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랩
멜라니 라베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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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 라베의 『트랩』은 출간 즉시 독일 내에서 인기를 모으며 전 세계 20개국과 판권 계약을 맺었고 컬럼비아 픽처스를 통해서 영화화가 결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국제도서전에서도 많은 화제가 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작품성이 기대되는 책이다.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에 발생한 잔혹한 살인사건에 기인한다. 그 사건으로 린다 콘라츠는 자신의 동생인 안나를 잃었다. 이후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그녀 역시도 11동안 은둔하다시피 살면서 특이하게도 베스트셀러 작가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잔혹한 살인 사건의 피해자 가족일 뿐이라고 여겨지는 그녀지만 사실 린다는 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동시에 유력한 용의자였던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던 린다는 우연히 TV에서 12년 전 자신이 목격자로서 보았던 살인범을 보게 되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그 당시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기도 했던 린다의 말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미 저명한 언론인이 되어 나타난 살인범을 마주하게 되면서 린다는 결국 이 사건을 스스로 해결해야 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자신의 직업을 이 결심에 이용하고자 한다. 바로 책을 쓰는 일. 평소 그녀의 작품 성향과는 다른 스릴러 장르를 선택한 린다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동생에게 일어났던 사건들을 작품 속에 담아내기에 이른다. 아울러 작품의 집필과 만약을 대비해 린다는 증거를 모으고 스스로 함정이 된다.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킨채 외부적인 활동없었던 린다는 그동안 마치 얼굴없는 작가처럼 그 존재가 베일에 쌓여 있었는데 그런 그녀가 인터뷰를 하겠다며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서 특정 기자를 지목하는 것은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그렇기에 린다는 그로부터 자백을 받고 동생이 왜 죽었는지에 대한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그는 만만치않은 인물이였고 린다의 계획 역시도 그녀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게 사실이다. 또한 린다가 범인을 쫓는 이야기와 함께 그녀가 책속에서 사건해결을 위해 동생의 사건을 담아 집필하는 것으로 설정된 스릴러 소설인 '피를 나눈 자매'가 사이사이 등장하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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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으리
임조령 지음 / 청어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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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

 

임조령 작가의 『나으리』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어느 고을의 제일가는 부잣집의 고명딸로, 다섯 명의 오라비와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난 금지옥엽 은강이라는 아가씨가 나라의 개국이래 최초의 최연소 자원 급제자인 유준엽을 만나 진정한 부부의 애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앞서 이야기 한대로 은강은 고을 최고의 부잣집인데다가 그 나이 열여섯이 된 후에는 미모가 꽃처럼 아름다운 규수로 자라나자 주변에 있는 약관의 내노라하는 사내들이 죄 그녀에게 혼담을 넣는 지경에 이른다.

 

은강 자신은 그중에서도 호남아로 소문난 박 진사의 차남인 박무진을 마음에 두지만 정작 그녀와 백년해로하게 된 이는 바로 이 고을에 새로 부임해 온 원님, 유준엽이라는 장원급제자였던 것이다.

 

위로 다섯 아들이 죄다 시험에 낙방해 출세에 한이 있던 은강의 부모님은 비록 양반이기는하나 집안이 가난하고 조실부모한 준엽이지만 열하나에 소과 복시에 합격하고 열넷에 대과에 합격한 준엽의 청혼에 처음엔 의아해 하지만 곧 그의 진심이 통해 혼례는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제대로된 두 사람은 초야도 치르지 못한다. 열여섯의 꼬마 신랑이 처음 고을에 부임한 후 이를 얕잡아 보던 아전들을 제대로 혼쭐을 내준 이후 나랏일에 몰두하지만 평소 적서를 읽는 것이 취미였던 은강이 바라던 신랑감은 육척을 훨씬 넘기는 말 그대로 외양이 사내다운 남자였지만 정작 그녀의 남편인 준엽은 미소년이였기에 데면데면한 가운데 시간이 흘렀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 준엽은 은강이 기억하지 못하던 그때 수수밭에서 우연히 은강이 몸종이 꽃분이와 나누던 대화를 듣고 그녀에게 반했고 그녀의 집에 혼담을 넣었으며 비록 어리기는 하나 그녀에 대한 마음만큼은 여느 남자와 다르지 않았다.

