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11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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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는 이 소설 가난한 사람들의 탄생을 드라마틱한 장면으로 묘사하고 있다.

동이 환하게 틀 때까지 두 친구는 서로 황홀해 하며 즐겁게 말을 나누었다. 이윽고 네크라소프는 서둘러 러시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비평가인 벨린스키에게 향했다. 그는 깃발처럼 원고를 흔들며 새로운 고골리가 태어났다며 문가에서부터 외쳤다. 의심쩍어 하는 벨린스키는 당신들 집에서는 고골리들이 버섯처럼 쑥쑥 자라는가 보구려하며 시큰둥하게 투덜거리며, 지나친 감격에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다음날 도스토예프스키가 방문했을 때, 그의 태도는 달라져 있었다. “대체 당신이 무엇을 만들어 냈는지 아시겠습니까?”하며 벨린스키는 흥분한 목소리로 어리둥절해 하는 젊은 도스토옙스키에게 외쳤다. 이 새롭고 갑작스런 명성 앞에서 심지어 공포와 달콤한 전율이 그를 엄습해 오기도 하였다.”

(32~33p 도스토옙스키를 쓰다슈테판 츠바이크)

 

184424세의 도스토옙스키가 쓴 인간연구서, 눈물이 흐를 정도의 열정의 화염으로라는 가제를 달고 있었던 이 소설은 그의 가난이 낳았고, 이후에도 그는 마치 자신의 소설의 주인공인 듯 가난과 병, 상실에 시달리며 살아갔다. 이 작품은 주인공 마까르 제부쉬낀과 바르바라 도브로셀로바(바렌까)의 편지글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의 편지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빈민들의 삶과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읽게 된다.

 

제부쉬낀은 외투의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를 떠올리게 한다. 가난한 하급관리, 필경사, 볼품없는 외모, 독신은 아까끼를 닮았다. 마까르 살고 있는 주거환경은 목로주점의 아파트를, 그가 살고 있는 하숙집 부엌 한쪽에 칸막이를 세워 만든 방은 브뤼 영감이 지내던 계단 밑 골방을 연상케 한다. 그가 이런 곳에 머무르게 된 것은 자신의 소유를 하나 둘씩 팔아 바롄카의 필요를 채워주었기 때문이다. 그의 바렌까를 향한 감정을 무엇이었을까? 두 번째 편지에서 그는 늙은 나이에 사랑의 감정에 빠져 횡설수설”(20p) 했다고 후회하다가 다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은 순수한 부성애”(21p)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그의 진심은 사랑이지만 많은 나이 차이와 사람들의 시선, 관습 등에 둘러싸여 자신의 감정에 한계를 두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기에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꼬프와 결혼하는 바롄까를 만류하지 못한다.

 

책에 따라 살기에서 작가 김수환은 이 소설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 중 하나는 그의 문체가 작품의 말미에 이를수록 현저히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그는 떠나는 바르바라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서 이 편지가 마지막이라니오, 절대로 그럴 수는 없습니다. …… 이제 제게도 좋은 문장력이 생겨나고 있는데…….”라고 탄원하고 있다.(219p) 실제로 그의 편지를 읽어가면서 처음의 거칠고 직설적인 표현이 비유나 상징의 아름다운 언어들로 채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문체가 좋아지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고 한 후, 그가 써내려간 문장들은 비애감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가끔 저는 아침 일찍 관청에 서둘러 가다가 넋 놓고 도시를 바라보는 경우가 있어요. 잠에서 깨어 일어나는 모습, 연기를 피워 올리며 무엇인가 끓이는 모습, 왁자지껄하게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모습 등을요. 가끔 그런 모습을 재미있게 보다가 저는 난데없이 코라도 한 방 얻어맞은 사람처럼 풀이 싹 죽어 버립니다. 그리고 조용하고 겸손하게 가던 길을 재촉하며 손을 내젓고 말죠.”(175p)

도시 빈민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변화무쌍하고 화려한 도시 속에서 느낄 법한 감정을 하나의 풍경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의 문장이 좋아진 이유는 책을 읽고 계속 해서 써왔기 때문이다. 바르바라가 첫사랑 뽀끄로프스끼의 영향으로 책을 읽게 된 것처럼 제부쉬낀은 문학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바르바라가 권해 주는 책들을 통해 독서 경험을 넓혀간다. 바르바라가 노트에 쓴 뽀끄로프스끼에 대한 기억은 한 편의 뛰어난 소설이다. 액자소설의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에 보였던 마까르와 바르바라의 글쓰기와 독서에서의 간격은 차츰 좁혀지고 있다. 마까르는

그리고 제가 당신의 책을 좋아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이런 겁니다. 어떤 작품이든 가끔 다른 책들은 아무리 읽어도, 아무리 애를 써도 마치 그 책은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쓴 것처럼 아주 묘한 책들이 있습니다. 저로 말하면, 저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났어요. 따라서 저는 너무 수준 높은 작품들은 읽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주신 작품은 마치 제가 쓴 것처럼 정말 제 생각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더군요. 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사람들 앞에서 뒤집어 보인 것 같았다니까요! 그 정도로 자세하게 씌어 있었습니다! 정말 그랬어요!” (109p)

라고 고백한다.

 

그런 그도 바르바라가 빌려준 고골의 외투를 읽고는 몹시 불쾌한 감정을 담은 답장을 보낸다. 바렌까에게 서운해하고 이 책의 내용을 비판한다.

도대체 당신은 어떻게 이런 책을 저에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나요? 바렌까, 이건 몹쓸 책이에요. 진실성이 결여된 책이라고요.”(119p)

그는 왜 이런 반응을 보였을까? 아마도 아까끼의 처지와 비참한 가난과 굴종적인 태도에서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가 각하라 부르는 상관에게 불려가 파랗게 질려있는 모습은 아까끼의 태도와 유사하다. “마치 손바닥을 들여다보듯 내 이야기가 자세하게 씌어 있는 책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살면서 그것을 모르고 지나치는 일이 가끔 있었다는 것”(109p), 이전에는 전혀 모르고 지나쳤던 일들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생각나게 되고, 기억이 되살아나고, 내막을 알게”(109p)되어서 그녀의 책을 좋아한다고 하던 그도 외투는 피하고 싶은 내용이었다. 아까끼의 불행한 죽음 또한 그에게 불안을 안겨주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책의 끝부분에서라도 상황이 호전되고 분위기가 좀 누그러졌다면 좋았을 텐데라고 분노한다.

 

그러나 아까끼는 자신이 머무는 방과 직장의 책상, 돈을 모아서 맞춰 입은 외투에 갇혀있는 인간이다. 반면 제부쉬낀은 타인을 향한 연민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천성, 신앙, 전통적인 윤리…, 그 중 어느 것에서 비롯되었든 그는 당장 자신이 굶더라도 더 비참한 사람을 위해 적은 소유를 내놓는다. 이런 태도는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그 가치가 실체화되고 사유로 자리 잡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쨌든 바르바라의 책은 그에게 변화를 일으켰고, 같은 처지의 아까끼와는 다른 방향으로 삶을 이끌었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바렌까. 저의 이런 생각은 어쩌면 정도를 넘어 버린 자유사상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이여, 가끔 그런 생각이 드는 걸 어쩝니까? 그런 생각이 들면 저도 모르게 가슴속에서 뜨거운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어쩌죠. 따라서 도시의 소음과 굉음에 기가 죽어서 스스로를 가치 없는 사람으로 여길 필요는 없는 겁니다.”(177p)

 

바르바라의 노트에서 뽀끄로프스끼의 아버지가 죽은 아들의 관을 울부짖으며 쫒아가는 모습, 아들에게 선물했던 푸쉬킨의 책들이 그의 주머니에서 비어져 나와 비바람이 부는 거리 진흙탕 속에 떨어지는 장면은 처절했다. 제부쉬킨의 마지막 편지에서 떠나는 바르바라에게 계속 편지를 쓰겠다고, 문장이 좋아지고 있는데 그녀가 떠난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비탄은 그 장례식 장면과 연결되며 상실의 아픔을 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뽀끄로프스끼의 죽음으로 그가 아끼던 책이 의미 없어지듯이, 제부쉬낀의 문장력 또한 읽어줄 그녀가 없이 소용없는 것이다. 스스로도 자신을 싫어했던 그의 마음과 영혼에 밝은 빛이 들게”(162p) 해주고, “자신이 가슴도 있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162p) 해준 그녀를 상실함은 존재의미를 잃는 것과 같다.

