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식탁 1
잭 캔필드 외 지음, 김이숙 옮김 / 휴머니스트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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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잭 캔필드를 읽은 것도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그의 이야기들을 읽노라면 중독성이 느껴진다.

삶에서 절망을 느끼는 순간은 얼마나 많은가... 그곳에서 꿋꿋하게 피어오르는 한 떨기 영혼들의 풋풋한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는 가득하다.

할머니의 따스한 닭고기 스프가 영혼을 달래 주듯이, 영혼을 배불려 주는 식탁이라 이름붙일 법하다.

날마다 내가 자고 일어나는 잠자리에는 내 머리카락이 몇 올 빠져 있고, 그 베개와 이불에는 내 몸에서 배어나온 기름기와 비듬이 엉겨 붙게 마련이다. 내 체형에 맞춰 입는 옷에서도 특정 부위는 자주 마찰되어 닳아나갈 것이며, 나는 날마다 같은 동선을 움직이는 특성을 갖게 된다. 그 장소에서는 거의 매일 같은 사람들을 만나며, 비슷한 일들을 그날 그날 처리한다. 하루가 마치면 다시 원위치로 돌아온다.

내가 흘린 머리카락들이 방바닥에 널부러져 있지 않다면, 그건 아내가 쓸고 닦은 덕택이다. 그렇지만 아내는 일을 하지 않는다.
아이가 학교 마치고 와서 학원에 제 시간에 간다면 그건 아내가 시킨 것이다. 그렇지만 아내는 일을 하지 않는다.
김치도 맛깔스럽게 썰어 놓고, 두부와 호박을 송송 썰어 넣은 된장찌개에 단란한 밥상은 아내가 차린 것이다. 그렇지만 아내는 일을 하지 않는다.
우리 집엔 아파트 관리비가 밀리는 일이 없고, 각종 세금은 제 시한에 납부 된다. 아내가 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내는 일을 하지 않는다.

지구라는 별에 사는 우리는 관점을 조금만 떼어서 본다면 모두 외계인이다.
머리에 쿠킹 호일이라도 Kiss 초콜릿처럼 뾰족하게 말아 세운다면 좀더 외계인처럼 보일는지도 모르겠다.

외계인은 이 땅에서 살지 않아 잘 모르는 존재다.
아, 그렇지만 실상은 이 땅에서 같이 사는 존재에 우리는 얼마나 무심한가... 당장 나 자신에 대해서도 얼마나 무심한지...

사랑을 나누는 식탁,

용기를 전하는 식탁,

절망을 바꾸는 식탁,

꿈을 이루는 식탁, 이 식탁들에서 벌어지는 파티에 참석함도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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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새벽에 눈뜬 자만이 볼 수 있다
김수덕 지음 / 한문화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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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공부라니...

나는 성경을 읽고, 금강경을 읽고, 노자를 읽으면서 마음 공부를 한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해 왔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 마음 공부라니... 이 얼마나 우스운 자기 기만이냐.

네 일생동안 결코 너를 저버리지 않을 유일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느냐?
그게 누굽니까?
너다.
네가 의문을 품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이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
그게 무엇입니까?
너다.
네가 네 삶 속에서 추구해 온 최고의 가치가 무엇인 줄 아느냐?
그게 무엇입니까?
바로 너다.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마다 저렇게 빛나고 있는데... 책에서 진리를 구하지 말 일이다.
아카시아 꽃 향기를 맡으면 '아카시아 껌 냄새'가 난다. 과연 본질은 아카시아 꽃인가? 껌인가?
진리를 눈 앞에 놓고, 매 순간을 사는 기적을 행하면서, 책 속에서 진리를 찾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이 책을 읽으며 반성을 한다.

인생의 은유로 가득한 "쇼 생크 탈출"이란 영화 이야기를 떠올린다. 황금빛 비가 내리는 자유로 가득한 그곳과 온갖 지저분함으로 가득한 이곳 사이의 아득한 거리란...

정성 안 들여도 잘 살 수 있을 만큼 세상이 호락호락한 것이 아님을 삶을 먼저 살아본 이들은 증거로 보여준다.

