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밥 1
시카와 유우키 지음, 채다인 옮김 / 냉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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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지만 개그가 취향저격.. 작가가 미디어를 많이 접한, 책을 많이 읽은 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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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와 나 - 2017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이기호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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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수상작품집들을 읽노라면 꾸준히 후보에 드는, 눈에 들어오는 작가들이 있다. 기준영, 최은영, 권여선, 김애란 같은 작가의 최신 단편이 있어서 자주 찾아 읽게 된다.
이번 제17회 황순원문학상은 이기호의  <한정희와 나>다. 발랄하고 속도감 있는 이기호 특유의 문체로 데려다 키운 아이의 돌발 행동과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식인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여기 실려있는 10편 모두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양하게 담고 있는데, 과거처럼 자신 속으로 침잠하거나 단순히 사람 사이 관계를 다뤄서는 요즘 트렌드가 아닌가 보다.

 

 

수상작 한정희와 나
자선작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수상후보작
구병모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 : 아이를 임신한 부부가 남편의 전근으로 시골에 내려가고 적응하려 애쓴다. 하지만 부인은 시골 어른들의 친절하고 무지한 폭력성에 둘러싸인다.
권여선 손톱 : 직장을 다니는 20대 여자아이는 갚을 대출금이 있고 사는 게 너무 빡빡하다.
기준영 마켓 : 신혼부부 사이의 덜컥거림, 유산 문제를 이겨내고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김경욱 고양이를 위한 만찬 : 아이를 앞세운 부부가 미국에 건너가 살아보려 애쓴다. 이날의 식사 준비는 잘 끝날 수 있을까.
김애란 가리는 손 :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일에 대해. 그 속을 전혀 모르겠는 것에 대해.
박민정 바비의 분위기 : 대학원 논문을 쓰느라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그리고  오덕스러운 사촌오빠에 대한 단상.
최은영 601, 602 : 옆집에 사는 친구가 아버지와 오빠의 상습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남성중심 사회를 되돌아보는 이야기.
편혜영 개의 밤 : 회사에서 나쁜 문제를 해결하는 전담인 주인공을 삶의 피로를 많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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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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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두 아이가 죽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낯선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는 모로코 출생으로 프랑스로 이주해 두 번째 소설 <달콤한 노래>로 2016년 공쿠르상을 받은 기대주다.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됐는데 요즘 드문 흡입력과 감동을 보장한다고.
잘 직조된 시 같은 이 소설은 슬픔과 소외와 사회적 문제를 그리면서도 적절한 생략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육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부모가 없는데 특히 맞벌이라면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겨야 하고, 그 이방인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무척 중요한 문제다. 여러 인종이 뒤섞여 복잡한 프랑스에서 인종 차별까지 안 가더라도 이민자들의 삶은 고단하고 그들은 보모나 일용직으로 내몰린다.
루이즈는 폴과 미리암 부부의 보모로 일하는데 평생 가져본 게 별로 없는 삶을 살아왔고, 남편의 죽음으로 빚에 내몰리고 딸은 가출하여 연락이 끊긴 처지다. 소설 속 묘사에 따르면 '이야기를 착각하고 낯선 세상에 와 있는, 영원히 떠돌아야 할 운명을 선고받은 인물' 같아 보인다. 충실히 아이를 돌보며 중산층의 삶을 훔쳐보지만 그리고 갈구하지만, 그녀는 영원히 이방인일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끔찍한 사건으로 발현된다.
한국소설로 치면 <현남 오빠에게> 정도의 사회적 문제의식과 작품성을 갖춘 작품이다. 특히 루이즈라는 캐릭터의 매력, 끝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녀의 생을 그려내는 생략의 미덕이 이 작가의 다른 책을 갈구하게 만든다.

이십일세기북스 문학 브랜드인 이르떼(arte)에서 출간되었다. 요즘 공격적으로 책을 내는 곳이다.

 

그녀는 그들을 붙들고 싶고, 그들에게 매달리고 싶고, 손톱으로 돌바닥을 긁고 싶다. 그녀는 오르골 속 원형 받침대에 고정되어 미소를 짓고 있는 두 무용수같이 그들을 종탑 아래 세워두고 싶다. 그녀는 몇 시간이든 질리지 않고 하염없이 그들을 바라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99p

그녀의 눈에 파리는 거대한 쇼윈도다. 그녀는 천천히 걸으며 행인들과 쇼윈도들을 본다. 전부 다 갖고 싶다. 이 모든 걸 다 살 수 있는 삶을 그려본다. 손가락을 까딱해서 사근사근한 점원에게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가리키는 그런 삶.
111p

삶은 이런저런 책무와 완수해야 할 계약, 잊으면 안 될 약속의 연속이 되었다. 미리암과 폴은 일로 정신이 없다. 그들의 삶은 용량을 초과해서, 남은 자리는 겨우 잠을 위한 것일 뿐, 무언가를 응시할 자리는 전혀 없다.
1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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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파도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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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같은, 그러면서 손에 잘 안 잡히고 달아나버릴 것 같은 안타까움.
<아홉 번째 파도>는 척주시를 배경으로 핵발전소 건설 찬반 이슈, 사이비 종교, 탄광과 비정규직, 시골 정치인의 경제 유착, 보건소 약 관리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면서도 개인의 드라마를 잘 녹여냈다.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송인화와 공익 서상화, 시의원 보좌관 윤태진이 주인공이지만 그외 척주에 사는, 선과 악 어느 편도 아닌 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치밀하고 다층적이다. 동해안의 폐쇄적인 지방 소도시, 거기에 던져진 주인공 세 사람은 모두 각자만의 불행과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사랑은 끝나고, 다시 시작된다.
최은미 작가의 글은 처음 읽는데, 소설적 서사에 충실하면서도 생략과 여운을 살린 점은 현대적이다. 그 전에 소설집 2권을 냈고, 장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을 고른 이유 중 하나인 권여선 작가님의 추천사도 참 좋다.