 

그러나 제부쉬낀은 계속 쓰겠다고 말했고, 계속 쓰리라 생각된다. 바르바라를 사랑한 기억 안에 갇혀 살더라도, 문학은 그에게 위로가 되고, 아픔은 글이 될 것이다. 어쩌면 계속 쓰겠다는 이 절규는 도스토옙스키의 외침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스토옙스키의 인물들은 세상사에 어둡고, 현실에 열정적이기에 현실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이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츠바이크는 그들 개개의 불확실성은 민족의 불확실성을 뜻한다고 한다. 19세기 도스토옙스키의 인물 개개인의 비극과 분열, 장애가 러시아 민족 전체의 운명에서 나온 것임을 감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통이라는 뿌리를 상실한 도스토옙스키의 작중 인물들은 순수 러시아 혈통의 과도기적 인간들로서, 가슴에는 새로운 시대의 카오스를 안은 채 각종 장애와 불확실성에 시달렸다. ……그들 모두가 과도기의 인간, 새로운 시작의 인간들이었다.”(95p 도스토옙스키를 쓰다슈테판 츠바이크)

 

제부쉬낀 역시 제정러시아 관료주의 사회와 전통의 정신의 지배를 받고 있으면서, 책을 통해 자유주의적이 사상을 키워나가는 지식인들의 대열에 막 들어서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앞으로 도스토예프스키가 쓰게 될 작품 속 인물들은 이런 혼란과 불안감을 통과하며 어떤 인간형을 보여줄지 전망해본다. 그리고 저 멀리에 있는 죄와 벌의 라스꼴리니코프를 지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드미트리와 이반과 알렉세이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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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3-18 15: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그 가치가 실체화되고 사유로 자리 잡는 것‘과 ‘문학은 그에게 위로가 되고, 아픔은 글이 될 것이다.‘이 대목들이 저는 와닿습니다. 오래전 읽어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문장이 좋아지고 있다는게 왜 슬픈 역설인지 읽고 나니 이해되고요. <가난한 사람들>도<외투>도 꼭 재독하고 츠바이크의 평전도 읽어보고 싶은 리뷰입니다.🥲

그레이스 2022-03-18 16:07   좋아요 6 | URL
읽어야할 책들은 많고 시간이 없음을 느낄때, 미리 더 많이 읽어놀걸 하는 후회를 하지만, 가끔 오래전 읽은 책들 다시 읽으면서,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때, 차라리 지금 읽는게 낫겠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읽었다는 이유로 생각도 가물가물한 책들을 리스트에서 제외시키는 경우가 있어요^@^
감사합니다 ~~♡

새파랑 2022-03-18 18: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 책탑이 완전 멋지네요. 오래된 느낌이 드는게 더 깊이 있어 보입니다~!! 저는 <가난한 사람들> 읽으면서 저렇게 깊게 생각을 못했는데 역시 그레이스님은 깊이가 다른거 같아요 ^^ 문장이 좋아진다니 한번 그 부분을 집중해서 읽어봐야 할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2-03-18 19:39   좋아요 6 | URL
^^
낡은 책들은 남편의 오래된 책들이예요
사회과학서적도 이런게 많아요
신간으로 교체하고 싶어도 출간이 안되서, 그냥 읽는데, 깊이가 있는 내용이어서 읽고 버릴수도 없네요^^

mini74 2022-03-19 2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고골리들이 버섯처럼 쑥쑥 자란다니 ㅎㅎ그레이스님 인용문 너무 웃겨요 하다가 책탑을 보며 우와 그레이스님 👍계속 쓰고 계속 읽는 것은 역경을 이겨내는 힘인거 같아요. 그레이스님 글 솜씨 닮고싶습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2-03-19 21:28   좋아요 2 | URL
부끄럽습니다;;
독서는 과거의 경험을 끌어와서 현재를 살고 미래를 전망하는 행위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scott 2022-03-19 2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장이 좋아지고 있다는 건

눈,,,
안구 건강을 챙겨야 하능!ㅎㅎ

고골리들이 버섯처럼 쑥!쑥 자라듯이
그레이스님 집안 곳 곳 책탑이 쑥!쑥!ㅎㅎ

도끼옹 만한 작가
요즘 세상에 없고
읽어도 읽어도
거듭 읽어도
매번 느끼는 감동은 새로운 ^ㅅ^

그레이스 2022-03-19 23:44   좋아요 2 | URL
예~
그런것 같아요
다시 읽어도 감동이고, 그의 삶도 작품도 변주하는 작가들이 많은 걸 보면...!

희선 2022-03-20 0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글을 쓰겠다고 하는 건 도스토옙스키 자신인 듯하네요 책을 읽고 글을 쓰다보니 글이 좋아졌다니, 왜 그게 부럽기도 한지 모르겠네요 그레이스 님도 다르지 않겠습니다 책도 한권이 아니고 여러 권을 보셨군요 멋지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3-20 08:17   좋아요 2 | URL
제게는 제부쉬낀이 겪은 어려움들이 도스토예프스키의 것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군가 읽어줄 사람이 없는 글쓰기의 고독감까지...ㅠ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2-03-23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장이 좋아지고 있다˝
왜 슬픈 역설인지,
그레이스님 글 읽으며 끄덕끄덕....


동시에
보통 사람(?) 이라면 같은 작품 안에서 문장이 좋아지는 빠른 발전 이루기 힘든데 역시 Master Master...

그레이스 2022-03-24 12:57   좋아요 1 | URL
그렇죠?! 대가는 대가!
 
타타르인의 사막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3
디노 부차티 지음, 한리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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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펼쳐놓고 소설의 배경이 되는 타타르인의 땅을 찾으려고 하면 실패한다. 어느 시대쯤일까를 생각해봐도 가늠하기가 어렵다. 국경의 요새, 멀리보이는 북쪽 땅, 타타르인 모두 메타포다. 서사로만 읽어도 충분히 의미들을 건져낼 수는 있다. 하지만 설사 그렇게 읽었다고 하더라도 책을 덮은 후 계속해서 새로운 의미들이 살아난다.

 

사관학교를 졸업한 조반니 드로고는 첫 부임지 바스티아니 요새에 도착한다. 그 요새는 상상하고 멀리서 보이던 것과 달리, 사람이 거주하기 힘들어 보이는 건물과 흉벽, 포대와 탄약고, 그 뒤에 돌투성이의 황량한 사막이 북쪽을 향해 나 있을 뿐이다. 그는 국경을 넘어 언제 올지 모르는 타타르인과의 전투에서 공을 세우고 요새를 떠날 날을 기다린다.

그들의 행운과 모험, 그리고 적어도 각자가 한 번쯤은 경험할 기적 같은 시간이, 저 북쪽 사막으로부터 올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불분명해지는 이 막막한 우연을 위해, 군인들은 인생의 전성기를 요새에서 소모하고 있었던 것이다.”(71p)

 

3개월 정도가 지나면 요새를 떠나고 싶어 하는 젊은 장교들과 달리, 드로고는 요새에 남기로 결정한다. 그 순간 그는 어떤 고귀한 일을 해냈다고 믿으며 자신한테 생각지도 못한 선의가 있다는 것을”(89p) 발견한다. 그를 떠나지 못하도록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오래전 오르티츠 대위를 처음 마주했던 그날부터 정해져있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를 그 요새에 붙잡은 것은 그 세계의 부조리다.

