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커버스토리 /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한달째 이정원 들녘 사장

“오늘, 출판인의 역량과 노력은 정보산업의 한 축으로서 지식축적이라는 출판의 매체적 책임을 다하는 데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산업이라는 측면에서는 출판의 생존과 연결되고, 문화와 교육이라는 측면에서는 출판의 소명과 연결됩니다.”

구제금융 한파가 한반도를 동토로 만들어 놓았던 1998년은 출판계에도 재앙의 시절이었다. 중소형 서점은 말할 것도 없고 출판 유통의 대동맥인 대형 도매상들이 썩은 고목처럼 쓰러졌다. 그해 11월 320여 국내 단행본 출판사 출판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출판인회의 창립을 선언했다. 생존의 기로에서 출구를 찾는 다급한 심정으로 이들은 선언에 동참했다.

유통대란을 막자는 것이 이들을 규합한 일차적 이유였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출판의 책임과 소명을 다하겠다는 결의도 이들을 하나로 묶는 정신적 힘으로 작용했다. 한국출판인회의를 창립하는 그 자리에서 선언문을 낭독한 사람이 이정원 들녘출판사 사장이었다. 출판인회의를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그가 지난달 2년 임기의 한국출판인회의 5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22일로 회장이 된 지 만 한 달이 된 그를 만나 출판인회의 새 수장으로서 포부와 약속을 들어보았다. 신임 회장은 10년 전의 그 선언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출판인회의가 창립된 지 햇수로 10년째다. 창립시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그땐 정말 다급했다. 보문당을 비롯해 도매업체들이 자고나면 무너졌다. 유통망이 붕괴 직전까지 갔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있었지만 전집류·학습지 출판사 중심이어서, 인문·사회·교양서 중심 단행본 출판사들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스스로 대책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먼저는 유통대란을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낡은 유통구조의 도관이 터진 거였는데, 새 도관을 놓는 일에 우리가 앞장서야 했다. 이와 함께 출판문화를 되돌아보는 일이 중요했다. 출판정신을 가다듬고 바로 세우고 지식산업의 기틀로서 출판의 구실을 새롭게 다지자는 마음을 모았다.

-회장직에 나설 때 그때의 그 약속을 다시 생각해보았을 것 같다.
=그랬다. 출판인회의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지속된 목표를 두 가지로 요약한다면, 건전한 출판환경, 풍족한 출판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건전하고 풍족한 출판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출판인회의가 창립 정신을 잃어버리고 친목단체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그런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출판인회의가 단행본 출판사들의 대표 단체로서 공익성을 키우고 지켜나가야 하는데, 그 임무를 충실히 하지 못한 데 대한 질책이라고 생각한다. 단체 일이라는 게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해야 더 잘할 수 있고 또 일을 같이 하다보면 서로 마음이 맞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친목단체 같다는 오해 섞인 반응을 얻은 것 같다. 요점은 공익성, 공공성이다. 출판인회의가 300여 회원사를 비롯해 출판계 전체의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일하느냐가 관건이다.

-그 점에서 보면 출판시장의 악폐인 ‘사재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공익성을 저버린 일 아닌가.
=사재기는 출판윤리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뿌리뽑아야 한다. 출판사들이 사재기에 뛰어드는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출판시장이 전반적으로 불황이고, 광고를 내도 먹히지 않고, 독자들은 베스트셀러에만 몰리고 하다 보니 사재기 유혹을 견디기기 쉽지 않다. 그러나 사정이 급하다고 책을 사들여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것은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건 반칙이고 사기다. 현행 출판진흥법상으로 사재기는 검찰에 고소·고발할 수 있는 범죄행위다. 그동안 출판인회의가 사재기를 제대로 막지 못한 건, 의지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사재기 방식이 워낙 교묘하고 광범위한 탓이기도 했다. 제가 회장으로 있는 한, 사재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 이건 유통교란의 문제이기 이전에 출판정신, 출판윤리의 문제다. 5월 안에 ‘사재기 적발팀’을 별도로 꾸려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겠다. 필요하다면 간행물윤리위원회와 손잡고 변호사도 채용해 공신력을 갖추도록 하겠다. 적발되는 대로 검찰에 고발하겠다. 출판인들도 사재기 정보가 있으면 즉각 우리 쪽에 알려주시기 바란다.