 

그날 서상화가 아빠의 얼굴에서 본 것은 멸시받는 게 만성이 된 사람의 표정이었다. 누군가가 일터에서 매일매일 오랜 세월에 걸쳐 인격적 모독을 당한다는 것. 그게 내 가족이라는 것. 그 사실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휘저어놓는지를 서상화는 뭐가 뭔지 모르는 채로 먼저 느껴버렸다.
225p

송인화는 생각했다. 얼굴의 어느 선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심장이 내려앉는구나.
"누나."
"응."
311p

반핵 입장인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꿈꾸는 희망이 있었다. 찬핵인 사람들의 욕망 속에도 그들대로의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윤태진의 욕망에는 희망이 없었다. 윤태진은 미래에 대한 희망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없는 남자였다.
3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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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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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소설'이라는 영리하고도 상업적인 기치 아래 잘 나가는 7명 여성 작가들의 단편을 모았다.

<82년생 김지영>으로 화제를 불러모은 조남주의 '현남 오빠에게'는 20대 여성의 독백이자 연애대상이자 결혼상대로 생각했던 현남에게 하는 말이다. 일단 재미있고 감정이입 팍팍 되고 잘 읽힌다. 남의 아들을 높여 부르는  '현남(賢男)'인지, '한남'의 비꼼인지 단순히 '현대 남성'인지 의도는 모르겠으나 제목도 잘 뽑았다.

최은영 '당신의 평화'는 선영의 시어머니가 될 정순, 그 딸인 유진의 이야기다. 정순은 전업주부로 시어머니를 오랫동안 모시고 살며 고단한 삶을 감내해왔다는 피해의식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더(인가?) 며느리가 될 선영에게도 일정 정도 그런 시집살이를 기대한다. 유진은 어릴 때부터 딸인  자신에게만 공감과 위로를 강요해온 엄마가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다. 반도의 흔한 이야기지만, 최근 젊은 세대에게는 핫 이슈인 가부장제와 시집살이. 소설 말미, 작가노트에 그런 생각이 잘 담겨있다.

좋아하는 작가인 김이설의 '경년'은 '갱년기(更年期)'를 새롭게 산다는 뜻으로 재해석하여 사춘기 아들을 키우면서 자신 삶의 의미는 잘 찾지 못하는 엄마의 이야기다. 누가 이해해 주리? 아들 학교 친구 엄마들, 무심한 남편, 까칠한 아들, 철없는 딸, 싱글로 자유롭게 사는 여동생, 늙어버린 엄마, 그 누구도 주인공의 외면과 내면에 관심 따윈 없다.

위의 세 편을 이어 읽으면 '현남 오빠에게', '경년', '당신의 평화' 이런 순으로, 한국 여자들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것 같다.
앞으로는 달라져야 하지 않나. 아들보다 딸을 더 우대했던 부모님은 내게 자신감과 자유를 주셨고, 우리 딸도 그렇게 키우고 싶다는 작은 소망, 페미니즘이 별 거 있나.

최정화의 '모든 것을 제자리에'는 회사 내 미묘한 기류를 담았는데 너무 색과 힘을 뺀 느낌이어서 아쉬웠다. 스릴러, SF 등 다양한 장르를 각각 시도한 손보미 '이방인', 구병모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 김성중 '화성의 아이'는 잘 읽히지 않았다. 페미니즘이라면 현실을 담아 정면 돌파하는 것이 역시 멋지다.

오빠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를 돌봐줬던 게 아니라 나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더라. 사람 하나 바보 만들어서 마음대로 휘두르니까 좋았니?
-현남 오빠에게, 38p

언제나 유진이었다. 정순에게 폭언을 퍼붓고 화풀이하는 할머니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맞섰던 사람은, 그런 이유로 아빠에게 뺨을 맞았던 사람은, 정순과 함께 차례상과 제사상을 차리고 무례한 친척들에게 음식과 술을 나르던 사람은, ...... 정순의 이유 없는 신경질과,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독한 말들을 받아줬던 사람은.
전부, 유진이었다.
-당신의 평화, 57p

끼니때가 지나 늦은 저녁을 먹는 남편은 앞에 앉아 있는 나한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핸드폰만 들여다봤다. 골라낸 콩이 밥그릇 옆에 지저분하게 굴러다녔다. 아들아이도 콩을 안 먹었다. 아들아이도 남편을 닮아 키가 컸고, 남편을 닮아 비염이 심했고, 남편을 닮아 수학을 좋아하고, 남편을 닮아 이기적이었다.
"물!"
-경년, 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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