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
김재철 지음 / 열아홉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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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2027년 3월 26일은 베토벤 사후 200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이제 일 년 남짓 남은 시간, 대한민국의 1세대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데뷔70주년을 맞이하는 순간이 되었고 그에게 있어서 베토벤은 평생을 함께 한 예술가이자 따라가고픈 발자취였을거란 생각도 든다.

『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는 노피아니스트의 삶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베토벤에 대한 일종의 순례에 가까운 사유의 기록으로서 독자들을 마주한다.



백건우 피아니스트와 오랜 친분이 있는 김재철 작가는 4박 5일 동안의 순례 여정을 함께 하는데 파리 북역에서 시작해 런던으로 그리고 바쓰, 카디프 만, 웨일즈 숲길을 걸으며 베토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백건우 피아니스트에 대해 묻고 그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음악가에게 있어서 청력의 상실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오히려 가장 위대한 작품을 창작했던 베토벤. 그의 삶에서 음악은 무엇이었고 그런 음악을 창작하는데 영향을 미친 사랑에 대한 이야기, 그의 음악과 고야의 음악이 지니는 유사성을 이야기하기도 하다.

특히 베토벤과 고흐와 관련해서는 두 사람 모두 생의 마지막에 괴롭고 힘들었던 순간을 음악과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그것의 표현 방식에 대한 백건우 피아니스트의 표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바다를 한 번도 본적이 없다는 베토벤은 바다 대신 인간 내면의 바다를 깊게 들여다보고 이것을 음악으로 표현했을 거라는 말은 어쩌면 베토벤 스스로의 생애와 관련해 보면 더욱 와닿고 그가 청력을 잃었을 때 어떻게 음악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단순히 천재성을 넘어 삶 전체에 음악이 함께 했던 본능과도 같은 감각이 놀라울 따름이다.

여행의 막바지로 갈수록 최근 사별한 故 윤정희 배우와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하는데 두 사람을 둘러싼 세간의 이야기에 대한 소회도 담겨져 있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음악 절반을 있게 한 사람이라는 표현도 하고 있다.

이런 식의 예술 기행 내지는 사유의 기록도 괜찮은 것 같다. 다른 시대를 산 같은 분야의 두 예술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여행지의 풍경을 많은 사진과 함께 실어서도 좋고 또 여행지에서도 유명 관광지가 중심이 아닌 예술적 사유와 연결되어 산책하듯 담아낸 이야기라 마음에 울림이 있는 책이다.

말미에는 7가지의 주제로 담아낸 인터뷰도 실려 있으니 이 또한 여정에서 모두 담지 못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기회라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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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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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마치 미취학 아동의 그림 같은, 그러면서 뭘 그린거지 싶은 표지가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 바로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이다. 그리고 이 작품이 작가의 자전적소설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가고 슈피겔 90주 연속 베스트셀러라는 점에서 과연 어떤 이야기이길래 이 정도일까 싶은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주인공의 아버지 직업이 정신병원 원장이라는 것이며 어린이청소년 정신병원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이 정신병원이 집이었다고 표현하고 있다는 점인데 여기에서 되짚어 볼 점은 이 소설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이다. 그러니 이 정신병원 원장의 막내 아들인 요아힘은 작가의 분신 같은 존재라는 것.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선입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어떤 마음의 병이 있길래 이곳에 있는 걸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 그런 곳에서 지내는 요하임의 눈에 비친, 보통의 사람들의 시선에서 볼 때 비정상이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정확히 이야기 하면 정신병원 내라기 보다는 정신병원 지근 거리에 있는 관사에서 생활하는 요하임에게 정신병원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거리만큼이나 가깝게 들린다.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정신병원, 그곳에서 일하는 원장인 아버지, 그곳에 수용된 사람들의 모습이 이야기의 한 갈래라면 또 하나는 요하임의 가족들인 부모님과 형제들 간의 이야기가 한 갈래를 이룬다.



