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밥은 먹었는가 - 카툰으로 읽는 벽암록
배종훈 지음 / 정우서적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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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들의 선문답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감이 좀 잡히는 것도 있지만, 도무지 무슨 말인지... ㅠㅜ하는 것도 많다. 읽는 것에서 그치면 공부가 아니란 말씀이겠지만, 좀 자세히 설명해 놓은 책이 없는가? 하고 구하는 것이 한 대 맞을 짓이란 것 정도는 알겠으면서도, 목이 말랐던 게다.

이 책도 똥 막대기이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뭐냐? 했을 때, 손가락 하나만 가리켰다... 하고 적는 것과 손가락에서 퍼져나오는 아우라를 그림으로 그려 보여주는 것은 친절함에서 차이가 난다.

선문답은 친절하지 않은 가르침이다. 언어가 끊어진 그곳에서 스스로 진리를 찾아야 한다.
아니, 진리란 찾을 것도 없이 내 안에 들어있다는 것을 부처님께서 이미 가르쳐주시지 않았는가.

그렇지만, 선문답에서 조금이라도 사유의 힌트를 얻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나와 같은 문제 의식을 가진 배종훈 씨는 카툰으로 이야기를 조금 풀어준다. 그래도 막연하긴 마찬가지.

21. 연꽃...은 이렇다. 한 스님이 지문화상에게 물었다.
"연꽃이 물에서 나오지 않았을 때는 무엇이라 해야 합니까?"  
"연꽃이라 하지."
"그러면 물에서 나온 다음에는 무엇입니까?"
"연꽃이지." ???..........-_-;;

오른쪽 만화는 조금 친절...
"연꽃을 물속에 있을 때는 연꽃이라 하는데, 물밖으로 나오면 무엇이라 하는지요?"
"흐음, 글쎄다. 그럼 내가 방에 있을 때는 누구고, 법당에 있을 때는 누구냐? 본질이 같은 것을 두고... 쯧쯧쯧..."...........@ㅂ@***v

22. 자라 코처럼 생긴 독사... "남산에 자라 코처럼 생긴 독사 한 마리가 있다. 너희들은 조심하거라..."???

오른쪽 만화.
"바르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것입니까?"
"살려거든 먼저 죽음을 생각해 보아라. 내일 네가 죽는다면 오늘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알 것이다..."
글쎄, 난 뭘 할까? 내일 죽는다고 알라딘에 페이퍼라도 올릴까? ㅋㅋㅋ 배를 띄우고 혼자서 달 보며 만취해서 널부러져 잘까? 바르게 살아야지... 순간순간 깨어서... 고요하고 형형하게, 성성적적하게!!!

27. 가을 바람... "나뭇잎이 시들어 떨어지면 어떻게 됩니까?" "앙상한 몸을 드러내고 가을 바람을 맞겠지."

만화... "잎이 모두 떨어지면 나무가 허전하겠습니다."
" 글쎄다... 혹시 시들지 않을까, 꽃이 제대로 자랄까, 잎이 마르지 않을까 했던 근심, 걱정을 모두 내려 놓을 것이다."

28. 말할 수 없는 法...
"성인들이 사람들에게 설법하지 않은 것도 있을까?"  
"있지"
"뭘까?"
" 마음도 아니요, 물건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지."
"그거야 다 말한 것 아닌가?"
"그럼 나는 너무 자세히 말했나 보군..."...()...

그림... "옛 성인들이 사람들에게 설법하지 않은 것은 무엇입니까?"
"나는 잘 모르겠네만 말을 많이 할수록 진리와 멀어진다는 것은 알고 있지!"

83. 옛부처와 기둥...
"법당 안의 옛부처와 기둥이 사이좋게 지내는데 이것은 어떤 소식인지 알겠는가?"
"남산에 구름이 일어나니 북산에 비가 내리도다."

