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자객의 칼날은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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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종 작가의 오랜만의 신작, 반갑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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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 시인선 80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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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을 말해주는 시집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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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치마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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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모든 책을 다 읽은 팬으로서, 처녀작을 마지막으로 읽어보네. 조금 불완전한 느낌이지만, 절판된 책을 복간해서 내주다니 출판사에 감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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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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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백)의 그림자>는 은교와 무재와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다.

담백한 소설이다.

처음에 읽으면서 말장난인가, 하다가 빠져든다. 점점.

약간 모자란 사람들이 나누는 듯한 대화가 백미.

말로 가지고 하는 여러가지 장난. 말장난. 그런데 뼈가 있음.

 


 

철거 직전의 전자상가를 배경으로 형편 어려운 사람들, 은교와 무재는

작은 어떤 것을 나눈다. 그 둘은 부족하고 모자란 대로 함께다.


"여전히 난폭한 이 세계에 다만 따뜻한 것을 조금 동원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있는데

독자가 그렇게 느끼니, 그 바램은 이뤄졌네.


이 책은 친구 흰당이 선물해준 것이다.

그의 집에 놀러갔다가 책꽂이를 뒤적이고 있으니, 읽어보라며.

그때 제대로 잘 읽고 이야기 나눴으면 좋았을 것을.

인생은 알 수 없다. 부질없고.

 

 

여기 좋은 구절을 남겨둔다.

 

계속 걸었다.

이따금 발밑에서 축축한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내며 나뭇가지가 부러졌다.

무재 씨, 하고 내가 말했다.

섹스 말인데요, 그게 그렇게 좋을까요.

좋지 않을까요.

좋을까요.

좋으니까 아이를 몇이나 낳는 부부도 있는 거고.

글쎄 좋을지.

궁금해요?

그냥 궁금해서요.

여기서 나가면 해 볼까요.

나갈 수 있을까요.

언제까지고 숲이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나는 좋아하는 사람하고 하고 싶은데요.

좋아하면 되지요.

누구를요.

나를요.

글쎄요.

나는 좋아합니다.

누구를요.

은교 씨를요.

농담하지 마세요.

아니요. 좋아해요. 은교 씨를 좋아합니다.

-21p


여 씨 아저씨는 단팥과 얼음이 잘 섞이도록 수저로 빙수를 비비며 말했다.

은교는 팥 맛을 아나.

팥은 달아서 잘 먹지 못해요.

별로 달지 않아.

팥이 말이지, 라면서 여 씨 아저씨는 빙수를 한 수저 먹느라고 잠깐 말을 쉬었다가 다시 말했다.

젊었을 때는 나도 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당긴다고나 할까,

맛이 오묘하잖아. 달다면 달고 담백하다면 담백하고 맵다면 맵고 고소하다면 고소한 와중에 어딘지 씁쓸한 맛도 있단 말이야.

-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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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씨의 입문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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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창비에서 발간된, 황정은 <파씨의 입문>은 단편집이다.

제목을 보고 도통 감을 못 잡겠다.

파씨가 도대체 어디에 입문한단 건지.

 

 


야행(夜行)
대니 드비토
낙하하다
옹기전(甕器傳)
묘씨생(猫氏生)
양산 펴기
디디의 우산
뼈 도둑
파씨의 입문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여러 지면에 발표한 9편의 단편을 모은 것이다.

이 단편들은 하나씩 따로 읽히기도 하고 한 덩어리로 읽히기도 한다.

작가의 말에서 인용하자면 이러하다.

여기 묶인 아홉 편의 이야기는

그런 시절과 저런 시절에 다른 누구에게 필요했다

라기보다는 일단 내게 필요했기 때문에 쓰였다


처음에 황정은 책을 읽으면 외계어를 쓰는 이상한 작가가 나타났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내 경우는 그랬다. 말장난인가. 그러다가 빠지고 나니 헤어나질 못하겠다. 이런 구조로 이런 말투로 글을 쓰는 작가가 없기 때문이다.

잘 쓰는 작가도 많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넘치는데, '그(그녀)만의 이야기'를 가진 작가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번 단편집은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매료되었는데

특히 '대니 드비토', '낙하하다', '묘씨생' 세 작품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죽었지만 죽지 못하고 어딘지 들러붙어 남아있는 존재라든가, 죽음 이후 몇 년째 낙하하는 존재,

고양이인데 다섯 번 죽고 다섯 번 살아난 비참한 존재가 주인공으로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내용은 너무 비참하고 리얼하다.

지긋한 가난과 사람에 대한 집착이나 미움이나 막 휘둘리고 버려진 길냥이의 존재들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냐고

낮은 소리로 부르짖는다.

 

 

책 속에


일생을 마친 뒤에도 일생이란 가능성이 남으니 좋을가.

목숨에 관한 가능성뿐이라면 어떨까.

이 몸에게는 나쁜 일뿐이었다.

나쁜 일뿐이었을까, 라고 묻는다면 대답하겠다.

나쁜 일뿐이었다.

나쁘고 나쁘고 나쁠 뿐이라서 나쁨에 대한 기준이랄 것도 애매하고 무감각해졌다. 목숨에 관한 가능성이라는 것도 도무지 비좁기가 이를 데 없었다.

되게 걷어차여 죽게 된 일생 이후로도 던져지거나 머리에 무언가를 맞거나 병에 걸리거나 먹지 못할 것을 먹고 병을 앓다 죽었다.

한 차례 일생을 마치고 되살아난다고 몸까지 멀쩡해지는 건 아니었다. 죽기 직전에 얻은 상처나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엎드려 지냈다.

언제나 목이 마르고 배고팠다.

-묘씨생. 125p


방은 춥습니다. 파씨가 사는 방은 북쪽 벽이 갈라진 커다란 방이고 그 방은 난방이 되지 않습니다.

사람의 체온은 일정하므로 그대로 누워 있으면 언젠가는 바닥이 데워질 것이라고 파씨는 생각하지만 언제까지나 바닥으로서 차가울 뿐이라서

금번에도 파씨의 등은 물고기의 척추처럼 싸늘합니다.

파씨의 어머니는 이불 속에서도 외투를 벗지 않습니다. 파씨의 아버지도 겉옷을 벗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 방에서 서로간에 우울하고 가난하기 때문에 말을 나누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때로 다툽니다.

-파씨의 입문, 2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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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토끼 2015-01-04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베쯔님. 인간의 조건 100자평보고 들렀습니다. 소소하면서 알찬 서재를 보니 마음이 따듯해지네요..(저도 파씨의 입문에서 대니 드 비토와 낙하하다를 가장 좋아합니다. 반가운 마음에 몇 자 적어놓고 갑니다)

베쯔 2015-01-04 11:5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김토끼님. 저와 취향이 정말 비슷하시네요. 황정은을 요즘 열심히 읽고 있답니다. 여백이 많지만 그만큼 생각거리도 많이 주는 독특한 작가 같아요. 저도 시간날 때 놀러갈게요~~^^

김토끼 2015-01-04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취향이 비슷한 분이라고 느꼈는데 왠지 감히 말할 수 없어서 그 말은 뺐어요 아까 ㅎ 저두 자주자주 올 것 같아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