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사드 카하트 지음, 정영목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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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다니던 피아노 학원에서는 연말에 청소년수련관 강당을 빌려 발표회를 했다. 6학년이던 큰 아이는 <템페스트>를 연주했다. 언제 그렇게 실력이 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대견했었다. 그 연주회를 위해 몇 달을 그 한곡만 연습했던 것 같다. 아이들은 제법 연주회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먼저 강당으로 갔고, 일부러 시간을 낸 남편과 나는 시간에 맞춰 갔다. 어린 아이들부터 연주를 시작했고, 큰 아이는 마지막 주자였다. 무대에 올라온 아이는 먼저 마이크 앞에 서서 자기소개를 하고 연주할 곡을 소개 했다. 긴장도 하고 쑥스러웠는지 삐딱하게 서서 빠른 속도로 읽어갔다. 다들 아이의 건들거리는 태도에 웃음을 터뜨렸다. 당황스러웠다. 자리에 앉은 아이는 연주를 제법 잘 해내고 큰 박수를 받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은 아이에게 인사하는 매너와 연주할 때 혀를 내밀던 것을 나무랐다. 믿고 피날레를 맡긴 선생님과 관객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그날만큼은 그동안 연습하느라 수고했다고 잘 했다고 칭찬만 해주었어도 좋았을 텐데…… 아마 남편도 돌이켜 보면 같은 마음이리라 생각된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큰아이에게는 미안한 기억이 많다.

  

작가 카하트가 살던 파리 좌안지역의 동네, ‘데포르주 피아노:공구, 부품간판이 걸린 19세기의 매력이 느껴지는 가게. 그는 중고 피아노를 살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그 곳을 찾고 주인 뤼크를 알게 된다. 피아노 수리도 하지만, 뤼크는 중고 피아노들을 사들여 수리해서 판매를 한다. 그의 방식은 특별하다. 관계와 신뢰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에게서 피아노를 산 고객의 소개를 받은 사람에게만 피아노를 판다. 중고 피아노를 매입하는 것도 사람을 신뢰하고 선금을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인상적인 것은 알코올 중독자인 조율사 요스에 대한 그의 태도다. 거리의 부랑자 같이 사는 요스의 실력을 믿고 그를 고객에게 보내준다. 술에 취해 큰 실수를 저지른 뒤에도 그 스스로 만회할 기회를 주는 모습에서 일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운영방식을 보게 된다. 수공업이 번성했을 시절의 파리 거리 장인들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에서 느껴지던 ‘19세기의 매력은 주인에게서 나오는 것이지 않을까?

 

뤼크가 피아노를 대하는 태도 역시 남다르다.

뤼크는 피아노를 얻은 방식을 이야기할 때는 늘 모호한 표현을 썼다. 절대 샀다거나 거래했다거나 경매에서 낙찰 받았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그는 피아노가 나한테 왔다거나 도착했다고 말했다. 마치 문간에 천사가 나타난 것처럼. ……피아노의 도착을 언급하는 방식은 사실 그가 느끼는 감정과 일치했다. 피아노는 한동안 그와 함께 살러 온, 떠날 때까지 그가 보살펴야 할 영혼이었다.”(41p)

 

작가는 자신의 피아노를 만나기까지 공방을 찾으며 피아노에 대한 지식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황금시대에 만들어진 스타인웨이, 음색이 돋보이는 베르슈타인, 피아노의 귀족 뵈젠도르퍼, 슈팅글, 에라르, ……그리고 파지올리.

피아노 연주 영상에서 STEINWAY & SONS 라는 로고를 자주 보게 된다. 스타인웨이는 세계적으로 콘서트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연주자들이 선호하는 피아노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파지올리에서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작가는 클라비코드와 하프시코드에서부터 피아노가 탄생하기까지의 역사도 전해 준다


스타인웨이에 대한 그의 묘사는 정교하다.

그 피아노는 최상의 상태로 보존된, 1896년산 스타인웨이 C모델이었다. 그 구조적인 면은 기본적으로 현대 스타인웨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일체형 철제 프레임은 케이스 안에 수평으로 자리를 잡고 주위의 현을 잡아당겨 단단히 고정했다. 그 프레임에 적용된 수많은 특허기술은 금속에 돋을새김으로 직접 기록되어 있었다. ‘교차 현 스케일’, ‘관형管形 액션 프레임’, ‘카포 다스트로 봉현들 밑의 울림판에는 정교하게 스타인웨이 로고가 박혀 있었으며, 그 위에는 왕실 피아노 공급자라고 찍혀 있었다. 그 양옆에는 유럽의 군주와 그들의 문장이 도열해 있었다. ‘프로이센 왕과 독일 황제’, ‘스페인 여왕’, ‘이탈리아 여왕’, ‘영국여왕’, ‘영국 왕세자’. 이런 식으로 보증인을 과시하는 것은 천박하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당시에 스타인웨이가 피아노 제작의 정상에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했다.”(81p)

 

여러 시간 여러 장소로부터 와서 뤼크의 손을 거쳐 다시 누군가에게 보내지는 피아노들 속에서, 작가는 운명의 피아노를 만난다. 슈팅글 베이비 그랜드 피아노.


그 자그마한 크기와 세세한 부품의 아름다운 배치를 보자 마음속에서 한 단어가 꿈틀대고 있었다. 처음에는 저항했지만, 그럼에도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당돌, 나는 이 피아노가 당돌해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신데렐라 같은 피아노였다. ……순간적으로 나는 이 작은 피아노가 어쩐지 좋고, 따라서 내 가족에게 맞는다는 생각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음을 깨달았다.”(45p)

 

나는 음계를 몇 개 쳐보았다. 그러다 화음 몇 개를 이어가보았고, 마지막으로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아르페지오를 몇 개 쳤다. 음들이 울려 퍼지면서 예상치 못했던 전율이 몸을 훑고 지나갔다. ”(46p)

 

피아노를 만나고, 서투른 연주를 하고,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울 수 있도록 교육기관을 찾고 데려다 주면서 유년시절의 피아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일 년에 한번 피아노 선생님의 집에서 열리는 연주회에서 경험했던 공황과 현기증, 그리고 아무런 의미 없는 곡예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낸 서커스의 동물이 느꼈을 법한 감정”(89p)의 경험을 떠올린다. 우리 아이들의 학원 연주회를 보고 돌아오던 때를 생각나게 한 장면이었다. 지금이라면 작가의 말처럼 그런 터무니없는 행사를 가지고 법석을 떨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는 피아노를 사랑할 수 있도록 해준 킬리언 선생님을 기억한다. 그에게 음악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음악을 끌어낼 수 있는 직관력 있는 교사를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 마스터 클래스 참관은 그런 가능성을 보여준 경험이었다. 그는 여전히 피아노 공방을 찾고 뤼크와 연결된 사람들을 만나며 피아노로 연상될 기억들을 쌓아 간다.

