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의 삶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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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자크 구르나는 전작들 낙원』 『바닷가에서보다 여인들의 삶을 더 구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아샤와 아피야의 서사를 통해, 재산권, 교육, 결혼, 출산 등으로 아프리카의 이슬람 여인들의 지위와 삶을 환유한다. 강력한 가부장제 아래서, 우탐시티리(‘숨기다’ ‘보호하다는 뜻의 스와힐리어.)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상속권을 박탈하고, 교육받는 것을 금하며, 가부장의 이익을 위한 결혼을 하고, 생명을 건 출산을 하게 되는 여성의 지위는 소유물에 불과하다


그녀들의 이야기가 특별하게도 안타깝게도 읽히지 않아서 이상했다. 너무나 많은 책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나에게도 굳은살이 박힌 것일까? 아피야의 유년시절은 레미제라블의 코제트를 연상케 하고, 아샤는 결이 다르긴 해도 토지의 서희를 연상케 한다. 누군가에게 구출되어야 하고, 잔뜩 독기를 품고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주민 역사와 수탈과 전쟁이라는 큰 범주의 이야기는 왠지 그녀들의 인생에서는 겉도는 것처럼 느껴진다. 작가의 한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그녀들을 둘러싼 장막이 두텁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맞다! 논제를 작성하고 토론을 마친 후에도 지금까지 리뷰를 쓸 수 없었던 것은 일리아스나 함자와 같은 남자들과 달리 그녀들 인생이 당대 아프리카 상황과는 무관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변화 없이 이전 시대를 답습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은 남자들이 겪는 사건에 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는 여성들의 삶과 전쟁과 혼란의 역사를 몸으로 통과한 남성들의 삶, 두 줄기로 읽어내게 된다.

 

탕가니카(탄자니아 본토) 지역은 1885~1916년 동안 독일 보호령 하에 있었다.

1차 세계대전 발발 후 독일령 동아프리카 방위대는 연합군과 전투를 벌였다. 동아프리카에서 독일군과 더불어 싸웠던 아스카리에게는 훗날 바이마르 공화국 및 서독일로부터 연금이 지급되었다.

베르사유 조약에 의해 독일령 동아프리카는 벨기에, 포르투갈, 영국에 분할되었고, 1916년 영국군의 탕가니카 점령 후 이 지역은 1919~1961년간 영국 위임통치령이 되었다. 이 소설은 독일과 영국군의 전쟁부터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립이전까지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독일의 동아프리카 지역 지배 모습은 일제 강점기 문화 통치와 닮았다. 잇따른 봉기로 독일인들은 폭력만으로 식민지를 제압해 생산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진료소를 만들고, 말라리아와 콜레라 퇴치 캠페인을 시작했다. 학교는 소수의 순종적인 엘리트만을 학생으로 받았었으나, 피지배인을 위한 기초 교육을 목적으로 개방했다.

 

지금이야 누구나 명랑의 반의어가 우울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일테지만, ...1990년대 이전까지 명랑은 지금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그 기원은 1930년대 총독부의 명랑화정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총독부가 내세운 도시 명랑화의 경우, 이때 명랑의 반의어는 불결, 불량, 오염, 범죄, 퇴락, 퇴보등이 될 것이다. 그런데 1930년대에 명랑의 반의어로 사용된 말은 그 외에도 더 있다. ‘불온 지대 명랑화소리판을 명랑케, 난잡을 배격과 같이, 이시기 명랑과 함께 자주 등장했던 말에는 저급, 퇴폐, 난잡, 침울, 불온등과 같은 말도 있었다. 즉 이시기 총독부가 내세운 명랑은 건전의 동의어로서 체제에 저항하는 것들은 억압하고 체제가 요구하는 인간만을 양성하기 위한 규율 담론이었던 것이다.(소래섭 불온한 경성은 명랑하라70)”

 

이 시기, 서구 문명에 매료된 모던보이가 등장한다. 유럽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그 문명을 동경하게 되는 일리아스와 같은 사람들이다. 문명을 식민지배에 사용할 때 사람들은 위치와 처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반응한다.

 

1, 2차 세계 대전으로 이 대륙에서도 전투가 벌어지고, 독일의 지배에 저항하는 항쟁이 여러 번 일어났는데도 그것은 그저 들려오는 소식이다. 물론 일리아스와 함자의 경우 독일군으로 참전한다. 어쩔 수 없이 밀려들어간 것이라, 이 전쟁의 의미에 대해 자각하지 못한다.

 

일리아스가 자신도 모르게 제복과 군악대의 행진에 이끌려 독일군에 들어가게 된 것처럼, 문명의 겉모습은 동경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그들에게 더 나은 삶을 꿈꾸게 한다. 독일군에서의 경험은 그 생각을 키울 뿐, 전쟁의 실상에 대해서는 눈이 가려진다. 다시 영국과 독일의 전쟁이 일어났을 때 독일군에 입대하려는 그에게 이 전쟁의 본질은 두 침략자의 싸움일 뿐(70p)”이라고 하는 칼리파의 충고에 귀를 닫는다.

난 독일인들한테서 친절함 말고는 겪어본 적이 없어요.(71p)”

그의 경험은 용병대의 잔인함이나 전쟁의 본질 따위를 무시하게 만든다. 전쟁이 끝나고 바다를 건너 독일로 간 그는, 자신이 역사의 어떤 지점에 서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나치를 위해 열렬히 깃발을 흔든다. 그 결말을 보지 못했기에 그는 후회조차 남기지 않고 생을 마감한다. 이들에게 역사를 통찰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우리가 지나치게 역사라는 매트릭스 안에 갇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함자는 낙원의 유수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이 탄자니아 지역을 식민지배하기 직전, 군대가 마을로 진군해 들어오는 장면을 바라보는 유수프의 복잡한 정체성과 불안한 동아프리카의 상황을 그리면서 이야기는 끝이 났었다. 함자(유수프)는 자신을 향해 문이 닫힌 상인의 집을 떠나 독일군대에 들어간다. 가족으로부터, 동족으로부터 배척당한 자들이 생존을 위해 향하는 유일한 집단이다. 여전히 눈에 띄는 외모로 인해 오해와 수모를 겪지만, 그가 군대생활에 적응해 가는 모습은 군대라는 집단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예상치 못했지만, 그는 집단의 일원이 되어 살인적인 일과를 보내고 피로해져 함께 투덜거리는 것이, 명령에 노련하게 반응할 만큼 강해진 자신의 몸이 또한 지휘관이 요구하는 대로 정확하게 행군할 수 있게 된 능력이 자랑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기진맥진해 잠든 사람들의 몸과 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스의 퀴퀴한 냄새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좀 더 걸렸다. 농담은 야만적이었지만, 그야 모두가 겪는 것이었다. 함자는 튀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자기 몫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웠다. 작전을 수행하러 나가기 시작했을 때 그는 아스카리가 도착하면 마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보았으며, 그들의 두려움에 짜릿하게 번지는 기쁨을 억누를 수 없었다.(98p)”

