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을 기준으로 복제를 막았다가 풀었다가.. 재밌군요. 음반사들은 '저작권'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음악인들은 수익의 공정한 배분을 조건으로 이에 어울리고.
이번 이엠아이의 사례는, 기술을 이용한 기업의 이익 보호(를 전제로 한 저작권 보호) 노력이 얼마나 실효성을 갖는지 질문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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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음반사 이엠아이(EMI)는 2일 디아르엠(DRM·디지털저작권관리)이 없는 고품질 음원을 애플의 콘텐츠 공급 사이트인 아이튠스에서 다른 음원보다 30% 비싼 가격에 팔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5월부터 판매될 이 음원들을 구입하면, 애플의 아이팟뿐 아니라 다른 기기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된다.

디아르엠이란 디지털 콘텐츠의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한 기술을 말한다. 음원판매 사이트들은 각자 암호화된 고유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디아르엠을 채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아이튠스에서 내려받은 음악은 아이팟이 아닌 다른 기기에서는 들을 수 없다. 디아르엠이 구매 음원의 자유로운 사용을 침해하고 애플 같은 기업의 시장 독점에 기여한다는 비판을 받은 것은 이 때문이다. 디아르엠을 삭제하거나, 업체마다 다른 디아르엠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이엠아이의 결정은 음반 판매가 줄어드는 데 대응해, 디지털 시장을 공세적으로 개척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몇 해 동안 음반사들은 음악파일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엔피디(NPD)그룹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미국 온라인에서 5억900만곡이 합법적으로 판매됐으나 50억곡이 불법 복제됐다. 이엠아이는 시험 판매를 통해 누리꾼들이 가격이 비싸도 디아르엠이 없는 음원을 구매하는 성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디아르엠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다른 거대 음반사들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현재 다른 음반사들은 디아르엠이 없는 음원 판매를 시험 중이지만 즉각적인 디아르엠 삭제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음반사들은 디아르엠 삭제가 더욱 빈번한 저작권 침해 행위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애플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올해 말까지 아이튠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500만곡 중 절반에서 디아르엠이 제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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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21)

장서윤 <마이데일리> 기자 ciel@mydaily.co.kr

“향후 6개월간 방송사와 팬텀이 어떤 관계를 구축하느냐가 이후 방송계의 판도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각 방송사 예능 프로듀서(PD)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태도지만 이번 팬텀과 DY의 합병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모 지상파 방송사 8년차 예능국 PD)

지난 3월2일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팬텀·대표 조수봉)과 DY엔터테인먼트(DY·대표 신동엽, 심우택)의 합병에 이어 6일 김성주(35) 전 문화방송 아나운서의 팬텀행이 알려짐에 따라 방송계는 초긴장 상태다. 아직 가시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번 합병으로 팬텀은 대규모 스타군단을 보유한 최대 연예기획사 싸이더스HQ에 버금가는 덩치를 키우게 됐다. 싸이더스HQ가 소속 배우와 자체 제작 역량으로 영화·드라마 분야를 움직이는 ‘힘’을 갖췄다면, 이번에는 쇼·오락 부문에서 공룡화된 팬텀 공세가 가속화하리라는 예측이다.

2일 자회사인 도너츠미디어(옛 팝콘필름)를 통해 DY를 인수·합병한 팬텀은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김용만, 강수정, 김성주, 이혁재, 박경림, 신정환, 윤종신, 노홍철, 윤정수, 유정현 임백천, 지상렬 등 국내 간판 MC 대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들은 현재 문화방송 <무한도전>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일요일 일요일 밤에> <황금어장>, SBS <야심만만> <헤이헤이헤이2> <결정! 맛대맛>, 한국방송 <경제 비타민> <상상플러스> <스타 골든벨>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거의 대부분의 지상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의 진행(공동진행 포함)을 맡고 있다.

