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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탁샘 - 탁동철 선생과 아이들의 산골 학교 이야기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른보다 더 악랄하고 잔인한 수법으로 동급생을 또는 후배를 괴롭히고 상처입히는 범죄를 아무렇지 않게 마치 게임하듯이 저지르는 요즘의 아이들을 보면서 "앞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그런 한편으로 아이들을 제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키울까 하는 웃지 못할 고민까지도 할 때가 있다. 그래도 시골은 좀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최근의 경기 불황으로 배우자의 직업 중 가장 선호받는 직업이 공무원과 교사이다. 그중에서 예전에는 천직으로 알고 아이들을 위해 헌신한다는 개념으로 존재하던 교사라는 직업이 어느덧 안정적인 고용과 수입을 보장하는 매력적인 직업 개념으로 자리바꿈하면서 그 옛날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말 그대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요즘 선생님들은 그림자는 커녕 멱살까지 잡히고 심지어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에게 폭력까지 당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이런 개탄스러운 일들의 안타까움을 이제와서 호소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선생님은 잡무가 많아 아이들의 인성은 훈육할 여유가 없다 그러고,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을 우리 때처럼 존경하지도 않는다. 이런 일들이 이제는 일상 다반사가 되어버린 요즘에 탁동철 선생님과 아이들의 이야기는 영화 <선생 김봉두>의 한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처음 부임했을때의 김봉두가 아니라 극 후반의 모습이지만 말이다.
학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낳아서 학교에 보내주셨기 때문에 본인이 선생 노릇을 할 수 있다고 오히려 고마워하고, 밥을 살 사람은 탁샘 자신이라고 말하는 그 한 문장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탁샘의 모든 것을 생각케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탁샘의 그런 마음가짐이 흐려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청정무구한 산골 아이들의 순수함이 큰 몫을 했을지도 모른다. 예전에 비해 학생수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명의 선생님이 돌보기엔 한반의 아이들 수가 많은 것이 현실이고, 가지적인 성적을 보여야 하고, 학교엔 마치 의무적인 출석을 위해서, 상급학교로의 진학을 위한 전단계로 여기는 현실에서는 탁샘과 아이들의 이야기는 정말 꿈같은 일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들과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낸 이 이야기가 재밌고, 가슴 훈훈해지는 건 불가능하다고 힘들다고 말하는 우리 모두가 그래도 그랬으면... 하고 바라는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