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의 방정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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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출간된 미야베 미유키 신간 <음의 방정식>은

132쪽으로도 한 권을 출간할 수 있다니, 받아보고 좀 실망했지만,

소설이 워낙 재미있어서 용서한다.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는 어떤 사립중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의 조사를 의뢰받고

거기서 사건 관계자의 변호사인 후지무라 료코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두 주인공 모두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다른 소설에 등장했던 인물들.

스기무라 사부로는 북스피어에서 출간된 <이름없는 독>,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에 등장했던 주인공. 

탐정이긴 한데 하드보일드 마초나 천재, 괴짜가 아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에다가 생각과 관찰력이 깊고 조용한 스타일.

후지무라 료코는 3권짜리 대작 <솔로몬의 위증> 속 주인공. 그 20년 뒤라는 설정.


짧은 소설이어서 내용은 패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적의, 긴장감, 좋아하는 마음-을 잘 담아낸 수작이다.

이 작가 소설 특징이, 읽고 있노라면 여러 각도에서 인물들 마음이 다 이해된다는 점.

내게 학교라는 공간은 참 감옥 같았는데, 선생들의 일방적 권력이 참 부담스러웠다.

거기 휩쓸려 몰려다니는 학생들도 이해가 안 되었고.

역시, 학교는 그런 곳이었어.

 

책은 얇지만 요즘 보기 드문 양장본에, '음의 방정식'이라는 주제를 살려 표지 디자인을 잘했다.

특히 속표지가 잘 빠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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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로들의 집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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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였다.

김영하 작가의 신작인 줄 알고 주문을 넣고 책을 받고.

이윽고 펼쳐서 문장들을 읽어내려가다 이질감이 들었다.

다시 표지를 보고 아, 윤대녕 작가 신작이었군.

하지만 윤대녕 책이라도 샀을 거고, 한국 작가의 문장에 목마른 상태여서

하루 만에 읽어치웠다.

 

소감은 이 작가도 힘이 빠졌다-는 생각.

사회적 소재를 끌어들이기는 것 자체가 참 그답지 않다.

전작들과 주인공은 비슷하고 떠도는 남자가 어떤 여자들을 스치듯 만나는 설정도 유사하나,

어떤 인상적인 사건도 일어나지 않으면서, 뭔가 사회적으로 무거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주제의식이 부담스럽다.

마마라는 할머니의 존재는 마치 연속극 주인공처럼 작위적이고

이혼한 여행작가도 말문을 닿은 사춘기소년도, 와닿는 인물이 하나도 없다.

그냥 탐미적으로 헤매던 전작들의 분위기가 더 좋았구만.

 

 

책을 구입하면 윤대녕 필사 노트를 주는 이벤트를 한다.

왼편에 대표작들의 인상적인 문장들이 써 있고, 오른편에 필사할 수 있다.

심심풀이로 끄적이기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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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필 - 2016년 제61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김채원 외 지음 / 현대문학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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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61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베를린 필>에 실려 있는

권여선의 단편 '삼인행'은 이혼 직전의 부부와 그들의 친구가 떠나는 짧은 강원도 여행 이야기다.

40대 정도로 돼 보이는 그 오랜 친구들은, 여행을 가서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가장 골몰하고

술을 마시며 다투고, 그 비슷한 쓸데없는 다툼이 예전에도 늘 그렇게 있었을 것 같이.

그러면서 다음날 또 멀쩡하게 서로 커피를 타 준다.


그들도 젊은 시절에는 좀더 형이상학적인 고민들을 했을 것 같아

그 지점이 서글프다.

나이를 먹으면 노회해지고 세상도 좀 알겠고 그렇게 변하는데,

그만큼 더 세상에 기대가 없어지고 사소한 것들이 중요해진다.  

그걸 받아들이면서 그 지점에서 출발, 뭔가 더 나은 삶을 살아야지 각오하지 않으면

금방 스르르 녹아 뭉개지는 것이 매일의 삶인 것이다.

 

 

 

왜 안 된다는 거야?
저녁에 대게 뺨치게 맛있는 홍게를 먹어야 하거든. 규가 말했다.
저녁은 저녁이고, 지금 좀 먹으면 어때서?
안 돼. 햄버거는 포장해가서 밤에 맥주랑 먹기로 계획이 다 잡혀 있어. 여행 와서 먹고 싶을 때 제멋대로 먹다가는 정작 맛있는 건 하나도 못 먹고 가게 된다고. 1박 2일 동안 몇 끼나 먹을 수 있나 한번 따져보라며 규는 오른손을 펼쳤다. 봐라, 오늘 끽해야 세 끼. 내일 끽해야 두 끼. 도합 다섯 끼밖에 더 먹겠냐 하고 손가락 다섯을 꼽더니, 그중 한 끼는 이미 먹었고, 한 끼는 포장했고, 하며 몹시 아쉽다는 듯 손가락 두 개를 폈다. 따져보니 이번에도 햄버거를 사기 위해 22킬로나 우회한 셈이었는데, 훈은 그렇게 오래 만나왔으면서도 규와 주란에게 이토록 이상한 식탐과 기계적인 계획성이 있는 줄 몰랐다는 게 놀라웠다.
70p

너도 진짜 지겹다. 훈아.
나도 너희들 지겹다.
나도 나도! 나도 너희들 지겨워. 너도 독재. 나도 독재. 주란도 독재. 알고 보면 우리 다 독재다. 그러니까 우리의 그 무엇이냐, 그 뭐냐, 여행을 하면 알게 된다는 그런 거, 그런 거 있잖아? 그런 거 너무 싫다! 너희들 그런 거 너무 싫다!
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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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 2015 제1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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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은 한강의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이지만.