-출판인회의가 출범 때 유통구조의 정상화를 얘기했지만, 지금 출판 유통을 보면 오히려 더 악화됐다는 말도 나올 법하다. 인터넷서점에 신간 할인 판매를 허용해준 현재의 변형 도서정가제가 사실상 정가제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많다.
=맞는 말이다. 도서정가제가 무너지면 당장은 구매자에게 이익이 될 것 같지만, 길게 보면 손해다. 할인을 예상하고 출판사에서 미리 가격을 높여 놓으므로 할인이 무의미해진다. 또 값을 낮춰줄 수 있는 베스트셀러 도서들만 더 팔리고, 인문서 등 양서는 더 궁지로 몰린다. 그래서는 양서가 출간되기 어렵다. 출판의 건강성과 다양성을 위해서도 도서정가제는 지켜져야 한다. 현재 국회에 도서정가제법안이 제출돼 있다. 할인률을 5%까지로 하는 내용이다. 최적의 방안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범출판계가 합의해 도출한 안이다. 이번 봄이 가기 전에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 법안 통과를 위해 대한출판문화협회와도 공동 투쟁하겠다. 또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장에서 규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형서점, 인터넷서점, 출판인회의 등 당사자들이 모여 유통협의회를 만들었다. 도서정가제뿐만 아니라 경품 문제, 1+1(책 한 권을 사면 다른 한 권을 끼워주는 것) 문제를 담은 규약을 제정하고 거기에 따라 감시하고 제재할 것이다. 유통이 바로 서지 않으면, 양서가 살아날 길이 없다는 걸 제 자신이 먼저 절감하고 있다. 규약을 어기면 책공급을 중단한다는 약속을 출판인회의 소속 180개 출판사로부터 이미 받아 놨다. 최대한 빨리 규약을 만들고, 그 규약에 따라 칼을 뽑겠다.

-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잡지 <북&이슈>를 복간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는데, 그보다는 출판인회의 선정 ‘이달의 책’을 복원하는 게 더 급하지 않나.
=그렇게 본다. <북&이슈>는 출판인회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활성화해 온라인으로 내볼 생각이다. 더 중요한 것이 ‘이달의 책’ 선정이다. 출판인회의 초기에 ‘이달의 책’ 선정이 호평을 받았는데, 나중에 힘이 떨어져서 그랬는지 결국 없어지고 말았다. ‘이달의 책’ 선정이 제대로 되려면, 책을 선정함과 동시에 선정 도서를 일부라도 출판인회의가 사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겠다. 또 대형서점이나 공공도서관과 연계해 선정도서를 체계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그 문제도 이미 협의를 마쳐 가동 준비 완료 상태다. 결국은 자금이 문제인데, 이 문제도 몇 군데 기업체에서 상당액을 지원받았다.

-공정성 확보도 중요한 일 아닌가.
=그렇다. 공정성을 지킬 수 있도록 선정위원을 모시겠다. 선정위원은 책의 내용을 잘 알 뿐만 아니라 출판 시스템도 알고 있는 분 중에서 뽑을 예정이다.

-출판미래연구소를 만든다는 계획도 밝혔는데….
=출판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이다. 책의 미래를 능동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출판 인프라를 어떻게 하면 강화할 수 있을지도 연구해봐야 한다. 대형 출판사들이 임프린트(출판사들의 자회사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출판의 가치를 키우는 일인지 아니면 성과주의에 매몰돼 덩치 키우기만 하는 것인지도 따져볼 것이다. 뚜렷한 가치를 지닌 출판사가 살아남을 길은 뭔가 하는 문제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장인용 지호출판사 사장께 연구소를 맡아 달라고 일단 요청해 놓은 상태다.

-출판인회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무국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무국 직원이 현재 6명인데, 안타깝게도 그동안 사무국을 더 확장하지 못했다. 최소한 네 사람은 더 필요하다. 문제는 돈인데, 회원사를 늘리고 회비를 더 확보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 출판사들이 들어오려면 출판인회의가 그만큼 더 신뢰를 주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 더 공정하고 더 공개적이고 더 공익적인 출판인회의로 만들어보겠다.

