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보면 누군가는 딱 "이거 확마 궁디를 또 주 차삐까!" 하는 심정일테고, 또다른 누군가는 "그래 나도 원래는 착한 사람이라니까. 전부 내 잘못만은 아니라구!" 할 것이다.
이 책 배우자의 바람으로 뼛속깊이 한(恨)에 사무친 사람들에겐 돌 맞을 각오로 썼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동안 바람난 배우자로 인해서 심리적, 육체적 고통을 당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 왔다. 그들의 심경고백을 비롯해서 다른 유사 사례자들의 경험을 모아서 유형별 외도를 소개하고 그에 대처하는 방법과 관계 회복법, 이도 저도 안 될때에 대비한 이혼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완전한 역발상의 책이다. 바람의 피해자가 아닌 바람핀 사람들의 입장에서 책을 저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우리들 상식으로 따져보면 뭐 이런 책이 다 있나 싶다. 이 책의 저자 미라 커센바움 역시 바람의 피해자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남편의 정신적 외도(보통 남자는 육체적 관계를 했을 경우에 비로소 바람이라 여기지만 여자는 정신적 교감만으로도 충분히 바람의 기준을 잡는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이 자신들의 외도에 대해서 조금 가볍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실제 저자도 책에서 외도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당신의 파트너가 당신이 벌인 일로 상처를 입고 배신당했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부정이다."라고)에 비참함, 정신적 충격 등 보통의 피해자가 겪었을 경험을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리고 이 책을 저술하는 이유는 가해자들을 비난하기 위해서도 피해자를 위로하기 위해서도 아니라고 말한다. 진짜 목적은 바로 바람에 대한 제대로된 해결을 통해서 모두가 행복한(이 상황에서 어찌 행복할까마는) 최선의 결론을 짓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외도한 행위로 인해서 죄책감에 시달리다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도 못하는 사이 오히려 배우자와 외도 상대자, 나아가 다른 가족(대표적으로 자녀들)이 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 외도의 상대와 마무리를 짓고 가정으로 돌아와 용서를 빌고 다시 관계회복에 노력하든지 아니면 더 큰 고통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배우자와의 결별을 하든지 양단간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철저히 가해자의 입장에서 미래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는 외도의 상황을 정리하는 방법, 아이들과의 관계를 위한 방법, 더 나아가 이혼에 대한 이야기까지 많은 것들을 말하고 있긴 하지만 난, 저자의 장황한 설명과 그들의 행동에 대한 여러 근거와 이유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들이 비겁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착한 사람도 바람이 나면 배우자는 그 착한 사람 바람나게 한 하나의 요인이란 말인가?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겠다. 전혀 다른 입장에의 말도 들어 보고 싶겠지. "처녀가 애를 배고 할 말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건 재론의 여지가 없다. 모든 가족, 친지 앞에서 서로에게 신의와 성실을 약속한 사람이(심지어 둘은 법적으로도 인정받은 사이다.) 외도의 근거로 들기엔 어불성설이라는 말이다.
저자 역시 외도의 피해자였다 하더라도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의 마음을 전부 헤아일 수는 없는 것이다. 왜냐면 애초에 서로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해서 그 충격, 배신감, 모멸감까지 같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난 그들의 주장이 "비겁한 변명"으로 밖에는 안 들린다.
나라마다 다르기도 하겠지만 그저 외도의 당사자에 대한 집중 연구 분석에 대한 참신성 정도는 높이 산다.
만약 지금도 일탈을 꿈꾸거나 일탈이 주는 쾌감에 빠져 있는 사람이라면 "외도는 주변 사람 모두를 다치게 한다" 는 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