누군가는 이 요새가 이 곳에 존재하도록 머물러 있어야한다. 타타르인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믿고. 그를 눌러 앉힌 욕망도, 라차리와 앙구스티나 중위의 죽음도, 오지 않는 타타르인을 기다림도 부조리하다.

 

상관 오르티츠 대위는 말한다.

이곳은 뭐랄까, 유배지 같은 곳이지. 그러니 어떤 분출구를 찾아야 할 필요가, 무언가를 바라고 기대할 필요가 있어. 어떤 자가 그런 생각을 떠올렸고, 그때부터 사람들이 타타르인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네. 맨 처음 누가 그런 얘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네.”(211p)

 

오르티츠 대위는 퇴임하면서 드로고에게 이년 안에 전쟁이 일어날테니 떠나지 말라고 한다.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아니길 바랐다. 사실 그는 드로고 또한 자신처럼 군인으로서 큰 행운을 누리지 못한 채 고향으로 돌아가길 빌었다. 그러지 않으면 억울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드로고에게 우정을 느꼈고, 그가 잘 지냈으면 했다.”(248)

 

인간의 본래적 감정일까? 아니면 세계에서 길들여진 이기심과 시기심일까?

 

상관들은 너무나 오랜 세월을 그는 헛되이 기다렸고, “너무나 오랜 세월 아침마다 변함없이 황량한 그 저주받을 평야를 봐왔지만”(141p) 부하들에게 그 진실을 알리지 않는다. 나이가 든 드로고 역시 자신이 처음 요새를 찾아왔을 때 오르티츠와 만났던 곳에서 새로 부임하는 모로 중위를 만난다. 그 역시 중위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못한다.

 

요새의 군인들은 오멜라스의 소년이다.(어슐러 르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서 마을의 행복을 위해 지하 감옥에 묶여 있는 소년) 세상의 부조리는 내가 빠져있는 덫을 타인이 피해가도록 알리지 않고, 그렇게 그것을 묵인하고 세습하며 집단을 존속시킨다.

 

진실을 알았음에도 드로고는 시시때때로 불안에 시달리며, 일상의 익숙한 리듬에 젖어 들어간다. 그리고 드로고는 삶의 중요한 일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환상을 놓지 않는다. 그는 결코 오지 않은 자기의 때를 인내심 있게 기다린다.”(241)

 

많은 시간이 흘러 마침내 적이 왔을 때, 그는 노쇠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였다. 역시 부조리하다. 그는 요새 밖으로 옮겨져 죽음이라는 진정한 적을 기다린다. 어쩌면 이 순간만은 진실하다. 요새라는 세계에서 그를 사로잡았던 희망과 환상으로부터 자유하게 되는 순간이다.

 

인생에서 올 것만 같은 약속된 그 무엇,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시대가 만든 허상일 수 있다. 원한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다리는 그것이 원하는 때에 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마치 그럴 수 있을 것처럼 보여 진다. 세계가 만들어낸 신기루다. 가장 확실한 사실은 죽음이 있다는 것이다. 그 마지막에 내가 기다린 것의 실체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미 비껴갔을까? 아직 오지 않았나? 아님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인가?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이 세계가 약속한 영광은 어쩌면 허상일 수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아직 오지 않은 그 무엇은 실체조차 알지 못한 채, 다른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 기다림들의 집합이 세계를 유지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가 그 오멜라스의 소년일지도!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매번 새로운 체계를 따르고, 비교조건을 찾으며, 상황이 더 나쁜 사람들을 보고 위안 받을 필요가 있었다.”(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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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3-12 16: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죽음이라는 진정한 적! 소주맛입니다ㅎㅎ 로맹가리의 말처럼 삶은 결국 죽음의 패러디에 불과하겠죠? 패러디 속에서 아웅다웅. 다 몸부림인듯 합니다.

그레이스 2022-03-12 17:13   좋아요 4 | URL
죽음의 패러디... !
이 세계가 제시하는 허상에 속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할까 생각합니다.

새파랑 2022-03-12 18: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무작정 기다리는,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의 심정을 느꼈어요 ㅋ 그레이스님도 좋게 읽으셨다니 기쁘네요~!!

그레이스 2022-03-12 18:05   좋아요 5 | URL
그 심정도 전달되죠?!
타타르, 사막,,,, 다 미지를 품고 있는 단어인듯요
적을 기다린다는 것도 아이러니이고...!

레삭매냐 2022-03-12 2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참으로 부조리합니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타협을
하고 받아 들이며 살아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공포와 두려움으로 치환된
기다림은 하염이 없었던 것
으로 기억합니다.

아무래도 올해 시간 내서
다시 한 번 읽어봐야지 싶네요.

그레이스 2022-03-12 20:54   좋아요 4 | URL
오래 전에 산 책인데 이제야 읽었습니다. 여러가지로 확장되어서 제가 읽어낸 의미보다도 더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mini74 2022-03-12 2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체 죽음은 다가오고. 그럼에도 그만 둘 수 없는 것이 삶인가요 싶다가 ㅎㅎ 그레이스님 글 속 기다림의 집합이 세상을 유지시키고 어쩌면 우리가 오멜라스의 소년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레이스님 글은 언제나 좋아요 *^^*

그레이스 2022-03-12 21:20   좋아요 3 | URL
감사해요^^
미니님 요점정리가 더 감동이예요~♡

희선 2022-03-17 0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다리는 건 오지 않는다 해도 죽은 어김없이 오겠습니다 그때가 찾아오면 아쉬울지, 그때까지 산 것만으로도 괜찮을지... 살아 내는 게 좀 낫겠지요


희선

그레이스 2022-03-17 05:16   좋아요 2 | URL
한편의 시를 만드시네요^^

서니데이 2022-04-09 00: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그레이스 2022-04-09 00:51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님

희선 2022-04-09 02: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또 축하합니다 어느새 주말이에요 한주가 빨리도 갑니다 그레이스 님 주말 즐겁게 지내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2-04-09 08:5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희선님 선뜻 다가온 계절 만끽하시길...!

mini74 2022-04-09 08: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ㅎㅎ 감동하며 읽었던 라뷰네요. 축하드려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2-04-09 08:51   좋아요 3 | URL
항상 감사합니다.
미니님~~♡

새파랑 2022-04-09 0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가 진심 좋아하는 책~!! 그레이스님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2-04-09 18:2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새파랑님 좋아하시는 책인거 진작에 알고 있었죠!^^

미미 2022-04-09 13: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들의 행운과 모험, 그리고 적어도 각자가 한 번쯤은 경험할 기적 같은 시간이, 저 북쪽 사막으로부터 올 것이다.˝이 문장 멋지네요. 그레이스님 2관왕 축하드려요!!.。o♡( ⸝⸝・໐・⸝⸝ )

그레이스 2022-04-09 18:3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왔을까요? 아니면 올까요?
기적같은 시간이라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아서 모르는걸까요?^^
 
타라스 불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1
니콜라이 고골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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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역사에서 카자크(코사크)는 중요한 연대기의 한 부분을 이룬다. 고골은 이 카자크 소지주의 후손이다.

 

15세기경부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남부 스텝 초원지대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출신을 따지지 않는 자치적인 무장 집단을 형성했다. 카자크란 그 집단과 구성원을 일컫는다. 타타르인의 노예사냥에 대비하여 자신들을 지켜야했고 16세기에 이르러 그들 무장조직은 타타르와 튀르크와 아르메니아인 대상을 습격할 정도로 세력이 커졌다. 이들은 정교(그리스 정교)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들이었다. 자포로제 시치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시치로 형성된 자치 세력이었지만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모스크바 공국 사이에서 동맹관계를 유지하거나, 지배를 받았다. 로마 카톨릭 국가인 폴란드보다는 정교를 믿는 러시아와 유대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6세기 말 이후 폴란드 왕에게 복종하여 전투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헤트만 페트로 사하이다치니(1614~1622년 재임)는 귀족출신으로 높은 교육을 받았으나 코사크군에 들어갔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문화와 교육, 정교의 진흥에 힘썼다. 그가 세운 비성직자 단체 에피파니 동포단은 그가 죽은 지 10년 후 키예프 모힐라 아카데미로 발전했다. ‘키예프 모힐라 아카데미는 정교의 교육기관이지만 고전과 라틴어, 그리스어 교육에도 힘을 쏟았다. 훗날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포함한 슬라브 사회의 가장 중요한 정교의 교육기관으로 자리를 잡는다. 표트르 대제의 근대화개혁을 뒷받침한 인재들이 이 아카데미 졸업생이었다.