글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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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언론노조·언론개혁시민연대 청와대에 촉구   
 
기획예산처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공기관운영법) 시행령을 예고하면서 일반 공기업과 다른 공영방송의 특수성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국언론노조는 7일 청와대 앞에서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언론노조는 회견문에서 “그동안 케이비에스와 교육방송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로 두 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는데, 공공기관운영법은 이런 사회적 합의를 짓밟았다”며 “청와대는 법이 시행되는 4월 이전에 법 개정에 앞장서라”고 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이날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기관운영법에서 공영방송 KBS와 EBS의 적용 예외 규정 신설을 목적으로 하는” 입법청원을 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전병헌 의원도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이번 주 중 제출할 예정이다. 8일 한국방송과 교육방송 노조는 기획예산처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어 2월 임시국회 법개정을 요구할 예정이다.

4월1일자로 이 법이 시행되면 이전의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과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에서 제외됐던 기관들까지 기획예산처의 관리, 감독이 가능해진다. 이에 법 개정론자들은 시행령뿐만 아니라 모법에서도 두 방송은 예외라는 규정을 두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공공기관 지정 예외 대상을 법에 명기하는 것은 곤란하며, 실제 법 운용 과정에서 제외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병완 공공기관제도혁신팀 사무관은 “한국은행과 한국방송에 대해서는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는 방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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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지상파방송 3사의 인터넷 자회사와 포털, 유시시(UCC·손수제작물) 사이트 등 인터넷 업체 간의 유시시 저작권 다툼이 가열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의 자회사들은 저작권 침해 업체들에 지난 2월 2차 경고장을 보냈다. 이어 소송도 준비중이다.

제2의 음원사태가 될까? = 지난해 실시한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의 유시시 저작권 침해 실태 조사에서 사용자가 직접 창작한 유시시는 전체의 16.25%에 불과해 저작권 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 법학과 이대희 교수는 “제작자가 직접 촬영, 제작한 순수 창작물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타인의 저작물을 전체 또는 일부를 그대로 이용해 만든 동영상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이고 유시시의 활성화를 막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실제 포털, 유시시 사이트 등에는 방송 콘텐츠를 그대로 올린 동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업체 쪽에서는 모니터를 해서 저작권 침해 동영상을 걸러낸다지만 시늉에 그치고 있다. 방송 동영상은 방문자 수를 높이는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지상파방송사 자회사로부터 저작물 침해로 1차에 이어 2차 때도 경고장을 받은 곳이 38개 업체에 이르렀다.

현행 저작권 관계법상 방송 프로그램을 이용한 유시시는 지상파방송 자회사의 사이트에서만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 유시시 제작자 입장에서는 유시시를 걸 플랫폼이 줄어드는 것이다. ‘동네오빠엔터테인먼트’ 등 유시시를 제작한 이시몬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유시시를 제작한다. 그런데 방송사 사이트에서만 한다면 그런 재미가 제약받을 것”이라고 했다.

방송사와 인터넷 업체 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유시시 저작권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보호센터의 조일출 팀장은 “유시시 저작권 문제는 음악 저작권 분쟁처럼 장기화될 수 있고 서로 소모적인 싸움이 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확대집중관리제도 등 필요 = 저작권 문제는 유시시 활성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다. 유시시 전문사이트 업체인 판도라티브이는 5분 미만의 방송 동영상은 합법화하는 인용권 개념 도입과, 방송사와의 광고료 수익 배분을 제안하고 있다. 이 업체 황승익 이사는 “5분 미만의 영상물은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며 “이것 때문에 해당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것도 아니고 (방송사쪽에도) 홍보효과가 더 크지 않은가”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의 영상물을 적법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대희 교수는 “저작물 이용허락표시(CCL)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시엘을 통해 타인의 저작물을 5분 한도에서 자유롭게 사용하고, 인터넷 업체는 저작권자에게 이용료를 지급하도록 하자는 얘기다. 이러려면 인터넷 업체들이 남의 저작권을 이용하는 상황을 관리하고 과금 문제를 해결할 확대집중관리제도가 필요하다. 현재 음악저작물, 어문저작물 등에 대해서는 집중관리 단체가 있지만, 방송물과 관련해서는 이런 단체가 없다.

