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팬데믹 패닉


 

슬라보예 지젝의 책 중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던 책들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책들을 읽어보겠다, 도전했던 나. <팬데믹 패닉>은 다르다. 혹 이런 나처럼, 슬라보예 지젝을 읽으려다 실패한 분이 있다면, 지젝은 나랑 안 맞아, 생각했던 분이 있다면, 적어도 이 책은 괜찮습니다소극적으로나마 추천드린다. 지젝을 어려워하는 어떤 사람이라도 이 책은 술술 책장을 넘길 수 있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전 세계적 공포와 대처 방식에 대해 이미 일정량의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표현대로 우리는 한 배에 탔다. 우리는 한 배를 타고 있고, 슬로베니아의 철학자인 슬라보예 지젝과 한국의 독자인 나는 운명 공동체이다.

 

코로나로 촉발된 뉴노멀 세상에서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아무래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코로나 관련 책들은 대부분 경제경영, 구체적으로는 마케팅, 세일즈 부분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카테고리대로 말하면 현대철학, 사회과학, 비평/칼럼, 인문 비평에 속하는 글이라서 혹 현실세계에서의 구체적인 도움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현명한 선택이 아닐 수도 있음도 알려드린다.

 


우리 모두의 은밀한 소망은, 우리가 내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언제 끝날 것인가, 그저 그것 하나뿐이다. 하지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진행형인 감염병이 생태주의적 재난의 새로운 단계를 공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177)



점심메뉴의 무게움과 만나기만 하면 인정사정없이 싸워 대는 중딩고딩과의 혈투를 내일로만 미룰 수 없음을 깨달은 건 5월 말. 그 때쯤에야 비로소 알았다. 지젝이 말한 그대로다. 끝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삶, 새로운 문화, 새로운 생활,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가야 할 것이다. 슬프게도. 서둘러.

 



 














2.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구립도서관에서 주관하는 인문학 강좌를 신청했다. 리딩리스트도 괜찮았지만, 무엇보다 비대면 강의라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용기가 안 나 신청을 취소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덜컥 단체 카톡방에 초대되었는데, 그 방에 교회 구역식구가 두 명이나 같이 초대된 걸 알게 됐다. 이번에는 단톡방을 나갈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덜컥 시작하는 날이 되었고, 설상가상 강의는 일방향 수업이 아니라 실시간 (모니터) 대면 강의라는 걸 알게 됐다. 강의 40, 쉬는 시간 10, 토론 60분의 구성 역시 내가 전혀 모르던 바이어서 첫 시간에는 읽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디오도 켜지 않고 수업을 들었다. 두 번째 수업부터는 어쩔 수 없이 마이크를 켜고 비디오를 켰다. 매주 목요일 오전, 2시간이상 수업 참여가 가능한 전업주부들, 3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의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쉽지 않은 텍스트를 열심히 읽고 별점을 주고 의견을 나누는 모습들이 너무나 진지하고 열정적이어서 한 번 더 놀랐다. 감동을 받았다. 알고자 하는, 말하고자 하는 그녀들을 보면서 감동받았다.

 

이번주의 책은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이다. 언론의 무자비한 폭력을 통해 성실하고 평범한 한 사람이 어떻게 살인범의 정부’, ‘테러리스트의 공조자’, ‘음탕한 공산주의자가 되어 가는지 이 책은 찬찬히 보여준다. 이런 설정은 너무나 흔한 것이어서 정치적으로 읽어야 할 이 책이 오히려 비정치적으로 읽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게 된다. 조국 전 장관과 김경수 도지사에 대한 재판, 유시민 이사장에 대한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 의혹을 통해 확인되듯, 어제도 오늘도 카타리나 블룸은 만들어진다’. 내가 카타리나 블룸이 되지 않는 한, 블룸의 이야기는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블룸이 되는 바로 그 순간, 그 때 사람들은 아무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언론은, 하이에나와 같은 무자비한 언론은 멈추지 않는다. 클릭수를 위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미친 폭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3. midnight sun  

 