 

아스카리 부대에서 함자는 편견, 조롱, 폭행, 폭력에 시달린다. 그러기에 조용히 몸을 숨기는 법을 배워야 했다. 오벌로이트난트(중위)가 함자를 가까이 두고 보호하는 방식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펠트베벨은 함자를 공격했고, 함자는 부상을 입는다. 독일군의 패색이 짙어지고, 부상당한 함자를 독일 선교사에게 맡기고 떠나면서 오벌로이트난트는 함자에게 실러의 1789년 문학연감을 남긴다. 독일인 목사는 함자가 그런 책을 갖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여기고 전해주지 않는다. 나중에야 돌려주며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타인이 누리는 것들이 그에게 합당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받는 사회보장에 대해 혈세를 운운하는 말들을 듣곤 한다. 우리의 도처에 그런 시선들이 존재한다.

 

봉건적 사유, 식민지의 정체성, 전쟁과 같은 폭력은 개인의 삶에 비극을 만든다. 칼리파, 아샤, 함자, 아피야, 일리아스 그들은 생존을 위해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살아갔던 인물들이다. 그들은 결혼, 가족, 친인척으로 묶여 있으나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일리아스는 역사의 희생자일까? 아니면 무사유에 대한 책임이 있을까? 그리고 함자에게서 산후(産後)의 점액으로 뒤덮인 비겁 (낙원)”은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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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10-14 09: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치 시절에 전쟁으로 잃은
영토들에 대한 회복과 동시
에 재식민화 운동이 활발하
게 전개되었다는 점이 흥미
롭더라구요.

너무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
들이 담겨 있어서 읽는 재미
가 쏠쏠했답니다.

그레이스 2022-10-14 09:39   좋아요 3 | URL

저도 그랬어요
쓰려니 정리가 안되서,
오래 묵혔더니,
이 주제들만 남았네요.^

거리의화가 2022-10-14 1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상황이 일제 시기와 비슷한 면이 많네요. 여성에 대한 묘사는 새로울 게 없을 것 같다는 말씀에 어느 정도 동의하게 됩니다. 새로울 게 없어서 무던해지면 어쩌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흠...
올해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마당인데 올라오는 주제들을 보니 저는 구르나를 읽어봐야겠다 생각이 듭니다^^

그레이스 2022-10-14 11:12   좋아요 3 | URL
읽는 내내 일제강점기를 떠올렸습니다^^
뭐 제국주의 통치를 유럽에서 배웠을테니...!

아니 에르노 읽고 있는데
읽은지 한달이 지난 이 책 빨리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겨우 올렸네요 ^^

거리의화가 2022-10-14 11:13   좋아요 3 | URL
저는 이러다가 에르노를 내년에 읽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ㅎㅎㅎ
암튼 올려주신 리뷰 감사합니다. 덕분에 구르나 작품들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레이스 2022-10-14 11:14   좋아요 3 | URL
저도 감사해요
화가님~~♡

얄라알라 2022-10-14 14: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키야~~그레이스님이야 말로 통섭의 글쓰기, 얼마나 읽으시면, 생각 깊이하시면 이렇게 연결해서 쓰실 수 있으신 걸까...부럽 침 뚝뚝^^ㅎ

제가 아직 선명히 기억하고 있는 “비겁 산후(産後)의 점액으로 뒤덮인 비겁˝으로 마무리 해주셨네요^^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읽고 모던 보이만 기억했지, ‘명랑‘의 함의는 기억조차 못해요(약간 ‘계몽‘ 뉘앙스로 이해해도 되는지요?^^). 인용해주신 『불온한 경성은 명랑하라』넘 재밌겠네요. 탄자니아의 모던보이, 그곳의 명랑화정책은 어떤 것일까? + 출산 중 사망율이 높은 이유가 책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나오는지도 넘 궁금하고요....아, 읽어야 할 책은 많아지는데 ㅎ
이를 어쩌나요


그레이스 2022-10-14 14:10   좋아요 3 | URL
과찬의 말씀이세요.
상황이 비슷해서 연결이 되네요.
저도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읽었어요 <불온한 경성은 명랑하라>와 함께. 둘다 재밌는 책이었어요.
실제로 총독부의 명랑정책과 관련된 조항들이 있었어요. 도시청결사업도 그중에 해당되요, 일종의 정화사업과 가벼운 문화를 공급하는 정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비겁‘이 두번 들어간 건 오타였습니다.

고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10-14 14: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보면 이 책이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작품 중 젤 재미있을거 같아보여요 ^^
지금이야 한발짝 멀리서 보니 일리아스의 행위가 잘못된건지 알지만, 역사속에 있던 일리아스는 잘못인지를 모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레이스 2022-10-14 14:14   좋아요 4 | URL
이 책이 제일 쉽게 읽혔어요.
그래서 넘 정성들여 읽지않아서 그런지 리뷰 쓸때 생각을 모으기가 힘들었습니다.
오히려 토론할 주제는 많았어요.

예! 저도 일리아스에 대해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해방전후사에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상황들이 많았으니까요. 어디까지를 그 한계로 해야할지 모호한 인물들도 많구요.

희선 2022-10-15 0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타인이 누리는 것들이 그에게 합당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는 말 기억에 남네요 세상이 어지러우면 이런저런 사람이 있겠지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야겠군요 가만히 지켜보는 사람은 그게 아닌데 하는 생각한다 해도, 자신이 그런 형편에 놓인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기도 하겠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2-10-15 07:52   좋아요 1 | URL
희선님 역시 그 문장에 꽂히시는군요^^
희선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저도 그 생각을 많이 했어요.

mini74 2022-10-20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우리의 역사와 닮은 점들이 보이네요. 우리의 도처에 그런 시선들이 존재한다는 그레이스님의 글에 공감하며 씁쓸하기도 합니다 ㅠㅠ

그레이스 2022-10-20 22:02   좋아요 1 | URL

가끔 제게도 그런 시선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화들짝 합니다.
 
