥, 잘났다는 관념, 더 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수행일진대,
그 표지에 저런 잡스런 용어를 휘갈긴 것은 책의 내용을 갉아먹는 속물 근성이 아닌가.
필자들은 일본 임제종의 간화선, 미얀마의 위빠사나 수행 센터, 프랑스 틱낫한 스님의 플럼 빌리지에서 수행을 체험하고, 외딴 섬에 수행처를 만들었단다. 교수란 직함도 버리고 수행을 하는 것도 가상하긴 하다만, '나는 교수직도 버리고 수행합네' 하는 맘에서 글을 쓴 것 같은 생각이 들게하는 표지의 문구는 잡스럽기 그지없다. 좀더 담백해져야한다.
일본에서의 니와즈메, 단가즈메 같은 통과의례는 좀 잔혹하다. 시련을 이겨내야 수행의 절실함을 깨닫는다는 본의도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부귀영화도 흠모하지 않고, 모욕도 두려워하지 않는 경지. 그런 경지는 어떤 것일까?
머리에서 나온 답은 소용이 없다... 온 몸에서 나온 답이라야 살아있다... 온 몸에서 나온 답...
여기서는 살아있는 화두를 생각하게 한다.
자신의 온 몸과 온 마음이 화두에 대한 의심 하나로 뭉쳐, 자기 자신을 완전히 비우고, 자기 자신이 완전히 죽어서 얻은 상태.
미얀마 셰우민 센터의 위빠사나에서는 <사띠(알아차림)>가 가장 중요하다.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언제나 변화하며,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늘 호흡과 걸음 등을 관찰하는 수행으로 그 사실을 알아 차린다.
탐욕, 미움이란 상대보다 자신을 먼저 새까맣게 태우는 것이다. 하루에 이는 6만 가지 생각에서 미움과 쓸데없는 생각이 얼마나 많으냐. 이 순간에 철저하라!!
몸은 느낌뿐이고 육신이 있다는 것은 관념임을 깨달아라.
결국 우리 마음의 근심은 신경 계통의 불균형으로 표현된다.
마음을 찾는다는 것은 안경을 쓰고서 안경을 찾는 것과 같다.
음식 먹을 때도 '사띠'
모기에게 물릴 때도,
아, 모기가 무는구나.
아, 내 마음엔 저 모기를 때려잡고 싶어하는 미워하는 마음이 이는구나.
아, 모기가 배불리 먹고 날아가는구나.
모기야 잘 살아라~~. '사띠'
알아차림과 평상심의 유지를 위해 '망상, 망상'을 이름붙이기도 하는 위빠사나 명상...
플럼빌리지의 틱낫한 스님은 내가 많이 읽어 익숙한 분이다.
이 책에선 <안식, 휴식>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완전한 조화를 새로이 확립한다는 의미에서의 휴식.
완전한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하는 날, <게으름의 날>
나는 일요일이면 정말 마음을 푹 쉬고 있는가?
낮잠을 자면서도 꿈 속에서 미워하고, 잡념에 마음을 온통 빼앗기지는 않는가...
책을 읽을 때만 아니라, 두고두고 곱씹는 수행의 나날을 도와주는 책이 되었다.
표지에 욕을 퍼부은 것은 말이 너무 거창해서인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