정부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유시시 저작권 가이드라인을 4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고, 정보통신부는 저작권 보호와 유시시 활성화를 위한 디지털 콘텐츠 식별체계(UCI) 제도 도입 등을 준비중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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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지난 16일 저녁 경북 문경의 <에스비에스> 드라마 ‘연개소문’ 촬영장에서 병사, 백성으로 출연하는 보조출연자 40여명이 밀린 출연료를 달라며, ‘고구려 의상’을 벗어던지고 시위를 벌였다. 이 때문에 촬영은 2시간 동안 중단됐다.
이들이 지난 2일까지 받기로 한 출연료 총액은 모두 1억4천만원이다. 이 중 1억원을 보름이 지나도록 받지 못한 것이다. 이들은 이날 4천만원을 우선 받고서야, 다시 ‘병사’와 ‘백성’으로 돌아가 야간촬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돈은 이날 촬영 현장에 있던 보조출연자에게만 돌아갔을 뿐이다. 19일에도 출연료 일부가 들어왔지만, 아직도 보조출연자 30여명은 밀린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조출연자들이 출연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것은 제작사의 재정난 때문이다. ‘연개소문’의 외주제작사인 디에스피엔터테인먼트의 서주상씨는 “대규모 전투장면인 ‘안시성 전투’ 2회분을 촬영하는 데 5~6회분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등 제작 초반부의 주요 전투장면에 돈을 쏟아부어 후반부로 갈수록 재정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씨는 “사극은 워낙 보조출연자가 많아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제작사가 아무리 쪼들려도 배우들은 꼬박꼬박 출연료를 받는다. <문화방송> 드라마국의 한 조연출은 “배우들은 한 명만 촬영을 거부해도 제작이 중단되기 때문에 제작사들은 배우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며 “결국 드라마 제작 구조에서 가장 약자인 보조출연자와 스테프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연개소문’의 한 보조출연자는 “주요 배우들이 한 달에 받는 출연료가 수십명의 보조출연자들이 받는 출연료보다 많다”며 “출연료에 생계가 달려 있는 보조출연자들의 돈을 먼저 챙겨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제때 지급된다 하더라도 보조출연자들의 출연료는 너무 낮다. 새벽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꼬박 12시간을 일하고 받는 돈은 3만6천원이다. 대부분 촬영장이 지방이기 때문에 촬영 전날 밤 12시께 방송사에 모여 3~4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움직여야 하지만, 이동시간에 대한 보상은 없다. 새벽 6시 촬영이 시작되기 전 분장하고 의상을 챙겨 입으며 대기하는 1~2시간에 대해서도 대가가 없다.

지난해 12월 설립된 서울지역 보조출연자 노동조합은 제작사와 보조출연자 파견업체를 상대로 출연료를 여름철 5만400원, 겨울철 7만5천원으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계순 노조위원장은 “허허벌판에서 촬영할 때는 임시화장실도 없고, 의상도 제대로 빨지 않아 냄새가 나는 등 기본적인 환경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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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연초부터 매스컴에 UCC(사용자제작콘텐츠) 바람이 불었다. 이때의 콘텐츠란 전적으로 동영상만을 의미한다. 인터넷 속도도 빨라지고 스토리지도 대형화되고 있는 데에다 디지털동영상 제작 환경이 대중화되었으니까 자연스러운 추세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추세에 참여니 민주주의니 자못 심오한 분석을 덧붙이는 것에는 닭살이 돋는다. 웹2.0을 거론하면서 웹(인터넷)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도 말하는데 이것 역시 참여와 민주주의의 태그를 매달고 있다. 유행하고 있는 것은 UCC가 아니라 참여민주주의인가?

연초 UCC 바람의 효시를 이룬 지난 해 말의 <타임> 선정 그 해의 발명품과 인물은 유투브와 ‘유(You)’ 바로 당신이었다. 방점이 찍힌 쪽은 당연히 유가 아니라 유투브다. 타임은 UCC의 만개에 디지털민주주의의 개화라는 멋진 말을 붙여 ‘유’의 손을 들었지만 인터넷이 등장한 이래 ‘유’는 콘텐츠의 제작을 멈추어본 적이 없었다. 인터넷은 늘 당신의 콘텐츠로 홍수를 이루었으니까 이게 민주주의 개화의 이유라면 뜬금없이 2007년을 앞두고야 <타임>의 찬사를 받을 이유가 없었다. 결국 <타임>이 지목한 당신이란 ‘유투브에 정력적으로 동영상을 올려대는 당신들’을 의미했다. 이건 어떤 당신인가? 유투브란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에 현혹되어 금융자본과 결탁한 거대자본 야후가 16억5천만 달러를 지불했다는 인터넷 벤처업계의 오래된 신화에 새로울 것도 없는 신화 하나를 더 보태준 당신들이다. 멀리 돌아볼 것도 없다. 유투브의 성공신화를 모방해 동영상 바람이 불고 있는 우리네 인터넷의 동영상 바람이 수익모델의 창출에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은 화제의 주인공인 사용자제작동영상이 결국 돈벌이 수단에 대한 관심 이상이 아닌 것을 반증한다.

