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자살 - 개정판 변호사 고진 시리즈 3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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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기 작가의 책을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남은 게 있었다.
20011년에 들녘에서 나왔다가
2017년 황금가지에서 개정된 <정신자살>.

변호사 고진이 이탁오박사라는
문제적 인물과 대결하는 큰 축 하에
'정신 자살'을 모티프로 어떤 부부의 파국,
몇 건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형식이다.
사실 '정신 자살'이라는 개념 자체가
유치하기는 한데 궁금했다. 
결말을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것과 큰 관계없이 사람들의 심리,
그것을 쫓는 고진의 활약,
이탁오박사의 변태적(정신적으로) 성향
등을 즐기면서 보면 될 듯.

아무래도 초기작이다보니
최근에 나온 작품들보다 완성도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다.  

 

황금가지에서 변호사 고진 시리즈를
통일감 있게 내준 건 일단 환영.
<정신 자살>, <라트라비아타의 초상>,
<붉은 집 살인사건>,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유다의 별 1,2>.
6권 세트로도 판매한다.
몇 권을 갖고 있으니, 채우면 될 듯.

 

사람의 버릇이란 참 놀랍습니다.
세월이 지나 같은 상황에 닥쳐 보면 결국 같은 것을 반복하게 됩니다.
우리네 가련한 인생은 좋은 선택도 나쁜 실수도 계속해서 거듭합니다.
우리 마음은 레코드판의 미세한 홈과 같지 않을까요?
자유의지의 껍질을 뒤집어썼지만 마음의 행로는 그 루트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3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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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 혁신의 아이콘 마스다 무네아키 34년간의 비즈니스 인사이트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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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책과 음반, 커피를 함께 파는
큐레이션이 강화된 복합 공간으로
성공한 츠타야(Tsutaya) 서점.

그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의 인사이트를 담은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기획이나 취향, 개인을 중시하는 문화도 그렇고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유연한 사고 등
와닿는 내용이 많았다.

기획자나 크리에이터, 장사를 하는 사람,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제본 방식이 특이해서 예술적이다.
보기에 아름답기도 하지만
어떤 페이지든 책이 쫙 펴지고 잘 보인다.

 

 

 

고객의 기분으로 기획하기 위해
마스다는 고객의 기분으로 몇 번이고 매장을 바라본다.
같은 매장이라도 아침의 기분, 점심의 기분, 저녁의 기분으로.
21p

일을 하는 이유는 생활을 위해 돈을 버는 것뿐이지만,
돈을 버는 목적은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얻기 위함이라 생각했고
일을 떠나 인간으로서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기획인 집단
한량의 집단
데이터 분석가 집단
그 모두를 가진 집단이 되기를 빌어본다.
101p

사람은 좋은 것을 알게 되면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진다.
사람은 고민거리가 생기면 누군가에게 상담하고 싶어진다.
즉 정보의 흐름은 ‘누군가‘가 키포인트다.
조직도 마찬가지로 누구에게 전하고 누구에게 상담해야 할지가 명확하면
정보의 흐름이 원활해진다.
1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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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스쿨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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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리처 시리즈-는 아마도 내가 유일하게 챙겨보는 북미권 스릴러물이다.

올해도 한 권 나와줘서 감사할 따름. 

이번에 나온 <나이트 스쿨>에서 주인공 잭 리처는 퇴역 군인이 아닌, 현직 군인으로 나온다.

잭 리처가 어떤 미션을 부여받고 독일로 날아가 그 임무를 멋지게 수행한다-는 참으로 단순한 스토리인데 세부적인 디테일이 재미있는 것. 

악당을 처치하는데 그 악당은 어떤 사람이며, 왜 그는 그런 행동을 하는가, 주변인물들은 누구인가.

미국과 독일의 긴장 관계, 동유럽이 서유럽과 합쳐진 후의 갈등, 아랍 지역의 테러 분자들 등을 큰 스케일로 잘 버무렸다.  

 

영국 출신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된 리 차일드, 하지만 그래서 유럽 지역을 넘나드는 스토리를 잘 쓰는지도.

이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는 명료하고 단순한 문장의 연결이 주는 쾌감이다.

 

잭 리처 컬렉션은 오픈하우스에서 계속 책이 나오는데 2015년 <퍼스털> 이후부터 책의 판형과 디자인이 바뀌었다.

다 좋은데 종이 재질이 너무 어두워서 읽기에 눈이 피로하다. 페이퍼백처럼 보이면서 단가를 낮추려는 의도인가, 좀 아쉽다.