그림... "법당 안의 옛부처와 기둥이 사이좋게 지내는데 이것은 어떤 뜻입니까?"
"네 코는 왜 그 자리에 붙어 있느냐? 세상 만물 중에 서로 상관이 없어 보이는 것은 그대로가 인연인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보거라!!" 아, 오늘 다른 책에서 이 말을 두 번 들었다. ...()...

96. 흙불상, 금불상...
"흙으로 빚은 불상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금으로 만든 불상은 용광로의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며, 나무로 만든 불상은 불을 지나가지 못하네."

그림... "그럼 어찌해야 하겠는가? 물을 만나면 물이 되고, 불을 만나면 불이 되게..."!!!

수처작주랬다. 어제 읽은 '출가'에도 나온 말이고, 며칠 전 읽은 육조 단경에도 나온 말이다.
가는 곳에 따라서 머무를 곳을 만들라는 말이다. 실업계 고등학교 처음 와서 실망도 많이 했다. 여기서 내가 살 집을 만들어야 함을 깨닫지 못하고... 이제는 감사하며 지낸다. 수처작주니까... 아상도 인상도 없애라는 말을 여기 와서 배웠으니까... 중생이란 것도 없다는 것을... 모두가 부처고, 모두가 한 세상인 것을...

이 만화는 결코 쉽지 않지만, 뜬구름을 한번 더 쳐다보게 해 주는 힘을 가졌다.
뜬 구름을 뜬 구름이라고 쳐다보지도 않으면, 내 인생이 뜬구름인 줄 모른다. 한번 더 쳐다보면 거기서 업장이 녹을는지도 모를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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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조단경 읽기 - 참 불교를 알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김윤수 엮음 / 마고북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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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육조 단경은 육조 혜능 스님의 사상을 잘 드러낸 책이다. 불사에서 본다면 일종의 전기인 셈이다. 물론 그 전기의 목적은 불도의 설파에 있다.

이 이야기는 스토리를 본다면 드라마틱하기도 하다.
선에 얽힌 이야기들, 그 선문답의 과정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끊어진 필름들이지만 그 필름들을 연속해서 돌리면 재미난 이야기가 되는 과정과도 같다. 선문답 하나 하나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별로 재미가 없지만, 이야기들을 죽 연달아 읽노라면 마음에 와 닿는 감동과 깨달음이 있어서 중독과도 같이 책을 찾아 읽게 된다.

이 책을 지은 김윤수 씨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육조 혜능이시니, 번역하고 주를 붙인 이라고 해야 옳겠다. 그는 절에 다니는 분도 아니고 어느 절의 신도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불도를 공부하시는 분이라니 나와 처지가 비슷하여(근기는 전혀 다르시지만...^^) 나같은 이들도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다른 책들에서 조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읽었으나, 육조단경을 찬찬하게 읽어볼 염을 낸 건 참 잘 한 일이라 생각한다. 원전을 읽지 않고 풀이된 것들만 읽다 보면, 왠지 뭔가 놓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니 김윤수 씨는 불교에 참으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처지가 나와 좀 비슷할 따름이지 그 수준은 옆에 댈 수 없다.

육조 혜능 조사의 전기와 어록을 풀이하고, 세세한 항목을 초보자도 알아 듣도록 풀이한 책인데, 좀 아쉬운 점이라면 주를 자세히 붙여 놓는 방식보다는 전체적으로 초심자에게 풀어주는 강론 형식으로 되어 있었더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같은 책이라도 여러 번 읽노라면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 다른 법이다. 육조 단경은 처음 읽는 책이지만, 다른 책에서 읽은 구절이 워낙 많아, 그 책이 그 책 같기도 한데, 이 책에선 25장의 법달에게 말씀하신 것이 가슴에 와 닿았다.