더군다나 팬텀과 DY는 이미 합병 전에도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을 외주 제작해왔다. DY가 SBS <헤이헤이헤이2> <신동엽의 있다! 없다?> <일요일이 좋다-X맨>을, 팬텀이 문화방송 <황금어장>과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등을 외주 제작해온 것. 특히 DY는 지난해 10월 케이블 종합오락채널 tvN을 출범시킨 CJ미디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신동엽의 감각제국> 등의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는 등 tvN의 매니지먼트, 콘텐츠 유통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그래서 이미 케이블 업계에서 DY를 합병한 팬텀의 힘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팬텀은 자회사인 도너츠미디어를 통해 문은애, 이미선, 박현숙, 유희선, 육소영씨 등 국내 최고의 예능 작가 5명과 3년간의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문은애씨는 <상상플러스> <무한도전> <황금어장> <출발 드림팀> 등 대표적인 인기 예능프로를 만들어낸 바 있다. 이미선씨 역시 <일요일 일요일 밤에> <목표달성 토요일> <해피투게더> 등의 작가로 방송 3사에서 활약한 스타 작가다. 도너츠미디어는 이런 작가 영입에 대해 “모회사인 팬텀과 자회사인 DY에 소속된 강호동, 신동엽, 유재석 등 막강 MC들을 활용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 국내외 방송사에 판매하는 것과 아울러 모바일과 와이브로, IPTV 등을 통한 서비스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팬텀은 DY와의 합병을 신호탄으로, 스타급 MC들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예능 작가들을 영입해 자체 제작력을 키워 예능 프로그램의 외주 제작과 간접광고(PPL)를 통한 수익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팬텀은 2일 합병을 발표하면서 “X맨 등의 프로그램이 일본, 중국에 수출돼 제2의 한류 콘텐츠로 급부상하고 있어 방송 노출을 통한 간접광고 시장이 크게 늘어나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고 있다. 특화·전문화를 통한 콘텐츠 제작, 유통의 시너지가 탄탄한 매출로 이어지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팬텀과 같은 거대 연예기획사들이 외주 제작과 PPL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연예인들의 출연료만으로는 큰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직접 방송 콘텐츠를 제작·유통·판매하고 그로 인한 간접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그래서 지상파 방송사와의 충돌도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외주 제작이 지나치게 많아질 경우 연예인들의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지상파 방송사 PD들의 인력 유출이 심해지는 등 방송사의 정체성 위기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는 게 각 방송사 예능국의 입장이다. 실제로 드라마 부문의 경우 외주 제작사와 방송사 간의 균형관계가 역전돼 2006년 방송 3사 자체 제작 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고, 지상파 방송사 PD들의 인력 유출이 심각해지는 등 문제를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화방송 예능국의 한 중견 PD는 “인기 MC들의 영향력은 이미 연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거대 기획사가 몸집을 불릴수록 이런 경향은 만연하고 방송사가 설 땅은 좁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SBS의 또 다른 예능 PD는 “현재는 방송사 PD들이 대부분 인사권과 예산권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 외주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거대 MC 군단을 앞세운 팬텀이 이른바 본격적인 ‘전체 외주’(외주 제작사가 방송사로부터 일정 시간대를 편성받아 프로그램 제작의 전권을 행사하는) 방식을 시도할 경우 방송사는 걷잡을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로 팬텀은 SBS <야심만만>, 문화방송 <무한도전> 등 방송 3사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전체 외주 제작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비단 ‘위기’로만 볼 문제는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인기 MC에만 의존하는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 제작 관행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SBS 예능국의 김태성 책임 프로듀서(CP)는 “현재 예능 프로그램은 지나치게 스타 MC에게 의존하는 감이 있다”며 “그보다는 특화된 아이디어와 전문화 노력에 힘써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대형 기획사의 경우 편성권이 방송사에 있는 이상 ‘을’의 입장임을 강조한다. 팬텀 예능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지상파 방송사에서 편성권, 출연권을 쥐고 있는 한 우리에게 큰 권한은 없다”며 “팬텀이 공룡화돼 방송계를 위협한다는 것은 다소 과장된 표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기획사의 8년차 매니저도 “기획사의 규모가 커지더라도 결국 기획사는 방송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이웃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대형 기획사 주도의 콘텐츠 생산이 침체된 방송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예능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예측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팬텀과 DY의 합병을 둘러싸고 방송계 내·외부의 반향은 적지 않아 보인다. 약 6개월~1년 뒤, 팬텀을 중심으로 방송계에 새로운 지도가 그려질지 아니면 지나친 기우로 판명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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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 김성주 아나운서가 지난 28일 아나운서국에 사표를 제출했다.
올 초 프리랜서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송사 안팎으로 관심을 끌어왔던 그가 끝내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진행을 맡고 있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 ‘경제야 놀자’, <불만제로>, 라디오 <김성주의 굿모닝 FM> 등의 진행자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에 입사한 김 아나운서는 재치있는 입담과 푸근한 인상으로 그동안 예능과 스포츠 분야 진행자로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 문화방송 성경환 국장은 “2일 오후 회의를 열어 사표수리 여부와 함께 ‘제2의 김성주’를 막는 방안, 우수인력 양성방안 등의 후속대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 활동을 생각하는 것은 자유로운 활동과 광고 출연, 높은 계약금 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예능오락프로 엠시들의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스타급 아나운서는 이미 연예기획사들의 영입대상 일순위로 떠오른 지 오래다. 각 방송사의 아나운서국은 디와이엔터테인먼트, 팬텀 등 연예 기획사의 스타 아나운서 영입이 본격화된 것이 아니냐며 후속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성 국장은 “드라마처럼 예능 프로그램도 진행자들의 높은 출연료가 제작비 상승을 부추기고, 한정된 제작비는 콘텐츠 질 저하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면서 “기획사들의 행태가 상업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스타급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화가 방송사 인력 유출의 심각성을 알리는 단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방송 아나운서협회장인 정용실 아나운서는 27일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와 인력 유출은 심각하다”며 “아이피티브이 도입을 앞두고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아나운서협회는 제도적 방지 틀을 만들자는 차원에서 해외 공영방송의 사례를 자료로 수집하고 있다. 자료수집이 끝나면 외부로 나간 인력이 공영방송의 신뢰로 쌓은 아미지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사규 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아나운서협회는 이런 규제를 만들기에 앞서 강수정 전 아나운서의 프로그램 하차를 제작진들에게 요구해왔다. 따라서 강수정은 <해피선데이> ‘쾌남시대’를 제외하고, 지난해 <무한지대 큐> <연예가중계>에 이어 다음달 중순 이뤄지는 봄 개편에 따라 라디오 <강수정의 뮤직쇼>에서도 하차하게 됐다. 강수정은 프리랜서 선언 뒤 현재 에스비에스 <야심만만> <결정! 맛대맛>의 진행을 맡고 있다.