 

우리는 피아노에 꿈을 투자한다. 지나가다 내키면 건드려본다. 그 위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나 귀중한 물건을 올려놓아 집안의 성전으로 꾸며놓는다. 이런 피아노가 우리 삶에서 사라지면 그것은 사실 대체할 수가 없다, 거기 포함되어 있는 우리 삶의 흐름의 한 부분을 돌이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피아노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닳거나,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파괴당한다.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도 있고, 새로 좋은 악기를 들이면 음악의 영역으로 통하는 문이 다시 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 이 나무와 금속으로 만든 커다란 덩어리가 발휘하는 특별한 연상의 힘은 그 개별적인 피아노 한 대만 갖고 있는 것이다.”(217P)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아빠는 엄마와 함께 피아노를 계약하고 오셨다고 했다. 딸이 둘이나 있는데 피아노는 있어야지 하는 생각이셨던 것 같다. 우리는 나무로 된 거냐’ ‘삼익이냐 영창이냐이런 질문들을 했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이었다. *? 그 펌프 만드는 회사 그 한*? …… 두 분도 삼익이나 영창을 생각하고 피아노 거리로 가셨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점포 앞을 지나는데 피아노 연주 소리가 너무 좋아서 들어간 곳이 그 매장이었고, 직원의 유창한 말솜씨에 넘어가 계약을 하고 오셨다고 한다. ‘역사는 얼마 안됐지만 잘 만든 것 같더라로 우리의 논쟁은 끝이 났고 며칠 후 다행히 원목으로 된 피아노를 받았다. 나는 공부를 핑계로 하농의 고비를 넘지 못했고, 동생은 그나마 반주정도는 할 수 있는 실력은 갖췄으나, ‘피아노는 모셔두기만 하냐?’ 는 아빠의 핀잔을 듣는 날이 많아지고, 곧 피아노는 거기 원래 그렇게 조용히 있었던 가구가 되어갔다. 아이들 피아노 시작할 때, ‘피아노 가져올까?’ 했더니, 남편은 어디 건데?’ 하고 물었다. ‘*’ 했더니 코웃음 치는 남편에게 나는 그래도 소리는 좋아했었다.^^ 


 

피아노가 공방에 들어올 때마다 그 피아노 주인의 삶도 함께 온다. 이 소설은 유난히 지나간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기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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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2-01-31 05: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드님나이때 저도 tempest 2악장을 발표회때 쳤어요. 그런데 저는 3악장을 더 좋아해서 지금도 자주 듣고 있어요.
피아노얘기 재미있네요.

Falstaff 2022-01-31 07:55   좋아요 5 | URL
윽, 그레이스 님의 아드님도 그렇고, hnine 님도 그렇고, 초등 6학년이 템페스트를.... 타고나신 거 아닙니까?
전 영화 <하녀>에서 이정재가 출근하기 전에 그랜드피아노 연주하는 거 보고 헉! 했던 기억밖엔.. ^^;;;

그레이스 2022-01-31 08:31   좋아요 4 | URL
제가 보기엔 아이들이 거쳐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나마 남자애들에게 맞는 곡이라고 생각하셨는지 모르지만...
걔네들이 그 곡을 어떻게 이해했겠어요 ㅠ

그레이스 2022-01-31 13:12   좋아요 4 | URL
hnine님은 그 경지까지 가셨군요^^
저는 매일 꾸준히 연습해야 하는 레슨과정을 통과 못한 터라.^^

새파랑 2022-01-31 11: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 아닌가요? 😅 전 체르니 30번까지 치고 포기했는데 ㅎㅎ 엄청나네요~!! 지금은 피아노 계속 칠걸 후회가 남습니다 ㅜㅜ

그레이스 2022-01-31 12:43   좋아요 5 | URL
ㅋㅋ
맞아요
우리는 템페스트 하면 셰익스피어가 먼저 떠오르는 독서인이죠?!
ㅎㅎ
그래도 30번까지 치셨네요.
악보도 못읽는 남성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체르니 30번 그때가 고비라고 하더라구요.ㅋㅋ
오늘도 열독중이시겠네요.
새파랑님 행복한 명절 되시길요~!

미미 2022-01-31 12: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초딩때 구입한 피아노를 쭉 가지고 있었는데 이사하면서 팔고 난 후 기분이 참 안좋았어요. 나중에 디지털 피아노를 사고 싶은데 이 글 읽으니 고민됩니다. 소리만 좋으면 장땡 같은데요?ㅋㅋㅋ큰아이 넘 대견한데요? 피날레라니~^^♡ 혀내밀고 삐딱하게 서서 자기소개 읽고 다 천재느낌입니다.ㅋㅋㅋ

그레이스 2022-01-31 12:46   좋아요 6 | URL
ㅋㅋ
천재! 그렇게 봐줄걸...!
다행히 지금도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해요~
정말 다행이죠!

mini74 2022-01-31 14: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영창. 딸이 넷이라고 엄마가 곗돈 부어 사오셨어요 ㅎㅎ 하농 잔짜 지겹죠 ㅠㅠ

그레이스 2022-01-31 15:03   좋아요 2 | URL
^^
그때는 그랬죠?!

희선 2022-02-01 0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피아노 오래 배우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못했네요 새로운 것도 아니고 중고 피아노를 고치고 그걸 파는군요 아예 모르는 사람한테 팔지 않고 아는 사람이 소개해야 한다니... 피아노에도 사람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하겠습니다 피아노만 아는 것도 있을 것 같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2-01 15:22   좋아요 3 | URL
특별히 제가 성장하던 시대에는 피아노에 대한 추억이 있었을거예요~^^

얄라알라 2022-02-03 14: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주변에서 아이가 여럿이신 분들 혹은 형제자매 많으신 분들을 보아도, 유독 큰 아이에게는 차고넘치는 칭찬보다는 격려성 질책(?)과 조언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피날레 연주를 했던 자녀분의 무대 매너와 대화를 디테일까지 기억하시는 애정이 느껴집니다.
근데 저는 영창과 삼익은 바로 알았는데 ˝한*˝?은 모르겠어서 검색해보려고요^^ 그레이스님 유년기의 추억이 가득한 가구 이야기에 덩달아 훈훈해집니다!