어제 소풍으로 등산을 갔다. 백양산 오르는 길은 터벅터벅 지루하고 고달팠다. 안개로 가득한 시내를 내려다 보면서 이게 무슨 짓인가... 하다가도, 산을 오르는 것은 산을 올랐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움직임을 위한 것임을 생각하니 몸과 마음이 홀가분해짐을 배웠다.

크게 한 번 죽으면 도를 얻는다고 하는 말이 있다. 大死一番得道라.

등산을 마친 사람의 마음에 일렁이는, 말로는 옮길 수 없는 그것.
맛집 할머니가 까잇거 대충 집어 넣는 조미료의 양이 무게로 측량될 수 없는 그것.
그 도를 얻기 위해서는 정신의 화학 반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화학 반응은 책을 통하여 얻기 어려운 법이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추구해야 할 문화가 욕망의 문화가 아닌 혼의 문화여야 하고, 혼의 성장이 그 목적이어야 함을 생각하게 하는 명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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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을 지키는 힘 틱낫한 스님 대표 컬렉션 3
틱낫한 지음, 김은희 옮김 / 명진출판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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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 낫한 스님의 글을 읽다 보면, 그 분의 인격을 느낄 수 있다.

종교에 대해 아는 체 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

이야기는 어느 소년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소년이 간절히 기도했지만 결과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소년은 기도를 버리게 된다는 것.

과연, 기도의 본질은 무엇인지, 사람들은 기도한다고 이뤄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왜 기도에 집착하는지... 기도는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하는 것인지를 스님은 조용히 말씀하신다.

꿀맛을 보지 못한 사람에게, 하느님을 믿어라. 기도하면 이뤄진다고 강요하는 것은 억지다. 이렇게 조근조근하게 설명해 주어도 중생은 알아들을지 말지 한 거다.

‘기도는 한계에 맞닥뜨린 인간의 懇求간구에서 시작되어 영원하고 무한한 차원에 접속하는 것으로 끝나는 내면의 순례’라는 말이 옮긴이의 말에 나온다. 그렇다. 잘 나가는 사람은 기도할 일이 별로 없다. 누가 아프거나 수술을 받을 때, 기도는 저절로 나온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을 때, 무한의 힘을 빌리고 싶은 것이다. 그렇지만, 결과가 당장 나오진 않는다.

‘주여, 형이 암에 걸렸습니다. 부디 그를 고쳐주세요.’

우리는 이러한 메시지를 보내면서 신에게 할 일을 요구한다. 마치 하느님이 자신이 할 일을 모르는 양...

이런 성찰을 보여주시는 것으로도 기도의 의미를 보여 준다. 왜 하느님께 원망을 돌려서는 안 되는 것인지를...

기도는 궁극의 차원에서 거닐기다. 우리를 구하는 것은 사랑과 자비의 에너지다.

기도할 때 반드시 스스로를 통찰해야 한다. 우리는 절할 때 그 불상의 모습이 어떻든 간에 자기 내면의 가장 고귀한 불성을 향해 절해야 한다.

기도란 좋지 못한 과거를 바로잡고, 더 좋은 미래를 예고하는, 오늘의 선순환의 씨앗이라고 보면 된다. 오늘 내가 심는 겨자씨만한 선한 마음이 내 미래가 된다.

세상의 모든 요소는 모두 연관되어 있고, 전혀 상반된 것으로 보이는 것들도 다 이어져 있기 때문에, 기도의 에너지를 통하여 우리의 몸과 마음을 새로운 장으로 전화(轉化)할 수 있을 것이다.

전화기를 쓰려면 전화선이 있어야 한다.
전화선에는 전기가 들어와 있어야 한다.
기도도 마찬지다.
사랑과 자비 없이는 어떤 신과도 소통할 수 없다.

감사합니다.
내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고맙습니다.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그 햇살과 공기와 미소를
만족합니다.
행복합니다.

이렇게 좋은 기도를 왜 안 하랴.