문화방송 아나운서협회장 겸 아나운서연합회장인 강재형 아나운서도 28일 “방송을 문화자산이 아니라 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면서 “아나운서의 프리랜서화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본질을 꿰뚫어볼 때”라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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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방송위원회가 27일 전체회의 의결절차를 거쳐 확정·발표한 방송법 개정안의 뼈대는 아이피티브이 도입 방안 마련과 신문사·뉴스통신사·대기업의 방송 소유 규제 완화 등 크게 두 갈래로 볼 수 있다.

우선 개정안은 아이피티브이(IPTV·인터넷프로토콜 티브이) 서비스를 방송법으로 도입·규율하기 위해 방송사업의 정의를 고쳤다. ‘멀티미디어 방송사업’ 규정을 신설해 아이피티브이를 도입하되, 유선 아이피티브이와 기존 디지털 케이블방송을 모두 ‘유선 멀티미디어’ 방송으로 분류해 두 가지가 동일한 성격의 방송서비스임을 분명히 했다. 무선 아이피티브이는 지상파 멀티미디어 방송으로 규정해 도입되며, 기존 아날로그 케이블방송의 경우 종합유선방송 개념을 폐기하고 유선방송사업으로 재규정했다.

정보통신부 및 통신업체들과 팽팽히 맞서는 큰 쟁점인 아이피티브이(유선) 사업권역과 관련해서는 방송위가 고시하도록 돼 있는 현행 규정을 유지하고, 현행 디지털케이블방송처럼 지역별로 쪼개어 면허를 내주는 지역면허제로 일원화하겠다고 방송위는 밝혔다. 다만 한 업체가 여러 지역에 사업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방송권역 광역화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방송위는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통부는 아이피티브이는 인터넷망에 기반한 서비스인 만큼 케이티(KT) 등 기간통신사업자가 직접 서비스하도록 하고, 권역을 쪼개는 데도 반대해왔다.

방송위는 아이피티브이 사업에 진출하려는 케이티 등 통신업체의 자회사 분리 여부 문제와 관련해선 분리 규정을 개정안에 명문화하는 것은 일단 유보했지만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분리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방송법 개정안은 이와 함께 대기업과 신문사, 뉴스통신사의 방송사업 소유 제한을 대폭 풀었다. 이는 대기업인 케이티 등이 아이피 티브이를 통해 방송 영역에 진출하게 된 데 따른 형평성 논란을 없애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송위는 아이피티브이·케이블방송·위성방송 등 사업자(플랫폼사업자)의 보도전문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 운영 금지는 유지하되, 이들 사업자의 소유 규제를 대폭 완화해 신문사·뉴스통신사의 지분 제한을 현행 33%에서 49%로 완화했다. 문자방송을 비롯한 데이터방송채널(PP)과 주문형 브이오디 채널(PP)의 경우는 보도·종합편성채널 승인제를 유지하되, 대기업, 신문사, 뉴스통신사의 소유 제한을 폐지했다.