그레이스 2022-02-03 14:16   좋아요 2 | URL
^^~♡
펌프회사랑 이름만 같은건지 아님 거기서 만든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름 듣자마자 그 광고부터 생각났어요 ^^

레삭매냐 2022-02-03 2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피아노는 자고로 공간을 많이
잡아 먹는 그런 가구랍니다 헷

그레이스 2022-02-03 23:18   좋아요 2 | URL
맞아요
이사할때는 더 애물단지죠^^

서니데이 2022-02-04 1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희집도 피아노가 있지만, 이웃집에 시끄러울까봐 가구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 때는 정말 고가였어요. 근데 한*는 처음 들어서 어디인지 궁금해지네요.
그레이스님, 잘 읽었습니다.
오늘 날씨가 추워요.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2-07 06:33   좋아요 3 | URL
^^
감사합니다 ~
모두 궁금해하시는군요
한일이예요 ㅋㅋ
진짜 소리는 좋았어요^^
건반이 조금 무겁기도 해요 ㅎㅎ
작가가 받은 피아노가 스타인웨이도 아니고 뵈젠도르퍼도 아니고 슈팅글이어서
그때 생각이 났어요^^
이번에 쇼팽콩쿠르 1등 한 부르스 샤오 유 리우(?)는 파지올리를 연주하더라구요^^
서니데이님도 건강하세요
 
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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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팔일>에서 공자는 관저는 즐거울 때도 지나치지 않는 낙이불음(樂而不淫)과 슬플 때도 화기(和氣)를 상하게 하지 않는 애이불상(哀而不傷)의 대표작이다.”라고 했다.

 

관저關雎

關關雎鳩 끼룩끼룩 물수리는

在河之洲 황하의 강섬에서 울고

窈窕淑女 아리따운 요조숙녀는

君子好逑 임의 좋은 짝이지

參差荇菜 올망졸망 마름 풀을

左右流之 이리저리 헤치며 찾고

窈窕淑女 아리따운 요조숙녀를

寤寐求之 자나 깨나 구하지

 

求之不得 찾아도 찾을 길 없어

寤寐思服 자나 깨나 생각하지

悠哉悠哉 끝없는 그리움에

輾轉反側 이리저리 뒤척이며 밤새지

參差荇菜 올망졸망 마름 풀을

左右采之 이리저리 헤치며 뜯고

窈窕淑女 아리따운 요조숙녀를

琴瑟友之 금슬 좋게 사귀지

 

……

 

시경(詩經)<관저(關雎)>에서 애이불상(哀而不傷)을 말하는 공자는 슬픔을 아는 사람이다. 역설적으로 그의 애이불상은 슬픈 기운을 더 진하게 한다. 이 시와 공자의 감상은 먹먹하게 하는 애상(哀傷)으로 다가왔다.

 

아이다의 첫 번째 편지에서 나는 이 애이불상(哀而不傷)을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이 소설은 이중종신형을 받고 수감되어있는 연인 사비에르에게 보낸 아이다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종신형은 감옥 안에서 죽어도 시신을 돌려주지 않는 형벌이다. 시위와 소요를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사비에르는 테러리스트라는 죄목으로 이 형을 받았음을 추측하게 된다. 아이다는 사비에르와 결혼한 관계가 아니어서 면회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그녀는 사비에르와의 결혼을 정부에 신청해보지만 거듭 거절당한다.

 

첫 번째 편지에서 아이다는 사비에르를 나의 엎드린 사자라고 부른다. “오늘 일어나 보니 하늘이 파랬어요. 멀리서 당나귀 울음소리가 들리고, 가까이에서는 시멘트를 섞는 삽질소리가 났어요라고 말한다.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 몸을 비틀며 기어내려 오는 카멜레온의 모습을 관능적인 느낌으로 전달하며, 카멜레온은 그리스어로 엎드린 사자라는 뜻이라고 말한다.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마음이 가라앉았다. 사랑하는 연인의 부재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음을 전하고 있어서였다. 계속 이어지는 그녀의 편지는 일상과 사건들을 담담히 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절제된 그리움이 절절히 전해진다. 내가 관저와 애이불상을 떠올린 이유일 것이다.

 

사비에르는 이 편지를 읽고 그녀의 그리움을 느꼈을 텐데, 편지 뒷면에 남긴 그의 메모는 자본주의와 세계화를 비판하는 내용뿐이다.

 

십억 명의 사람들이 제대로 된 식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일 리터의 물이 브라질의 어떤 지역에서는 일 리터의 우유보다 더 비싸고, 베네수엘라에서는 일 리터의 휘발유보다 더 비싸다. 같은 시각, ‘보티아 앤드 엔스()가 소유하고 있는 두 개의 펄프 제지공장에서는 우루과이 강에서 하루 팔천육백만 리터의 물을 끌어와 쓸 예정이다.”(19p)

 

애써 외면하려는 것일까? 감정에 젖어들 수 없다는 다짐처럼 보인다. 만져 볼 수도 안을 수도 없는 몸의 상황이 선명해져서 더욱 슬프다. 죽음으로도 만질 수 없는 몸! 그를 사랑하는 그녀에게도 형벌이다. 이렇게 편지 뒷장에 남긴 사비에르의 메모는 그의 사상과 투쟁을 짐작하게 한다.

 

아이다는 그녀의 몸이 그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그래서 더욱 의지를 갖게 됨을 전하고 있다.

 

기대는 몸이 하는 거고 희망은 영혼이 하는 거였어요. 그게 차이점이랍니다. 그 둘은 서로 교류하고, 서로를 자극하고 달래주지만 각자 꾸는 꿈은 달라요. 내가 알게 된 것 그뿐이 아니에요. 몸이 하는 기대도 그 어떤 희망만큼 오래 지속될 수 있어요. 당신을 기다리는 나의 기대처럼요. 그들이 당신에게 이중종신형을 선고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그들의 시간을 믿지 않게 되었어요.”(40p)

 

약사로 일하고 있는 그녀의 모든 일상은 사비에르의 부재를 지시하고 있다. 총을 맞고 찾아온 소년을 치료하다가, 길을 걷고 식료품을 사다가, 콩깍지를 까다가, …… 그의 부재와 그리움에 입술을 깨무는 그녀의 편지를 한 장 한 장 읽다가 나는 결국 뜨거운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사비에르도 그랬을까?

 

나는 가만히 지켜봐요. 내가 무얼 지켜보는지 알아요? 나는 거친 혀로 자신을 깔끔히 단장하는 당신의 부재를 보는 거예요.” (155p)

 

고양이가 몸을 단장하는 모습에서 그의 부재를 본다는 그녀의 모든 시간 모든 사건은 그리움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가슴이 저렸다.

