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방랑』은 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그러나 책은 의외로 어렵지 않게 쓰여져서 쉽게 읽히나
흥미롭게 진행되는 그런 책이다. 책이 전하는 분위기에서도 어느 정도 알겠지만 최근 쓰여진 작품이 아니며 책에 담긴 사진 역시도 작가 당시 해당
지역들을 여행하면서 본 장면들을 찍어놓았는데 마치 수 십년 전 아시아의 모습을 담은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만난것 같아 오히려 더
신선했다.
그 어느 때보다 여행이 자유로워진 요즘, 전문 여행작가는 물론이거니와 일반인들도 특별히
여행제한지역이 아니라면 크게 문제가 없어졌고 이런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 이 책의 저자인 후지와라 신야는 스물다섯 살 되던
해에 인도로 떠나는데 그 뒤로 무려 서른아홉 살 때까지 인도를 비롯해 티베트, 중동, 중국, 유럽과 미국 등을 그야말로 방랑하게 된다.
지금과는 달리 그 당시라면 여행이 마냥 쉽진 않았을것 같다. 지금처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았을것 같기에 근 15년이 넘도록 국내도 아닌 해외를 방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결코 평범하진 않을테고 이런 자신의 이야기를 『인도방랑』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한다.
이는 당시로서도 상당히 화제였던 모양이다. 이어서 출간된 『티베트방랑』과 함께 이번에 읽은
『동양방랑』은 후지와라 신야의 대표작이면서 동양 여행기 3부작으로 불린다고 한다. 『동양방랑』은 1980년~1981년까지 터키,시리아,
인도,티베트, 미얀마, 중국, 홍콩, 한국, 일본에 이르기까지 무려 400여 일을 여행한 것으로 1980년대 초반의 동아시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무엇보다도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는 현재의 해당 지역을 여행하고 쓴 여행기를 만나본 적이
있거나 아니면 이곳들로 여행을 다녀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확실히 마치 딴세상 같은, 과연 이곳이 그곳이 맞나 싶은 생각도 들것 같다.
특히나 방랑이라는 말에 걸맞게 어떤 특정한 계획하에 오늘은 어디를 가겠다, 다음은 어디를
가겠다 등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이동한 곳들과 그곳에서 마주한 광경 등을 상당히 허심탄회하게 과감없이 표현하고 있는 점이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다.
책에서 담고 있는 사진 역시도 대체적으로 꾸미지 않은 느낌으로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이 상당히 수려한 것이 마치 시인의 방랑기를 읽는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이는 그가 비록 중퇴는 했으나 예술대학에 다녔던 그 감성이
어느 정도 묻어나서가 아닐까 싶다.
사실 책에 담긴 곳들 중에서 시리아나 티베트, 인도 등은 분명 흥미로운 지역일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여행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지역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지금과 견주었을 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불편함을 감수하고 방랑이라는 이름하에
떠난 여행기는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신기하고 낯선 모습들이 많았다.
방에 앉아서 전세계 어디든지간에 몇 번의 클릭으로 정보를 쉽게 찾아낼 수 있게 된 시대에 사는
내가 읽어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방랑기이기에 그 당시 사람들(젊은층)이 받았을 충격은 분명 상상초월이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자연스레 그들 중 누군가는 후지와라 신야의 동양 여행기 3부작을 보면서 그와 같은
여행기를 꿈꿨을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1980년대 초반의 아시아의 한 모습을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