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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소리
서암스님 시자 지음 / 시월(十月)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서암 스님이 얼마나 유명한 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을 읽어 보니 그 공부가 꽤나 높으셨던 모양이다.
무엇보다 아무리 절집이라지만, 높은 자리에 끄달리지 않으셨던 모습이 인상적이다.
좋은 법문? 따로 있나. 소리있는 소리만 들으려 하지 말고, 소리없는 소리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가만히 있어봐라. 새들도 이야기하고, 바람도 이야기하고, 산도 꽃들도 이야기한다...
좋은 말이 모자라서 세상이 이 모양인가? 부처임과 다른 옛 성현들이 넘칠 만큼 좋은 말씀들을 해 놓았지 않았는가? 하나라도 실천해야지... 아, 다시 실천이다.
내 그림자에 속지 마라!는 말씀에 여운이 오래 남는다. 동굴 속에서 황제인 양 앉아서 그림자를 보고 이러쿵 저러쿵 판단하지 말라는 말씀이렷다. 어리석은 주제에 리뷰 적다 보면... 라고 깨달았다는 말을 참 많이도 쓴다. 그림자에 불과한 것을... 그래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자꾸 적는다. 이게 뭔지, 그거만 알면 쓸 일도 없구만...
흐르는 물을 베고 있다는, 침류, 너는 그 뜻을 알아야 한다. 알겠느냐?... 흐르는 물을 어이 베리오 마는, 흐르는 물과 나는 하나로 본래 아무 것도 없을 터였고, 흐르는 물도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존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그렇다는 말씀이신지...
주지살이, 중노릇을 어떻게 하면 잘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무덤덤하게... 노인네처럼... 하라신다. 아, 선생 노릇도 이렇게 할까? 그건 다른 것 같은데... 마음은 무덤덤하게, 노인네처럼... 할 일이다. 노인네들이 왜 아이들에게 화내지 않는지... 생각해 보면, 무덤덤하기 때문이겠지. 지금 까불어도 좀 더 크면 다 잘 될 걸 믿는데서 오는 무덤덤함... 큰 가르침을 듣고도 내 논에 물대기 식의 해석을 하는 나를 용서해 주세요. ^^
몇천 만년 전의 굴이나, 지금 만든 굴이나, 불을 켜면 금세 환해 집니다. 눈을 뜨라는 말씀이렷다. 근기 약함을 탓하지 말고, 복 없음을 탓하지 말고, 업을 짓지 않기 위해서... 공부할 일... 말(話)의 머리(頭)를 잡기 위해서는 말이 시작되기 전, 말이 없는 언어 도단의 자리를 찾으라 했으니, 불을 켤 일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네가 세상을 굴리느냐, 내가 세상에 굴림을 당하느냐... 다시 듣는 말씀. 왜 귀에 들어온 말씀은 다른 책을 읽어도 계속 나올까? 전엔 내가 미처 읽지 못했던 모양. 불을 켜라!!!
화두, 말의 머리를 놓치고 놓치는 어리석은 중생에게... 자전거 배우듯 해라! 자전거 타다가 넘어졌다고 안 타면 못 배운다. 타고 또 타면 탈 수 있다... 불을 켜라!
인생은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것. 그런데, 스스로 '헤맬 뿐', 눈을 뜨면 소를 타고 있으면서도... 어디서 소를 찾는가? 눈을 떠라! 헤매지 말고...
불교는 체험이지 이론은 아니다. 아무리 많이 안다고 해도, 나한테 하등의 상관이 없어요. 내가 씹어 먹어서 나 스스로 알아야 하는 법.
217쪽의 스님의 친필을 만난 것은 참 반가운 일이었는데, '퉁소소리 뢰 籟'자를 '고개 령 嶺'자로 잘못 풀이를 해 놓아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산은 적적하고, 만뢰는 요요한데... 하는 말은 빈산은 고요하고, 온갖 소리는 쓸쓸한데... 로 풀어야 할 듯한데, 만령은 요요한데... 가 돼서, 온갖 고개는 쓸쓸한데...로 야릇하게 되어버렸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왈이왈율할 노릇은 아니지만, 부처님 공부 하시는 분들이 한자도 좀 더 공부하셔야 되지 않겠나 해서 시시비비 적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