"법달아, 마음으로 행하면 '법화경' 굴리고, 마음으로 행하지 않으면 '법화경' 굴리게 되며,
마음이 바르면 '법화경' 굴리고, 마음이 삿되면 '법화경' 굴리게 되며,
부처의 지견을 열면 '법화경' 굴리고, 중생의 지견을 열면 '법화경' 굴리게 된다."는 말씀.

육조 혜능 스님의 가장 큰 깨달음이 곧바로 깨달으면 내가 부처라는 말씀인데, 경전을 아무리 쳐다보고 있은들, 마음으로 행하지 못하고, 삿된 마음을 먹고, 중생같이 어리석은 마음보로 세상을 살면 <불경에 매이기만 하는> 삶이 된다는 말씀으로 읽었다.

부처님의 말씀과 조사님들의 말씀을,
마음으로 행하고, 바른 마음을 갖고, 내가 곧 부처임을 깨달아 부처의 지견을 열어야, 눈으로 읽는 불경들이 행동에 계합하고, 마음에 계합하는 실생활이 될 것임을...

성경'' 굴리고, 불경'' 굴리고, 갖가지 법도'' 굴리지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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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7-02-03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성철스님의 육조단경을 사 놓고 아직 못 읽고 있습니다. 백일 법문집도.
꼭 성경이나 불경 뿐 아니라 돈<에> 굴리고, 인간 관계<에> 굴리고, 얼마나 많은 자잘한 일상<에> 굴리면서 사는 지, 님을 글을 계기로 생각해 봅니다.

글샘 2007-02-03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우리가 주체적으로 하지 못하고 그것들<에> 휘둘리며 사는지요...
 
오늘 부처의 일기를 써라 - 24인의 선지식이 전하는 33가지의 삶의 지혜
원혜 엮음 / 은행나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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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시원스럽다. 오늘 부처의 일기를 써라... 일기는 한 인간의 사소한 일상과 감상을 남기는 글인데, <부처의 일기>를 쓰라고 하시니... 마음에 서늘한 기운이 선뜻 느껴진다.

스스로 부처임을 인식하고 곰곰이, 치열하게 고민하는 날들보다 별 고민없이 두루뭉술 사는 날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는 중에 2007년이란 숫자에 익숙하지도 못한데 이미 2월이 시작되었고, 내 삶이 어디로 가는지 가늠할 수도 없는데, 나이의 지표는 마흔을 훌쩍 넘어버렸다.

이 책은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선으로 마음 찾기. 선의 여러가지 요소에 대해 스님들의 설교가 읽을 만 하다. 2부는 생활 속에서 부처 되기. 스스로 부처임을 잊고 사는 나를 일깨우는 말씀들. 3부. 기도로 수행하기. 이건 주로 절에 자주 오란 말씀들이다.

나는 불교 신자도 아니지만, 부처님 말씀을 자주 읽고 생각하는 편이다. 성경 풀이에 비해 쉽게 마음이 가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禪선이라고 하는 독특한 번개 내리치는 듯한 기품에 가까이 가기만 해도 정신의 서늘함을 느낄 수 있어서 대리만족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닭이 알을 품듯, 고양이가 쥐를 잡듯, 如鷄抱卵, 如猫捕鼠 마음을 잡는 데 정진하라는 말씀에 어떻게 토를 달랴.

임제 선사는 수처작주 隨處作主를 말씀하셨다. 곳에 따라 그것을 지어라... 어느 곳에 있든지 한 생각을 놓치지 말라... 화두를 놓치고 살지 말라는 말씀이렷다. 오관을 즐겁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한 순간의 설탕발림임을 깨닫고 늘 성성적적하게 살라는 말씀이다. 
성성함은 지혜의 분별이 또렷또렷한 경지고,
적적은 마음이 머무름이 고요하고 또 고요한 그곳이다.
마음을 놓치고 말면 성성하지도 못하고 흐려지며, 적적하지 못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늘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 정신차리지 못하는 것이 성성적적하지 못함이고, 수처작주하지 못해서 그렇다.

