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우침의 빛 - 풀잎마다 부처님 모습
관조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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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모자라는 것은 소리를 내지만,
가득 찬 것은 아주 조용하다.
어리석은 자는 물이 반쯤 찬 항아리 같고,
지혜로운 이는 물이 가득 찬 연못과 같다.

아, 요즘, 목이 마르다. 글을 읽어도 목은 더 바싹 탄다.
하루 하루가 즐겁지만은 않고, 온 몸의 열기가 위로 오르는 느낌이다.
수승화강이랬는데... 건강한 몸을 유지하려면, 마음의 평정을 잡으려면,
화는 내리고 물기를 올리라고 했는데, 온 몸은 가라앉고 열기가 오른다. 갱년긴가?ㅍ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울 때가 이럴 때다.
값비싼 사진첩이나 도록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
시원한 눈맛을 즐길 수 있지만, 가난한 삶에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은 온전히 도서관 덕이다.

나이를 먹어간다고 생각될수록, 내가 너무 시끄러운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좀더 가득 찬 연못이 되지 못하고, 반쯤 차서 찰랑거리는 항아리처럼 소리를 낸다.

이 사진첩은 관조 스님이 절집 마당과 절집 가는 길을 찍은 멋진 사진들로 가득하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도가 트일 것 같은 시원한 눈맛을 제공한다.
왼편에는 법구경, 선의 황금시대 등에서 뽑은 경구들과 게명들이 간명하게 마춤한 길이로 앉았다.

부처님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길을 가시다가
한 뙈기 땅을 가리키며
"이 곳에다 큰 절을 지어라"하니,
제석이 풀 한 포기를 가지고 땅 위에 꽂으며
"이미 다 지었습니다" 하였다.
그러자 부처님이 빙그레 웃으셨다.

빙그레 웃으셨다............ 빙그레......... 풀 한 포기를 가지고......... 다 지었다는 말에.........
너는 언제 풀 한 포기 심으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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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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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류시화가 엮은 법정 스님의 글들...
뭐, 딱히 잠언집이라기 보다는, 법정 스님의 책들이 많으니, 그 중에서 늘 곁에 둘 만한 글들을 뽑아 둔 책이다. 그런데도, 참 잘 만들었단 생각이 든다.

오래 둘 수 있도록 좀 두꺼운 종이도 용서가 된다.

이 책은 정말 오랜만에 서점에서 제 값 다 치르고 산 책이다.
아내에게 선물한 지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기억이 안 나서.
아내는 책을 그렇게 즐겨 읽지 않는다.
아내가 좋아하는 책은, 여행, 요리 서적...
그렇지만 이런 책을 사다 주면 좋아라 한다.
이런 책이란 101가지 이야기..., 행복한 세상, 연탄길... 이런 감동을 주는 책.
나 좋은 맛에 사느라고 진즉 선물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할 정도로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법정 스님 책은 거의 다 사서 읽게 된다.

이 책은 새로 쓴 것도 아니고, 새로울 것도 없는데, 법정 스님의 글들에서 핵심을 뽑아 놓은 느낌이다.

글을 읽을 때마다 다른 구절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번에 내 눈에 오래오래 머문 구절은... 말 많이 하지 마란 구절이다.
말 많이 하지 마라... 말을 아껴라.

그래, 말이 많으면 쓸모 없는 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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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4-20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을 하게 되면 말에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겠죠.
말없을 때 가슴에서 일어나는 일에 마음을 기울여보면
가슴의 느낌들이 더 세밀해지고 예전에는 몰랐던 떨림을 알게 되겠지요..
침묵..말이 없음만이 아닌 것 같아요.

혜덕화 2006-04-21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너무 좋았어요. 법정 스님 건강하게 살아계신 것도 감사하구요.
오래 오래 우리 옆에서 스님 음성 들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합니다._()_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제이미 제파 지음, 도솔 옮김 / 꿈꾸는돌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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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과 제목이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아서 원 제목을 찾아보았다.
영어 제목은 Beyond the sky and the earth다. 나메 사메 카딘 체...라고 제이미가 부탄에서 배웠던 하늘만큼 땅만큼 감사하다는 인사의 영어 번역인 모양이다.
우리 말에도 하늘만큼 땅만큼 좋아한다는 말이 있지만, 제이미가 하늘만큼 땅만큼 순수하게 사랑하는 부탄 사람들을 보면서 인상 깊었던 말인 듯 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은... 과연 무엇을 염두에 두고 붙인 제목일까?
우리 삶이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란 것일까? 아니면 그저 피상적으로 제이미의 여행이 그렇다고 여긴 걸까?
앞의 것이라면 좀 심오하지만, 뒤의 것이라면 유치하단 느낌이다.