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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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숲 (상실의 시대)』 후기에서 밝혔듯이, 작가는 성적인 상황이 더욱 해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행위로서 해방되어야 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시점(時點)으로서 (느낌으로서)라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므로 섹스를 완전히 자유롭게 만들라고 말하고 있는 게 아니라, 능동적인 하나의 표현 행태로 파악하는 시점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468p 노르웨이 숲)”라고 한다. 외설적으로 표현되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한다.

 

잘 알지 못하는 여인과 하룻밤을 보내고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음에도 관계를 하는 모습은 그저 그런 통속적인 스토리로 보여질 수도 있다. 작가는 여인이 홀로 집으로 가기 싫었다는 말에서 외로움의 흔적을 보여준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외된 관계를 담담히 말하는 장면과 나중에 보내온 그녀의 단카집 가사들에서 그 외로움은 차츰 죽음의 심연에까지 다다른다. 헤어지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에게는 말과 생각은 전부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리고, 오직 여인은 단카의 가사로만 남았다.

오후 내 /쏟아지는 /빗줄기에 섞여

이름도 없는 도끼가 /황혼의 목을 베다(23p)”

 

하루끼가 표현하는 성적인 묘사들은 외로움이나 소외와 관련 있다.

 

숨막힐 듯 밀도 높았던 하루끼의 글들이 이 단편집에 와서는 조금 느슨해졌다는 느낌이다. 작가의 나이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경험을 회상하며 쓴 소설이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어떤 단편은 습작이나 일기 같다. 하지만 결말 부분에서 주는 한 번의 강한 획은 각성시키는 메시지가 있다. 유연함을 지닌 고수의 연주라고 할까?

 

이 단편집에는 작가가 심취했던 재즈와 클래식, 비틀즈 등을 소재로 한 음악애호가다운 작품들이 실려 있다.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 <위드 더 비틀즈>, <사육제>가 그렇다. 이 세 작품과 함께 <크림>,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은 환상적 요소가 섞여 있다. 작가가 말했듯이 우리의 삶에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그것이 불쾌하거나 불행한 사건일 경우 시간이 지나가도록 내버려두는 삶의 지혜로운 태도를 말한다. 얼굴이 못생긴 여인들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사육제>는 박민규 작가의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를 떠올리게 하는 소재다. 또한 박민규 작가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소환하는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은 꼴찌 야구팀이라는 소재와 이기는 법이 아닌 지는 법을 즐기는 의 태도, 환원주의에 대한 비판 등 주제까지 비슷하다. 단지 하루끼는 조금 더 여유롭고 즐기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단편집의 백미는 단연코 <일인칭 단수>. 명품 브랜드 슈트차림으로 책을 들고 외출을 하는 는 바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위화감을 느낀다. 그 위화감과 낯섦의 정체는 그 바를 찾은 여인과의 대화와 반응에서 드러난다. '그렇게 하면 멋져 보일 것 같으냐'는 느닷없는 질문과 옷이 빌린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아냥도 담담히 듣고 있던 그가 삼 년 전 어느 물가에서 어떤 여자에게 저지른 고약한 짓(231p)”을 부끄러운 줄 알라는 말에 일어나 나와 버린다. 그녀가 말하는 사람이 자신인지, 정말 삼년 전 어느 물가에서 고약한 짓을 했는지, 알려고 하지도 시비를 가리려는 어떤 시도도 않은 채, 그 바를 나와 버린다. 자신을 쫓는 여자의 시선을 느끼면서.

길고 날카로운 바늘에 찔린 듯한 그 감촉은 폴 스미스 슈트의 고급 원단을 뚫고 내 등에 깊은 상처로 남았다.(230p)”

 

가 아무말없이 나오는 순간은 이 소설에서 압권이다. ‘는 고급 슈트를 입는 낯선 차림을 하며, 자신의 지성과 사회적 성취를 떠올리며 그 겉도는 듯한 차림을 애써 긍정한다. 모든 선택의 결과로서 거울 앞에 서있는 일인칭 단수’! 하지만 그렇게 낯선 차림은 오히려 평소에 보지 못했던 스스로를 직면하게 된다. 거울 앞에서 느낀 께름칙함을 머금은 위화감(220p)”은 자신 안에 숨어있던 수치심을 수면 위로 떠올린다. 그러기에 그 여인의 말에 자리를 피하고 만 것이다. 계속 이야기를 하게 되면, 삼 년 전 자신이 저지른 고약한 짓의 내용이 밝혀질지 모른다는, 그리고 또한 그 안에 있는 자신이 관지 關知하지 못한 무언가가, 그녀에 의해 눈에 보이는 장소로 끌려 나올지도 모른다는 사실(231p)”이 두려웠던 것이다. 이 반응은 그의 실체를 폭로한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시간, 어느 공간에서 부끄러운 짓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존재다. 그리고 누군가의 시선의 권력에 노예가 되는 존재다.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을 직면한 후, 그는 이전의 존재가 아니다

 

계단을 다 올라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 계절을 더 이상 봄이 아니었다. 하늘의 달도 사라졌다. 그곳은 더이상 내가 알던 원래의 거리가 아니었다. 가로수도 낯설었다.(232p)”

 

인간은 주관적 사건에 의해서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다르게 인식하는 종속적인 존재다. 개별자로서 자유롭고 싶지만 어떤 형태로든 권력의 지배를 받는다.