하느님께서 이루는 모든 일들은 그대로 이루어 지는데, 왜 감사 기도를 하지 못하고, 늘 불평 불만에 싸여 살겠는가.

삶 전체가 기도가 되게 하라... 전화벨이 울려도 기도하고, 정각을 알리는 시보에도 기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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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에게 도를 묻다 - 이현주 목사의 마르코 복음서 읽기
이현주 지음 / 삼인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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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은유로 가득한 마르코(마가) 복음을 이현주 목사님께서 풀이하신(?) 책이다.

풀이라고 하면 이현주 목사님께서 손사래를 치실 것이고, 그저 하느님과 목사님의 대화로 이루어진 소설처럼 읽을 수 있다.

그 속에는 수피즘도 녹아있고, 노자의 말씀도 들리고, 부처의 깨달음도 살아있다. 그 모든 것을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복음으로 어우른 책이다.

마르코 복음에서 가장 기억할 말이 이 말이다.

항상 깨어 있으라.

이 한 마디는 모든 종교의 기본이자, 끝이다. 하느님께 내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에도 항상 깨어있어야 하고, 그윽한 눈길로 사물과 사물의 상하좌우를 함께 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는 수련의 열쇠도 깨어 있음이다.

자기가 거지인 줄 알고있는 왕자는 거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자기의 형식은 거지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왕자임을 깨달은 부처님은 항상 깨어있는 자의 표본이 아니셨던가.

깨어있지 못한 자는 물질을 근본으로 삼고, 인간을 근본으로 삼아 손익을 계산하게 된다. 손익을 계산하면 흥정이 이뤄지고, 욕심이 생겨, 어떤 흥정이든 그 자체로서 이미 진실과 사랑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성경 앞에 앉을 때마다 마음을 미우고, 맑은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갖도록 도와주는 감사한 책이다. 어디 먼 하늘 꼭대기, 있지도 않은 하늘 나라를 공상하지 말고, 우리 눈앞에서 실현되고 있는 하늘나라를 깨달을 수 있게 도와준다. 오늘도 이 땅에는 수 많은 겨자씨가 묻히고 있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하늘 나라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듣기 거북한 책이 될 수도 있겠다. 어디 예수님 말씀에 노자나 석가를 갖다 들이대냐고 말이다.

그러나 쓸데 없는 데 눈길을 두지 말고, 중심에 마음을 둔다면, 그리고 누가 그 말을 어떻게 들을까 염려하지 않고 그 말이 진실한지를 성찰하는 일만 생각하여야 이런 글을 쓸 수 있다.

등산의 비유는 인상 깊었다. 왜 등산을 하는지... 그 힘든 등산을... 등산 전후에 나는 달라져 있다.
저는 알고 남은 모르게 달라지는 것이다. 꿀맛을 본 벙어리가 꿀맛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지만, 꿀맛을 보기 전하고 분명히 달라진 것처럼, "깨달음"이란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성경에 기록된 사건들은 <사실>이 아니다. 그것들은 모두 과거형으로 서술된 <현재 진행형>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하느님의 역사는 과거에 있었던 일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깨어서 알아듣고 있어야 할 밖에... 말로 할 수 없는 깨달음의 꿀맛!

스스로 선하거나 악할 수 있는 존재는 세상에 없다. 하느님 말고는 모두가 부분이요 분자이기 때문이다.

오병이어로 수천을 먹이시는 것이 거짓말로 들렸던 내 귀에는 <먹을 것에 대한 걱정>이 귓구멍을 설막고 있었던 것이란다. 맞다. 그저 인간이 입으로 먹을 것만 생각한 내 마음에 오병이어는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꿀맛도 모른채...

망막은 모양을 잡아두면 안 된다. 고막도 소리를 간직하면 안 된다. 그것들은 언제나 텅 비어있다.
판단을 간직하거나 잡아두려고 하지 않는 연습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그것이 존재의 이유이다.
집착하고 소유하려 하면 그것들은 스러지고 나를 망치고 마는 것이다. 죽은 나무는 꽃을 피우지 못하듯이...

