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큐 치에의 즐거운 혼술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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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코와 술> 시리즈의 작가 신큐 치에의 혼술 만화 에세이 출간. <신큐 치에의 즐거운 혼술>은 혼자서 술 마시는 팁, 술집 고르기, 숙취 해소법, 요리와 어울리는 사케 등이 나와 있다.
정보가 많거나 만화 자체가 막 재미있지는 않은데, 6권까지 출간, 여자 혼술 만화로는 독보적인 <와카코와 술> 팬이라면 미소 지으면서 넘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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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검은 밤 - 상
시바타 요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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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타 요시키의 <성스러운 검은 밤>은 BL이 결합된 형사 추리물이다.

범죄자 렌과 형사 아소 two top이 끌고 가는 소설인데, 상/하권 각각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만큼 다양한 인물 군상이 등장하고 스토리 구조도 다층적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두 남자 간의 사랑-이라는 금기된 코드를 다루다보니 굉장히 감상적인 장면이나 오글거리는 문장들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범죄와 술과 여자와 조직 폭력의 세계, 가끔 한없이 어두운 감상에 빠지고 싶을 때- 마구 추락하고 싶은 인물의 감정선을 잘 살렸다. 무척 대중적으로 소구될 만한 작품인데 아무래도 여성 취향이긴 하다.

평소에 BL물을 접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약간의 수위 있는 장면들이 나오긴 하고, 그런 데 거부감은 별로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작가에 대한 정보 없이 책을 읽었는데, 다 읽고 찾아보니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고양이 탐정 쇼타로> 시리즈의 작가다. 여러 풍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작가인 듯.

 

표지를 보면 BL 느낌이 살짝 난다. 아소는 미중년, 렌은 미청년 정도의.

 

 

사쓰키는 관찰하는 듯한 눈으로 시즈카를 보고 나서 후후 웃었다.
‘당신…… 행복하게 연애한 경험이 별로 없구나. 잘 들어. 남이 아무리 그릇된 믿음이니, 착각이니 옆에서 부르짖어도 진정한 연애에는 아무런 영향도 못 끼쳐. 누군가에게 완전히 푹 빠져서 모든 것을 걸 때는 자신의 느낌과 생각만이 진실인 거야. 그거면 돼. 연애는 그런 법이라고. 연애에 객관적 상황은 존재하지 않아. 연애는 원래 주관적이야. 어떤 의미에서는 착각이 연애의 본질이지. 당신은 속고 있으니 제발 눈을 뜨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여자가 남자에게 푹 빠져 있으면 착각 또한 진실이 되는 거야."
상. 176p

렌은 술을 빨리빨리 마셨다.
"뭐 마셔?"
아소가 묻자 렌은 집게손가락으로 카운터 뒤편의 선반을 가리켰다.
"와일드 터키라, 넌 버번위스키를 좋아하는군."
"고상한 술은 별로야. 퍼붓듯이 마셔도 숙취가 없잖아."
"왜 굳이 숙취를 겪어야 하는데?"
"일껏 술을 마셨으니 따끔한 맛을 봐야지."
아소는 웃으며 자신도 술을 한 잔 더 시켰다.
상. 468p

"당신도 마실래?"
아소는 술병을 받아들였다. 버번위스키였다. 병 주둥이에서 나무 탄 냄새가 향긋하게 풍겼다.
"포어 로제스(Four Roses) 플래티너잖아. 사치스럽기는."
"와인에 비하면 껌 값이지. 스와 씨는 미식가랍시고 와인만 마시는데, 어떨 때는 한 끼 식사에 마시는 와인 값만 코스요리 가격의 열 배는 된다니까. 기도 안 차지?"
"스와라는 남자는 고급을 추구하는 모양이군."
상. 517p

"다음번에 어디 여행이라도 가자."
남자가 뜬금없이 그런 말을 꺼냈다.
"온천 어때? 나 여자랑 온천 가서 맛난 요리를 먹는 게 꿈이거든."
이 남자는 모든 면에서 류타로와 정반대로 보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되는대로 말하고 행동하며, 이쪽 사정은 제대로 생각해 보지도 않고 어린아이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한다. 남편이 당직을 서는 밤에도 외박하지 못하는 여자에게 온천 여행을 가자니 너무 생각이 없다 싶어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적어도 이 남자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남자와 시간을 보낼 때가 제일 편안하다.
하. 1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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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에의 심야상담소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홍미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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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등 트릭과 심리를 결합한 추리소설을 주로 쓰는 이시모치 아사미는 한때 즐겨 읽었던 작가 중 한 명. 2016년 발간된 가장 최신작인 <나가에의 심야상담소>는 그 전의 작품들에 비해 좀더 잔잔한 톤이다.

강렬한 심리묘사와 증오를 기반으로 한 살인 추리물이 장기인데, 이번 작품은 일상 미스터리에 가깝다.