 

앞부분 그녀의 편지에서 느껴졌던 담담한 그리움은 쌓인 흐느낌으로, 두 사람이 함께했던 신념의 다짐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 어느 것도 그녀의 슬픔의 깊이를 드러낼 뿐이다. 그의 손, 말투, 태도, 표정, 음성, 함께 비행하던 아름다운 순간을 기억하면서 그녀는 그런 그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후 이어지는 편지들에 손을 그려넣고 그를 만지고 싶어 하는 자신의 손이라고 한다. 그저 갈비뼈 움푹한 곳의 서늘함이라 했던 부재의 느낌은, 몸에 닿지 못한 손의 저릿함으로부터 밀려오는 뜨거운 눈물로 폭발하게 되고,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쓴다. 편지의 마침 인사는 당신의 아이다에서 세월에 점점 쫓기고 있는, 그리고 당신의 아이다’, ‘당신의 영원한 아이다로 변해간다.

 

사비에르의 메모도 그리움을 차츰 드러낸다.

 

카산드라 윌슨의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고 있다.

- 나는 단지 해가 질 때

당신이 보고 싶을 뿐이에요.

그것뿐이죠.

나는 단지 해가 질 때 당신이 보고 싶을 뿐이에요.

더 이상은 바라지 않아요.- ”(67p)



 

가끔은 그 사이의 시간을 분간하는 게 어려워요

당신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말하는 게

당신은 내 마음의 장미-

 

어젯밤 들은 조니 캐시의 노래.

 

당신이 지쳤다면 내 품에 기대요

내 마음의 장미” (113p)



 

노래 가사로 눌러왔던 그리움을 비치는 사비에르의 글 때문에 울었다. 그의 셔츠를 다리고 그 옷을 입는 그를 상상하는 아이다, 몸을 받아들인 지각과 그 이미지가 존재하는 정신으로 그의 존재를 더듬는 아이다에게 그는 드디어 짧은 문장으로 자신의 마음을 적는다.

 

이레네. 잘 자요. 꿈속에서 당신을 가질테니.”(189p)

 

이 문장을 옮겨 적으며 나는 또 울고 있다. 죽은 몸으로도 만날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두 사람은 꿈속에서 길을 찾는다.

 

편지 뒤에 쓴 사비에르의 메모가 없었더라면 이 소설의 감동은 덜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책 더미를 딛고 올라가 창틀을 통해 하늘을 바라보는 그는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에 맞춰 밖으로 행진해가는 수인들의 행렬을 상상한다. 그의 짧은 글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감정을 억제하고 여전히 신념을 통해 세상을 보려고 하는 자신과의 투쟁을 엿보게 된다. 자신의 잠 속 집으로 찾아오라는 아이다의 편지 뒷면에 오늘밤의 탈출경로라는 제목의 낙서(그림)로 이 소설은 마치고 있다. 존 버거의 말처럼 사비에르와 아이다 두 사람이 어디에서든 무사히 함께 하길 빌어본다.


어느 시간 어느 장소인지 알려주지 않았고작가도 서문에서 실제로 입수한 편지인지 아니면 온전히 창작에 의한 것인지 밝혀주지 않는다읽다보면 그들이 처한 상황이 362평방 킬로미터의 감옥 가자지구를 연상하게 한다존 버거의 가자지구에서 활동과도 연관되기도 한다부재그것은 자연스러운 부재가 아니었고권력에 의한 강제였다몸을 구속하는 권력과 그에 저항하는 사랑을 작가는 탁월한 구성으로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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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17 00: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진짜 좋아하는 책인데..... 처음 읽었을 때 그 둘의 마음에 감정이입이 너무 심하게 되어서 한동안 멍했던 기억이 나요. 오랫만에 그레이스님 글과 책속 문장들을 다시 보니 그 때의 감정이 다시 느껴져 울컥하네요.

그레이스 2022-01-17 09:09   좋아요 4 | URL
저는 요즘의 제 정서를 의심할 정도로 많이 울었어요 ㅠ

희선 2022-01-17 0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글을 보면서 이 소설은 실제 있었던 일일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주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레이스 님 이 소설 보면서 우셨군요 이중종신형이라는 것도 있군요 이 세상에서는 만나기 어렵다 해도 다른 세상이든 꿈에서든 만나기를... 꿈에서이 깨고 나면 덧없을지라도...


희선

그레이스 2022-01-17 06:27   좋아요 4 | URL
저도 실제 있을 수 있는 일이란 생각입니다. 그래서 더 마음 아프구요

새파랑 2022-01-17 08: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이 우셨다고 하니 필독서네요~!! 글에서 간절함과 그리움이 느껴지네요 ㅜㅜ
편지 소재의 책 정말 좋아하는데~!!

그레이스 2022-01-17 08:50   좋아요 6 | URL
새파랑님도 우실지 몰라요^^

미미 2022-01-17 10:31   좋아요 5 | URL
저도!! 분위기는 다르지만 도선생님의 ‘가난한 사람들‘떠올랐어요ㅠ

그레이스 2022-01-17 10:38   좋아요 4 | URL
저는 <가난한사람들> 올해 읽을 예정이예요.^^

새파랑 2022-01-17 10:47   좋아요 4 | URL
가난한 사람들 너무 좋습니다~!! 제가 가난해서 더 끌렸습니다 ^^

미미 2022-01-17 10:48   좋아요 3 | URL
프로필 예쁘네요 오~녹색광선^^👍

그레이스 2022-01-17 10:50   좋아요 3 | URL
미미님 말씀 안하셨으면 모를뻔,,,
녹색광선 모아놓으니 예쁘네요~♡
소장욕구 불러일으키는 장정!

새파랑 2022-01-17 10:52   좋아요 3 | URL
제가 사진을 잘 못찍어서 안이쁘긴 하지만 ^^

미미 2022-01-17 10:53   좋아요 3 | URL
모델인 책들이 알면 서운하겠어요ㅋㅋ이뻐요!!!

거리의화가 2022-01-17 09: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중종신형 너무 잔혹한 형벌이네요ㅜㅜ 그레이스님의 감정이 오롯이 전해져서 저까지 슬퍼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져볼 수조차 없음에 더 커져가는 그리움.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2-01-17 10:40   좋아요 2 | URL
미국에도 이런 형벌이 있죠. 테러리스트의 경우 사형을 받아도 시신을 인도하지 않죠. 시신과 장례식, 묘지는 군중의 불을 지피게 되서 ... 안중근 의사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죠.
이유와 그에 따르는 형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겠지만 웨스트뱅크와 가자지구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격리, 이별, 상실의 아픔까지 다가오는 작품이었어요.

mini74 2022-01-17 09: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글도 책 속 문장도 정말 절절하네요. 문장이 우와, 애이불상 ㅠㅠ 서점이 옆에 있다면 바로 가서 사고싶어지는 리뷰에요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 2022-01-17 09:58   좋아요 5 | URL
이 책은 감히 강추합니다.
존 버거의 책을 사들이고 있는중!