트와일라잇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새로 출간된 이 책이 금세 베스트셀러가 되는 걸 보면 대중의 관심이라는 측면에서는 일정 정도 성공한 듯 하다. 인간 존재의 심오함이나 부정할 수 없는 교훈, 아름다운 문장을 찾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관심이 없을 테지만, 나는 이 시리즈를 읽을 때의 말랑말랑한 감성이 좋아 예약구매를 신청했다. 출간을 알자마자 바로 구입했어야 하는데, 살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같이 읽을 사람 1인을 확보하고 다음날 아침 교보문고에 들어갔더니 강남점에 6, 잠실점에 3권이 있지만 인터넷주문은 안 된다는 안내가 뜬다. 그래? 그럼 나 오늘 출동하는 거야? 하면서 <바로드림>을 신청했더니 이번에는 재고부족으로 판매불가라 한다. 결국 10여권이 있었으나 부지런한 독자들에게 모두 판매되었고, 나처럼 게으른 독자는 2차분을 기다려 한다는 말씀. 책은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오는지 알라딘도, 그래24, 교보문고도 모두 8 26일 출고예정이라 한다. 26일 이라면. 이 여름이 다 지나고 나서야 읽을 수 있겠다. 오늘의 교훈, 사고 싶은 책은 바로바로 사자. 오늘 살 책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4. 한나 아렌트의 말 /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이번주 책을 읽었으니 이제 이달의 책을 읽을 차례다. 준비물 정렬 완료. , 커피, 그리고 에이스. 28쪽이라 꼴등이라 한다. 지금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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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8-12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란하다 이 모든 풍경들과 반짝반짝거리던 그대의 100자평❤️💙💃🏻🙏🏻😊

단발머리 2020-08-12 20:25   좋아요 0 | URL
푸핫!!! 오늘은 비도 안 오고, 해도 활짝 나서 종일 상쾌했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수연님^^

다락방 2020-08-1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풍경이네요! 화이팅!!

단발머리 2020-08-12 21:26   좋아요 0 | URL
멋진 풍경에서 제일 빛나는 친구는 저기저기 파란옷 입은 친구입니다 ㅎㅎ

블랙겟타 2020-08-12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롱이가 무릎을 탁(!) 쳤다는 그 책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를 보니 제가 작년에 러시아 여행갔을 때 하바롭스크에서 김알렉산드라가 일했던 건물을 지나쳤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일반 상점건물로 쓰이고 있지만요.. 그나마 김 알렉산드라를 기억하는 동판이 남아있어서 ‘아 여기가 그 곳이구나‘라고 알 수 있었어요. 한국도 북한도 신경을 안쓰는 처지라 동판이 교체되는 과정에서는 본명인 ‘김 스탄케비츠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가 아닌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쿰 스만케비치‘라고 잘못 쓰여져 있어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단발머리 2020-08-12 22:32   좋아요 1 | URL
겟타님 댓글 읽으니까 너무 실감나고 좋은데 안타깝기도 하네요. 러시아 땅이니까 우리나라에서 신경쓸수도 없을 테고요.
근데 김알렉산드라의 이름이 한글로 쓰여있나요? 그렇지 않겠죠? 겟타님이 동판 보고 이렇게 한글음역 하신 거예요?
겟타님 완전 달라 보입니다! 멋져요!!

레삭매냐 2020-08-12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타리나 블룸과 에이스 크래커의
잔향만이...

비대면 시대의 온라인 강의라 -

예상하지 못했던 바이러스의 창궐
이 전 세계의 노멀을 바꿔 버리네요.

단발머리 2020-08-12 22:25   좋아요 1 | URL
비대면 강의인데 참가하시는 분들의 열의가 넘 뜨거워서 전 핸드폰을 저 멀리에 두고 수업에 임한답니다. 새로운 경험이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에이스는 사랑입니다.

페크pek0501 2020-08-14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아직도 읽지 못해 이번에 구입하기로 했어요. ㅋ

단발머리 2020-08-15 15:38   좋아요 0 | URL
네~~ 정말 현명한 선택이십니다.

공쟝쟝 2020-08-22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팬데믹 패닉!!! 지젝지젝!!! (꺅 지젝이래) 저도 그 책 있고요... 눈물의 야근땜에 미뤄뒀지만 이번엔 도전 할꺼예요~~~*^^

단발머리 2020-08-24 17:52   좋아요 1 | URL
공부란 무엇인가, 먼저 읽으시는 거 아니었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 책 금방 읽을 수 있더라구요.
이 책이 쉽고도 제 맘에 드는 제안이 여럿 있어서 지젝이 좋아질려고 해요^^
 



















페스트 마지막 질문입니다, 프라우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독일에서 출판하지 말라고 충고한 사람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들은 대중의 인식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같은 문구를 사용했어요. 그런 부정적인 영향이 정확히 어떻게 발생할 수 있었을까요?

