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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364일 ㅣ 블랙 로맨스 클럽
제시카 워먼 지음, 신혜연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떠오른 생각은 바로 인과응보(因果應報)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운명이 아닌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말하기엔 <열일곱, 364일>을 살다가 자신의 18살 생일을 몇 시간 앞둔 날 죽기엔 리즈에겐 너무한 처사가 아니였을까하는 느낌이였다.
18살 생일을 1시간 57분을 지난 엘리자베스 밸처, 즉 리즈 밸처를 맞이한 건 친구들의 축하도 18살이 되었다는 기쁨도 아니였다. 그것은 바로 차가운 바닷물에 빠져 죽어 있는 자신의 얼굴과의 대면이였다. 유명 디자이너의 화려한 부츠를 신은채 죽어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한 리즈는 공황 상태이다. 리즈는 자신이 왜, 무엇 때문에 자신의 생일파티가 열린 보트 안이 아닌 바닷물에 빠져서 죽어 있는지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는다. 더군다나 그녀의 대부분의 기억도 잊어벼렸다.
마치 곳곳이 비어 있는 퍼즐판의 퍼즐 조각을 끼워 맞추듯, 리즈는 그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져 나간다. 그런 리즈에겐 1년여 전 쯤 사고사한 알렉스라는 남자아이가 있다. 맨처음 그녀가 자신의 죽음을 목도한 때부터 그녀의 곁에서 그녀가 기억을 되찾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여행을 함께하는 인물이다.
살아 생전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알렉스라는 아이와 왜 리즈는 죽음 이후 함께하게 되었을까...
이 책은 로맨스, 스릴러, 판타지, 추리 등 거의 모든 장르를 망라한 이야기가 한데 어우려져 있다. 아홉살, 가히 거식증이라고 할만큼 음식을 거부한 채 죽어간 엄마의 죽음 뒤로 리즈의 삶은 완전히 변해 버렸다. 현재의 새엄마와 조시(새 여동생)의 존재는 그녀를 더이상 외롭게 하지 않게 해준 존재이다. 친엄마와는 달리 항상 생기넘치고 자신의 집을 보통의 가정집처럼 만들었던 새엄마이기도 하지만 마을 사람들로부터 아빠와의 불륜이라는 소문으로 리즈를 힘들게한 인물이기도 하다.
부유한 집안에다 타고난 아름다움으로 교내의 인기 여학생이였던 리즈는 자신의 죽음 후에야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 알렉스와 마찬가지로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면서 진정으로 그들의 감정과 표정, 자신에 대한 관계를 재인식하게 된다. 알렉스는 그런 의미에서 리즈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돌아 보고, 자신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데 안내자 역활을 하는 셈이다.
살아 생전 자신의 모습을 통해서 리즈는 자신의 결코 행복한 모습으로 살았던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인 리치와의 영적 교감과 알렉스의 도움을 통해서 그녀는 점차 그녀의 죽음에 대한 진실에 발을 들여 놓게 된다.
처음 시작할 때 사건에 대한 복선이 깔려 있기에 그녀의 죽음에 대해 조금는 예측을 해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알렉스와 리즈의 만남과 알렉스의 죽음과 리즈의 죽음에 연결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나름의 반전을 느낄 수도 있는 소설이다.
한 인간의 어리석음과 또다른 인간들의 지나친 탐욕과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사건이 마치 나비 효과처럼 거대한 광풍과 쓰나미를 몰고 오는 사건의 전개를 지켜 보게 될 것이다.
한 순간의 오판이 가져온 결과는 결국 리즈가 끝없는 죄책감으로 달리기라는 행복의 순간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
겉으로 보기엔 모든 것을 가진 듯 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리즈가 가진 것은 공허함과 불안감 뿐이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본다면 오히려 리즈가 루저라고 생각했던 알렉스의 삶이 더욱 행복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죽음 이후에야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찾은 리즈의 삶이, 남겨진 그녀의 아버지와 리치에겐 또다른 상처와 아픔으로 대변되는 것 같아 마냥 행복한 결말은 아닌 듯 하다.
내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와 배려 섞인 친절함을 베풀 수 있을 때, 그때가 진짜 소중한 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