Breeze 2022-01-17 1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존 버거의 책은 읽어보지 않은 거 같습니다. ^^

그레이스 2022-01-17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breeze님께도 강추예요

2022-01-18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18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01-19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의 왼쪽 그림, 처음에는 샤워기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보니까, 아래 음표 같은 것이 보여서 아닌 걸로...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1-20 06:51   좋아요 1 | URL
손전등일듯요
잠속 집으로 오는 길을 밝혀주겠다는...!
서니데이님 오늘 날씨도 춥네요
바닥도 미끄러워요
건강하세요~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
헤더 로즈 지음, 황가한 옮김 / 한겨레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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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가 중요한 화두이지만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현대적 사랑은 존중과 이기심 사이 그 어디쯤일까? 죽음을 앞둔 아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음악가의 갈등과 아브라모비치의 행위예술이 던지는 사랑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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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1-14 0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은 소설 같지 않은데 소설이더군요 누군가를 사랑해도 자신이 먼저인 사람도 있고 상대를 생각하고 자신이 하려는 걸 그만두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뭐가 옳은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느 쪽이든 아쉬울지...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게 덜 아쉬울 듯도 한데...


희선

그레이스 2022-01-14 06:40   좋아요 2 | URL
예~
곁에 있는 사람조차 끌어안지 못할때가 많죠. 제가 그렇게 부담을 주는 대상이 될까봐 그게 두렵기도 하구요.
 
패싱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9
넬라 라슨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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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블랙웰스 섬을 지날 때, 백인 기사가 모는 리무진이 우리 곁을 지나갔다. 차 안에는 세련된 흑인 셋, 즉 흑인 남자 둘과 여자 하나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거만하게,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우리를 향해 달걀노른자 같은 눈동자를 굴렸고, 나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 위대한 개츠비피츠제랄드

 

1925년, 피츠제랄드의 소설에 표현된 이미지즘이다. 차창 밖으로 바라보는 뉴욕의 풍경을 바라보는 한 백인의 감상이다. 탁월한 유미주의로 읽혀지지만 리무진에 탄 그들 흑인들을 우스꽝스럽게 보고 있는 동일자의 사유가 보인다. 패싱1929년에 쓰여진 것이니 동시대의 작품이다.

 

패싱은 주로 어떤 구성원을 특정한 범주로 생각하거나 받아들여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유색인종의 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혈통을 감추고 백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소설 중 브라이언이 말하듯 흑인사회의 사람들은 패싱을 비난하면서도 용납하고, 경멸하면서도 부러워하고, 극도로 멀리하면서도 눈감아준다.

 

아이린의 피부색은 어둡지 않다. 살인적인 더위를 피해 시카고 드레이튼호텔 스카이 라운지에서 차를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을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여성의 시선에 분노와 경멸, 그리고 두려움을 느끼는 모습에서 아직 흑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장소가 있던 시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이 흑인인 것이나, 심지어 그 사실이 밝혀지는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었다. 어떤 장소에서 쫓겨난다는 생각이 그녀를 불안하게 했다. 그것이 드레이튼 측에서 취하리라 예상되는, 제아무리 정중하고 세련된 방식이라 할지라도 그랬다.”(23p)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시선의 주인공은 오래전 뉴욕 할렘에서 함께 자란 클레어다. 잠시 백인 행세를 하던 아이린은 백인사회의 일원이 된 하얀 피부의 클레어를 만난다. 그녀는 자신의 인종을 감추고 백인과 결혼해서 화려한 삶을 살고 있다. 2년 후 클레어는 아이린을 찾아온다. 남편의 눈을 피해 뉴욕에서 파티에 참석하고 그들과 교제한다.

 

아이린의 눈에 어렸을 적 클레어는 모질고, 감정이 전혀 없어 보였다.”(15p) 그녀는 항상 위험의 극단에 서있다. 타인의 감정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 천성적으로 배려심이 부족한 사람이다. 아이린은 클레어와 연관되면 자신은 목적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느낀다.”(71p) 클레어의 아름다운 얼굴에 떠오르는 표정은 아무리 애를 써 봐도 아이린으로서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63p) 아이린은 클레어가 불편하고 피하고 싶으나 그녀를 만나면 요구를 들어주게 된다. 그런 자신이 싫다. 그렇게 클레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아이린은 클레어 켄트리에 대해 의구심과 죄책감을 갖게 되고 그것들은 커져간다. 클레어를 초대한 댄스 파티는 아이린의 삶에 흔적을 남기게 될 중요한 시점이 된다. 클레어는 아이린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고 아이린 부부의 가라앉아 있던 불안한 요소들을 떠오르게 한다. 클레어가 자신의 삶으로 퇴장할 때 마다 브라이언은 불행과 불안에 휩싸이고, 자기 안으로 깊숙이 틀어박히고, 아이린은 그의 상태에 대해 무력감을 경험한다. 집에서 열리는 티파티에서 클레어를 바라보는 브라이언의 복잡한 시선을 깨닫고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다. 아이린은 클레어의 남편이 아내가 흑인임을 알게 되거나, 클레어가 병에 걸려 죽는 상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녀는 조용히 부르짖었다. 인종 때문에 겪는 고통이 아니더라도 여자로서, 한 개인으로서, 스스로의 일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고통을 겪고 있지 않느냐고, 너무도 비인간적이고 부당했다.”(133p)

 

아이린의 존재 안에는 이미 여러 개의 경계가 새겨져 있다. 클레어의 내면에 침투한 동일자는 스스로 존재를 부정하고 가장하게 한다. 아이린의 경우 배제를 겪고 있다. 인종과 성과 관련된 권력으로부터. 경계의 철학자 푸코에 의하면 동일자가 타자를 배제하고 추방하는 지식 권력은 신체에 새겨지는 생체권력(bio-pouvoir)으로 작용한다. 클레어와 아이린 모두 양상은 다르지만 그 권력의 지배를 받고 있다.

 

브라이언과의 갈등을 오래된 것으로 여기려는 아이린의 생각은 무력감만 더한다. 할렘가의 흑인사회와 미국의 인종주의에 환멸을 느낀 브라이언은 브라질로 이민을 떠나고 싶어 했으나 아이린은 뉴욕에서의 삶을 지키고 싶어 했다.