 

아렌트 글쎄요, 유대인 단체들은 괴상한 불안감을 느끼는 게 분명해요. 그들은 사람들이 내 주장을 악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반유대주의자들이 바로 이거야하고 쾌재를 부르면서 비난받을 사람은 유대인들 자신이라고 말할 거라고 생각해요. 반유대주의자들이 그러기는 하죠. 하지만 내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그 안에 반유대주의자들이 이용해먹을 건 없어요. … (109)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출간 즉시 유대인들과 비유대인들 모두에게 비판과 비난을 받았다. 그 책이 독일의 국가적 범죄와 독일인들의 잔인함에 대해 면죄부가 될 거라는 유대인들의 호소가 완전히 설득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몬 베유가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에서 그처럼 한나 아렌트를 강하게 비난할 수 밖에 없는 근거는 어찌 되었든 그 책에 있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는 아우슈비츠 생존자들의 심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의 감정은 양가적이다. 자신들을, 자신의 민족을 절멸하는데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했던 독일 정부와 독일인에 대한 증오가 한 쪽 면이라면, 극한의 상황에서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결국 살아남은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가 다른 한쪽이다. 잔인한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은 프레모 레비를 제일 괴롭힌 질문, 결국 그를 죽음으로 내몬 질문은 그 자신의 것이었다.

 


다른 사람 대신에 살아남았기 때문에 부끄러운가? 특히, 나보다 더 관대하고, 더 섬세하고, 더 현명하고, 더 쓸모 있고, 더 자격 있는 사람 대신에? 그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한나 아렌트는 스스로를 유대인 카테고리 바깥에 둔 것처럼 느껴진다. 그는 유대인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철학자로서, 지식인으로서 당시의 역사적 상황에 대해 한 발자국 떨어져서 판단했기에, ‘악의 평범성이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여성주의에 대한 그녀의 입장 역시 그렇게 보면 쉽게 이해된다. 비판적 사유를 추구했던 정치 이론가, 사유하는 것에 대해 늘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사유한다는 말은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고,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것은 늘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거예요. 실제로 모든 사유는 엄격한 법칙, 일반적인 확신 등으로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건 기반을 약화시켜요. 사유하다가 일어나는 모든 일은, 거기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건 비판적으로 검토할 대상이 돼요. (179)

 


『한나 아렌트』를 읽을 차례이고,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을 한 번 더 읽을 예정이다.

















 

<파리로 망명하던 해의 한나 아렌트, 1933> 





다시 말할게요. 중요한 점은 간단히 말해 내가 하고픈 말을 하고 출판할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예요. 이웃들이 나를 감시하느냐 하지 않느냐 여부예요. 자유라는 용어는 항상 ‘반대할 자유‘를 의미해요.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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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8-10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나 아렌트, 세번의 탈출을 읽어야겠네요. 장바구니에 넣어야지.

단발머리 2020-08-10 08:42   좋아요 0 | URL
열 네살의 한나가 칸트 읽는 이야기의 그림을 저는 무척 좋아합니다. 다락방님도 좋아하실 거예요^^

다락방 2020-08-10 08:49   좋아요 0 | URL
으앗 제가 그것에 대해서도 쓴것 같은데.. 찾아봐야겠어요.

단발머리 2020-08-10 08:56   좋아요 0 | URL
열 네살에 칸트 읽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에는 이렇게 써 있더랬죠.

14살이 될 무렵, 나는 칸트의 저서를 전부 섭렵했다. 하지만 답을 모르는 일들은 여전히 있었다. 그래서 칸트가 읽은 책들까지 모조리 읽어보기로 했다.


