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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비실
이미예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평점 :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g/a/gazahbs/WBik2VW7PqCTaKGw.jpeg)
상식과 교양이 있는 인간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나 역시도 누군가에겐 빌런일수도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빌런이라고 하면 히어로 작품에서나 나옴직한 말이였지만 최근에는 현실에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유형의 빌런들이 보이는 걸 보면 정말 이런 사람들도 함께 살아가는구나 싶기도 하다.
그 정도에 차이는 있을 뿐 인간이 사는 사회 속이라면 빌런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우리에겐 『달러구트 꿈 백화점』으로 유명한 이미예 작가님은 신작 소설 『탕비실』에서 초 하이퍼리얼리즘 소설로서 현실 속 빌런들을 소개한다.
특히 그 무대가 직장 내 구성원들을 위한 소소한 복지로 마련된 '탕비실'에 등장하는 다양한 유형의 빌런이라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운데 그 무대가 탕비실이라는 것일 뿐 어느 사회에나 이런 류의 인간들이 존재하는 걸 보면 내가 만난 빌런이란 주제로 그런 유형을 써보라고 하면 별의별 인간이 다 있겠구나 싶었다.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g/a/gazahbs/kRjmx8hBWBxZ1ssv.jpeg)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g/a/gazahbs/zqLK6QQe3Q4TMCuA.jpeg)
작품은 <탕비실>이라는 리얼리티 쇼에 출연하게 된 다섯 명의 직장인들을 하나의 공간에서 일주일 가량 지켜보며 일어나는 일들, 그중에 가짜 빌런(연기자)를 골라내면 상금을 준다는 것인데 처음 이곳에 초대된 (불)명예스러운 영광의 리얼리티 쇼 출연 예정자는 8명이였지만 그중 3명은 떠나고 최종적으로 5명이 남아 촬영을 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사전에 조사를 거쳐서 왜 자신의 사무실 내에서 빌런으로 지목되었는지에 대한 이유가 각자의 실명을 대신하는 일종의 닉네임이 되는데 이런 쇼에 뽑힌 것도 어떻게 보면 창피스러운데 만약 그 이유를 알게 되면 상당히 당혹스럽고 주변에서 나를 이렇게 보고 있었구나 싶기도 할 것 같다.
다섯 명의 면면을 보면 공용 얼음 틀에 커피와 콜라 얼음을 만드는 사람(얼음)부터 인기 커피믹스를 자신의 자리로 따로 챙겨가는 사람(커피믹스), 환경운동가라고 하면서 많고 다양한 텀블러를 쓰지만 잘 씻지 않고 싱트대에 두는 사람(텀블러), 먹지도 않는 케이크를 냉장고에 쌓아두어 공간을 차지하는 사람(케이크), 탕비실에서 혼자맛을 계속하는 사람(혼잣말)까지 다양한데 이중 사전 설문조사를 거처 가장 싫은 사람(빌런)이 혼잣말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은 규칙을 깨는 것을 통해 힌트 교환권을 얻어 자신 또는 다른 출연자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고 일주일 안에 연기자를 찾아내면 되는데 탕비실을 출입할 수 있는 시간이 1일 100분으로 한정되어 있는 점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보통 직장인들이 하루에 100분 정도 탕비실을 이용하는 것일까 싶기도 했다)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의 행동이나 말투가 다른 사람에겐 어떻게 비춰지는지를 볼 수 있는 이야기며 나에 대한 평가를 동료(사무실 직원들)을 통해 육성으로 듣는다는 것이 때로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구나 싶고 빌런으로 지목된 사람들이지만 그들도 회사생활에서 마주한 또다른 빌런들의 유형을 말하는 걸 보면 사람이란 얼마나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지 않는가를 알 수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처음 모였던 8명의 예비출연자들 중에서 탕비실을 함께 쓴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싫은 빌런은 얼름도 좀 싫긴한데 싱크대에서 아침마다 요란하게 가글하는 사람이다. 사람들마다 어떤 가치를 중요시 하는지, 어떤 부분을 가장 참기 힘들어하는지에 따라 빌런이 있을 것이고 그와 관련한 이유도 최종 출연하게 된 5명에 대해서는 언급이 되니 이 책을 보게 된다면 평소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너무 현실적인 소재라 순식간에 읽게 되며 그만큼 재미있게 느껴졌던 작품, 『탕비실』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