아무튼, 제이미는 일상을 버리고 낯선 <공간>을 선택했다.
처음의 선택은 낭만적인 것이었지만, 부탄이란 <공간>에 제이미는 점점 동화되어갔다.
우리가 어렵게 동화된 이른바 <문명>을 버리고 그는 <비문명>의 공간으로 들어간 것이다.

어린 시절 우스갯 소리에는 촌놈들이 도시에 와서 당하는 일들 이야기가 많았다.
빌딩을 쳐다보니 돈을 받더라는 둥, 코 베어 갈까봐 코를 잡고 다녔다는 둥. 부시맨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이다. 모두들 <개화>한 문명의 세례를 받지 못한 <미개> 사회의 인종들을 무시하는 이야기였다.

제이미는 거꾸로 <개화>한 세상에서 배운 것들, 가진 것들을 한 순간에 잃으면서 <미개>하고 <가난>한 삶, 그 속에서도 진실은 발견된다는 상대성을 깨닫게 된다.

물론 부탄의 모든 삶이 바람직한 것도 아니고, 항상 옳은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사람이 짐승보다 무섭지는 않고, 매일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생산하지는 않는다.
이웃끼리 너무 가까워서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반면 소외되어 죽어 버려도 아무도 모르는 일은 없게 된다.

'오래된 미래'보다 훨씬 더 생활 속에 다가서 있는 글이다.
제이미는 선교사적 사명감으로 똘똘뭉친 <개척론자>가 아닌,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는 자>로서의 시선을 유지하기에 이 책이 객관적 시각으로 읽힐 수 있는 듯 하다.

제이미가 느낀 시간과 공간들을 책을 통해 같이 누리고 밟은 느낌으로 충만하다. 충분히 아름다운 책이다.
다만, 충분히 아름다운 여행임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제이미의 개인적 경험이 가지는 한계가 아닐까 한다.
그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겠지만, 부탄을 갈망하는 독자에겐 하나의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을 넘어, 충만한 사람들을 마주보게된 제이미의 <삶의 체험>을 누릴 용기가 내겐 없다.
한비야의 여행담이나 김남희의 이야기들을 보면서 대리 체험으로 충분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 낯선 곳으로의 여행들이 내게 주어지지 않았음을 한편 안도한다. 역시 난 겁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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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4-02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두고도 읽지 못한 책,
아니 뭔가의 거리감이 있는 책이더군요..
쌤의 리뷰로 대신할 책이라는 생각이군요..

글샘 2006-04-05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좀 재밌는 부분도 있는데, 아닌 부분도 있습니다.
 
산중에서 길을 물었더니 - 우리 시대 큰스님 33인과의 만남
서화동 지음, 김형주 사진 / 은행나무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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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이라고 불러서 인터뷰도 거절당한 필자는 책 제목에 떡하니, 우리시대 큰스님 33인과의 만남이란 부제를 붙여 두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승호가 얼마나 훌륭한 인터뷰어인가를 실감한다.

지승호는 일단은 공부를 많이 하고 가고, 인터뷰의 맥락을 읽는 일은 곧 사회를 읽는 공부가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산중에 계신 스님들의 귀중한 인터뷰를 필자의 눈에 따라 잘라버렸다는 것이다. 제한된 지면에 실었던 기사였을 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치더라도, 이왕 책으로 묶어냈을 때에는 원 인터뷰를 최대한 살려 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스님들과 나눈 이야기를 핵심만 정리하다 보니, 높은 말씀들이 시들해져 버리고 만 것이다.

불법은 아는 법(지식)이 아니라 보는 법이어서, 직접 그 경지에 가보지 않고서는 대답할 수 없다는 말씀들이 많다.
철저한 공부를 통해 가서 보는 <법>
공부의 공 工은 사람이 땅을 밟고, 하늘을 등에 지고 있는 것이고,
부 夫는 하늘 天을 뚧는 것, 즉 스스로 노력해서 진리가 하늘을 뚫는 게 공부라는 말씀은 새길 만 하다.

중들이 까닭없이 집을 크게 짓고 방을 크게 쓰는 것이 옳지 않다는 말씀도 동감이다.
요즘 절들은 너무 크다. 부처님을 예배하기 위해 크게 짓는 게 아니라, 돈벌이로 크게 짓는다.
교회들도 마찬가지다.

서늘하신 말씀들을 자기는 잘 듣고선, 우리에게 제대로 전하지 못한 필자가 원망스럽다.
표지에 금으로 새긴 글자가 탑을 이뤘는데, 제대로 전했더라면 정말 금자탑이 이뤄질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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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쨌단 말인고 - 만화로 보는 유쾌한 禪
이오안나 살라진 글 그림, 안정효 옮김 / 들녘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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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쫓아가면 세상이 달아나고

네가 달아나면 세상이 너를 쫓아온다.

만화로 된 <선> 보여주기 책이다.

이 뭣고?

보여줄 수 없는 <선>의 세계를 빛처럼 드러낸다.

빛은 볼 수 없지만 보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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