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감하다'라는 말은 과연 칭찬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사실 그 단어 자체만 놓고 보면
후자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딘가 모르게 '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이는 다시 행동이 둔하다는 식으로까지 의미가 연장되는데
당당히 사람들에게 둔감력을 기르자고 말하는 이가 있다.
그는 바로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와타나베 준이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일본인으로 정형외과 의사와 강사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글자 하나의 차이일 뿐인데 어딘가 모르게 의미마저 크게 달라져 보이는
'둔감하다', '둔하다', '둔감력'.
이 책은 지난 2007년 처음 출간된 이후로 무려 10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다고 하는데
일본어 원제는 '鈍感力(둔감력)'으로 이 말은 그해의 유행어 대상에 올랐을 정도라고 한다.
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이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앞서 이야기 한 둔하다는 식의)로 사용되기도
했다는데 사실 섬세함이라던가 아니면 오히려 민감한 성향이 그래도 둔감력보다는 낫지 않나 싶은 마음이 작용했던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특히나 보통 둔감력을 기르자고 말하는 경우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도 이 단어에 대한 제대로된
이해부족을 불러왔을것도 같은데 저자가 말하는 둔감력이라 바로 긴긴 인생을 살면서 괴롭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일이나 관계에 실패해서 상심했을 때, 그대로 주저 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나아가는 그런 강한 힘을 뜻(들어가는 말 中)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이 둔감력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자신의 주변인들을 예로
들어서 둔감력이 높은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왜 둔감력이 필요한가를 보여준다. 주변으로부터 혹시라도 비난이나
질타를 받더라도 둔감력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일종의 회복탄력성이 높은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는 자신의 직업적 능력을 발휘해 둔감력과 신체 건강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
주변에서 보면 너무 괜찮은거 아닌가 싶은, 오히려 걱정해줬던 주변 사람들이 괜히 더 무안해지고 마는 그런 사람들이 분명 있다.
이런 사람들은 저자의 표현으로 따지면 상당히 둔감력이 높은 사람인 셈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듯이,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주변의 질타까지도 넘겨버리는 것이다.
이는 단지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경우와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겠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저자가 말하는 둔감력이란 궁극적으로 삶에 대한 여유로운 자세,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존감, 그리고 주변의 기준에 의해 살기 위해 초조해하지 않는 진정으로 나답게 사는 힘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도 조금씩 둔감해지자. 나를 힘들게 하는 이를 열받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해,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해 오늘부터라도 조금은 둔감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