 

그가 잠시 말을 끊었다. 질문을 유도하는 침묵, 하지만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다. ‘어떤 일의 출발단계를 얘기하시는 겁니까?‘ 정도의 질문은 당연히 나와야 했다. 하지만 없었다. 세 사람 모두 노련한 요원들이었으니까. 상관이 썰을 풀 때는 끝까지 들어주는 게 현명하다. 또한 안전하다. 조직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24p

"당신이 외국 스파이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리처가 말했다. "함부르크를 돌아다니고 있는 사람이 진짜 마리안 싱클레어일 수도 있겠지요."
"지금 농담해요?"
"모든 돌멩이를 들춰봐야 합니다."
"기가 막히네요."
"야구 좋아하십니까?"
"남들만큼은 좋아하는 것 같네요."
"구단은?"
"오리올스,"
"오리올스 홈구장의 우익수 쪽 담장 너머에 뭐가 있죠?"
싱클레어가 말했다. "창고."
"좋습니다. 테스트 통과,"
"진심으로 이러는 거예요?"
-209p

"속임수를 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나 나나 모두 프로입니다. 선수들끼리는 원래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나 같은 사람들에겐 사실, 모든 것이 도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란은 깨집니다. 그 대신 오믈렛이 만들어집니다. 그 맛이 좋으면 계란을 깬 죄는 용서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맛이 없으면?"
"지금까진 모두 맛있었습니다만 맛없는 오믈렛도 한 번쯤은 괜찮겠지요."
-239p

두 명의 바텐더는 모두 남자였다. 리처가 블랙커피를 주문했다. 그가 에스프레소 머신을 작동시켰다. 리처가 카운터 위에 돈을 올려놓았다. 그가 돈을 집기 위해 상체를 굽혔다. 하지만 리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실제의 삶은 TV 드라마와는 다르다. 그 바텐더들에게서는 어떤 정보도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누구를 우선순위에 두겠는가. 매일 밤 그들이 함께 보내는 60명의 손님들이겠는가. 아니면 오늘 처음 본 외국 남자겠는가.
-2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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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 혼술에서 중독까지, 결핍과 갈망을 품은 술의 맨얼굴
캐럴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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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에서 알콜중독자 사이, 어딘가 위치한 당신이 읽으면 좋을 이야기. 생각할 게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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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맛 - 아침.점심.저녁.차
나가오 도모코 지음, 임윤정 옮김 / 앨리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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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가오 도모코의 <하루의 맛>은 음식과 요리와 조리도구와 식기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다. 푸드스타일리스트인 저자의 경험치가 오롯이 녹아 있으면서도 조근조근 들려주어서 편하게 읽힌다. 공감 가는 지점도 많고 재미있었지만, 일본의 음식문화나 요리에 치중된 부분이 아쉽기도 하다. 나름 일본 마니아라 자부하는데, 생소한 화과자 이름들이나 조리도구가 나오면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요리에 대한 세심한 시선이나 내공이 느껴져 개인적으로는 좋았던 책.
앨리스라는 출판사는 <내 식탁 위의 책들>,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같은 재미있게 읽은 음식 관련 책들을 내서 믿음이 간다.

 

 

이상적인 아침식사는 어떤 것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아마도 특별한 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손이 가고, 이제 막 잠에서 깨어 몽롱한 상태에서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그런 단순한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10p

일본의 찻집에서 파는 팬케이크에도 나름의 개성이 있습니다. 굽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두껍고 무거운 생지의 특징을 살린 팬케이크를 오랫동안 고수하는 가게도 있고, 오래된 찻집이나 커피숍의 팬케이크는 완고한 스타일에 변화를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들어서 여행지에서는 아침을 호텔에서 먹지 않고 팬케이크를 목표로 찻집을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그곳에서라면 분명히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35p

채소의 맛을 한층 강하게 살리고 싶을 때나 찌듯이 끓이거나 찌듯이 굽고 깊을 때는 거의 스타우브 냄비를 사용합니다. 이것은 업소용에 적합한 냄비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일반 가정에서도 인기가 높은 듯합니다. 무엇보다 스타우브는 뚜껑이 무거워 그 덕에 원하는 요리를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183p

스푼도 꽤 많이 가지고 있는데 스푼으로 요리를 덜고 수프를 뜨는 것이 음식에 얽힌 가장 행복한 동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형태나 재질이 마음에 들고 사용감이 좋은 커틀러리를 쓴다는 사소한 부분도 요리를 더욱 맛있게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요. 이것은 커틀러리를 쟁여둔 것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매일 사용하면서 느낀 것입니다.
196p

제 머릿속 교토의 과자는 화려하지 않고 능숙한 솜씨로 빚은 과자라는 인상인데 구리무시에도 그런 점이 잘 드러나 있다고 먹을 때마다 생각합니다. 양갱에 필적할 만한 심플한 형태의 과자가 가고시마에 있었습니다. 아카시야의 가루칸을 들 수 있습니다. 찐 과자니까 폭신폭신하고 탄력이 있지요. 눈처럼 하얗다기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단계 온기를 입힌 흰색이고, 남주 지방의 태평함이 감돌고 있는 듯합니다. 이처럼 제가 좋아하는 과자는 산처럼 많지만, 결국 지나친 장식으로 승부를 보는 대신 그윽한 풍정을 담아낸 화과자를 동경한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2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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