은근히 시트콤 같은 일상을 보여주는 요하임의 가족들 이야기가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고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 본 정신병원의 풍경은 편견이나 선입견에서 벗어나게 한다.

물론 현실에선 위험한 인물도 분명 있을테지만 그럼에도 그곳을 집처럼, 그리고 놀이터(라는 표현이 좀 그렇긴 하지만)처럼 보낸 작가가 이를 회상하면서 썼을 이 작품에는 비록 특수한 공간이긴 하지만 누군가에겐 그저 일상 속 풍경일 수도 있는 공간에서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색다르지만 소소한 기억이 담긴 누군가의 진짜 이야기를 만난 듯해서 독일 작품이 은근히 유머 코드가 잘 맞지 않는다거나 딱딱한 느낌이 강했는데 이 작품은 대중적인 분위기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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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유해성
사쿠라바 카즈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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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라떼는 말이야, 내사 소싯적엔 말이야... 라는 말이 나올 것 같은 탐정 고코타이 가제와 조수 나루미야 유구레. 그런데 이마저도 옛날 일이라 한때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찻집을 운영하는 소시민처럼 보인다.

그런 두 사람을 한 유튜브 동영상이 소환하는 일이 생기는데 '명탐정의 유행성을 고발한다!'라는 제목으로 #명탐정의유해성 이라는 해시태그까지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영상을 게재한 것일까?



결국 코코타이와 나루미야는 이 영상을 계기로 과거 자신들의 추리가 정답이라고 믿었던 것이 정말 진짜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를 확인하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소개되는 사건들은 실종과 인체의 신비전이 포함된 기이하고도 충격적인 살인사건들이다.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가운데 단순히 범인을 찾는 명탐정의 이야기와는 다른 분위기의 스토리 전개가 더욱 흥미를 더한다.

그리고 명탐정이라는 타이틀 속에 우리는 그가 내놓은 추리 끝난 후 완전히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색다른 의구심을 품게 하는데 사실 명탐정 이야기에서 각종 사건의 추리에서 명탐정은 논리적인 추리로 대중을 압도하고 이해시키며 범인은 결국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는 것으로 끝이나면서 역시 명탐정이다 하는 구조인데 이 책에서는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명탐정의 추리에 대한 증명의 타당성 내지는 아예 증명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지만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자칫 자신에 대한 비방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자신의 추리에 대한 일종의 검증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과연 이들의 진실 찾기 내지는 진실 검증의 과정이 흥미진진한 가운데 보통 이런 장르의 작품을 읽을 때는 당연하게도 미스터리의 추리와 해결에 집중을 했던 게 사실인데 이 책에서 말하는 해결의 진짜 의미나 그 과정에서 놓치고 있었던 범인 이외의 인물에도 초점을 맞출 수 있었던 작품이어서 더욱 의미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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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문장 쓰지 마세요 허블청소년 4
케빈 윌슨 지음, 박중서 옮김 / 허블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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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과거의 내가 남긴 흔적들이 현재의 나를 옭아맬 때가 있다. 나쁜 짓은 말할 것도 없고 장난처럼 한 일도 때로는 소위 흑역사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케빈 윌슨의 청소년 소설 『내가 만든 문장 쓰지 마세요』는 열여섯이라는 나이에 만든 포스터 하나가 미래의 나인 현재에 와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프랭키와 지크가 포스터를 만들었을 당시인 열여섯의 시기는 그 포스터가 이렇게나 반향을 불러일으킬 줄 몰랐을 것이다. 그저 그 나이 대의 치기어린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자신들이 만든 것으로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그 자체에 만족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들이 만든 문장, 내지는 그림이 담긴 포스터를 마을 곳곳에 붙였던 것이고.



하지만 두 사람이 만든 포스터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의도로 해석된다. 만든 사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의 의도대로 해석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이는 악마 숭배나 범죄, 또는 공포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분명 두 사람은 그저 자신들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것을 사람들이 봐주길 바랐을 뿐인데 아이들의 의도는 온데간데 없고 자의적 해석이 언론과 방송까지 소개되고 졸지에 누군가가 죽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심각해진다.