방송위는 이를 통해 디엠비(이동멀티미디어방송)와 아이피 티브이 등 뉴미디어에 대한 신문·뉴스통신사·포털·콘텐츠기업 등 다양한 자본의 참여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보도채널이 아닌 채널의 보도 관련 방송에 대해서는 방송위가 사후 심의를 하겠다는 것이어서, 사후 심의의 실효성과 관련해선 논란이 예상된다.

개정안은 또 방송사업 허가 유효기간을 ‘7년 이내’로 늘리기로 했다. 현행 방송법은 ‘5년 이내’로 규정하고 있어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관련 시행령을 통해 3년마다 재허가를 받아 왔으며 그동안 허가기간 연장을 꾸준히 방송위에 요구해왔다.

의원입법을 통해서라도 방송법 개정안을 관철하겠다고 밝혀온 방송위는 이날 개정안을 국회 방송통신특위(방통특위)와 국무조정실 방송통신융합추진위(융추위)에 동시에 제출했다. 앞서 정통부도 아이피티브이를 광대역융합서비스(BCS)로 규정해 도입하는 광대역융합서비스 사업법안을 융추위와 국회 방통특위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이피티브이 도입 방식과 규율 법안을 놓고 방송위와 정통부가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법안 마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정통부와 방송위 법안 모두 국회로 넘어가 서로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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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도와(필명·26)는 지난달 하순 소설책을 출판해 작가로 정식 데뷔했다. 작품은 순애보를 주제로 한 <클리어네스>이다. 그러나 그가 글을 쓴 곳은 원고지나 노트북 컴퓨터가 아니다. 휴대전화 번호판이 그의 키보드였다. 엄지손가락으로 휴대전화 번호판을 눌러 글을 써서 휴대전화 소설사이트에 올린다. 그의 소설은 지난해 11월 제1회 일본 휴대전화 소설 대상을 수상했다.

일본에서는 몇년 전부터 도와처럼 작가지망생도 아닌 평범한 젊은이가 쓴 휴대전화 소설 붐이 일고 있다. 수십만부의 베스트셀러가 속출해 불황에 허덕이는 일본 출판계에 숨통을 열어주는 활력소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자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문예부문 연간 베스트셀러 1~10위 중 휴대전화를 발신지로 한 소설책이 3위 <연공>(124만부), 5위 <날개꺾인 천사>(120만부), 6위 <천사가 준 것>(40만부), 10위 <라인> (22만부) 등 4권이나 된다. 프로작가도 1만권을 넘기기 힘든 활자이탈 시대에 간단히 수십만권의 판매부수를 올리는 휴대소설이 수두룩하다.