칸트가 읽은 책도 읽기로 했대요. 하하하! 다락방님의 <한나 아렌트> 글은 제가 또 어젯밤에 다시 한 번 1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0-08-10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나 아렌트 이번 기회에 다락방님과 단발머리님 도움 받으면서 읽어봐야겠어요. 근데 칸트.... 는 힘들 거 같은데요

단발머리 2020-08-10 09:34   좋아요 1 | URL
전 한나 아렌트도 쉬운 거 아니면 사실 자신 없어요ㅠㅠ 수연님이 <인간의 조건> 읽고 이야기해주면 그걸로 만족할래요.
칸트요? 칸트가 누구세요? 🤗

수이 2020-08-10 09:40   좋아요 0 | URL
싫어요 우리 만족하지 말아요, 우리에게 만족이란 물체화된 성과를 이룬 후 일차적으로 허용해봅시다. 일단 말부터 읽을 준비 :)

단발머리 2020-08-10 09:41   좋아요 1 | URL
물체화된 성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를 꼭 이룹시다!
뭔지 모르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0-08-10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0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0-08-22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판적이기는 참여적이기 보다 쉽지만 일관적으로 끝끝내 전일적으로 비판적이기는 참여적이기보다 어렵지요. 그 일관됨. 저는 아직 그를 만나지 못했지만, 서재분들 이야기속 아렌트를 만날때는 정말 좋아요. 일관됨

단발머리 2020-08-24 17:54   좋아요 1 | URL
전 서운한 감정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럴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그러니까 한나 아렌트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어찌됐든 그녀는 보통의 사람이 아니어서, 한발짝 두발짝 더 떨어져서 상황을 보고 있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들고요.
 

















순간, 그리고 또 하나의 순간이 지나쳐간다 

시간은 이제 과거가 되었고
나는 서울에 있다
돌아왔다, 내가 있던 예전의 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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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7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9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9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9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9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9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9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9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책 살 때
2.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갈 때
3. 도서관에 상호대차 받으러 갈 때
4. 도서관에 신착도서 구경갈 때
5. 커피사러 밖에 나갈 때

나는 성격 급한 사람.


1. 청소할 때
2. 설거지할 때
3. 빨래 개켜 정리할 때
4. 분리수거 나갈 때
5. 음식물쓰레기 버리러 나갈 때

나는 세상 느긋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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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7-28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진 너무 좋다. 나보코프 문학 강의 책 읽으면 꼭 감상 써주세요. 궁금해요. 음..그냥 살까요?
아무튼 성격 급한 단발님도 느긋한 단발님도 좋습니다.
근데 저 커피 뭐에요? 달달할 것 같은데!

단발머리 2020-07-28 15:40   좋아요 0 | URL
일단 저 너무 읽고 싶어서 빌려오기는 했는데.... 저 책 읽으면 나보코프가 다루는 책들도 다 읽고 싶을거 같아서요. 너무 좋은데 좀 두렵네요. 672쪽이네요ㅠ 저 커피는 메가커피 큐브라떼입니다. 큐브 두 개가 있는데, 그게 에스프레소 얼음이라 녹아서도 커피가 많이 연해지지 않는다고 해요. 완전 달지는 않지만 라떼보다는 달지요. 하하하!

다락방 2020-07-28 16:06   좋아요 0 | URL
큐브라떼 라는 거 처음 들어요. 그런게 있군요!!
아, 우리 기차 같이 타면 사이좋게 커피 하나씩 들고 도란도란 이야기할 수도 있을텐데 아쉽다.

근데 672쪽이라니... 너무...너무하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도 사야겠어요, 8월달에.

단발머리 2020-07-28 17:13   좋아요 0 | URL
저도 그게 아쉬워요. 기차 타고 가는 시간이 또 얼마나 고소하고 재미날텐데요ㅠㅠㅠ
672쪽 중에 34쪽 읽은 감상으로는 아주 재미있어요. 고급스러운 재미^^

수이 2020-07-28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보코프 벌써?! 진짜 번개 ⚡️ 같은 스피드!!

단발머리 2020-07-29 10:48   좋아요 0 | URL
제가 설거지하려다 말고 머리만 감고 마스크 쓰고 막 초스피드로! 있죠 그런거, 초인적 스피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0-07-28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LTE! 전 일단 책이 손 안에 들어오면 세상 느긋해져서 천천히 읽어요;;;;

단발머리 2020-07-28 15:40   좋아요 0 | URL
저 진짜 오늘 아침에 초인적이었어요. 모두 다 유부만두님 포스팅 덕분입니다! 이제 저 책 저희집에 있으니까, 저는 세상 느긋한 사람 될지도 모르겠어요^^

북깨비 2020-07-28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보코프 문학 강의 표지 너무 예뻐요. 그냥 표지보고 장바구니 직행합니다.