 

그녀는 남편의 상실을 메꿔주기 위한 그녀의 모든 노력, 모든 수고로움, 그녀의 방법이 최선임을 증명하기 위한 그 모든 조용한 노력들, 그를 위한 모든 헌신, 드러나게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덧없어진단 말인가?”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아이들 남편에게 닥칠 일들을 떠올리며 불안해한다. 그 불안은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경계와 배제와 관련된 존재의 불안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노력이 덧없게 느껴지고 실제로 덧없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서운 상상이 현실로 나타날 때, 그것이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상상일 때, 그 상상의 주체는 어떤 느낌을 받을까? 추락한 클레어가 사라졌다고 생각했을 때 아이린은 안타깝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가 클레어의 팔에 손을 댄 장면 이후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실에, 그녀의 혼란스러움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순간을 모호함으로 둔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클레어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아이린의 불안은 나를 불안하게 했다. 클레어의 죽음은 아이린의 상상 속에서 이미 여러 번 일어난 일이었다. 아이린은 클레어의 죽음에 안도한다. 클레어는 아이린이 지키려는 가정, 남편, 아이들을 무너뜨리는 존재였으니까. 아이린이 감사의 흐느낌이 밀고 올라오는 걸 막으려 했다”(156p)는 극단적 감정 상태는 추방당하고 감금된 타자의 몸부림이라는 생각이다.

 

하얀 흑인, 그것은 배제와 억압 속에서 타자들을 배제하고 억압하는 동일자의 가치척도를 내면화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일자는 이처럼 자신이 핍박한 타자들의 피부, 타자들의 내면에까지 침투한다.”

(342p 철학자와 굴뚝청소부,2003년판, 이진경)

 

우리에게 경계가 많아질 때 그것은 언젠가 나를 배제하는 권력으로 작용한다. 이미 우리는 많은 경계를 경험하며 살고 있다. 그 경계들 사이에서 자신도 모르게 타자로 배제되는 경험을 한다. 혹시 배제된 경계 안으로 잠시 외로운 패싱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경계가 사라지게 되면 패싱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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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9 00: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감사의 흐느낌,,,,
다인종 다문화 시대에도 경계를 구분짓는
피부색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
인 것 같습니다.

갯츠비 올려주신 문장 영화 속에서 스치듯 별 생각 없이 봤는데 패싱 작품과 영상을 보고 나니 달리 보이네요 ^ㅅ^

그레이스 2021-12-29 07:05   좋아요 6 | URL
다인종 다문화 시대인데 그 경계는 더 높아지는 듯 해요
저는 이 시대 뉴욕하면 개츠비와 바틀비의 월스트리트가 생각나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1-12-29 02: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경계가 사라질 날이 올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차별하거나 다르게 보면 안 된다 생각하면서도 사람은 그런 걸 쉽게 하기도 하네요 자신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보이고 싶어하기도 하는군요 있는 그대로가 가장 좋다고 하지만...


희선

그레이스 2021-12-29 07:12   좋아요 5 | URL
또다른 경계가 생기겠죠
그 시대 사회를 장악하는 지식권력에 따라 경계는 생길테죠. 따라서 경계 허물기 담론은 끊임없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희선님 항상 감사합니다.

mini74 2021-12-29 08:0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읽으며 예전 남과 북이란 미드에서 흑인과 백인사이에서 태어났지만, 하얀피부로 백인으로 자란 여주인공이 생각났어요 진짜 엄마는 유모로, 혹여 밝혀질까 두려워하던. 하얀 흑인 이란 말이 참 슬프네요. 경계허물기가 끊임없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그래이스님 글에 공감합니다 ~~

그레이스 2021-12-29 14:40   좋아요 7 | URL
저는 왜 이렇게 대댓글 달때 실수를 할까요?
아차 하고 다시 수정하려고 하니 이미 좋아요 누르심. ㅎㅎ

scott 2021-12-29 11:27   좋아요 3 | URL
저도! 눌렀습니다 좋아요! 🖐

미니님 그 드라마 혹쉬!
리처드 아미티지가 나왔던 북과 남!??


그레이스 2021-12-29 08:4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드라마 봤어요
그때만해도 굉장히 놀랍게 보였는데.
자꾸 읽고 보면 생각이 달라지겠죠?
경계허물기는 예술부터 ^^
공감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12-29 08:5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경계가 사라지는 날이 오겠죠? 미국사회 뿐만아니라 우리나라도 이런 경계가 많은것 같아요. 사람대 사람으로만 서로를 바라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레이스 2021-12-29 09:12   좋아요 6 | URL
새파랑님 글 보니 경계를 걷어낸 눈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서니데이 2021-12-30 2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회마다 서로 다른 차별과 차이가 있겠지요. 그게 좋지 않은 것들이어도 달라지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레이스님, 날씨가 다시 차가워졌습니다.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12-30 23:27   좋아요 2 | URL
예!~오랜시간 걸려왔고, 걸리겠죠
이제 2021년도 하루 남았네요
Happy new year! 서니데이님~!

Breeze 2021-12-31 09: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경계도 많죠.
그 경계가 사라지는 날이 올까요? 의문이긴 합니다.
그레이스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그레이스 2021-12-31 09:43   좋아요 1 | URL
예~
브리즈님~
하나가 사라지면 또 하나가 생겨나고 하겠죠.
Happy New Year!
브리즈님

페크pek0501 2022-01-02 2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설 중 브라이언이 말하듯 흑인사회의 사람들은 ‘패싱’을 비난하면서도 용납하고, 경멸하면서도 부러워하고, 극도로 멀리하면서도 눈감아준다.˝ - 인간의 이중성이 느껴지네요.
서머싯 몸의 <케이크와 맥주>라는 소설에서도 이런 게 많이 포착됩니다. 본래의 인간과 보여지는 인간의 차이를 느끼게 되면서 저 자신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

그레이스 2022-01-02 21:32   좋아요 2 | URL
케이크와 맥주 얼른 봐야겠어요;;
사놓고 아직 못 읽었거든요^^

독서괭 2022-01-09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엇 저도 이 책 읽고 개츠비가 생각나서 리뷰에 써야지 생각만 하고 못 쓰고 있었는데! 이제야 이 리뷰를 봤네요. <패싱> 참 인상적인 소설이었습니다.