 

1630년대 폴란드에 대한 반란 시대의 코사크를 그린 니콜라이 고골의 타라스 불바는 불바의 두 아들이 이 키예프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귀향한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카자크의 전사로서 오랫동안 전투에서 삶을 보냈고, 주요 원로 지위관들 가운데 한 사람인, “무서울 정도로 완고한”(19p) 불바는 이제 그의 아들들을 자포로제로 데려가기로 결정한다. “그의 몸은 전쟁을 위하여 태어난 것 같았고, 그의 성품은 남보다 월등히 용감하고 강직했다.”(19p) 불바는 그리로 가야만 진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포로제로 향함은 전투 참가를 의미한다. 드네프르 강 유역의 자포로제 세치는 카자크의 정신의 산실이다. 출신과 학식, 계급 등에 상관없이 각처에서 모여드는 남자들로 들끓는 용광로다.

 

자포로제 세치(시치)로 향하는 그들 앞에 펼쳐지는 대초원을 그린 표현들은 아름답다.

가면 갈수록 대초원은 더욱더 아름다워졌다. 노보러시아로 불리는, 저 흑해에 이르는 광대한 땅. 당시의 남부 러시아 전부가 푸른색 하나로 일렁이는 인적이 드문 처녀지였다. 쟁기질 하 번 한 적 없는 대초원은 야생 식물들로 뒤덮여 있고, 그곳을 지나는 말들은 마치 숲 속을 달리는 것처럼 잡초 속에 온몸이 푹 잠겼다. 자연계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곳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대지의 표면은 전부 황록색 바다요, 그 위로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와 있다. ……공중에서는 솔개들이 날개를 펼치고 두 눈으로 똑바로 풀 위를 응시하면서 날고 있다. 날아가는 오리 떼의 우는 소리가 어디쯤인지 잘 모를 저쪽 호수에서 울려온다. 풀 속에서 나온 갈매기 한 마리가 아름답게 날갯짓을 하면서 새파란 공중의 파도 속을 멋지게 헤엄친다. 갈매기는 높이높이 올라가 단 하나의 검은 점이 되어 깜박거린다. 그리고 방향을 바꾸어 태양 앞을 스치고 날아간다……. 아아, 대초원이여! 어쩌면 그대는 이렇게도 아름다운가!”(37p)

지도를 보면 대 초원을 가로질러 흑해로 흐르는 드네프르 강은 댐이 건설되어 호수의 무리가 되었다. 이 강 상류에는 체르노빌이 하류에는 자포리자(자포로제) 원전이 자리 잡고 있다. 강의 좌안으로는 공업지대와 광산이 개발되어 있다. 쟁기를 두고 가면 풀이 무성해져서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비옥한 유럽의 빵바구니는 약탈과 혁명, 폭격의 전장이 되어 있다. 고골이 노래한 이 아름다운 풍경은 현재의 비극과 대비되어 비애감마저 든다.

 

자포로제로 들어서는 그들의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과 소리는 대장간에서 쇠망치를 두들겨 대는 우렁찬 소리, 부싯돌과 화약을 파는 장사꾼들, 양고기를 파는 사람들, 길 한복판에서 사지를 뻗고 자는 카자크…… 빈둥빈둥 술에 취하고 노는 일 과 총 쏘는 것 말고는 재주가 없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다. 전투로 단련된 거무스름한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 이곳이 바로 세치다. “사자처럼 건장하고 오만한 모든 사람들이 생성되는 보금자리이자 본바탕이 되는 곳이다 굽힐 줄 모르는 굳은 의지와 카자크의 영혼이 모두 다 이곳에서 솟아 나와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넘쳐흘렀다!”(42p) 실컷 마시고 취하는 그들의 유흥은 유난히 시끄러웠지만 올바르지 못한 어두운 환락으로 이어지는 유흥은 아니었다. 모임의 연장이었다. 그러나 불바는 전쟁 없이 태만에 빠진 세치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마침 폴란드에서 정교도들에게 행한 포학행위가 보고되자 응징하기 위해 출전하고, 폴란드 남서부 지방의 마을을 포위한다. 아들 안드리는 키예프에서 잠시 만나 사랑했던 여인이 그 마을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굶어 죽어가는 여인을 구하기 위해 식량을 짊어지고 마을에 잠입한다. 폴란드의 편이 되어 전장에서 카자크와 싸우는 아들을 발견한 불바는 자신의 손으로 아들 안드리를 죽인다. 큰 아들 오스타프마저 사로잡혀 잔인하게 고문당하다 죽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불바는 다시 봉기한다.

 

타라스 불바의 행방이 밝혀졌다. 12만 명의 카자크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나타났다. 그 군대는 이미 전리품 때문에 혹은 타타르인을 추격하기 위해 나선 어떤 작은 부대나 지대가 아니었다. 그렇다, 참다못해서 전 민족이 일어난 것이었다. 자신들의 권리가 조롱당하고 자기들의 풍속이 짓밟힌 것에 대항하여, 수치스러운 모욕에 대항하여, 그들의 교회에 대한 모독에 대항하여 봉기한 것이었다.……그리고 오래전부터 카자크 민족의 증오심을 증대시키고 더욱 심하게 그들을 억압해 온 모든 것에 대항하여 복수하려고 봉기한 것이었다.”(209p)

치열한 전투에서 불바는 죽어가면서 멀어지는 카자크들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예언한다.“……우리 러시아 땅에도 러시아 황제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이 황제에게 정복되지 않은 세력은 이 세상에는 없을 것이다!”(220p)

 

우크라이나인들은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했다. 고골의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관리가 되려는 꿈을 안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상경했던 그가 러시아 문학가로 자리매김한 것은 러시아 안에서 카자크의 서술하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니콜라이1세의 보수적인 통치 아래 있었으므로 자기검열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다시 보니 그는 자신의 속마음을 은밀히 덧붙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의 힘을 이겨 낼만한 그런 힘, 그런 고통, 그런 불길이 과연 이 세상에 있을까!”(220p)

 

소설 중 전쟁의 장면은 서사시 일리아스를 떠올리게 한다. 카자크의 분노와 죽음은 아킬레우스와 영웅들을 기억하게 한다. 불바는 후세에 전해질 카자크의 서사시를 생각한다.

그와 같은 카자크의 영광은 총구에서 나오는 작은 화약 가루처럼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가슴가지 내려오는 긴 수염을 가진 반두라 악사가 나와서, 아니 원기 왕성하고 예언적인 영혼을 가진 백발노인이 나와서 묵직하고 기운찬 말로 그들의 공적에 관하여 이야기할 것이다. 또 후에 태어나는 모든 사람들은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시작할 것이다.”(153p)

드네스트르 강 위에 노를 젓는 카자크의 후예들이 자신들의 아타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장면으로 이 소설은 마치고 있다. 카작은 그저 유민들이 모인 집단에 불과한 것일까? 연대기는 그들이 민족이고 주변 국가에 저항해 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으며, 혼란한 역사의 분령기 마다 독립된 국가를 이루기 위한 투쟁해 왔음을 말하고 있다. 그들의 정신이 곧 국가였다.