단발머리 2020-07-28 15:41   좋아요 1 | URL
구매를 위한 참 적절한 설명이시네요. 적극 공감합니다^^

비연 2020-07-28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사진을 보면.. 인생이 참 행복해지죠^^

단발머리 2020-07-28 17:42   좋아요 0 | URL
커피와 책의 조합은 사랑 그 자체죠. 앗! 블루베리머핀 빠졌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이라는 것은 어떤 보이지 않는 공동체 도덕적 공동체- 안에서 성원권을 갖는다는 뜻이다. … 반면에 어떤 개체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회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며, 그에게 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31)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태아는 분명히 인간이지만 사회 안에 들어오지 않았기에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노예는 일생 동안 사회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기에 평생을 태아 상태에 머문다. 한번도 태어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노예는 실종자이고, 사회로부터 추방되어 법적으로나 의례적으로 온전한 사람이 아니며, 얼굴이 없기에 지켜야 할 체면 또는 명예가 없다. 마지막으로 노예는 법적 인격을 갖지 못하므로 법률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물리적으로 분명한 윤곽을 갖는 객관적 실체가 아닌, 상호주관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인 사회 속에서 타인의 존재를 알아보고, 그가 나의 알아봄을 알아볼 수 있도록 내 쪽에서 존재의 신호를 보내는 것은 그의 사회적 성원권을 인정하는 의미를 가진다(58). 이에 대한 설명 중에 저자는 여성의 사회적 성원권을 부정했던 성리학적 세계관을 예로 든다. 여성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그 실존을 인정받지 못한 채로 존재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성리학적 세계관은 이미 막을 내렸고, 가부장주의는 이제 태고적 이야기라 치부되지만, 정말 그런가. 여성은 이 사회의 성원인가. 여성은 성원권을 소유하고 있는가.

 














여성은 농노 계급만큼 구조화된 계급이라는 모니크의 주장(『모니크 위티그의 스트레이트 마인드』, 100)을 남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걸 이해한다. 나도 그랬다. 나만 그런가.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의 강남순 교수님도 대학을 졸업하고 한참 동안 요즘 같은 시대에 여자라고 차별 받는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위 문단의 노예여성으로 고쳐보자.

 

노예(여성)는 실종자이고, 사회로부터 추방되어 법적으로나 의례적으로 온전한 사람이 아니며, (여성은) 얼굴이 없기에 지켜야 할 체면 또는 명예가 없다. 마지막으로 노예(여성)는 법적 인격을 갖지 못하므로 법률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여성은 출가외인(시집간 딸은 자기 집 사람이 아니고 남이다)이라, 결혼 후에는 친정에서 권리가 없다. 여성은 친정에서 없어진 사람이며 잃어버린 사람, 실종자이다. 얼굴이 없기에 지켜야 할 체면 또는 명예가 없다. 벙어리 3, 귀머거리 3, 장님 3년의 시간 동안, 그리고 그렇게 체득한 경험이 반복되는 동안 여성은 얼굴 없는 사람이다. 체면이 없고 명예가 없다. 여성은 재산의 소유를 포함해 모든 법적 절차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불과 150년 전만해도 미국의 기혼 여성들에게는 재산을 소유할 권리도, 계약할 권리도 없었다. 직장을 가진 기혼 여성의 임금은 법적으로 모두 남편 소유였다(http://www.nytimes.com/2001/08/09/business/09SCEN.html)


지금이 그런 세상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는 이 동영상을 추천하고 싶다. 방송 트렌드의 변화로 인해 실직자가 된 개그우먼들의 고민과 절망을 잔잔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그럴 수도 있겠다. 남자 개그맨의 수가 많으니까, 남자들이 더 잘하니까, 남자들이 더 웃기니까, 방송국에서 남자들을 찾는 거라고.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그럴 수는 없다. 모든 분야에서 남자가 더 잘 할 수는 없다. 잘하는 사람이 모두 다 남자일 수는 없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의료, 과학, 수학, 건축, 조각, 회화, 작곡 심지어 요리마저도. 모두 다 남자들이 잘할 수는 없다.

