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편하고 행복하게 1 - 시골 만화 에세이
홍연식 글 그림 / 재미주의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흔히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말한다.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짓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공기 좋은 곳에서 그렇게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실제로 귀농, 귀촌이라고 해서 탈도시화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지만 솔직히 나는 도시에서 자라서인지는 몰라도 밤이 되어서 가로등 불빛 같은 도시의 불빛이 없는 시골은 상상을 못하겠다.
어쩌다 시골에 가게 되는 날이여도 경치가 아름답다거나 공기 좋다고 느끼는 건 정말 잠깐이다. 집을 나서면 곧 보이는 마트도 없고, 어디를 가고 싶거든 그냥 집에서 나와서 차를 타기만 하면 되는 곳이 아니기에 난 정말 귀농, 귀촌을 꿈꾸지 않다. 그냥 말 그대로 그랬으면 하는 말일뿐인 셈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불편하지만 행복한 시골 생활을 했다는 한 부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월간지에 연재를 하며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던 저자가 집 근처 만화영화학원에서 강사로 일할 당시 그 학원의 수강생이였던 사람이 지금의 아내란다. 학원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버스편을 알려주다 조금씩 사적인 이야기를 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연애를 한 두 사람 모두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는데 그중에서도 남편인 저자는 부모님의 아프셔서 병원빚까지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렇게 연애를 하다 뒤늦게 대학을 간 저자가 학생일때(그렇지만 벌써 나이는 서른 중반이였다고 한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고 본격적인 작가 생활을 한다.
출판사가 마련해준 작업실에서 생활을 했던 두 사람은 건물의 위치로 인해서 밤사이에도 소음과 먼지로 고생을 해야 했고, 결국 그곳을 나와야 했을때 집을 다시 알아보게 된다. 서울이 아닌 경기도도 집값이 만만치 않아서 그나마도 쉽지 않았던 때에 아내가 혼자서 알아 보고 와서 마음에 든다고 같이 가본 곳이 이후로 2년간 산속에서 살게 된 것이다.
산자락에 위치한 집이다. 집주인은 시골의 집을 관리해줄 사람이 필요했기에 부부의 조건에도 맞았는지 모른다. 솔직히 나 같으면 무서워서 못 살 것 같다. 휴대전화 신호도 안 잡히고 가끔 남편이 출판일때문에 서울로 가야할 경우 늦게까지 저 집에서 혼자 있어야 하니 말이다.
도시와는 달리 오롯이 두 사람뿐이 산속의 어둠은 저자에게도 살짝 무서움을 유발한다. 그리고 너무나 다른 시골 생활은 저자를 더욱 힘들게 한다. 출판일은 잘 안되고, 경제적 형편은 나아지지도 않고, 무엇보다 스스로가 그 산속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결국 다시 이사를 결심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심하게 몸살을 앓고 난 다음날 저자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그동안 사는게 바빠서, 너무 힘들어서 정작 집주변에 둘러쳐진 아름다운 설경조차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늦여름 산속으로의 이사를 하고, 가을과 겨울 두 계절을 보내는 동안 드디어 산속 생활을 인정하고 받아 들이는 계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설경의 죽엽산 위로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다. 산은 원래 그대로의 모습일 뿐이지만 그 산속에서 뜨는 태양을 바라보는 저자는 분명 어제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그리고 남은 겨울 두 사람의 불편하지만 행복할 산속 생활 이야기가 기대된다.
저자가 직접 그리고,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는 이 책은 만화이지만 마치 어른이 그려낸 그림 일기 같다. 그렇기에 상당히 솔직하게 써내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