 

푸틴은 러시아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한 번도 러시아와 별개의 국가였던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나치가 폴란드를 침공할 때 사용했던 논리다. 민족, 국가 공동체는 과연 무엇일까? 수많은 국가가 소멸하고 다시 세워지는 역사 속에서 과거의 국가가 오늘의 국가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러시아의 논리와는 반대로 우크라이나라는 국가가 탄생하고 있는 것을 본다. 코미디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 지도자의 위상을 찾는 것을 보았고, 국가를 지키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국민들을 보고 있다. 얼마 전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한 뉴스에서 키예프를 키이우로 표기 하고 발음하고 있다. 많은 지명이 러시아나 영어식 표기와 발음이었으나, 우크라이나 언어로 바뀌고 있다.(자포로제도 우크라이나어로는 자포리자이다.*우크라이나어: Запоріжжя , 러시아어: Запорожье ) 푸틴의 주장과 달리 러시아의 침공은 우크라이나는 국가였고 국가임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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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05 20:4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전 대장 부리바 ㅎㅎ 율 브리너 나오는 영화로 봤어요. ~ 아들 안드리의 목숨을 거두는 장면 슬펐어요 ㅠㅠ 우크라이나라는 국가의 탄생이란 그래이스님 말씀 공감가요. 러시아를 이기고 더 굳건한 국가로 거듭나기를.

그레이스 2022-03-05 20:44   좋아요 5 | URL
젤렌스키의 EU연설과 통역사의 울먹이는 음성, 기차역에서 아버지, 남편과 헤어지는 사진들은 가슴이 미어지네요.

Falstaff 2022-03-06 07:59   좋아요 3 | URL
중2 때 담임이셨던 이내수 선생께서 <대장 부리바> 그게 뭐야, 원작을 보면 카자흐 군이 전부 말을 타고 가는데 갈대가 얼마나 크게 자랐는지 그 많은 군인들이 행군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말야, 너네는 꼭 원작을 읽어야 해. 라고 이야기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책입지요. <고요한 돈강>이 넘 길고, 구하기도 쉽지 않고 해서 읽지 못하시는/못한 분들에게 최고의 선택일 겁니다. 저도 위의 이내수 선생 일화를 담은 독후감을 업로드 한 거 같은데 이상하군요. 지워졌나?
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요즘 읽기에 아주 맞춤하군요!!

그레이스 2022-03-06 08:42   좋아요 2 | URL
이내수 선생님!
한동안 지워지지 않을 성함이네요^^
저도 골드문트님 글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고요한 돈강>은 일월서각 7권으로 읽었습니다.
다시 읽고 싶은데 엄두가 안나네요;;

새파랑 2022-03-05 21: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저는 키에프로 알고 있었는데 키이우 라고 하길래 뭐지? 이랬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군요. 현재 상황과 연관되는 책을 잘 읽으셨네요. 우크라이나 대통령 앞에 코미디언 출신의 수식어는 더이상 필요 없을거 같아요. 그냥 진정한 지도자 답더라구요~!!

그레이스 2022-03-05 22:02   좋아요 3 | URL
코미디언출신이라고 비아냥댔지만 누구보다도 더 훌륭한 지도자이죠!
우크라이나인의 피가 흐르는 강한 지도자인듯요!

서니데이 2022-03-05 2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자포리자 원전 관련 뉴스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체르노빌 외에도 원전이 우크라이나 내에 여러곳 있다고 하더라구요.
이 지도에서도 표시가 되어서 뉴스에서 본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그레이스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3-05 22:35   좋아요 1 | URL
예~
방금 댓글 달고 왔는데...^^
서니데이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희선 2022-03-06 01: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며칠전에는 우크라이나어 교재가 있는 광고 메일 본 게 생각나기도 하네요 우크라이나 말은 잘 모르지만, 러시아말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군요 아주 가까이 있다 해도 말이 조금 다르네요 말은 한 나라에 중요한 거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죠


희선

그레이스 2022-03-06 08:57   좋아요 4 | URL
동슬라브어에 러시아어, 우크라이나어, 벨라루스아어가 있다고 하네요
언어는 중요한 기준이죠!^^

scott 2022-03-06 11: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제서야 정확한 우크라이나어 지명으로 불려 지다니,,


고골의 이 작품, 감동적이제 필체에 우크라이나 민족의 기상이 느껴지지만 불바의 마지막 처럼
우크라이나 무너지지 말아야 합니다 ㅠ.ㅠ

그레이스 2022-03-06 14:06   좋아요 1 | URL
고골의 작품중에 표현력이 뛰어난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요.
 

솔직한 글은 설득하는 힘이 있다. 그는 실패와 약점을 숨기지 않는다. 그의 위트는 마음의 빗장을 여는 열쇠다. 공감의 웃음이 배시시 삐져나온다.



페낙은 가장 최근에 출간된 몸의 일기로 만났다.

사랑하는 리종에게로 시작하는 유서가 서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딸에게 남긴 '몸의 일기'는 자신의 부재를 대신하는 또 다른 몸이다.

지금쯤 넌 내 장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있겠구나.……변호사가 네게 전해주는 건 괴상한 선물이야. 다름 아닌 내 몸! 살과 뼈로 된 몸이 아니라, 내가 평생 동안 몰래 써온 일기장. …… 이건 생리학 논문이 아니라 내 비밀 정원이다. 여기야말로 여러 면에서 우리가 공동으로 가꾼 영토지. 너에게 이걸 맡기마. 왜 하필 너냐고? 널 열렬히 사랑했기 때문이지.……”(9~12p)


몸은 두려움으로 인해 설사와 같은 생리작용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 경험 때문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그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으로 첫날의 일기장을 채우고 있다. 그만큼 처음 겪는 몸의 반응은 낯설고 두렵다. 유년기의 그는 이런 몸의 반응이라든지 성장과 함께 오는 변화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항상 불같이 화를 내는 엄마와 자신을 돌볼 에너지가 없는 아버지 사이에서 외로웠다. 그는 상상 속에서 동생 도도를 만들어내고 비밀스런 장난을 한다. 함께 자신의 신체를 관찰하고 탐험한다. 육체적으로 함께할 동반자가 필요했었다. 자신의 존재를 확실 드러내는 훈련을 하게 된 대상.

엄마를 대신해서 그를 씻겨주고 돌봐준 비올레트 아줌마가 없었다며, 그의 유년은 찬바람만 불었을 것이다. 비올레트 아줌마가 죽고 일기는 슬픔에 젖고 말라 버린다.


그는 기숙사로 보내진다. 춤에는 재능이 없는 몸, 부끄러움이 많은 몸은 호기심과 열기, 치기로 가득한 또래들 사이에서 겪는 2차 성징은 두려움과 외로움으로 뒤섞인다. 20대의 몸은 전쟁의 한가운데 있었다. 레지스탕스에 참여하고, 종전 후 프랑스 공화국의 기념식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눈물에 대한 묘사는 감동적이다.

“2년 만에 다시 쓰는 이 일기에서 내가 우선 주목하고 싶은 건 바로 그 눈물이다. 오늘 아침 난 실제로 내 몸 안의 눈물을 전부 다 쏟아버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있을 수 없는 살육의 기간 동안 내 정신이 축적해온 눈물을 모조리 쏟아버린 것이다. 눈물은 자아의 배설이다. 그 엄청난 양이란! 우리는 울면서 오줌 눌 때보다 훨씬 더 시원하게 자신을 비운다.”(140p)


그의 뇌는 다시 지적 노동을 시작한다. 20대의 청년의 몸은 일찌감치 건강염려증을 경험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부성애를 경험한 몸의 고백, 작고 연약한 몸을 향한 불안증, 자신이 교감하지 못한 몸의 대화를 한다.

아침나절, 꿈꾸는 개처럼 힘없이 혀를 늘어뜨리고 있는 브뤼노, 왜 그러고 있느냐고 물으니, 아이는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하게 대답했다.”(194p)

이런 일기를 쓰는 그는 설레고 행복할 것이다.