““부끄러운 줄 알아요라고 그 여자는 말했다.(233p)”

마지막 문장은 시선은 권력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여러 가지 형태의 시선(권력)대타적 존재로 회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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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0-12 2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이 책 리뷰 반갑네요
사두고 아직 안 읽은 책입니다. 얇으니 어서 읽어야겠어요 ^^

그레이스 2022-10-12 21:24   좋아요 4 | URL
몇시간이면 다 읽으실듯요^^
짧은 단편이어도 메시지는 강했어요~♡

책읽는나무 2022-10-12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민규 작가의 소설과 비슷한 단편도 있군요?
황녀 책은 읽다가 포기했었고, 삼미 슈퍼스타즈 책은 진짜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전 삼미 슈퍼스타 그 책 읽으면서 오쿠다 히데오 작가 책 읽는 느낌이었는데 하루키 단편 중에도 비슷한 느낌이 있다니? 새롭네요.
나중에 이 책도!! 아~바쁘다, 바빠!!!ㅋㅋ

그레이스 2022-10-12 21:26   좋아요 2 | URL
저도 놀랐어요
같은 소재에 같은 메시지~!
서로 통하는게 있을까요?
아님...?
암튼 이쪽이 훨씬 여유로운건 사실이예요

새파랑 2022-10-13 0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 단편집 좋게 읽었었는데 북플하기 전이어서 리뷰를 안남겼네요 ㅋ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레이스님 리뷰보니 생각이 날듯말듯 합니다 ㅋ 전 <시나가와 원숭이>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

그레이스 2022-10-13 08:02   좋아요 2 | URL
<시나가와 원숭이>
이렇게 보는 관점이 다르네요^^
저도 흥미롭게 느꼈어요. 다신교인 일본인들 문화에서는 백퍼센트 공감할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했거든요^^

레삭매냐 2022-10-13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춘수샘 책도 정리해야
하나요.

부러 독립서점 에디션으로
샀었는데...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나 봅니다.

그레이스 2022-10-13 18:01   좋아요 1 | URL
애먼 사람 잡나보다 싶기도 해서 걱정이 됩니다..@@ 그런데 매냐님 춘수샘은 누군가요?;;;^^;;;

서니데이 2022-10-13 21:23   좋아요 1 | URL
무라카미 하루키를 한자로 쓰면 村上春樹 일거예요.
아마 레삭매냐님은 한자로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그레이스 2022-10-13 22:05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일본어를 모르니 ...^^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님!

그런데 왜요?
레삭매냐님?

scott 2022-10-14 11:53   좋아요 1 | URL
무라카미 하루키 むらかみ はるき (村上春樹)를 풀어 쓰면 村 마을 촌. 上 윗 상. 春 봄 춘. 樹 나무 수.
춘수옹
하루키옹 ^^

그레이스 2022-10-14 12:10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한자는 한자일뿐 일어로 가면 영 다른 말이 되버려서, 사전을 의지하지 않고는...^^
막내 아라비아어 배울때 옆에서 들여다보단 느낌!ㅋㅋ

레삭매냐 2022-10-14 13:46   좋아요 1 | URL
스캇트님이 너무 친절하게도
설명을 해주셨네요.

하루키 샘의 책도 정리해야
하나 어쩌나 싶네요.

희선 2022-10-14 0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인칭 단수에서 그 사람은 세해 전에 고약한 짓을 했을지... 이 말 보니 미투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뭔가 찔리는 일이 있었을지... 그런 말에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2-10-14 06:35   좋아요 2 | URL
그 심리를 소재로 잘 사용했다는 생각입니다.^^

scott 2022-10-14 1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옹 장편이 슬슬 출간 될 때가 되었는데 ㅎㅎ

이 책에 수록 된 단편들
부분 부분 문예지에 실릴 때 마다

제 🖐으로 발번역을 했었습니다

일본어 실력 일취 월장 하게 만든 하루키 옹 ^^

그레이스 2022-10-14 12:06   좋아요 2 | URL
부러워요
일본어는 입도 뻥끗 못하는데...^^;;

mini74 2022-10-20 2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책 속 성적묘사는 야하단 생각이 들지 않아요. 그레이스님 말씀처럼 외로움 소외된 관계가 담겨서.. 건조하고 쓸쓸한거 같아요. 오호. 춘수옹이군요 ㅎㅎ

그레이스 2022-10-20 22:01   좋아요 1 | URL
^^
춘수옹
낯설어서 자꾸 잊어버려요^^
 
고독한 얼굴
제임스 설터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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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인수봉 암벽 위에 찍힌 점()들은 가까워지면서 사람의 형태로 바뀐다. 벽을 마주보고 있는 그들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듯이 보인다. 위치는 좀처럼 변화가 없다. 그러나 그들의 손과 발은 홀드를 찾기 까지 바위 여기저기를 더듬고 뻗고 당기고 나아가는 중이다. 암벽은 살아있는 듯 그들에게 자리를 내주기도 하고 물러나기도 한다. 반복되는 빌레이 준비”, “출발”, “빌레이 해제의 외침 사이에서 긴장된 선택과 동작을 하며, 자일로 서로의 몸을 확보하고 있다. 그 순간 그들은 서로에게 생명을 맡긴 자일 파트너다.

 

랜드의 자일 파트너 캐벗, 두 사람은 미국의 캘리포니아 어느 암벽 위에서 우연히 만난다. 랜드와 캐벗은 한 팀으로 유럽의 산을 올랐었다. 2년 동안 알프스의 봉우리들을 함께 올랐던 사람들과 소식이 단절된 상태로 랜드는 떠돌아다니고 있다. 안주할 수 없었던 그는 그 만남을 계기로 캘리포니아를 떠나 샤모니를 향한다. 랜드는 그곳에서도 사람들이 몰려드는 마을을 벗어나 산기슭에 텐트를 치고 고독에 지치도록 혼자 지낸다. 그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다.

 

랜드는 다시 만난 캐벗과 프티 드뤼에 오르고, 캐벗은 머리에 부상을 입는다. 악천후를 만나고 번개가 치는 오버행 밑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다. 그는 캐벗과 함께 암벽을 타면 항상 자신은 암벽에서 떨어져 캐벗보다 더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고 말한다. 등반에도 관계의 역학은 존재한다. 두 사람이 항상 균형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는 루트를 만드는 선등자가 되어야하고, 때로는 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살아 돌아온 그들은 유명인사가 되었으나 랜드는 사람들을 피한다. 두 사람의 등반과정을 실은 기사에 대한 의견 차이를 보인 그들은 잠시 헤어진다. 캐벗이 아이거 북벽 등반 파트너로 다른 사람을 구했다는 소식에 랜드는 배신감에 휩싸인다. 서로의 생명을 맡기는 자일 파트너 역시 인격, 기질, 삶의 방식에 의해 균열이 생길 수 있는 인간관계다. 이 때 자일은 서로를 침해하거나 위험에 빠뜨리는 구속이 된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자일 파트너란 등산에서 인연을 끊게 되는 마지막 사람(라인홀트 메스너 검은 고독 흰 고독131p)”이라고 했다. “뺨을 맞은 것(132p)”같은 랜드의 충격을 공감하게 하는 말이다.