이건 한편으로 좀 딱한 일이다. 한때 눈을 뜨면 새로운 신화 하나가 탄생하던 이 꿈의 업계에서는 유투브 정도의 아이디어가 아무것도 아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유투브 정도에 16억5천만 달러를 지불할 만큼 꿈이 희소해졌다. 상상력(꿈)이 빈곤해진 꿈의 세계에 그나마 최근의 성공으로 기록된 것이 유투브, 플리커, 딜리셔스가 만들어낸 (비즈니스)모델인데 요약한다면 이것들은 참여를 상품화한 모델이고 웹2.0의 실체이기도 하다. 결국은 독점자본의 블랙홀로 빨려들어가 이윤의 창출에 기여할 이 모델을 두고 민주주의 개화로 포장한다면 민주주의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므로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음험하기는 매한가지다.

인터넷의 거대독점자본이 끊임없이 참여를 모색하고 부추기며 선동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구글과 야후, 네이버, 다음과 같은 검색서비스 자본들은 이런 종류의 참여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된 콘텐츠와 데이터에 의해 유지되고 성장하는 자본들이다. 정보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이들의 독점력은 심화되며 수익성은 높아진다. 이때의 참여란 질보다 양이 우선이다. 정보의 양이 늘어날수록 검색의 중요성은 비례해서 높아지며 순위의 결정력은 강화되는데 그 순위는 (광고수입가 같은)자본의 이익에 의해 결정됨으로써 이윤을 창출한다. 이게 웹2.0 시대에 참여가 만개하는 원동력이다. 결과는 10년 전 움베르토 에코가 퍼부었던 악담대로 인터넷은 쓰레기더미가 되어버리고 그 위에서 피어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점자본이 가꾸는 악취 풍기는 이윤의 장미일 뿐이다.

인터넷에서 민주주의의 현주소는 질식 직전이다. 인터넷이 등장한 이래 기술독점자본의 출현과 독점의 강화는 꾸준히 이 세계의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억압하기를 멈춘 적이 없었다. 다중의 민주주의적 본성은 거미줄(웹)을 따라 이합집산하며 변증법적으로 발전하기보다는 자본의 토목으로 건설된 광폭, 고속의 하이웨이를 따라 정해진 방향으로 등을 떠밀려 왔다. 이 하이웨이에는 단지 몇 개의 톨게이트만 존재할 뿐이어서 인터넷의 공민들은 통행료를 징수당하지 않으면 빠져나갈 출구를 찾을 수 없다. 이른바 거미줄 네트의 민주주의적 가능성은 이렇게 지난 20년 동안 축소일로를 달려왔다. 이제 인터넷은 독점의 논리가 지배하는 거대한 닭장이다. 이 닭장에서 닭들에게 허용되는 것은 매일매일 (수익)의 알을 낳아주는 일이다.

인터넷에서 자본의 독점이 강화되는 구조는 서버-클라이언트로 표현되는 집중, 검색으로 귀결되는 대규모 데이타베이스의 축적일 것이다. 이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인터넷에서 민주주의를 모색할 수 없다.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구글적인 참여가 아니라 P2P적인 수평적 소통의 확대이다. P2P에 대한 독점자본의 과도한 적대감은 이윤의 기회를 훔쳐가기 때문이 아니라 이념적으로 자신들이 소망하는 종류의 참여에 저항하기 때문이다.
 
검열은 민주주의에 있어서는 이제 일상적인 위기인데 구글과 야후,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순위는 저강도의 검열이며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정보의 차단이란 고강도의 검열 또한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위기이다. 웹2.0의 가장 건강한 모델인 위키토피아조차 그 앞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중국이 인터넷의 목을 대단히 효율적으로 조르고 있는 것을 상기할 만 하다. 이래저래 인터넷에서의 민주주의는 개화하기는커녕 위기의 수렁에 빠져 있다. 소극적인 저항의 형태로 참여를 거부하는 운동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당신이 아닌 우리들. 알 낳기를 멈추고 닭장을 빠져나갈 궁리에 몰두해보자. 특히 기술자들의 분발이 촉구된다.

유재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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