질병으로 입원한 병실에서 그는 계속 그림자처럼 따라온 두려움의 실체, “두려움은 인생의 유일한 열정이었던 것 같다는 홉스의 고백과 마주친다. 혈관종, 안경, 성기능 쇠퇴, 그리고 은퇴 등 노화와 함께 그의 삶은 그 나이의 이벤트를 겪는다. 몸은 굉음도 내지 않고 조용히 해빙을 겪는다. “몸이라는 극지에서 빙하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362P)

노년엔 없을 것 같던 외도도 비밀스런 몸의 이벤트였다.

 


그리고 소설처럼을 읽었다. 그의 책은 많은 소설의 리스트를 적어 내려가게 한다. 교직에서 아이들의 읽기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경험한 읽기 교육에 대한 이야기다. 교육자로서 아이들이 책읽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는 단지 tv, 학교, 시대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말로 시작한다. 독서가 아이에게 가혹한 징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독서를 즐겁게 해주어야한다. 그들은 훌륭한 독자가 될 자질을 갖고 태어난다. 이 자질에 손상을 입지 않도록 해주는 것은 점수와 성적과 같은 목적을 위해서 책을 읽게 하지 말아야 한다. 소설에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무엇이 있다. 책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어야 한다. 소설은 소설처럼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를 갈구하는 그들의 욕구를 일깨워줌으로 읽도록 해줄 수 있다.


그는 방법을 제시한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 그것은 선물이다. 읽어주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강의에서 조르주 페로스의 낭독을 들었던 어느 여학생의 추억은 감동적이다. “그분은 책을 읽어주기만 하신 게 아니에요.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셨지요! 돈키호테보바리 부인까지도요! 비평적 통찰이 요구되는 대작인데, 교수님은 먼저 단순한 이야기로 들려주셨어요. 그분의 이야기를 통해 산초는 살아 있는 뚱보가 되었고, 슬픈 얼굴의 기사 돈키호테는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신념으로 가득 찬 깡마른 꺽다리가 되었지요! 그분이 우리에게 들려준 에마는, ‘오래된 서가에 꽂힌 한물간 책들의 잔영에만 매달려 타락해가는 어리석은 여인이 아니라, 놀랄 만한 열정을 품고 있는 인물이었어요. 그러면서 우리는 페로스 교수님의 목소리를 통해 인간이라는 그 부조리한 모순 덩어리에게 냉소를 던지는 플로베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죠.”(169p)


소설을 읽음은 소설과 내가 교감하는 것이다. 교감에 실패하면 읽다가 중단할 권리도 나에게 있다. 소설은 소설처럼 읽어야한다는 말에서 조금은 마음이 흔들렸다. 내가 소설을 읽는 방식과 조금 달랐기 때문에. 그러나 낭독이 주는 역동성과 감동은 가끔 낭독모임을 계속해야 할 이유를 더해주어 흐뭇했다.

 



학교의 슬픔은 그의 열등했던 어린 시절로 시작해서 교사로서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몸의 일기가 유년시절에서 시작해서 노년에 이르는 몸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 책은 배움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알파벳을 a를 외우는데 1년이 걸렸던 이해력 결핍과 바칼로레아 때문에 재수를 했던 경험으로 시작한다. 열등생이었던 두려움은 학창시절 내내 그의 가장 큰 문제였고 장애물이었다. 교사가 된 뒤, 그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의 두려움을 치료하고 방해물을 치워버려 앎이 스며들 기회를 갖게 해주는 일이었다.”(30p) 문법을 이해하지 못해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을 단지 위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그가 설명하는 문법과 철자법은 아름답기조차 하다.


이 책에서도 그가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읽어준 책들의 목록이 줄을 잇는다. 그의 어린 시절 구원과도 같았던 독서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결국 나는 위스망스의 저아래를 구입했다프랑스 현대 문학사에 이어 페낙의 책을 읽어오면서 위스망스를 세 번이나 마주쳤기 때문이다.

은퇴 후 우연히 마주친 제자들과 수업에서 읽었던 문학으로 추억하는 그들의 대화에 가슴이 뭉클하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부터 구해내고 나머지 다른 사람들을 모두 잊게 하는 데는 한분 단 한 분!-의 선생님이면 충분하다고. 기억을 더듬어 봐도 내게는 그런 스승은 없었던 것 같다. 스승의 역할을 했던 분들은 있었다.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는 젊은 교사들이 준비하지 못한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멋진 메타포로 글을 마치고 있다. 오래도록 기억에 넣어두고 싶다. 여러 개의 갈피와 태그가 붙게 된 이 책을 내 아이들 키울 때 읽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함께 하는 아이들과 함께 적용해볼 수는 있을까?

 

페낙의 글은 그의 저서를 계속 찾아 읽게 하는 매력이 있다. 산문팔이 소녀를 읽기 시작했다출간된 순서를 거슬러 올라가며 찾아 읽어가고 있다. 나는 페낙 읽기 늦바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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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2-22 03: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은 페낙 읽기 늦바람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하나도 안 봤습니다 이름만 들어봤어요 소설을 소설로 보라는 건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사람한테 하는 말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책읽기를 재미없게 여기는 사람도 있잖아요 책읽기는 재미있어야 하죠 처음에는 그러고 시간이 흐른 뒤엔 자신이 읽고 싶은대로 보면 되겠지요


희선

그레이스 2022-02-22 06:26   좋아요 3 | URL
^^
말로센 시리즈까지 가게 되면 늦바람 맞을듯요!
^^

미미 2022-02-22 0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설처럼>p.169 마음에 드네요^^♡ 선생님이 해주시는 돈키호테 이야기 얼마나 재미있었을까요?!
그레이스님의 늦바람 응원합니다!ㅎㅎㅡ뒷북미미

그레이스 2022-02-22 10:00   좋아요 3 | URL
늦바람에 뒷북이라!
ㅎㅎ
넘 좋았어요
선생님들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이런 만남이 있다면 행복할것 같아요~
조금은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예요^^

레삭매냐 2022-02-22 1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래 전에 <소설처럼>
을 읽었었는데 재밌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른 책들도 궁금하네요.

그레이스 2022-02-22 10:02   좋아요 3 | URL
제게는 다 좋았어요
지금 읽고 있는 산문팔이 소녀도 좋아요^^

단발머리 2022-02-22 10: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처럼>이 좋았는데 <학교의 슬픔>은 좋은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공존하더라구요. <몸의 일기>는 노년과도 연관 지어 읽을 수 있겠네요.
페냑의 책을 이리 정리해주시니 처음 페낙 읽으신 분들에게는 쫘악 정리되고 넘 좋을 것 같아요. 고퀄 페이퍼에 감탄하고 갑니다^^

그레이스 2022-02-22 10:1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저는 몸의 일기 보고 넘 솔직해서 살짝 충격이었거든요. 그 일기를 아들도 아니고 딸에게 주는 것도 그렇고...!
신선하고 좋았어요^^ 매력있는 사람인듯요~♡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2-22 12: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드릴식 그레이스만의 독서법이죠!
늦바람이 아니라요~^^
파고드는 집중력!!!^^
몸의 일기가 노년 이야기로군요?
신문팔이 소녀 책도 처음 봤습니다.
페낙 제대로 읽고 싶을 때, 어울리는 페이퍼가 맞네요~^^

그레이스 2022-02-22 16:04   좋아요 4 | URL
드릴식 ^^
노년의 이야기뿐 아니라 유년의 몸이야기도 있습니다. 노년보다는 유년의 이야기가 가슴아팠습니다.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2-22 17: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몸의 일기 다들 평이 좋네요. 학교의 슬픔 도 관심이 갑니다 ~ 작가가 바칼로레아 때문에 애먹었군요. 바칼로레아 악명이 높던데요 ㅎㅎ

그레이스 2022-02-22 18:18   좋아요 3 | URL
그러게요
바칼로레아, 좋은 시험으로 보였는데 막상 점수위주의 프랑스교육을 문제로 지적하네요ㅠ
어디에나 단점은 있기마련이니...