스스로 부처임을 깨닫지 못하고, 소를 타고서 소를 찾으며 촛불을 켜들고 촛불을 찾는다. 어리석게도...

신앙심이란, 강렬한 의심이 끊이지 않고 이 의심을 통해서 내 문제를 해결하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부처임을 잊지 않고 최고의 행복(열반)을 얻기 위해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

삶은 늘 변하여 무상한 것이지만, 변하지 않고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업이다. 몸과 입과 뜻으로 저지르는 身口意 삼업을 아름다이 만드는 것이 삶의 길이다. 그래서 보시를 하고, 계를 지키고, 정혜의 길을 궁구하는 공부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흐르고 있는 세태를 바라보면, 총체적 '전도몽상'을 보게 된다. 이 말은 반야심경에 나오는 말인데, 온통 뒤집혀 망상에 휩싸여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정치, 교육, 국방, 환경... 모든 것이 물질우선, 가진자 우선으로 돌아가고, 화이부동 和而不同(화합하지만 동화시키지 않는)의 군자 정신에 입각하지 못하고 소수자를 차별하고 억압하는 '전도몽상'의 세상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가진 자들이 똘똘뭉쳐, 각종 노동 단체와 전교조를 탄압하고 실형 선고하며, 법관들은 단결하고, 정치권은 수구세력을 구심점으로 소용돌이 친다. 중남미의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사주에 의해 혼란스러워지자 민족적 혁명세력이 전복되고 '미제국주의자들의 앞잡이들인 반군'의 정권이 들어선 예를 보면서, 한국 사회의 전도몽상도 그 아류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 정도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 했는데, 학교 공부는 '삽질*'이 태반이고, 호주 유학생의 영어실력은 세계 최하위이며, 필리핀, 피지로까지 유학을 보내는 기러기 아빠들은 쉬이 늙어간다. 청춘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은 '간지**'나는 말초 감각에 빠져 미래를 망각하고 캥거루 족이 되기도 하고...

꿈을 깨야 하는데, 착각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것이 반야심경에서 말한 원리전도몽상이고, 그래야 구경열반의 경지에 들 수 있는데... 갈수록 교회나 절의 신도수도 늘어나고, 고학력자들, 박사들도 많이 늘어나는데도 세상은 갈수록 이렇게 불안해 지는 것은 세상이 '영성'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금전'의 문제에만 집착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곧 부처라고 했다. 내 마음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세상은 극락이기도 하고 지옥이기도 하다.
이 말은 순간의 말씀이 아니라, 영원히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그래서 부처가 되어 신구의 3업을 짓지 않아 구경열반에 들고야 말리라는 '실천적' 언어로 들린다.

마음을 닦아 건강해 져야 하는 이유는, 내가하는 일의 근본을 잡고 점점 힘들어져 가는 사태의 본질을 놓치지 않아서 색성향미촉법에 휘둘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에서 도피하려는 방법으로 내 안으로 침잠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아이들과 건강하게 만나기 위해서 내 안의 부처를 일깨우려는 것이다. 원리 전도몽상 하기 위하여... 행복한 교실에서 살기 위하여... 그것이 궁극적 경지의 열반이라 믿고서...

* 삽질 : 군대에서 나온 말로 속어다. 군대는 나라를 지키러 가는 곳인데, 많은 군인들이 삽질을 하고 있다. 즉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쓸데 없는 일을 하는 한심한 경우에 쓰는 말이다. 삽질 하고 있네~ 처럼 비꼬는 말.

** 간지 : 일본어다. 감각, 감촉, 느낌... 같은 말인데, '간지나다'의 형태로 쓰여 감각적이다, 색다른 느낌이 난다... 뭐, 이렇게 쓰는 아이들의 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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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2-01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인연이 되면 선생님과 같이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지리산 벽소령 부근에서 일출은 멋있었습니다.
천왕봉에서 내려다보이는 일망무제도요...

