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쿠타 미츠요, 무심하게 산다 : <종이달>의 작가 가쿠타 미츠요는 에세이도 잘 쓴다. 하지만 이 책은 중년의 문제를 너무나 가볍게만 다뤄서 좀 시시했다.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만>과 같은 컨셉.

황선도,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 '해양생물학자가 바다에서 길어올린 인문학 성찬'이라는 홍보문구에 혹해서 구입. 해산물 마니아로서 그것들의 역사와 이력이 궁금해서.

와타나베 유코, 내가 좋아하는 조리도구와 식재료 : 일본 요리연구가 선생이 쓴 책인데 사진과 글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소소한 조리도구들을 구경하는 즐거움.

미야베 미유키, 희망장 : <누군가>, <이름 없는 독>의 스기무라 탐정이 드디어 탐정사무소를 냈다. 너무나 애정하는 시리즈.

마거릿 밀러, 내 무덤에 묻힌 사람 : 로스 맥도널드의 부인이자, 가정 스릴러의 선구자로 꼽히는 여성 작가. <엿듣는 벽>도 재미있게 읽어서 기대 중.

이승우, 사랑의 생애 : 5년만의 신작이라고 하는데 사랑을 본격 탐구하는 소설이라, 갑자기 궁금해졌다.

전석순, 거의 모든 거짓말 : 서점에서 앞부분을 넘겨볼 때는 분명 매력적이었는데, 읽다보니 피로감이 더해지는 소설이다. 이야기가 아니라 진술 같다.

공지영,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 공지영 작가의 단편 모음집. 주말에 휘리릭 읽었는데 펴낸 지 오래된 단편들이 많아서 의아했다. 따로 리뷰를.

마거릿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특별판) : 황금가지에서 2002년에 나왔던 책을 리뉴얼한 특별판. 이 책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아름다운 장정으로 재발매되었다.  

이기호,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 이기호의 가족 소설. 약간은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한다. 딸이 제목을 보더니 '큰일이야 엄마. 동생 버릇이 여름까지 가면 어떡해??"라고 물어본다. 그래서 원래 속담은 '여든까지'라고 정정해줬다.


요즘 책이 부쩍 잘 읽힌다.

여름이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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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쇄를 찍자 1
마츠다 나오코 지음, 주원일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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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본 만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한다는 것은,-이라는 물음에 제법 현실적이고 그러면서도 꿈 같은 이야기를 그려낸
만화 <중쇄를 찍자>는 유도선수 출신의 신입 여직원 이야기다.
그러니까 낡아빠진, 다소 힘빠진 출판업계에 운동선수 특유의 기합이 잔뜩 들어간, 뭘 아무것도 모르지만 열정과 성실성으로 극복하는 여자애의 이야기는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만화책도 많이 팔렸고,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일드에서는 쿠로키 하루가 주연을 맡아 캐릭터를 잘 살렸다는 평이다.  

만화 편집자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실질적인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을 듯. 약간의 로망은 벗겨내고 봐야겠지만.
비슷한 소재의 <바쿠만>이 전형적인 열혈 소년만화라면, <중쇄를 찍자>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호소하는 측면이 있다.

  

 

 

 

 

만화가가 자유롭게 그리게 놔두면 어떡하냐! 그리고 싶은 장면밖에 안 그린단 말이다.
그리고 싶지 않은 수수한 컷이 쌓이고 쌓여서 겨우 도달하는 게 ‘이야기‘야.
그리는 사람의 괴로움은 독자의 기쁨과 비례하는 법이야.
그 작품을 가장 높은 퀄리티로 끌어올리는 게 우리 편집자의 일이다.

누구보다 늦게 출근해서! 누구보다 빨리 퇴근하고!
해뜰 때까지 술이나 퍼마시고! 그런데도 잡지는 미친 듯이 팔렸지!!!
지금은 완젼 반대야!!
어째서 이런 시대에 편집장이 되어버린 거야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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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체온증 에를렌뒤르 형사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 지음, 김이선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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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의 신작 <저체온증>이 엘릭시르에서 출간되었다. 호숫가에서 한 여자가 자살을 하고 형사는 그 주변을 조용히 수사해 나가기 시작한다. 아픔을 가진 사람을 물고 늘어지는 솜씨는 여전하고 탐문수사에서 만나는 각양각색의 인물 군상들이 흥미롭다. 문체는 담백하고 건조한데 그 안에 뜨거움이 공존한다. 흥미 위주의 전형적인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사회문제를 파헤치는 묵직한 미스터리로 접근하면 더 좋을 듯.
밤이 긴 아이슬란드 출신  작가는 에를렌뒤르 형사 시리즈로 북유럽 최고 추리소설상인 유리열쇠상을 두 번 수상하기도 했다. 이 시리즈를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무려 8년 만의 신작이다. 영림카디널에서 나온 전작들인 <목소리>, <저주받은 피>, <무덤의 침묵>은  작가명이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이었는데 뭔가 표기법이 달라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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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김영하의 신작 <오직 두 사람>은 7년간 여러 지면에 발표한 단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나이듦에 대해 생각했다. 윤대녕작가도 그렇고 은희경, 김영하까지.
젋은날의 치열함이 노회함과 여유로 바뀌는 순간, 소설로서의 완성도는 둘째 치고 재미는 줄어드는 느낌이다.
설정이 기발한 건 원래 김영하작가의 장점인데, 그게 그걸로 그치는 느낌도 든다.
좋았던 단편은 '오직 두 사람', '옥수수와 나' 두 편 정도다.
 