얄라알라 2022-02-23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를 돌아보며 읽었습니다.
스크린 중독, 외로움, 분위기 탓, 아이들 집중력 탓
요즘 아이들 책 적게 읽고 가볍게 읽는 분위기를 탓하기 전에 읽어주는 것!

누군가에게 책 읽어주는 것이 꼭 영유아기 아이 대상뿐 아니라 훨씬 더 커서도 가능한 것인데
생각이 갇혀 있었다는 걸 그레이스님 글 읽으며 돌아봤네요^^

그레이스 2022-02-24 08:16   좋아요 1 | URL
예~
작년에 사기 일부분 낭독으로 읽고, 요즘은 중학교 아이들하고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낭독으로 읽고 있는데 좋아요. 고전읽기 모임에서 호메로스 낭독으로 읽기 계획중인데 다시 읽는 것이어도 새로운 느낌일듯 해서 기대가 되요~~
 
목로주점 2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4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4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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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펠로에 위치한 봉쾨르 여관 창문에서 목을 빼고 바라보는 제르베즈의 시선에 몽마르뜨 언덕과 푸아소니에르 시문(市門)이 들어온다. 회색빛 성벽, 피가 흥건한 도살장의 피비린내와 악취, “파리의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물결처럼”(14p,1) 보이는 노동자들의 행렬은 그녀가 살고 있는 도시 외곽의 모습이다. 지도를 살펴보다가 몽마르뜨 북쪽에 위치한 생 드니 수도원이 눈에 띄었다. 273년에 몽마르트에서 처형당한 생 드니(성 디오니시우스)가 자신의 잘린 목을 들고 걸어가서 쓰러진 장소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왜 생 드니가 눈에 띄었을까? 디오니시우스의 이야기는 형이상학을 배제한 에밀 졸라의 실험소설론에 반대되는 내용일지 모르겠다. 처형장이었던 몽마르뜨, 도살장, 생 드니의 공동묘지 쪽으로 향한 시문은 죽음을 향하고 있다. 어쩌면 이 소설 속 구뜨도흐에 살고 있는 이들은 잘려진 목을 들고 몸뚱어리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르베즈가 머물던 봉쾨르 여관이나 공동주택은 가난의 때로 찌든 장소다. 그런 그곳에도 햇빛이 잘들고 화분이 놓여진 창문을 가진 공간이 있다. 그녀가 잠시 소유했던 세탁소도 양지바른 곳에 위치하고 있다. 방은 그 방에 머무는 사람들이다. 로리외 부부의 방은 제르베즈에게 역겨운 공간이고, 구제의 정돈된 집은 그녀가 좋아하는 그 주인의 삶을 담고 있다.

 


플라상에서 제르베즈의 어머니는 “20여 년 동안 그녀의 아버지 마카르에게 가축처럼 부림을 당하다가”(68p,1) 생을 마쳤다. 걸핏하면 어머니에게 폭행을 가했던 아버지는 술에 취해 돌아온 밤이면 팔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거친 애정행각을 벌이곤 했다.”(68p,1) 그녀는 자신이 다리를 저는 것은 그런 날 밤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14살 때 아이를 낳았다. 랑티에는 그녀와 클로드, 에티엔을 버리고 떠났다. 랑티에가 떠난 후 함석공 쿠포는 집요하게 구애를 해오고, 그들은 결혼을 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나나가 태어난다. 성실하게 일하던 쿠포는 지붕에서 추락한 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제르베즈는 세탁소를 차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는 듯하지만 가파른 전락의 길로 들어선다.

 


자신이 높이공중으로 던져졌다가 떨어지면서 포석의 튀어나온 모양에 따라 앞뒤가 결정되는 1수짜리 동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82p1)는 제르베즈의 소망은 빵을 배불리 먹고, 몸을 누일 조그만 방 한 칸을 마련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남자한테 맞지 않고, 자신의 침대에서 죽는 것이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그녀의 이 작은 소망조차 이루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된다. 결국 그녀는 더 이상 일도 하지 않았고, 배불리 먹기는커녕 허기를 달래기도 힘든 지경이며, 오물 더미 위에서 잠을 자고, 딸은 거리의 여자가 되었고, 남편에게 얻어맞는 것은 일상”(309p,2)과 이젠 길거리에서 죽는 일만이 남은 삶을 생각하며 헛헛한 웃음을 터뜨린다. “그것이 보통 사람들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그녀가 가엾다. 사회적 안전망이 없던 시대의 비참함이다.

 


쿠포와의 결혼식 날 이벤트들은 모두 암시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천둥 번개가 치고, 빗속을 뚫고 산책(결혼식 후 행사)을 가는 그들, 그 산책 중 예정에 없었던 루브르의 경험, 만찬과 술취함, 고성과 다툼, 바주즈 영감과의 마주침(156p)으로 끝나는 그 하루는 그들이 살아갈 생활에 대한 암시다. 가난함 속에서도 살아가야하고 살아가는 중에 루브르와 같은 일상을 벗어난 순간도 맞을 수 있다. 장의사인 바주즈 영감을 마주치고 몸을 떨었던 제르베즈는 죽음을 원하는 비참함에 떨어지고 그가 만든 관 속에 눕게 된다. 루브르에서 보았던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은 쿠포의 추락을, 루벤스의 <케르메스>는 배가 터지도록 먹어대던 잔치와 알코올 중독, 욕구에 순응하는 삶을 전망한다.

 


더러운 세탁물이 널려있는 불결함이 가득한 곳에서 술 취한 쿠포와 입 한가득 주고받는 뜨거운 키스는 점차 쇠락으로 향하는 그들의 삶에 닥쳐온 첫 번째 추락의 순간과도 같았다”(233p,1)는 의미는 무엇일까? 더 이상 쿠포의 술냄새가 역겹지 않았다는 것은 쿠포의 삶이 지친 그녀의 몸에 배어 들어왔다는 의미일지 모르겠다. 몸의 유기와 방치 상태를 향한 추락의 시작이다.

 


제르베즈의 생일잔치는 그들의 가파른 전락을 예고하는 정점이고, 변곡점이다. 곳곳에 암시들이 있다. 르라 부인의 애절한 노래를 배경으로 랑티에를 향해 돌진하는 쿠포의 분노는 영화의 역설적인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클래식 사운드를 배경으로 빗속에서 살인을 하는 장면.

르라 부인은 먹고 남은 음식들 틈에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쿠포 가족이 잔치의 후유증을 떨쳐내려는 듯 밤새도록 죽은 듯이 잠자는 사이, 열린 창문으로 몰래 들어온 이웃집 고양이가 예리한 이빨로 조심스럽게 거위의 뼈를 갉아 먹으며 결정적으로 거위를 끝장내고 있었다.”

(372p,1)

제르베즈의 삶이 향하게 될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

 


랑티에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쿠포도 그것을 허용하고 잠자리까지 함께 하는 제르베즈도 한동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생각에서 자신을 놓아버리고 있다. 머리가 떨어져 나간 몸처럼. 삶에 진지하고 부지런했던 그녀에게서 게으른 천성이 드러나고 점차 그녀를 잠식한다. 그녀 안에 잠자고 있던 부정적 기질이 발현되고 커지는 것을 보게 된다. 가난과 게으름은 삶을 삼켜버리고 세탁부 일조차 할 수 없는 그녀는 배고픔으로 고통을 받는다. 배고픔에 지친 그녀는 충동적으로 몸을 파는 여인들의 거리로 나선다. 그리고 도무지 오지 않을 것 같은 밤을 기다리면서 대로를 따라 마냥 걸었다. 저녁을 먹으러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바람을 쐬는 숙녀처럼.”(285p 2)

 


쿠포가 알콜 중독으로 병원에서 죽어간 후에도 술은 서서히 그녀를 파괴해간다. 쿠포와 결혼 전 콜롱브 영감의 술집에서 보았던 증류기에서 받았던 암시는 현실이 되었다.