 


 

유리 에스컬레이터현상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영역이라고 알려진 분야에 남성이 진출했을 때 수적으로는 남성이 소수이지만, 결국 지도자적 위치에 자리 잡는 쪽은 다수가 남성임을 나타낸다. ‘유리 에스컬레이터현상은 여성의 경력단절을 촉진하며, 여성이 이루어온 업적을 경시하는 풍토를 당연한 것으로 자연화한다. 여성이 다수인 분야에 남성이 등장할 때, 비록 소수라 해도 사람들은 남성-지도자, 여성-구성원이라는 젠더에 관한 고정관념을 작동시킨다. 결론적으로 남성이 지도적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99)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으니 다르다,고 쉽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여기에 있다. 여성들은 매순간 유리 천장을 실감하고, ‘유리 에스컬레이터로 절망한다.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더 이상 도전하지 않게 되며, 문화의 이름으로 강요되는 요구에 점차 순응한다. 이는 농경문화가 시작된 역사적 시점부터 여성이 구조화된 계급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까지 이어진다. 여성에게는 성원권이 없다. 여성은 보이지 않는 채로 살아가야만 하고, 공공장소에서 보이는 여성들은 김여사, 된장녀, 개똥녀로 비난 받으며 마녀사냥의 희생자가 된다.(76) 여성은 사회 속에서 보이지 않아야 하며, 보이지 않는 여성이야말로 사회에서 인정 받는 좋은 여성이 된다.

 

나는 더 많은 여성들이 공적 영역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수의 정치가, 더 많은 수의 법률가, 더 많은 수의 CEO, 더 많은 수의 의사, 더 많은 수의 기자, 더 많은 수의 방송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외무부 장관, 법무부 장관, 국방부 장관, 청와대 대변인, 정당 대표, 시장, 도지사, 사장, 교장선생님, 기타 모든 협의회의 회장 등 리더의 위치에 더 많은 수의 여성이 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여성이 보이는 곳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전망은 다르다.

 


나는 여성의 지위 향상을 너무 과장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여성과 성공하지 못한 여성의 차이는 성공한 흑인과 성공하지 못한 흑인의 차이와 비슷하다. 그들은 결국 여성이며, 흑인인 것이다. 성폭행 당하는 여성의 수가 백인우월주의자에게 습격당하는 흑인의 수보다 더 많다는 점에서, 여성은 흑인보다 못한 처지라고 할 수도 있다. … 여성에 대한 사회적 환대는 여전히 조건적이다. 여성은 어디서나 모욕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으며, 멋진 옷과 가방도, 자격증도, 명패와 직함도 완전한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한다. 여성은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이등 시민이다. … 여성은 자리를 위한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 환대의 권리 환대받을 권리와 환대할 권리 는 그러므로 당분간 우리의 어젠다를 구성할 것이다. (294)

 


여성은 이등 시민이다. 스토커,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미성년자 강간, 화장실 몰래카메라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폭력을 비롯한 기타 다른 범죄에 비해 훨씬 더 가볍게 처벌되고 있지 않는가. 부부강간과 아내폭력의 희생자들은 국가와 사회 속에서 보호받고 있는가. 대로를 걷고 있는 여성에 대한 공격이 무차별적 폭행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성은 이등 시민이다. 여성은 사회 속에서 성원권을 획득하지 못 했다. 아직까지도.

 


감상은 페미니즘 관점에 집중됐지만, 전체적으로는 사회와 사람에 대한 통찰이 빛나는 책이다. 이런 훌륭한 책을 한국 사람이, 한국 여성이 저술했다는 데에 무한한 기쁨과 자부심을 느낀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번역자의 도움 없이 그의 모국어로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저자 소개 중 학술 논문에도 대중적인 에세이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실험하고 있다라는 설명이 무슨 말인지, 읽으면 바로 이해된다. 차분하고 날카로우며, 자세한 설명이 이어져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이런 저자를 알게 되어 기쁘다. 그의 또 다른 책을 만나고 싶고, 그의 새로운 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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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0-07-30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여러해 전 부터 꽂아놓고 모시고 있는 책인 데, 좋다더니 역시 좋을 것 같아요. 실현 될지는 모르겠지만, 휴가 도서 목록에 킵!해 놓게쒀요.. 무엇보다 우리말이자 여성저자라니. 단발님의 감상에 동화되고 싶어라라~

단발머리 2020-07-31 09:10   좋아요 1 | URL
우리말 여성저자에 대한 감격은 항상 새롭고 산뜻하지만, 이 저자는 특히 차분하면서도 논리적이라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휴가에 어울리는 책인지는 모르겠으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휴가 때는 잭 리처를 읽는 사람이라 말이지요.
좋은 독서 친구가 될 것은 확실합니다!!! D-3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