 

은강은 준엽이 아직 덜 자랐다 생각해 다가서지 못하고 준엽은 자신이 은강이 바라던 육척의 신장을 가진 호남형의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다가가지 못하지만 자신들 사이에 끼어든 호방인 강인지와 얽히는 사건을 통해서 점차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며 어느덧 부부로서의 애정을 이루는 이야기다.

 

본권 이외에도 함께 수록된 외전에는 7년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가 여전히 부부의 정이 남다른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과 함께 임관 이후 남들은 모두 마다하는 외관직만 임기를 꽉 채워 돌고 있는 그의 능력을 아까워하고 그 상황을 이상하게 생각한 새로운 임금이 암행어사를 보내 준엽에 대해 조사를 하는데 그 암행어사가 바로 10년 전 은강과의 혼담이 나왔던 박무진이였던 것이다.

 

과거에 번번이 낙방하고 거렁뱅이가 되어 나타나 작정이라도 한듯 준엽을 괴롭히던 그가 사실은 준엽이 처음 장원급제했던 것과는 달리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은밀히 박무진을 보내 조사케하고 그 지역의 비리 관찰사를 파직케 하기 위해서 온 것임이 밝혀진다.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는 과정도 흥미롭고 둘의 계속되는 사랑과 함께 외전에 나오는 박무진의 정체도 나름의 반전과 재미를 선사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준엽이 새로운 임금의 부름을 받고 도성으로 가 활약하는 모습도 왠지 궁금해져서 후속작에 그 이야기를 담아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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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밸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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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스완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펨브로크셔해안국립공원에서 스완지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바네사라는 여인이 사라진다. 그녀는 그곳을 남편인 매튜와 함께 왔는데 개를 데리고 산책을 갔고 그녀는 홀로 차에 남아있던 중이였다. 차도 그대로이고, 바네사의 물건들도 그대로 있는데 그녀만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사채업자에게서 빌린 돈을 갚고자 라이언은 바네사의 남편으로부터 돈을 요구할 계획을 세우고 그녀를 아무도 모르는 혼자만 아는 동굴로 데려놓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쳐 몸값을 요구할 틈도 없이 라이언은 예전에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발각되어 경찰에 잡혀가게 된다.


바네사는 사라져 버렸고, 아무도 그 행방을 알지 못하는 가운데 라이언은 다른 범죄로 잡혀 와서는 혹시라도 납치 사실이 밝혀지만 더 큰 죄를 받게 될 것이란 생각에 구치소에 수감되면서도 끝내 이 사실을 말하지 않고 무려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흐르게 되는데...

 

하루 아침에 낯선 이로부터 납치를 당해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감금된 바네사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형을 마치고 출소한 라이언은 바네사의 일이 양심의 가책을 받고 있고, 그녀의 남편인 매튜는 아내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어쩌면 매튜는 그녀가 실종되기 직전 그녀와 스완지에서 런던으로 이주하는 일로 다툰 것에 엄청난 마음의 고통을 받고 있을 것이다.

 

라이언의 출소 후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전 여자친구, 어머니-이 성폭행을 당하거나 숲에 버려지는 의문의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기에 라이언은 과연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는지 알수가 없고, 이런 사실은 라이언을 더욱 불안에 떨게 만든다.

 