 

그는 드뤼에서 조난당한 두 명의 이탈리아인들을 구하기 위해 영웅적인 구조 등반을 한다. 그가 구한 두 사람을 데려가려 하는 구조대에게 이들은 우리 겁니다(192p)”라고 말한다. 이것은 그에게 남아있던 욕망을 자신에게 들키는 순간이다. 그는 스스로가 역겹다고 고백한다. 다들 아이거를 오르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은 이미 올랐기를 바라는 것(132p)”이라는 그의 말에서 업적주의와 명예욕으로부터 멀어지려는 노력이 보인다. 그는 무엇 때문에 산을 오르려는 것일까? “그가 많은 대가를 치르고 얻으려고 한 것은 방해받지 않고 혼자 나아가는 것이었다.(121p)” 조명은 그의 가장 자유로운 행위를 구속할 것이다. 결국은 철저한 고독만이 그를 자유롭게 함을 깨닫게 되고, 자연스럽게 단독등반을 한다.

 

그랑드 조라스 워커에 단독으로 오르던 그가 포기하고 중도에서 하산할 때,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이 느낄 법한 체념이 가슴 속에 스며들었다.(231p)” 추락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캐벗을 찾아가, 총을 들이대며 일어나라고 위협하는 것은 서른한 살에 힘을 잃은 자신을 향한 절규다. 캐벗처럼 산을 오르지 못하는 때가 올까 두려웠던 것일까? 쿠르드 딤베르거가 나는 산을 떠나선 살 수 없다(쿠르드 딤베르거 산의 비밀17p)”라고 말했듯이 랜드 역시 산을 오르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다. 그는 산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사랑합니다.(195p)”라고 말한다. 계속 살아갈 이유를 거기서 찾고 있는 것이다. 산을 포기하면서 등반가 랜드는 죽었다. 암벽을 오르며 피톤을 뽑아 자신이 올라간 흔적을 지우듯, 삶의 자취를 지우고 익명성 속으로 사라진다. 샤모니에서 상상했던 미래의 모습처럼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가는(122p)” 임금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견디는 일이다. 그가 개리 헤밍과 같은 선택을 했을지 알 수 없다.

  

랜드의 모델이 된 개리 헤밍(1933~1969)은 히피 알피니스트다. 1960년 알프스에서 그의 등반은 당대 최고의 것이었고, 프티 드뤼에서 조난자들을 구하기 위해 벌인 영웅적인 등반과 사투는 샤모니의 전설이 되었다. 불우한 가정환경의 상처로 인해 그는 정신착란과 우울증을 앓았고 사회 부적응자로 떠돌았다. 그는 부조리에 저항하는 정신만큼은 잃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유일한 안식처는 바위였고, 그에게도 로열 로빈스라는 자일 파트너가 있었다. 그는 대부분 단독등반으로 무명의 험봉을 올랐다. 미국으로 돌아가 막노동을 하고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지만, 거기서 길을 찾지 못하고, 자살로 36세에 삶을 마감한다. “죽음 따위는 두렵지 않다. 다만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하는 것이 두려울 뿐(심산 마운틴 오디세이203p)”이라고 했던 그는 산 위와 달리 산 아래에서는 길을 찾지 못했다.

 

랜드에게서 개리 헤밍 뿐 아니라 라인홀트 메스너헤르만 불의 영혼을 느낀다. 메스너는 낭가 파르바트를 단독으로 오르는 이유를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독행은 자유와 고독의 극치다. 이 둘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메스너는 고독이란 누구나가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것이지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 힘을 이용할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낭가 파르바트 단독등반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인홀트 메스너 검은 고독 흰 고독70p)”고 말했다. 고독을 이용하는 경지, 거기에 존재로서 진정한 자유함이 있다.

 

발가락과 손가락에 온 신경과 힘을 집중시키며 암벽에 매달린 그들에게서 시시포스의 경련하는 얼굴, 바위에 밀착한 뺨잔뜩 긴장해 있는 육체”(알베르 까뮈 시지프 신화)를 본다. 상승보다 하강은 더욱 위험하고, 산 아래서 잠깐의 휴식은 다시 오르기 위해 내쉬는 숨과 같다. “암벽등반은 신화로 통하는 입구다.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암벽등반에 끌린 사람들에게 등반은 인생이 된다.(제임스 설터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275p)”

 

누군가의 실존적 행위! 나에게 그것은 독서다. 책을 읽을 수 없는 몸의 상태가 두렵다. 산을 오를 수 없으면, 사막을 건너고, 글을 쓰는 라인홀트 메스너에게서 그 힌트를 얻어 본다. 열심히 읽다보면 지금은 보이지 않던 길이 그때는 열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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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23 22: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마지막 단락 명 단락!

밑 줄 쫘악!^^

글을 쓰는 라인홀트 메스너가

이 리뷰
메달 걸어 줬으면 ^^

그레이스 2022-09-23 23:00   좋아요 4 | URL
^^
감사합니다
이 책 덕분에 새로운 등반의 세계를 알았습니다. 등반가들은 어쩜 그렇게 글을 잘 쓰는지...!

mini74 2022-09-23 23: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리뷰가 많길래 게리 헤밍 찾아보니 수염 덥수룩하니 완전 산사나이같더라고요. 그레이스님도 다른분들 리뷰도 그렇고 읽어보고 싶네요. *^^*

scott 2022-09-23 23:14   좋아요 4 | URL
미니님 말씀에 동감^^

그레이스 2022-09-23 23:21   좋아요 4 | URL
제가 읽은 알피니스트들은 대분분 수염이 덥수룩해요 ㅋ
1960년대 산기슭에서 살면서 히피처럼 살았던 등반가들이 많았대요.
다른 거는 허름한데 장비는 최고로 갖춘 분들.
요즘도 가끔 볼 수 있다고...!^^

새파랑 2022-09-24 09: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시기 위해 그동안 등산 책을 읽으신거 같아요 ^^
이 책 아직 리뷰대회 안끝냐거죠? 수상하실거 같습니다 ^^

