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결혼식 전날』은 이 책의 출간 즈음에 그 내용이 궁금해서 읽고 싶었던 책인데 결국
최근에서야 읽게 된 경우다. 단편 모음집으로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결혼식 전날」을 포함해서 총 여섯 편의 단편 만화 모음집인 셈이다. 여섯
편이면 결코 적은 편수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책을 보면 상당히 얇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표제작처럼 결혼식 전날을 소재로한 이야기도 있는
반면 상당히 미스터리한 이야기도 담겨져 있다. 덧붙여 『결혼식 전날』의 경우 <이 만화가 대단하다! 2013> 여성만화 부문 2위를
기록한 작품이기도 하다.
표제작이기도 한 「결혼식 전날」은 제목 그대로 결혼실 전날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여느 집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특징적이다. 자신이 열한 살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여덟 살 위의 누나가 자신을 길러주었는데, 바로 그 하나 밖에
없는 누나의 결혼식 전날 매형의 배려로 두 사람은 내일의 이야기를 하면서 무심한듯한 하루를 보내지만 누나가 결혼식장으로 먼저 출발한 순간 누나도
동생도 모두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애잔한 마음이 드는 이야기다.
「아즈사 2호로 재회」는 나름의 반전이 있는 이야기로, 마치 이혼을 한 듯한 부모님 중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한 여자아이와 아빠의 대화가 그려지는데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헤어지는 아빠의 모습이
인상적인데 알고 보니 그 아빠는 이미 죽은 사람이였던 것이다. 엄마가 없는 동안 아이의 눈에만 보이는게 아닐까 싶다. 아마도 죽기 전 모녀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이 있는지 그렇게나마 미안을 전하는 모습이 오싹하기 보다는 아빠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던 이야기다.
「모노크롬 형제」는 쌍둥이 형제가 한 때 사랑했던(아마도 한 여자를 좋아한것 같다) 유키코라는
여자의 장례식에 다녀 온 뒤 그녀를 떠올리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후에 동생도 폐암 말기로 유키코의 장례를 치른 4개월도 안 된
시점에서 형을 떠난다. 동생은 형이 유키코를 좋아하고 그녀도 좋아했던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그녀는 동생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형이 동생의 죽음
이후 남몰래 고백하게 되는 이야기다.
「꿈꾸는 허수아비」는 어렸을 때 전쟁이 간 아버지와 자신들 남매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떠난
어머니에 의해서 맡겨진 캔자스의 큰아버지 댁에서 컸던 잭은 여동생 베티의 결혼식 전날 돌아오게 된다. 어머니에 대한 증오로 유독 자신에게 증오
같은 감정을 풀어냈던 큰아버지와 자신의 자식들에게만 관심이 있고 남매에겐 무관심한 큰어머니에게서 오빠인 잭은 베티를 지키는 것만이 자신의 유일한
일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결국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자 뉴욕으로 떠났던 것이다.
그렇게 돌아 온 곳에서 잭은 여동생이 떠나버린 어머니를 대신해 어머니라 여기며 의지했던
허수아비에게 자신의 마음과 기원을 이야기하고, 이제는 늙어버린 큰아버지 내외에게서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갖게
되는데...
「10월의 모형 정원」는 다소 오싹한데, 어느 날 자신을 찾아 온 친척의 아이와 자신의 꿈에
자꾸 나타나는 까마귀 사이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으스스함을 자아내는 동시에, 그렇게까지 하면서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다.
「그후」는 흥미롭게도 한 남자가 데려 온 고양이가 화자인데, 결혼한 누나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키우지는 못하지만 고양이를 좋아했던 것이다. 그렇게 집으로 온 고양이는 자신의 시선에서 바라 본 그 집의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어느
날 자동응답기에 남겨진 매형의 메시지에 고양이는 혹시라도 좋지 않고 중요하거나 긴급한 일이 아닐까 신경 쓰고, 그런 상황에서 남자가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자 더욱더 신경이 쓰이지만 사실은 매형이 전하고자 했던 것은 누나의 출산 소식이였던 것이다.
별거 아닌 일이였구나 싶어 괜한 걱정을 했다 싶으면서도 고양이는 안도하게 되고, 남자의
기뻐하는 모습에 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여섯 편의 이야기는 얼핏 보면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일본과 미국을 배경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내용이라는 것이 “단둘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오누이, 남매, 아빠와 아이, 까마귀와
나, 고양이와 나(남매), 형제와 같이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있지만 주된 인물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평범한듯 하지만 그속에서는 애잔하지만 감동적인
부분도 있어서 기대했던 만큼 읽어 볼 만한 책이였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