휴대전화 소설을 지배하는 ‘작법’은 간단명료하다. 휴대전화 화면에 표시할 수 있는 문자가 일본어로 100자 정도이기 때문에 문장이 짧고 정경묘사도 적다. 대신 많은 경우 회화나 독백으로 구성된다. 내용은 대개 비련 끝에 연인이 죽는다는 순애보가 많다.
“나는…살아 있어도 좋은 것인가? 나는 이제 한번, 웃어도 좋을까?” <또 만나고 싶어서>라는 제목의 휴대전화 소설은 한 중학생이 씩씩한 소녀와 만나서 밴드활동이라는 삶의 보람을 맛보았으나 소녀의 죽음으로 다시 거친 세계로 빠져든다는 내용이다. 폭주족 출신의 24살 남자가 쓴 이 소설은 지난해 8월 출판돼 2개월만에 가볍게 10만부를 돌파했다.
휴대전화 사이트 ‘마법의 도서관’(http:4646.maho.jp/)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을 포함해 약 70만타이틀이나 되는 소설이 게재돼 있다. 반 년만에 두 배 늘고 서적화된 작품이 차례차례 이어지고 있다. 일반 소설과 다른 점은 전파력이 빠르다는 점이다. 중·고교 교실에서 누군가 소설을 보고 있으면 “뭐야, 뭐야”라고 물어보고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전송받는 경우가 많다. 다시 책으로 출판되면 금방 팔리는 것도 이런 신속한 습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묘사력이나 표현이 대부분 치졸해 “소설도 아니다”라는 비판이 만만찮다. 이 때문에 동일 작가가 두 번째, 세 번째 작품을 쓸 수 있느냐가 휴대전화 소설이 작품으로서 정착하는 가늠자라는 얘기도 나온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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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한국방송>(KBS)이 수선스럽다. 평소라면 꽤 사이가 나쁠 대통령과 뉴라이트 쪽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성토발언과 시청료 거부운동을 쏟아낸다. 대선 마그마가 부글부글 끓어가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한국방송 쪽 사람들, 무척 속이 탈 것이다. 앞으로 장장 몇 개월이 남았는가. 대선 회오리의 한가운데 서 있는 방송사가 평상심으로 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시기가 유난히 힘들 한국방송 사람들이 있다. 내 생각에 직접 펀치를 맞는 보도부서나 경영진이 아니다. 가령 본사 신관 5층에 근무하는 기술분야 제작 인프라팀. 전세계적으로 불꽃 튀는 속도전에 돌입한 방송의 디지털 전환작업의 주역들이다. 기자재며 제작 시스템까지 최고급 인력과 돈을 퍼붓듯이 써야만 따라잡을까 말까 한 엄청난 사업이다. 그밖에도 장애인 방송, 국제방송, 문화사업 등 공적기능에 해당되는 영역이 무수히 많다. 주목도가 높을 뿐이지 ‘정치뉴스’는 방송기능의 일부분일 따름이다.

1980년대를 풍미한 일본 <엔에이치케이>(NHK)의 ‘실크로드’나 ‘4대 문명’, 영국 <비비시>(BBC)의 ‘살아있는 지구’ 같은 역작을 우리는 언제나 가져볼 수 있을까.

방송사를 최첨단의 현장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십여년째 여러 방송사를 전전하며 프리랜서로 일해 온 내 경험으로 볼 때 우리나라 방송환경은 그저 중견기업 정도나 될까 싶은 수준으로 보인다. 그나마 여건이 가장 낫다는 ‘공영’ 한국방송의 형편을 해외 경쟁사와 비교하면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가령 비비시는 6천만 수신인구를 대상으로 7조3천억원의 예산을 쓴다. 이중 5조6천억원이 수신료 수입이다. 본사 근무자는 2만명에 육박한다. 엔에이치케이의 지난해 예산은 5조4천억원에 1만9천명이 일하는데, 약 5조원이 수신료로 충당된다. 독일과 이탈리아 공영방송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에 ‘공룡’이라는 한국방송의 올해 예산은 1조3천억원에 직원 수가 약 5300명이며 지난해 수신료 수입은 정확히 5246억원으로 집계되어 있다.
한국방송을 일반 기업체로 여긴다면 형편을 살펴줄 이유가 없다. 방송 품질 또한 돈과 사람 수에만 좌우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 국가의 지적 문화적 산물의 집적지가 더이상 대학에 국한되지 않는 오늘날, 우리도 세계경쟁의 최선두에 서 있을 방송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국가 경쟁력이 곧 콘텐츠 생산능력에 달려 있다고 하는 세상이다.

관건은 막힌 구멍 두 가지를 뚫는 데 있다. 첫째는 추억의 ‘땡전뉴스’에서 탄핵보도의 양에 이르기까지 정파적 이해를 대변한다는 오명을 벗는 일, 그리고 동시에 비현실적인 수신료를 정상화하는 일이다. 현행 월 2500원은 1981년 4월에 책정된 액수다. 장장 26년째 변동없는 이 놀라운 기록은 눈물겨운 서비스 정신이 아니라 여야 간에 서로 주고받아온 정치적 견제 때문이었다. 그 바람에 꾀를 부려 야금야금 늘린 것이 광고수입인데, 공영방송 예산의 절반 이상이 기업체에서 조달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때릴 때 때리더라도 키울 건 키워주면서 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공영방송’이 우리 자신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시청료 분리징수안이나 폐지론을 내세워 아예 싹을 죽여버리자는 발상은 눈앞의 정파적 이해에만 사로잡힌 단견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공영방송이 ‘정권의 나팔수 방송’이 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디어 월드컵에서 2류, 3류 방송은 더더욱 원치 않는다. 허물 많은 한국방송을 매우 쳐라. 단, 수신료는 당장 현실화하고서.

김갑수(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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