그레이스 2022-01-09 23:15   좋아요 1 | URL
같은 생각이셨다니 반갑네요
예~ 제게도 오래 기억될 작품인듯요
 
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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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우골리노와 아들들>의 조각상, 이 소설을 장악하고 있는 이미지다. 왜 주인공 루시는 이 조각상에 마음이 붙들려 있었던 것일까? 처음 이 조각상이 눈에 들어온 순간 그녀는 , 하고 속으로 외쳤다.”(103p) 13세기 이탈리아, 권력싸움 끝에 아들들과 함께 탑에 갇힌 우골리노와 아들들은 굶어 죽었다. 고통을 견디다 못한 아들들이 자신들을 먹어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이다.(이 이야기는 각색된 것으로 그의 시체에서는 육식의 흔적이 없었다고 한다.) 루시는 그 조각을 보기 위해 몇 번이나 그 미술관을 일부러 찾아갔다.

<Ugolino and His Sons>, Jean-Baptiste Carpeaux(French, 1872-1875), 대리석, 1865-1867


두 번째 이미지는 병실 창밖 밤이면 환한 불빛이 기하학적으로 밝혀지는 크라이슬러 빌딩의 풍경”(9p)이다. 병실을 찾아온 어머니와 4일 동안 병실에서 기억의 아픈 파편들과 대비를 이룬다. 가난한 유년 시절에 무지할 수밖에 없었던 화려한 세상, 자신에게 꽂히던 사람들의 무심하고 차가운 시선을 상징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지독한 가난, “너희 식구들한테서는 냄새가 나”(18p)하고 달아나던 아이들, 배고픔, 방임과 체벌, 유기와 폭력의 기억들과 겉도는 대화의 대조는 아직 치유되지 못한 상처가 있음을 알려준다.

 

이따금 예고 없이, 부모님이 충동적으로 사정없이 우리를 때리기도 했는데때리는 사람은 대체로 엄마였고, 대체로 아빠가 보는 데서였다지금 생각해보면 우리의 푸르죽죽한 피부와 침울한 태도를 보고 그 사실을 눈치 챈 사람도 있었을 것 같다.”(19p)

 

고립되고 지적 성장에 있어 자극과 도움을 받지 못했던 그녀는 예절, 말의 뉘앙스, 눈초리의 의미들에 대해 스스로 터득해 갈 뿐이었다. 그녀는 그런 일에 무지했었다. 시간이 흐른 뒤 길을 걷다 떠오른 기억 속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음과 자신의 유년이 얼마나 어두웠는가를 깨닫는 순간의 묘사는 가슴이 저리도록 아름답다. 역설적이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어쩌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을 거라고. 하지만 햇살이 내리쬐는 보도를 걷거나 바람에 휘는 나무 우듬지를 볼 때, 또는 이스트 강 위로 나지막이 걸린 11월의 하늘을 바라볼 때, 내 마음이 갑자기 어둠에 대한 앎으로 가득 차는 순간들이예기치 않게찾아오기도 한다. 그 앎이 너무 깊어 나도 모르게 소리가 터져 나올 것 같고, 그러면 나는 가장 가까운 옷가게로 들어가 낯선 사람과 새로 들어온 스웨터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21p)

 

사람들도 이런 기억의 방문을 받으면서 통과해나가겠지만 그들은 공포라는 감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처럼 보인다. 자신은 타인을 잘 알지 못하고, 삶은 많은 부분이 추측으로 이루어진 듯하다는 그녀의 생각이 슬프다.

 

자신이 얼마나 비참한지 조차 알지 못했던 소녀가 유년의 루시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전쟁의 고통스런 기억으로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도 가둬두었다. 그녀가 갇혀 있곤 했던 트럭에서의 기억은 모호하고 희미하지만 존재의 그림자로 남아있어 순간순간 두려움으로 튀어 나온다. 그녀의 기억 속의 집은 갇힘, 돌아가면 다시는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운 장소였다.

 

추수감사절이라 집에 돌아온 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대학생활이 꿈일까봐 두려웠고, 눈을 뜨면 다시 이 집에서 영원히 머물게 될까봐 두려웠다. 그렇게 되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생각했다. 안 돼. 그 생각을 한참 하다 나는 겨우 잠이 들었다.”(35p)

 

외로움은 루시가 맛본 인생의 첫 인상이었고, 그것은 숨어 있다가 존재를 일깨워주곤 했다. 그런 그녀는 나는 늘 낯선 사람들의 친절에 의지하며 살았어요”(98p)라고 한 블랑시 뒤부아의 대사를 기억한다. 그 대사처럼 그녀는 사람들의 친절에 위로를 받고 눈물을 흘린다. 헤일리 선생님, 제러미, 몰라, 세라 페인, 그리고 매일 병실을 찾아오는 친절한 의사.

 

우연히 만났던 소설가 세라 페인의 워크숍에서 참여하고, 세라페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루시를 격려한다. 그것은 학대이야기가 아니라 사랑 이야기이고 전쟁에서 저지른 일 때문에 평생을 하루도 빠짐없이 괴로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124p)라고 하며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든 흔들리지 말고 쓰라고 한다. 그러나 세라 페인의 글 역시 뭔가를 피해 빗겨 서있는 느낌을 준다. 그렇게 사람들은 스스로를, 자신의 상처를 직면하기 어렵다. 작가 엘리베스 스트라우스 자신의 고백이기도 하다.

 

작가가 되려면 냉혹해야 한다는 말을 떠올리며, 진정 냉혹함은 나 자신을 붙잡고 놓지 않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게 나야, 나는 내가 견딜 수 없는 곳일리노이 주 앰개시에는 가지 않을 거고, 내가 원하지 않는 결혼생활은 하지 않을 거고, 나 자신을 움켜잡고 인생을 헤치며 앞으로, 눈먼 박쥐처럼 그렇게 계속 나아갈 거야!”(204p)바로 이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냉혹함이다.

 

<우골리노와 아들들> 조각을 바라보던 그녀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도 알고 있겠구나하고 그 조각가 말이다.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103p) 라고. 무엇을 알고 있었다는 것일까?

 

딸에게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절대로 하지 못하는 엄마, 과거에 딸에게 했던 잘못을 입에 올리지 조차 못하는 엄마는 지인들의 실패한 결혼과 불행에 대해서만 이야기 한다. 겉도는 이야기 속에서 엄마의 진심은 무엇일까? 엄마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찾아간 딸에게 제발 가달라는 애원을 하는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죄의식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게 된다. 조각가가 알고 있었던 것은 그것일까?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상상하며, 입을 찢고 있는 우골리노의 고통을! 조각을 바라보는 은밀한 순간 그녀가 조각상에서 얻은 사실은 우린 모두 불쌍한 인간”(104p)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상처를 갖고 있다고 말하면 너무 상투적일까? 하지만 누구나 상처를 갖고 있다. 치유 되었는가 아닌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가족으로부터 전혀 사랑과 돌봄을 받지 못했던 그녀가 의지한 것은 오히려 낯선 사람들의 친절이었다. 루시의 치유는 자신을 바라보는 냉혹한 시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자신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냉정함이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이다.” 이제 병실 창밖의 크라이슬러 빌딩의 불빛처럼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도 당당할 수 있다.