권여선의 "이모"와 황정은의 "웃는 남자"를 읽기 위해 구입한

제1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두 작품 모두 큰 울림이 있었고, 좋아하는 작가의 좋아하는 취향이어서 좋았다.

혼자 사는 사람의 고독과 그 고독을 택한 사연과 그들의 단촐한 삶을 들여다보며,

인생이 늘 이렇게 남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거라면,

그런 사람들에게 관대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며.

 

 

 

 

담배는 하루에 네 개비만 피우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하나, 점심 먹고 둘, 저녁 먹고 셋, 잠자기 전에 마지막 담배를 피운다. 술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밤에 소주 한 병 정도를 마신다. 그날은 다소 사치스러운 안주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고 이모는 말했다.
"예전에는 거의 요리를 안 했다. 하더라도 대충 만들어서 맛도 모르고 급하게 먹었지."
그러다 혼자 살면서부터 요리에 재미를 붙였다고 했다. 요리를 할 때 그녀는 더할 나위 없는 평온함을 느낀다. 요리는 불과 물과 재료에만 집중해야 하는 일이다. 요리를 하면 할수록 그녀는 요리가 창조적인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똑 같은 요리를 반복해도 결코 똑 같은 맛을 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녀를 실망시키기는커녕 더욱 매혹시킨다. 그녀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요리하며 일인분의 음식을 만드는 데도 정성을 다한다. 일인분이라고 아무렇게나 만들면 더 맛이 없다.
163p

그녀는 서둘러 술과 안주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벨소리는 멎어 있었고 수도꼭지에서는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기진맥진하여 반찬가게에서 사온 돌게장을 꺼내놓고 술을 마셨다. 조금씩 술이 오르면서 그녀는 세운 무릎 위에 손을 엊갈려 얹고 그 위에 턱을 고인 웅크린 자세로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179p

한때는 수첩이나 메모지에 ‘나는’이라는 글자를 쓸 때마다 자신이 앉은뱅이가 되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공포 때문에 한동안 ‘나는’이라는 말을 쓰지 못하고 심지어 발음도 하지 못하던 때도 있었다. 이 모든 기억들은, 언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주 젊은 날의 일일 것이다.
180p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어. 컴컴한 모퉁이에서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이 나를 이해할 수 있다는 나를, 나는 왜 이해할 수 없는가.
나는 이해한다는 말을 신뢰하지 않는 인간이었다. 이해한다는 말은 복잡한 맥락을 무시한 채 편리하고도 단순하게 그것을, 혹은 너를 바라보고 있다는 무신경한 자백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387p

암굴 같은 곳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이곳은 암굴이다. 암굴이나 다름없다. 나는 여기서 매일, 단순해지자고 생각한다. 매일 조금씩 더 단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고 먹고 싸고 생각한다. 생각하는 것을 하고 있을 뿐이다. 잠이 오면 자고, 잠에서 깨면 내 자리에 앉아 생각한다. 먹는 것도 단순하게, 조리를 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을 먹는다. 불을 사용해 조리한 음식은 뜨겁고, 뜨거운 것은 맨손으로 쥘 수 없어 접시와 식기를 사용해야 하고, 다 먹고 난 뒤엔 버리거나 닦아야 할 것이 남으므로 좋지 않다. 단순하고 간단한 게 좋다. 나는 날고기를 먹지 못해 생곡을 먹는다.
392p

디디는 잘 먹고 잘 지내다가도 이따금 엉뚱한 것을 골똘하게 생각할 때가 있었고 그러면 그 생각에서 한참 동안 헤어 나오질 못했다. 여름에 넓은 나뭇잎을 줍게 되면 잎맥을 절묘하게 잘라내 숲을 만든 뒤 내게 보여주었다. 작은 것 속에 큰 게 있어. 나는 그런 것이 다 좋았다. 디디가 그런 것을 할 줄 알고 그런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게 좋았다.
394p

그는 그냥 하던 대로 했겠지. 말하자면 패턴 같은 것이겠지. 결정적일 때 한 발짝 비켜서는 인간은 그다음 순간에도 비켜서고…… 가방을 움켜쥐는 인간은 가방을 움켜쥔다. 그것 같은 게 아니었을까. 결정적으로 그, 라는 인간이 되는 것. 땋던 방식대로 땋기. 늘 하던 가락대로 땋는 것. 누구에게나 자기 몫의 피륙이 있고 그것의 무늬는 대개 이런 꼴로 짜이는 것 아닐까. 그렇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직조해내는 패턴의 연속, 연속, 연속.
4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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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물 이야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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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 배경임에도 요리와 추리, 휴먼이 어우러진 현대적인 이야기!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 물 입문으로 적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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