글샘 2007-02-01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공부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 이겨낼 힘이 될 정도로 가끔 기름칠 하는 거죠.
지리산 잘 다녀 오셨습니까?

2007-02-21 0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7-02-21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님... 그러세요^^ 반갑습니다. 성향이 비슷하면 리뷰 읽는 재미가 있지요. 좋은 책 많이 읽으시고, 좋은 글 많이 남겨 주시길...
 
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
이현주 지음 / 샨티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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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무개님은 금강경을 어떻게 읽으셨나 궁금해서 오랜만에 내돈을 주고 사서 본 책.

제목이 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이라고 되어 있어서 자못 기대가 컸다.
이현주 목사님과 장일순 선생님의 대화에서 노자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을 읽으면서 노자와 성경의 구절들이 어쩜 그렇게도 합치되는지... 놀란 기억이 있기 때문에, 그런 기막힌 기대를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내 기대가 좀 엉뚱한 거였는지 몰라도, 노자 이야기에서 보여준 종횡무진 성경과의 대화는 많지 않다.

금강경의 핵심 의미를 불교에 관심이 적은 기독교인들이라고 해도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도록 의도한 책이라 그렇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이적지 금강경을 해설한 책을 댓 권 정도 읽은 것 같은데, 어린 왕자란 동화를 읽을 때마다 다른 관점이 눈에 짚이듯이, 금강경도 볼 때마다 나를 닦아내는 철수세미가 단단해짐을 느낀다.

혜안을 갖는 다는 것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며 읽었다.
정 定 과 혜 慧 에 관해서...

응무소주 이생기심의 마음에 대해서...

어제 좋은 생각 홈피에서 어리석은 사람 이야기를 읽었다.
귀먹은 사공을 칭찬하다가 한탄하는 어리석은 사람.
그는 결국 사공을 칭찬하고 원망하지만, 사공은 아무 잘못도 없다.

빈 배와 부딪히면 화를 내지 않을 것이면서, 사람이 탄 배와 부딪히면 사람에게 욕을 하는 어리석음.

응당히 머물 곳이 없이 마음을 내는, 고요히 머무르는 마음을 통해 드러나는 혜안에 대해 골똘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라는 인연의 도움이라 생각한다.

혜안을 가진 사람이라면 나를 추켜세움에 기뻐하지 않을 것이며, 남을 봄에 판단하지 않을 것이며, 중생의 어리석음을 비웃지도 않을 것이고, 나이의 많고 적음에 휘둘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 그 사람과 한 세상이 빈틈 하나 없는 완벽한 부처의 우주로 보일 것이다.

내일 눈이 가득 내려서 온 세상을 환하게 덮어 주었으면 좋겠다.
마음을 머물리지 않고, 마음을 내서 온 세상을 한번 내려다 보게...

이제 육조단경과 성경을 읽으면서 방학을 본격적으로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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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1-25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충 끝났으니 좀 쉬면서 마음 수련하시려나 봐요.^^
진리는 하나로 통하나 봅니다.

글샘 2007-01-26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오늘로 보충은 끝나서 속이 시원합니다. 마음 수련이랄 것까지도 없습니다. 주기적으로 마음을 다스리지 않으면 마음보가 삐뚤어지는 인물이라 스스로를 환하게 좀 보고 싶어서 그러죠. ^^

달팽이 2007-01-2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
오직 마음 뿐입니다.

글샘 2007-01-26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겠지요. 오직 마음 뿐인 것을... 그 마음을 바라보지 않고 사는 일이 너무 잦습니다...()...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
틱낫한 지음, 이아무개 (이현주)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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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며칠 설거지를 미뤄두고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틱낫한 스님 책 읽어보고 즐거운 마음으로 설거지를 하다.