자신을 가두었던 기억들로부터 자유를 얻은 사람은 고백한다.

모든 생은 내게 감동을 준다.”(2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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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28 00: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면서 루시의 마음이 느껴져서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배움의 발견이란 책 속 주인공과 닮았단 생각도 했었지요. 문장들 다 좋지만 특히 마지막 두 문장 넘 와닿습니다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 2021-12-28 00:31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저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문장들이 아름다워서 더 슬프구요ㅠ

scott 2021-12-28 00: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 모두 상처 받은 인간 ㅠ.ㅠ
루시 바턴 작가님의 자전적 스토리!
그레이스님 리뷰는 언제나 내게 감동을 ^ㅅ^

그레이스 2021-12-28 00:46   좋아요 4 | URL
자려고 하다가 댓글 달아요.^^
감사해요 ~~♡

새파랑 2021-12-28 06: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자전적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상처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받아들이는 정도는 다 다를 것 같아요. ‘모든 생은 내게 감동을 준다‘ 너무 공감가고 멋진 말이네요~!!

그레이스 2021-12-28 06:57   좋아요 5 | URL

새로운 풍경 속에 있는 그녀의 말에 감동했습니다.
작가는 루시 바턴이기도 하고 세라 페인이기도 한듯요.

다락방 2021-12-28 09: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루시 바턴을 두 번 읽었거든요. 그런데 그레이스 님의 이 리뷰를 보니 완전히 새로운 루시 바턴을 읽은 느낌이에요. 이 리뷰를 읽은 후에 읽는 루시 바턴은 또 새로울 것 같아 다시 루시 바턴을 보고 싶네요. 그러고보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야말로 정말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독한 가난에 대해서 썼지만 그것에 대한 작가 개인적 감정이나 관심은 떨어뜨려 둔 것 같아서요. 아 또 읽고 싶네요, 정말.

그레이스 2021-12-28 10:10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읽으신 감상을 보고 싶어요
서재에서 찾을 수 있겠죠?
제가 워낙 늦게 읽어서...^
감사합니다 🍊

공쟝쟝 2021-12-31 15:30   좋아요 2 | URL
저도... 동감해요... 제게는 올해의 발견이었던 <루시바턴>
루시바턴에 나오는 이미지들을 이렇게 그레이스님의 소개로 읽으니까, 정말... 감동이네요... ㅜㅜ 그리고 진짜.... 아...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을까 싶고, 이렇게 멋지게 독해해내는 이웃이 있어 좋고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12-31 16:28   좋아요 1 | URL
공쟝쟝님의 말씀이 더 감사합니다.
몇시간 남지 않은 2021년 책읽기로 마무리하시겠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레이스 2021-12-28 11: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금 보니 오타와 비문 작렬!
수정하면서, 역시 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
이런 글을 읽고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感謝萬萬입니다. ;;

희선 2021-12-29 0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상처없는 사람은 없겠지요 어릴 때부터 사랑 많이 받은 사람도 있겠지만, 살면서 다른 사람한테 상처받기도 하겠습니다 그런 걸 마주하면 모든 삶이 감동을 주는군요 그런 걸 느낀다면 좋을 텐데...


희선

그레이스 2021-12-29 19:56   좋아요 3 | URL
직면하는게 쉽지 않으니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겠죠. 저도 쉽지 않은것 같아요. 글을 쓸때 저 자신을 보면.

scott 2022-01-07 17: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 추카!!
탑에 갖힌 우골리노가 용돈을 줌요 ^ㅅ^

그레이스 2022-01-07 18:55   좋아요 3 | URL
굶주린 그에게서?^^ㅋㅋ
감사드려요~

mini74 2022-01-07 17: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래이스님 축하축하 ~ 무슨 책 사실지 궁금해요 ㅎㅎ

그레이스 2022-01-07 18:56   좋아요 4 | URL
살 책이야 많죠!
고민해야할듯요 ㅋ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1-07 17: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축하드려요~!! 그레이스님 글은 뭔가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어요 ^^

그레이스 2022-01-07 18:54   좋아요 4 | URL
감사해요~^^

미미 2022-01-07 18: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장바구니 담았어요~!!당선 축하드려요 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2-01-07 19:02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물감 2022-01-07 2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당선 축하해요 ㅎㅎ
기회되면 이 책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당

그레이스 2022-01-07 21:45   좋아요 2 | URL
물감님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1-07 20: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전 지금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기 시작했어요.읽고 나면 이 책도 읽어 보려구요^^

그레이스 2022-01-07 21:45   좋아요 2 | URL
예~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2-01-07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그레이스 2022-01-07 21:45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thkang1001 2022-01-07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1-07 21:4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초란공 2022-01-07 2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이제 리뷰 쓰기 활활 불타실듯요^^

그레이스 2022-01-07 21:4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러블리땡 2022-01-08 00: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좋은 밤 되세요 ~

그레이스 2022-01-08 09:16   좋아요 2 | URL
감솨합니다
좋은밤이었습니다^^
북플도 못 들여다보고 잤네요~
좋은 주말 되세요~♡

페넬로페 2022-01-08 00: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축하드려요.
같은 책 2권의 투혼입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2-01-08 09:19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연말연초에 넘 바빴는데 리뷰 상금주시니 감사하고 ㅎㅎ
책 사들이고 더 바쁠듯요 ㅋㅋ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1-08 09:18   좋아요 3 | URL
아아!
같은책?!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
한 권은선물해서 리뷰상금 받았나봐요.~♡

희선 2022-01-08 0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축하합니다 어쩐지 살면서 자신과도 화해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레이스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2-01-08 09:38   좋아요 2 | URL
끝이없죠 ㅠ
우리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잘못하니까...!
감사합니다~~♡

bookholic 2022-01-08 18: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2022년 쭉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그레이스 2022-01-08 22:3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제 알라딘 서재 글쓴지 1년 됐으니(1년적 쓴 글들 알라딘에서 알려주는데 못읽겠더라구요^^)
새내기는 벗었죠ㅋㅋ
감사합니다~
북홀릭님 2022년도에도 함께 쭉 이어가요~♡

독서괭 2022-01-09 2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1-09 23:15   좋아요 0 | URL
감사드려요 ~♡

하나의책장 2022-01-10 0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1-10 05: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