오직 두 사람 : 아빠밖에 모르는 여자의 일생은 어떻게 망가지는가
아이를 찾습니다 : 대형마트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다. 그 아이는 유괴되었는가, 시간은 관계를 파괴한다
인생의 원점 : 가장 영화나 웹툰 문법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너무나 극적이다, 그 남녀들의 운명은.
옥수수와 나 : 슬럼프에 빠진 작가가 뉴욕으로 떠난다, 거기서 갑자기 소설을 막 잘 써내려가게 되다니, 작가들의 로망인가.
슈트 : 입양된 남자와 죽은 아버지, 이태리 슈트. 갑작스러운 조합이고 완성도가 좀 떨어진다.
최은지와 박인수 : 출판사 편집부가 배경이다. 사장과 여직원, 풍문들.
신의 장난 : 폐쇄공간에 갇힌 사람들 이야기, 요즘 이런 소재는 순문학에서도 많이 다뤄지는 듯. 단편이라 그런가 플롯이 어설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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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는 여자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혜영 옮김 / 문학사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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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노 나쓰오의 <품는 여자>는 1972년 일본을 배경으로 한 여대생의 갈등과 고민을 그린 청춘소설이다.
학생운동의 치열함이 남아 있으면서 여성에 대한 시각이 편협한 시대, 주인공은 마작과 술과 학생운동과 연애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정체성을 찾아나가기 시작한다.
키치조지의 재즈 바, 신주쿠의 대표적인 환락가인 골든가 등 배경으로 등장하는 거리들이 흥미롭다.  
어찌 보면 굉장히 감정적이고 즉흥적으로 매사를 결정하는 나오코의 심리에 몰입하느냐,가 소설의 재미를 좌우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대학 시절도 생각나고 재미있었다. 기리노 나쓰오의 여러 작풍 중에서는 얌전한, 사실적인 풍에 속한다.
대중적인 내용은 아니라, 출판사에서 제목을 '품는 여자'로 정했을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2015년에 출간되었다. 아마존 리뷰 중에 '기리노 나쓰오의 팬으로서는 즐길 수 있었지만, 재미로서는 미묘하다고 생각한다'는 평에 동감.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은 비채, 황금가지 등 여러 출판사에서 나오는데 이번에는 문학사상사다.

다소 올드한 표지와 컨셉-은 그래서일지도.

 

뭐 어때, 라고 대답이라도 하듯 나오코도 따라 웃고 종이봉투에서 산토리 올드 병을 꺼내 이즈미 앞에 쑥 내밀었다.
"우아, 올드잖아."
이즈미가 둥그스름한 까만 병을 손에 들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집에 있기에 몰래 가져왔어."
"잘했어."
학생이 마시는 위스키는 화이트나 니카, 끽해야 가쿠빈 정도였다. 올드나 리저브 같은 건 손에 꼽을 정도밖에 마셔보지 못했다.
93p

"손해 본다는 건 남자랑 잔 것 때문에?" 하고 이즈미가 이어서 물었다.
"그래.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기분도 별로니까 괜한 짓을 한 것 같아 후회되잖아. 그래 놓고선 누가 가자면 따라가서 자버리는 나는 뭘까."
"나도 그래." 이즈미가 동의했다. "뭐랄까, 여자는 남자가 자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취하나 봐."
"맞아. 남자가 원한다는 건 좋아한다는 거랑은 다른 건데 왜 착각하는 걸까."
100p

나오코는 황급히 뒤로 돌았다. 청바지에 항공점퍼를 입은 후카다가 잰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돌아봐.‘ 나오코는 속으로 빌었지만 후카다는 돌아보지 않았다.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는 뒷모습, 성냥을 도로에 내던지는 손목 스냅이 남달랐다. 재즈 드러머를 꿈꾸는 후카다의 눈에는 나오코 이외에도 다른 것들이 담겨 있을 것이다.
2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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