그레이스 2022-09-24 11:00   좋아요 4 | URL
랜드처럼 마음이 복잡해지네요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9-24 11:11   좋아요 3 | URL
아!
새파랑님
이 리뷰 쓰면서 김동률 엄청 들었어요.
가사보다는 선율에 흐르는 정서때문에!
김동률 좋아하시는 거 생각나서...^^
지금은 리플레이 듣고 있습니다.
가을이네요~

페넬로페 2022-09-24 10: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은 책의 세계에서 라인홀트같은 사람입니다. 저도 수상하실 것 같습니다.
호불호가 있는 책이라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그레이스 2022-09-24 11:02   좋아요 4 | URL
^^
원래 영화시나리오였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장면이 바뀌는것처럼 설명없이 장소와 시간이 바뀌어요.
그런데 저는 그게 좋았어요^^

서니데이 2022-09-25 2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주말 날씨가 좋아서인지, 토요일 뉴스에서 주말에 등산 가신 분들 화면에 나오기도 했었어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남은 9월 좋은 시간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2-09-25 22:08   좋아요 3 | URL
감사해요
서니데이님
9월 마지막 주간 잘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2-09-25 2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에는 그리고 그것을
받아 들이는 사람에게는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
가는 되길 기원하며.

그레이스 2022-09-26 16:54   좋아요 3 | URL

알라디너님들 모두 그러시길 기원합니다^^

희선 2022-09-28 03: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냥 산에 오르는 것도 아니고 암벽을 오르는군요 그런 거 쉽지 않겠습니다 거기에 빠진 사람은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할지도 모르겠네요 사람은 뭐든 빠져들 게 있어야 할지도... 그게 살아가게 하기도 하니... 하고 싶은 걸 못하면 괴롭겠지만, 다른 걸 찾는 사람도 있군요 그것도 대단한 듯합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2-09-28 06:25   좋아요 3 | URL
빙벽일때가 많죠^^
죽기도하고 정신착란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거기서 경험하는 무엇인가가 그들을 계속 오르게 하죠

scott 2022-09-28 17: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리뷰 당첨 축🎉

그레이스 2022-09-28 17:49   좋아요 2 | URL
부끄럽게...^^
감사해요.
글쓰기가 좋아지는게 이런 데 도전하는 제 목표인데, 그래도 3등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scott 2022-09-28 17:51   좋아요 2 | URL
내 맘 👆등 이쉼 🤗

그레이스 2022-09-28 17:5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 🍊 🍊 🍊
♡♡♡♡♡♡♡♡♡

mini74 2022-09-29 11:37   좋아요 2 | URL
저도 축하드려요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 2022-09-29 14:57   좋아요 2 | URL
미니님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

yamoo 2022-10-01 1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코트님 말씀마따나 마지막 단락이 참 좋네요!
좋은 리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그레이스 2022-10-01 12: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프레이야 2022-10-01 1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리뷰 엄지척!
랜드와 캐벗, 자일 파트너라는 말이 콕 들어옵니다. 책 데려갑니다 ~^^ 땡스투유

그레이스 2022-10-01 17:0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저도 자일파트너라는 말에 깊은 의미를 두었어요~♡

서니데이 2022-10-03 2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가 와서 조금 아쉬웠던 개천절 휴일이예요.
편안한 휴일 보내고 계신가요.
10월에도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그레이스 2022-10-03 21:53   좋아요 2 | URL
예~감사합니다 ~!

희선 2022-10-05 03: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3등 하셨군요 축하합니다 이 책을 보시려고 다른 책도 보시다니 멋지네요 그렇게 하셔서 이런 글을 쓰셨군요


희선

그레이스 2022-10-05 08:1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이책을 보고 궁금한게 많아져서 다른 책들을 봤죠^^
 
바닷가에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0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황유원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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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의 발을 씻어주던 에우리클레이아는 오딧세우스의 흉터를 알아본다. 이 인지는 서사에 새로운 활기와 긴장감을 주는 사건이다. 서동욱 교수는 타자철학서론에서, 변장한 오딧세우스를 대접한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와 부지중에 세 천사를 대접한 아브라함을 예로 들며 환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환대는 오랜 역사를 지닌, 타자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다.

 

동독으로 유학을 간 라티프 마흐무드가 얀의 집을 방문했을 때, 얇고 낡은 신발을 신고 있던 그는 발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린다. 그 발을 씻겨주고 좋은 신발을 내주면서, 오딧세우스의 흉터와 에리히 아우어바흐의 미메시스를 떠올리는 얀의 모친 엘레케의 환대와 지성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환대는 공동체 안에 들어온 타자를 대등한 관계로 사유하고 있지 못할 때가 많다. 엘레케는 라티프의 상처난 발에서 『오딧세이아』의 미메시스를 찾고 있다. 얀은 라티프와 함께 유럽여행을 하는 도중 망명을 한다. 그제서야 알게 된 라티프는 유럽을 떠돌다가 영국으로 망명한다. 얀의 행동은 라티프를 한 주체로서 보고 있지 않음을 알려준다. 라티프는 그들의 삶에 새로운 국면을 만드는 미메시스적 존재였을까?

 

출입문이자 국경인 공항은 한 국가의 울타리를 상징한다. 이 경계는 공동체의 영역을 확실히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밖의 것은 타자의 영역임을 드러낸다. 어느 공항에서든 입국심사는 이루어지고, 우리는 추방에 대한 불안을 안고 그 앞에 선다. 망명을 신청하고 있는 살레 오마르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서있다. 그 국가의 언어를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동류로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의한 것이다. 객체이고 대상으로서 이민자를 대할 수밖에 없는 국가 공동체의 배타적 성격과 동일자적 시선을 발견하게 된다.

 

공항 직원의 친절한 웃음 뒤에 차가운 합리성이 벽을 치고 있는 표리부동함을 알기에 죄수의 기분이 든다. “난민”, “망명이라는 단어만 반복하고 있는 노년의 이방인은 그들을 불편하게 하는 타자다. 동일자의 시선에서 그들은 공동체를 침범하는 낯선 타인이고 거절할 이유를 찾아야 할 대상이다. 살레 오마르는 말이 통하지 않는 자로서 받아들여진다. 그는 자신의 소유물 우드알카마리를 가볍게 절취(窃取)당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전락한다.