라이언의 대한 복수로 바네사가 저지르는 일인지, 아니면 그녀의 남편인 매튜의 행동인지 끝까지 궁금하게 만들고, 이런 이들에 관여된 등장인물들에 대한 심리적 묘사가 잘 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 여인의 납치 사건 이후 일어나는 일들이 더 긴장감있게 그려지고 있어서 인상적이였던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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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분의 일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혜영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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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털이범의 이야기는 더이상 새로울것도 없다. 영화에서도 책에서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크게 눈길을 끌지 못할수도 있는 책이기도 하다. 간혹 영화 <인사이드 맨>과 같은 독특한 설정이 나오기도 하지만 돈이 필요해서, 은행털이범이 되고, 운좋게 성공을 한다는 점까지는 너무나 평범한 스토리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세 명의 은행 강도는 무려 2억 엔을 훔치기고 나중에 이것을 나누기로 약속하지만 막상 이것이 성공을 하고 공평하게 나눈는 순간이 되자 이것이 은행을 터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들의 아지트이자 슈조와 고지마가 점장과 웨이터로 있는 캬바쿠라 허니버니에 모인 이들(허니버니의 단골이 겐까지)은 화장실 들어갈 때 맘 다르고 나올 때 맘 다르다더니 성공을 하자, 일명 기여도에 따라서 고지마는 운전을 했으니 2억엔을 삼분의 일로 나누면 안되다고 슈가 말하기에 이른다.

 

한마디로 고지마는 덜 받아야 한다고 슈가 주장을 하고, 셋은 긴장 관계에 놓인다. 그러다 밖에서 들리는 경찰차 소리에 슈가 나가자 오히려 고지마는 겐에게 슈를 죽이고 이분의 일씩 나누자고 제안하기에 이르는데...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마리아라는 여인이 지켜보고 있는데 사실이 이들의 계획은 바로 마리아가 슈를 통해서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점차 이들 사이에 얽힌 진실이 차례로 밝혀지는데 은행 강도는 말 그대로 시작에 불과한 일이였던 것이다.

 

서로를 완벽하게 믿지 못하지만 돈을 정확하게 나누기까지 서로를 경계하고 그속에서 배신이 일어나지만 그것이 뻔하지 않는 내용으로 흘러가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진다. 각자 자신만의 사정이 있어서 가담하게 된 은행 강도이지만 은행 강도를 계획하는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도 뭔가 <오션스 일레븐>이나 <도둑들>을 떠올리게 한다.

 

당연해 보이는 이야기에 재미난 반전이 있고, 그 반전을 통해서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꾸며나가는 것도 기노시타 한타의 능력이라면 능력일 것이다. 이 책은 이미 영화로 제작되어 2014년 4월에 일본 전역에서 개봉을 했으며, '제6회 오키나와 국제영화제'라는 코미디 영화제에서 는 영화제의 대상에 해당하는 황금시사상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과연 영화는 책속의 이야기를 어떻게 그려내고 있을지 영화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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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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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라디오를 정말 많이 들었을 때가 있었다. 딱한번 문자 이벤트에 참여해서 선물을 받아 본적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딘가로 이동할 때나 듣게 되고, 예전과는 달리 집에서는 듣는 경우가 흔치 않다. 라디오를 듣고 있으면 참 재미난 이야기들이 만다는 것을 알게 된다. 라디오 속에는 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담겨져 있고, 나는 그걸 가만히 듣다가 함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었다.

 

이 책은 그런 라디오를 통해서 만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무려 20년 동안 시사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라디오 PD로 일했다는 정혜윤 CBS 라디오 PD가 그동안 라디오를 통해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 책속에는 방송을 하다보면 어떤 이유에서든 모든 것이 방송되지 못하고 편집되어 방송에 나가지 못한 이야기와, 방송 이후 새롭게 알게 된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정혜윤 PD의 라디오 방송을 들어 보질 못해서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모두 나에게 생소한, 마치 지금 생방송을 듣는것 같은 느낌이 드는게 사실이다.

 

 

표지도 온통 노란색인데 책의 처음부터 시작해서 무려 200 페이지가 넘는 내용이 노란색 종이를 사용한 점이 특이하다. 책속에 쓰인 색은 노란색과 검은색이 전부인데 마치 나의 곁에서 나를 상대로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은 묘하게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치 '예전에 내가 말이야 ~'하는 것 같은 이야기여서 편안하게 하지만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책이 아니였다면 나로서는 결코 만나기 힘들었을, 저자에게 잊혀지지 않고 가슴속에 남아있는 이야기들을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얼굴조차 모르는 누군가의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공감을 자아내는 매력이 있는 것이 진실성이 담긴 라디오 사연일 것이다. 그래서 라디오 방송을 듣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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