절친 3명이 밤마다 지인 1명씩을 초대하여 술과 요리를 즐기며 수다를 떨다가, 지인의 이야기 속에서 뭔가 미묘한 지점을 포착한다는 패턴의 옴니버스 소설. 안락의자 탐정소설 계열에 가까운데, 추리라고 하기에는 좀 어설플 수도 있고 심리 추리에 가까워서, 제목을 그렇게 지은 듯.

일본판 원제는 'R이 들어간 달을 조심하세요'인데, 굴을 먹기에 좋은 달(R이 들어가지 않은)과 연관된다. 이 제목이 작품 성격에는 더 맞는 것 같다. 각 에피소드마다 달라지는 술과 요리의 조합, 싱글몰트 위스키와 생굴, 브랜디와 메밀팬케이크, 시즈오카 사케와 볶은 은행 등은 읽기에 즐거움을 더해준다. 

절친 몇 명과의 소소한 술자리가 가장 즐거운 법인데, 그 3명의 성별이 여러 편을 읽어야 판명된다. 이건 좀 아쉬움.

 

사극 드라마처럼 무언가를 계속하도록 유지하려면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 좋다. 거기에 약간의 강약을 더하면 밑바탕은 같아도 싫증나지 않는다.
나가에 다카아키와 구마이 나기사, 그리고 나 - 유아사 나쓰미의 술자리도 마찬가지다. 대학 시절부터 술친구였던 우리는 학교를 졸업하고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모여서 술을 마셨다. 다만, 우리 셋이서만 마시면 재미가 없으니 최근 몇 년간은 손님을 초대하고 있다. 손님이 오면 다른 화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새로운 즐거움이 싹튼다.
1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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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대망의 다크 타워 시리즈 5 ‘칼라의 늑대들‘ 상,하권 출간. 다크 타워 1이 국내 출간된 게 2009년이니까 참 띄엄띄엄 나온다. 그래도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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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반윙클의 신부
이와이 슌지 지음, 박재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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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슌지 감독의 <립반윙클의 신부>는 영화로 먼저 보았다.
일드 '중쇄를 찍자'의 여주인공을 맡기도 했던 쿠로키 하루의 연기가 눈에 띄었다.
3시간 러닝타임. SNS 문제를 건드리며 결혼 생활을 다루는 전반부는 흥미로웠으나, 후반부는 좀 화가 나서 볼 수가 없었다.

 

이와이 슌지가 직접 쓴 원작 소설은 어떨까 궁금해서 소설로 읽기로.
주인공 미나가와 나나미라는 인물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고구마를 먹이는' 암 유발 캐릭터다. 인생과 운명에 수동적이라는 의미에서.
SNS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을 유려한 이야기로 엮어냈고, 부분적으로 미려한 감정 묘사가 돋보이는 소설이었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나 플롯은 아쉬웠다. 원래 비극은 인물의 타고난 성격으로 스토리를 끌고 가긴 하지만, 나나미의 경우는 좀 극단적이다.
주인공은 끝까지 자신이 왜 그런 처지에 몰렸는지 모르는데, 그 뒤에는 타인의 계산과 조종이 움츠려 있다.
상업적으로는 흥미로운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다 읽고 나도 뭔가 찜찜함이 남는다.
그래도 영화와 달리 소설이라 끝까지 읽을 수는 있었다. 나름의 매력도 분명히 있고.
 

 

미나가와 나나미. 1992년 4월 1일생.
4월 1일에 태어난 사람은 민법상 빠른 태생이다. 게다가 이날은 만우절이다. 누구에게나 거짓말이 허락되는 특별한 날이다.
18p

가뜩이나 결혼이란 이상한 관습이다. 특히 여성에게 결혼은 마치 어떤 벌처럼 느껴졌다. 정든 장소를 버리고, 과거를 버리고, 이름까지 버리고, 믿어도 되는지 확실히 알 수 없는 남성에게 인생의 전부를 맡긴다. 이게 범죄자라면 얼마나 나쁜 짓을 해야 이런 벌을 줄 수 있을까?
82p

"제가 마음만 먹으면 미나가와 씨도 한시간 안에 저한테 빠져들 걸요?"
"자신감이 대단하시네요."
"자신감 같은 게 아니에요. 미나가와 씨가 저한테 빠진다면 그건 제 탓이 아닙니다. 당신 스스로 빠져든 거니까요."
"무슨 말이에요?"
"본인한테 그런 마음이 있으니까 빠지는 거라고요."
103p

"이 세상은 사실 행복으로 가득 차 있어. 모든 사람들이 잘 대해 주거든. 택배 아저씨는 내가 부탁한 곳까지 무거운 짐을 날라 주지. 비 오는 날에는 모르는 사람이 우산을 준 적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쉽게 행복해지면 나는 부서져 버려. 그래서 차라리 돈을 내고 사는 게 편해. 돈은 분명히 그런 걸 위해 존재할 거야. 사람들의 진심이나 친절이 너무 또렷이 보이면 사람들은 너무 고맙고 또 고마워서 다들 부서지고 말걸? 그래서 모두 돈으로 대신하며 그런 걸 보지 않은 척하는 거야. 나나미,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 부서져 버릴 것 같아."
2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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