 

난민기구 법률고문 레이철의 방문계획과 전화해달라는 메시지가 적힌 카드를 읽으며 살레 오마르(샤아반)는 양가감정을 느낀다. 그녀의 엽서는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 친절일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그는 위안을 받는다. 그럼에도 그녀의 방문이 그의 공간에 충만한 침묵을 산산조각내지 않기를 바란다. 환대는 그 대상을 자아를 가진 존재로 인정하지 못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서로 친숙하고 애착이 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환대라면 특별히 철학적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어쩌면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문 앞에 와 있는 낯선 사람의 요청에 응해야 할 때 환대는 윤리적 정치적 철학의 의제로 떠오른다.”(이주여성인권포럼 우리 모두 조금 낯선 사람들81p)

 

살레 오마르 역시 레이철에게서 신발을 선물 받는다. 이 지점에서 신발은 이 소설에서 상징어가 된다. 문명을 의미하고 있지 않을까? 익숙한 문명에서 낯선 문명으로 이행할 때 그가 신은 신발이 그 기후에 맞지 않는 경우처럼, 이주민은 신체의 고통과 같은 아주 구체적인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단순한 고독이 아닌 몸으로 느끼는 고통을 동반한 고독이다. 타자는 신체를 갖고 있다는 잊기 쉬운 사실을 주지시킨다때로는 홀로 머무를 공간이 필요하고, 다르게 생긴 얼굴들 사이에서 위축되는 몸을 지닌 존재다.

 

라티프도 살레 오마르도 모두 자신이 자아를 가진 존재임을 바틀비의 대사로 말한다. “그렇게 안 하는 편을 택하고 싶습니다라고. 또한 주체로서 망명지인 영국의 소도시 사람들의 삶을 관찰한다. “어딘가에 정신이 팔려 있거나 산만해보이고, 자신은 이해할 수 없는 소란에 맞서 분투하느라 분주한(14p)”그들의 삶을 포착한다. 라티프와 살레 오마르는 노골적인 조롱과 혐오를 표시하는 사람들의 타자성을 생각한다.

 

그는 오십 년대 영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의를 바지에 집어넣은 전형적인 영국인, 해결할 수 없는 도덕적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근엄하고 아래턱이 축 처진, 그 영화 시대의 은행원이나 공무원처럼 보였고, 이제는 우리가 서로를 지나쳤으므로, 그는 불운한 영웅처럼 일부러 타가닥타가닥 소리를 내며 한가로이 걸어가고 있었다. 히이죽거리는 gwinnin 블랙어무어 놈. 하지만 조롱하려는 건 아닌데, 그는 위기의 한복판에서 자멸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몰랐고, 그가 혐오감을 보이며 낸 쉿 소리는 딱딱한 학대로 위장했을 뿐, 실은 도와달라는 외침인지도 몰랐다.”(123p)

 

영국 한 소도시에서 만난 라티프와 살레 오마르는 과거 공통된 시간과 공간 속에 있었음에도 동일한 기억을 갖고 있지 못하다. 오해했거나 지워버린 기억 속에서 그들의 시간이 어긋났음을 알게 된다.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더라도 타인을 나의 기억 속에서 인식하기 때문에 서로를 타자로 밀어낸다. 그들이 만난 사람들 역시 타자였다. 고향에서 이웃과 친척들은 전체주의 아래 동일성에 포획되거나 그렇지 못한 타자였다. 독일의 엘레케와 얀은 체코에서 이주한 이방인이었다. 공항 직원과 레이철 역시 유럽 공산국가에서 이주해온 이민 2세들이고, 살레 오마르가 잠시 머물렀던 숙소에서 그를 노골적으로 조롱했던 두 사람은 코소보 난민과 체코 집시 망명자다. 영국의 원주민 역시 누군가는 그들의 공동체 안에서 타자경험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라티프 마흐무드와 살레 오마르 두 사람의 만남에 여러 사람의 서사를 담고 타자로 환원되고 있다.

 

무심을 따라 상인의 배가 드나들던 바닷가는 국경과 출입문이다. 경계인 바닷가에 머물던 이주민의 후손은 역사의 격랑에 의해 그 밖으로 내몰렸다. 그들은 망명지에서도 바닷가에서 거주한다. 새로운 공동체의 타자로서.

 

도래하는 타자, 타자와의 마주침은 침범의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때론 지나친 환대와 공동체의 문화를 강요함으로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들은 더 이상 계절풍을 타고 오지 않으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복잡한 문제들을 동반한다. 그들을 마주침은 필연적 사건이다. 그러므로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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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10-09 0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축하합니다 바닷가 좋을 것 같은데, 이건 바깥으로 밀려난 걸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군요


희선

그레이스 2022-10-09 08:4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강나루 2022-10-10 0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으로 선정된 것 축하새요^^

그레이스 2022-10-10 07:4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억울한홍합 2022-12-31 05: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존경스럽습니다

그레이스 2022-12-31 07:29   좋아요 2 | URL
황송합니다.
감사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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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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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물치지(格物致知), 사물의 이치를 연구해서 지식을 완전하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린 말이다. 과학, 예술, 철학의 길이 궁극적으로 한 지점에서 만난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는 과학적 개념에 충실하면서,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허구를 썼다고 한다. 허구를 사실로 받아들일 위험성을 걱정할 정도로 플롯에 개연성이 있다. 천재적 몰두와 발견의 순간, 작가의 펜은 인간의 나약함을 결코 잊지 않는다. 그는 어려운 과학이론과 나의 천박한 지식의 간극을 역사와 보편성으로 메꾸면서 이끌어 갔다.

 

18세기 디스바흐에 의해서 우연히 만들어진 안료 프러시안 블루가 최초로 사용된 <그리스도의 매장>(피터르 파데베르프,1709)은 인류의 비극을 애도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1782년 셸레는 이 프러시안 블루에서 시안화물을 분리해내고, ‘프러시안산()’이라고 명명했다. 1907년 프리츠 하버는 화약과 폭약의 원재료인 질산염의 공급을 위해, ‘공기 중 질소 채취 연구를 한다. 그 연구는 비료 생산에 공헌을 했고, 그는 공기에서 빵을 이끌어낸 사람이 되었다. 1915년 역사상 처음으로 자행된 가스공격을 감독한 그는 시안화물을 이용한 살충 훈증제 치클론을 발견했다. 이 살충제는 나치가 자신의 친족을 비롯한 수많은 유대인을 살해하는 데 사용되었다. 아름다운 프러시안 블루는 아우슈비츠 가스실 벽에 참담한 푸른빛을 남겼다. 인류의 우연한 발견은 양면성을 띈다.