기이하게 생긴 용기들과 코일처럼 둥글게 감겨 있는 수많은 금속관들이 달린 증류기는 음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연기 한 줄도 새어 나오지 않았고, 숨소리나 지하에서 코 고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강력한 힘을 지녔으면서도 말이 없는 침울한 일꾼이 대낮에 밤일을 하는 것만 같았다.”(72p,1)

도살용 도끼 혹은 곤봉이라는 뜻의 라쏘무아르(L'Assommoir)’는 콜롱브(비둘기)나 봉쾨르(선한 마음)라는 이름보다 정직하다. 쿠포와 같은 노동자, 빈민층의 삶을 내려치는 도끼다. 그들은 제르베즈가 생각했듯 삶이 선사해준 적 없는 즐거움을 위해 술 취한다.

 


불안하기만 했던 나나는 거리의 여자가 되고 소설 나나가 어떻게 쓰여 질 지를 예상하게 된다.

제르베즈가 마지막까지도 놓지 않았던 사람에 대한 인정은 랄리와 브뤼 영감에 베푼 친절과 쿠포가 입원해있는 정신병원으로 향하는 발길로 나타난다. 이런 선함은 삶에의 의지를 갖게 할 수 없었을까? 형이상학을 배제한 에밀 졸라의 소설에서는 없다.

 

이보게…… 내 말 들리지…… 날세, 비비라게테, 여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사하는 남자…… 잘 가게, 거기선, 거기선 여기서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 거야. 이젠 편히 잠들라고, 어여쁜 부인!”(340p,2) 바주즈 영감의 환송을 받으며 제르베즈가 떠나는 장면이다. 제르베즈가 그렇게 바랐던 죽음만이 그녀를 고통에서 놓아줄 수 있는 것일까?

 


알코올중독과 나태함은 가족의 해체와 온갖 추잡함, 바르고 정직한 감정들의 점진적 상실을 야기하며, 종국에는 수치와 죽음을 안겨주고 만다. 이것이 바로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작금의 도덕론이다.”(6p, 1877년 서문)

 

에밀졸라가 그리고자 했던 것은 악취를 풍기는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한 노동자 가족이 돌이킬 수 없이 전락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가 실험소설에서 설명한 방식으로 말하자면, 한 인물의 기질이 일정한 환경을 통과함으로써 나타나는 내면과 가정과 공동체에 미치는 재난에 관한 것이다. 일정한 정념이 일정한 환경과 상황에서 작용할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 정념의 메커니즘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르베즈가 구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졸라가 루공 마카르총서의 계획을 세운 것은 1868년 겨울에서 1869년에 이르는 무렵이었다. 그는 자신의 소설들 속에서 새로운 과학정신을 보여 주고자 했다. 테레즈 라캥에서는 기질의 반응을 연구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여기서는 그 작품보다도 더 뚜렷하게 환경이 인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드러내 보이고자 했다.”(프랑스현대소설사미셸 레몽)

루공 마카르총서를 어떻게 읽어야할 것인가를 알게 된다.

 


드가는 발레리나를 그린 화가다. 그가 그린 그림에는 세탁부와 술 취한 여인도 등장한다. 서로 상반되나? 아니다. 그가 그린 발레리나 역시 도시의 그늘에 있는 여성이다. 스폰서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신분을 상승할 기회를 잡기 위해 딸을 무대에 올리는 어머니들 이야기는 이제 생소하지 않다. 제르베즈의 삶을 읽어가며 드가가 그린 여성들이 생각났다. 제르베즈가 바란 올바른 사회가 아니었음을 다시 확인한다. “그녀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건 올바른 사회에서 사는 것이었다. 그렇지 못한 사회는 몽둥이로 머리를 박살내듯 순식간에 여자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82p,1) 그녀는 바람대로 살 수 없었고 포석”(82p,1)은 정의롭지 못했다.

위험으로 내몰린 노동자들, 중독과 자살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 유린당하는 몸에밀 졸라는 관찰한 현실을 소설 안으로 끌고 들어와 사람들을 좋아하고”(68p,1) “심성이 매우 여린”(82p,1) 여인이 통과하는 삶의 결과를 통해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이 세계에서 당신의 삶은 안전한가? 라고.

 

<실내(강간)> 에드가 드가 ,1868~1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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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2-19 14: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르베즈의 소망이 소박했기에 상황이 더 비극적이었던 것 같아요! 드가의 그림들과 소설이 참 잘 어울리네요. 그레이스님~♡드가에 대한 마지막 문단 감탄입니다.👍

그레이스 2022-02-19 15:03   좋아요 5 | URL
맞아요! 소박한 꿈마저 이룰수 없는 사회!
우리는 어떤가하고 생각하게되요.
감사합니다~~^^

mini74 2022-02-19 15:2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잘려진 목을 들고 몸뚱아리로만 살아간다는 그레이스님 글이 ㅠㅠ 제르베즈의 삶, 나나의 삶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 같아요. 그 시대 무희들의 삶을 알고나면 드가의 그림들이 아름다움이 아닌 관음증처럼 보였어요 ㅠㅠ 그레이스님 글 읽으며 많이 배웁니다 *^^*

그레이스 2022-02-19 18:25   좋아요 7 | URL
저도 드가의 그림 해석을 처음 봤을때 충격이었어요.
그 후로 보니 드가의 그림에 멜랑꼴리가 있다는 누군가의 말이 이해가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

얄라알라 2022-02-21 23:02   좋아요 3 | URL
저도 그 문구 ˝잘려진 목을 들고 몸뚱아리로만 살아간다˝ 그레이스님 말씀처러 사회적 안전망이 없던 시대 가난한 사람들, 보통 노동자들의 삶을 드러내주는 문구 같아서 인상깊었어요.
감탄이 절로 나오는 멋진 리뷰, 대가의 소설을 읽으며 솟은 영감이 리뷰에도 묻어 나오게 되나봅니다!

그레이스 2022-02-26 20:07   좋아요 2 | URL
얄라알라님 감사합니다.
댓글 이제야 봤네요.
조금 정신없는 일주일을 지내다보니...
생 드니의 이야기가 제게는 이런식으로 영감을 주더라구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새파랑 2022-02-19 16: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권의 마지막이 제르베즈의 정점 이었던거 같아요. 그때까지는 좋았는데 ㅜㅜ 구제랑 떠났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떠오릅니다~ 불가능한 선택이었겠지만요 ㅎㅎ

그레이스 2022-02-19 16:09   좋아요 5 | URL
저도 그랬어요 ㅠ ^^

서니데이 2022-02-20 0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면, 나나도 목로주점도 제목은 좋은데, 내용을 읽기 시작하면 심각해지네요.
루공 마카르 총서는 이름만 들으면 인문학 전집 시리즈 같기도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2-20 00:42   좋아요 2 | URL
^^
그런가요?
옛날에 읽었었는데 뭘 읽었었는지 전혀 다른 느낌이예요^^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주말되시길!

레삭매냐 2022-02-21 1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 마저 읽어야 하는데 -
계속 새 책들이 쏟아져 나오니
미치갔습니다.

그레이스 2022-02-21 11:27   좋아요 2 | URL
ㅎㅎ
저도 그렇습니다
오늘도 배송중!

페크pek0501 2022-02-21 12: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을 오디오북으로 찾으니 없더라고요. 많은 작품들이 오디오북 제작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레이스 2022-02-21 13:01   좋아요 2 | URL
아!
오디오북 간절할때가 걷거나 차를 타고 이동할때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서니데이 2022-02-21 2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주말을 지나고 나니 2월이 한주일 조금 남았습니다.
내일도 춥다고 해요.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2-02-21 23:33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희선 2022-02-22 0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죽음만이 고통에서 놓아준다니... 이 말 슬프네요 실제 그렇기도 하겠습니다 살았을 때 좋았던 적도 있었기를... 어떻게 해도 잘 안 되는 사람도 있지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2-22 06:23   좋아요 2 | URL

넘 슬퍼요

2022-03-10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11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