그 포스터의 창작자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해석에서 발생한 이 문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그리고 이 사건은 프랭키와 지크에게 각기 다른 형태로 작용한다.



흔히 이 시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했던가. 크고 나서 보면 정말 내가 왜 그랬을까 싶을 일도 서슴지 않게 하는 것이 그 시절의 아이들이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을테니 두 사람의 자기 표현의 열정과 그로 인해 얻고자 했던 희열이 이후 두 사람의 우정과 인생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를 만나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국내의 정서와는 조금 다른 직접적이고도 날 것 그대로 내지는, 범죄적 행동이나 언급이 있기도 하지만 청소년 문학으로서, (작가의 출신 국가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작품의 배경으로 생각하며 읽는다면 주인공들의 더 솔직한 감정과 당시의 모습들을 묘사하고 있는 장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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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웨딩
연소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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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 기사를 통해서 스몰 웨딩을 넘어 노 웨딩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는 그만큼 결혼식에 드는 비용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인간의 관혼상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종 비용의 증가와 갈등도 분명 한 몫 하게 되면서 이와 관련된 오래 전부터 모두가 해오던 의식들도 줄어들거나 없어지고 있는 추세인데 오죽하면 결혼식 축의금 금액의 적당성을 둘러싸고 논쟁이 있을까 싶다.

나 역시도 결혼식을 했고 보통의 과정을 다 거쳤지만 정말 할 것도 많고 챙길 것도 많다. 그런데 정작 결혼식은 후다닥 끝난다는 말이 맞을 정도이고 당사자는 솔직히 정신도 없다.



그렇기에 결혼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과 감정들, 당사자의 의사만이 아니라 양측 가족, 게다가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듣게 되는 각종 의견까지 더해지면 이 과정에서 싸우지 않고 잘 끝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드는데 요즘은 비용도 상당히 많이 들고 정말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어서 더 그렇다.

『노 웨딩』의 연소민 작가는 바로 이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관계들 사이의 이야기는 물론 개인의 이야기까지 더하고 여기에 보통 이 정도는 한다는, 아니면 대부분은 이렇게 한다고 할 수 있는 사회가 요구하는 적정한 기준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인 윤아는 해인과의 결혼에서 결혼식을 하지 않기로 하는데 이는 단순히 허례허식이나 비용 절감의 차원이 아니라 심리적인 요인이 더 커보인다. 하지만 조금씩 진행되는 과정은 보통의 결혼 준비과정에서 행해지는 것들이고 또 그 과정들에서 만나는 사실들은 평소 윤아 자신이 생각했던 감정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윤아의 가정이 해인과는 달리 불우했던 점과 그 과정에서 겪었던 엄마로부터의 부당한 대우가 윤아에게 오랜 상처로 남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결혼식의 과정을 따르게 되면서 불안한 감정도 분명 있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엄마의 진실까지 알게 되면서 그동안 자신이 오해했던 부분을 해소해 나가는 점은 앞으로 결혼 생활을 하게 될 윤아가 결혼을 부정적으로만 느끼지 않도록 해줄 것 같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는 다른 이의 결혼식에 가게 되는데 내가 결혼을 할 때도 그랬지만 정말 금방 끝이 나고 하객들은 식사를 하러 간다. 아주 잠깐의 결혼식을 보고 단체 사진을 찍고 밥을 먹으러 가는 그 패턴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일종의 품앗이처럼 주고받는 축의금이 있기에 아직까지는 결혼식을 하지 않을수도 없는게 사실이다.

결혼을 한 사람도, 앞둔 사람들도 여러모로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잘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지나고 보니 소신껏 하는 것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양가 부모님의 생각하면 결혼식 자체를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지 않을까 싶지만 윤아의 선택이 주는 나름의 통쾌함도 괜찮은 결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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