 

전쟁터의 참호에서 일반상대성 방정식에 대한 최초의 정확한 해를 구한 슈바르츠실트의 풀이법에는 일반상대성의 신빙성과 물리학의 토대를 위협하는 특이점이 존재했다. 그가 전쟁터의 침상에서 죽기 직전까지 빠져나오지 못한 이 심연은 후에 블랙홀의 존재로 밝혀진다. 수학의 심장부에 가까이 간 그로텐디크는 광기에 휩싸인다. 입자가 파동을 따라 서핑을 하듯 운동한다는 루이 드 브로이의 양자이론은 상상할수록 아름답다. 자신의 이론을 발표하다 정신을 잃는 그의 모습은 스탕달 신드롬을 떠올리게 한다. 과학자의 광기는 스스로를 소진시키면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를 닮았다.

 

슈레딩거 방정식은 아원자 영역의 어둠을 흩어 신비의 세계를 드러내줄 프로메테우스의 불”(118p)처럼 보였다. 그러나 하이젠베르크는 이 불을 거부하고 불확정성을 주장한다. 양자는 단일한 정체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기존 물리학의 토대를 흔드는, 이 이론을 보어는 새로운 물리학의 주춧돌”(217p)이라 여겼다. 1927년 솔베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과 보어는 격돌했다. 오랜 질의와 응답과 토론 끝에, 아인슈타인은 항복했고, “신은 우주를 놓고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소!”(227p)라는 말을 던진다. 보어는 신에게 세상을 어떻게 다스리시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몫이 아닙니다!”(229p)라고 답변한다. 천재도 항상 창조적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격물치지에서 더 나아가 왕양명은 치지재격물(致知在格物)이라고 했다. 지식을 넓히는 것은 사물을 바로 잡는 데 있다는 뜻이다. 사물을 바로잡는다는 의미는 한계 밖의 것을 그대로 둠, 그대로 수용함이 아닐까 한다. 끌어들여와 현재의 지식으로 설명하려 들지 않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함으로 앎과 모름의 경계가 명확해 지고, 그 경계는 한 걸음 내디딜 시작점이 된다. 그렇게 지식은 넓혀져 갈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세계의 정원사라고 할 수 있겠다. 가지가 부러지도록 레몬이 달리는 죽음을 앞둔 풍요는 눈에 보이는 현상의 이면을 지시한다. 가지를 잘라보지 않고서는, 얼마나 살지 알 방법이 없다. 이 정원에 존재하는 것들은 내가 보여주는 세상은 당신이 나를 적용하면서 생각하는 세상과 같지 않다"(200p)고 경고한다. 정원사는 그 정원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정원사가 할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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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8-19 2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한자를 많이 아시는군요? ^^ 개연성 있는 허구라니 상당히 사실적인가 봅니다. 이 책도 요즘 인기가 많은거 같아요~!!

과학은 너무 어렵다는...😅

그레이스 2022-08-19 20:50   좋아요 3 | URL
한자 잘 몰라요
새파랑님~ 그저 책에서 본 짧은 지식일 뿐이예요.
이 책은 과학사를 소설로 엮은거라 사실 잘 몰라도 읽을 수 있어요.
쉽고 흥미진진해요.^^

희선 2022-08-20 0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류의 우연한 발견은 양면성을 띈다, 는 말 맞네요 그런 일 프러시안 블루뿐 아니라 많겠습니다 세계 전쟁을 해서 만든 약도 있잖아요 방사성물질도 생각나네요 안 좋은 것뿐 아니라 좋은 걸 처음부터 알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없겠지요 시간이 가야 아는군요 그래도 어떤 일이 어떤 일로 이어질지는 알 것 같기도 해요 그러니 그런 건 조심해야 합니다 과학자보다 과학을 쓰는 사람이 더...


희선

그레이스 2022-08-20 07:45   좋아요 2 | URL
예!
그렇죠?
누구에게 그 발견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mini74 2022-08-20 1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우슈비치의 푸른 빛이라니 ㅠㅠ과학의 양면성같은 건가요...요즘 이공계 아이들 과학과 윤리? 이런 류의 수업 들으며 토론도 하더라고요. 꼭 필요한 수업 같아요.

그레이스 2022-08-20 12:43   좋아요 2 | URL
아 정말 필요한 수업인듯요
사유의 한계 안에 갇히는 게 무서운 일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요!

단발머리 2022-08-20 1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 리뷰 너무 좋네요. 저도 이 책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레이스님 리뷰 읽고 나니 쫘악 정리되는 것 같아요. 저는 새로운 지식을 처음 대하는 과학자, 수학자들의 분투가 잘 전해져서 좋았는데 그레이스님 글 읽으면서는 지식의 확장이라는 면이 딱 느껴지네요. 잘 읽고 갑니다^^

그레이스 2022-08-20 12:46   좋아요 3 | URL
아유.. 감사합니다.
저 아직 다른 분들 리뷰를 안보고 좋아요만 누르고 와서.. 이제 슬슬 읽어보려구요. 단발머리님과 다른 분들 리뷰 제목만 봐도 그 아우라에 기가 팍 죽던데...^^;;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08-20 17: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쉽고 흥미진진하다는 그레이스님 댓글에 절망!!! 읽다가 무슨 말인지 어려워서 집어던진 사람 저라니까요. ㅠ.ㅠ

그레이스 2022-08-20 17:59   좋아요 2 | URL
^^;;
뭐라고 해야할지...
이거야말로 독서취향때문이 아닐런지요.;;

서니데이 2022-08-20 2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좋을 것 같긴 한데, 그런데도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조금 있어서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네요.
가벼운 책만 읽다보면 생각할 내용이 많은 책은 읽는 시간이 조금 더 오래걸려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8-20 21:37   좋아요 3 | URL
읽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을수 있습니다. 모르는 이론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면...^^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래요~~

공쟝쟝 2022-08-21 1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렇게 정갈하고 아름답게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아... 그걸(?) 이렇게 꿰시다니. 그레이스님, 서말인 구슬 잘 꿰시는 분.

그레이스 2022-08-21 18:21   좋아요 2 | URL
정갈, 아름다움은 저랑 조금 먼데,,, 이런 칭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