하느님은 되는 일을 저절로 되게 하신다. 그러나 사람은 안 되는 일을 억지로 하려 한다. 그게 욕심이고, 그것이 파멸을 가져 온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신다.

제가 만든 눈으로 나와 저 자신을 보는 자는 내 사람이 아니요,
내가 만들어준 눈으로 나와 저 자신을 보는 자만이 내 사람이다.

옳고, 옳고, 정말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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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가 전해주는 마음의 열쇠 뼈
이외수 지음 / 동방미디어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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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는 내 맘 속에서 기인이었다. 머리와 수염을 기른 '도인'같은 풍모와 왠지 센치하면서 알듯 모를듯한 소설이나 글들. 그래서 이외수를 읽고 싶은 호기심과, 세상에서 동떨어진 사람처럼 느껴지는 얄궂은 멸시가 공존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돌아 본다.

모든 가치라는 것이 얼마나 주관적인지...
얼마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 것인지를...

이외수의 두뇌 구조를 연구할 수 있는 좋은 산문들이 가득하다.

비라도 부슬부슬 내리는 날, 훈훈한 차 한 잔 들고, 창가에 나앉아 빗소리 들으며 읽는다면 참 그럴싸하게 마음을 울릴 글들로 가득하다.

마치 불경을 읽는 듯이, 성경을 마주한 듯이, 그렇지만 종교적으로 지나치게 경건하지 않게...

시인의 가슴으로 마주한 세상의 씁쓸함, 쓰라림, 비탄을 뱉어내고 있다.

만약 그대 눈에 미운 것이 보이면, 그대 스스로 그 속에 들어가 보도록 하라. 참으로 미운 것은 하나도 없다.

결혼해서 애 길러본 사람만이 아이들을 제대로 본다는 말이 있다. 개인차야 있겠지만, 사람을 기른다는 일은, 그 사람 속으로 들어가 보는 일일 것이다. 미운 것은 하나도 없다.

슬픈 날, 술푼 날... 만사가 슬프고, 그래서 술이라도 푸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죽어서 식물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것이 될 수 없다면, 그래서 굳이 동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절대로 사람으로는 태어나고 싶지 않다. 차라리 어두운 이불 속을 길고 지루하게 기어다니는 한 마리 외로운 이 또는 햇빛 좋은 날 금빛 물결 일렁거리는 맑은 연못 속을 헤엄치는 한 마리 거머리, 그런 것으로 태어나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 그는 지렁이가 사람보다 낫다고 한다. 지렁이가 만드는 것은 얼마나 쓸모 있는 것인가를 생각하면, 옳은 소리다. 인간은 지렁이, 아니 무엇보다 지구에 악이 되는 존재니깐. 그리고 지렁이는 나처럼 먹이 때문에 자존심을 버릴 필요는 없기 때문에...

언제나 젖어 있으라. 땅이 마르면 물이 고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슴이 마르면 사랑이 고이지 않는다는 사실.

천상 예술가인 그는, 아름다운 말과 선율과 색채를 창조하는 예술가가, 사람의 깨어진 머리를 꿰매거나 콩팥을 떼어내고, 사람 뼈를 덜그덕거리는 의사나, 죄인들을 다루는 법관들보다 인정받지 못하는 세상을 혐오한다.

진정한 예술가는 완성된 작품에 대한 자부심만으로 살 수 있다고 하면서, 세상의 천대, 몰인정에 눈물흘린다.

인간은 이제 모든 것의 천적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는 인간이 인간에게까지 천적이 되어 있는 형편이다.
먹이 사슬의 최상층은 인간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것은 아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일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 만물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망쳐가는 혐오스런 인간 존재에 대하여, 그러나 또한 세상에서 가장 경이롭고 가치있는 인간 존재에 대하여 그의 탐색은 폭넓고 겸허하다. 이외수가 드디어 도사가 되려나 보다. 좋은 일이다. 그가 도사가 되어 만물을 사랑하게 된다면, 그런 이들을 아는 것만으로도 나는 영장에 가까운 사람처럼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추악한 천적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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