걸어다니면서도, 한 발 내디딜때마다 즐겁게 사는 법. 이게 즐거운 거라는 것을 깨닫기는 쉽다.
그렇지만, 그걸 매순간 깨어 느끼며 사는 인생은 정말 수도의 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가게에 가면 문에 종을 매달아 둔 집들이 있다.
손님이 들어오면 '알아 채게' 장치를 한 것이다.
지하 주차장에서 차들이 나오면, 뚜~~ 하는 버저음과 함께 경광등이 번쩍거린다.
차가 나오니 그렇게 '알아차리란' 표지다.

이렇게 우리 삶의 주변에는 많은 종소리들이 울린다.

지하철 역에서는 정류장마다 '알아차리도록' 방송을 하며, 버스도 마찬가지고,
내가 수업들어갈 때도 '알아차리라고' 종을 울리고,
전화기도 수시로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나를 찾고 있음을 '알아차리라고' 울리곤 한다.

그런 소리로 가득한 세상을 '그것과 하나되지 못한' 시간들로 가득하면 인생이 즐겁지 않다.

간혹 술자리에 가서 빨리 술자리가 끝났으면 하는 날이 있다.
이렇게 지금 하는 일에 즐거운 마음으로 매진할 수 없다면 행복하지 못한 순간인 것이다.
회식자리는 내가 빠지고 싶다고 빠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기도 하다.

나는 책을 보고 싶은데, 간혹 아내가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막 이야기하고 싶어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이야기를 들으면 건성건성 듣게 된다. 아내도 성이 풀리도록 이야기를 못하고, 결국 다른 데 전화를 걸어 한 시간이 지나도록 얘기를 해야 해소가 된다.
대부분의 경우엔 아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같이 하면서 그 시간에 몰입할 수 있지만, 내가 즐겁게 생각하지 않으면 같은 이야기라도 절대로 즐겁지 않은 시간일 수도 있다.

깨어있는 삶.
걸을 때는 걸음 걸이와 친구가 되고,
가난한 아이들과 있을 땐, 가난한 아이들과 웃으며 살 수 있는 삶을 사는 나를 만드는 것이 마음 공부다.

더 즐거운 미래를 위해 현재를 소비하기만 하거나 희생하는 일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 아닌가.
미래를 위해 하는 일이라도, 현재가 즐거워야만 하는 법이어든...

'그것'과 하나되는 순간이 내 삶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도록 깨어 있으라는 감사한 말씀을 오늘 들었다.

이 책은 크기가 포켓에 들어가기 딱 좋게 아담하고, 이야기들이 단락별로 쉽게 읽히도록 묶여서 불교에 대한 책을 별로 안 읽은 분들이라도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선물용으로도 적합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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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1-21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이 책을 기억합니다.
아마 손에 들고 생각날 때 조금씩 읽었다가 아는 선생님에게 선물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걸을 때는 걸음 걸이와 친구가 되고"라는 표현이 좋습니다.
이 시간에 깨어 있군요..ㅎㅎ

글샘 2007-01-21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늦게까지 깨어계시네요. ^^
정말 사이즈가 딱 손에 들고 다니기 좋게 귀여운 책이더라구요.
틱낫한 스님 이야기는 그 책이 그 책이라 생각될 정도로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읽을 때마다 깨어있지 못한 저를 돌아보게 해서 좋아합니다.
공부만 하고 마음엔 별로 공부가 안 되는 제가 어리석은 거겠지요.

프레이야 2007-01-21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 하면서 저걸 생각하고 이 사람 만나면서 저 사람 생각하고...
틱낫한은 그렇게 온전히 하나 되지 못하는 걸 꼬집어주지죠.
몰입하여 설거지 하시면 물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요...

글샘 2007-01-21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몰입의 즐거움이란 책도 있잖아요.
설거지를 일이라 생각하면 힘들기만 하구요.
아이들에게 공부도 즐겁게 차근차근하는 <마음의 힘>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단 생각을 하면서도 그 방법론이 쉽게 떠오르지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