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가로질러 - 밤, 잠, 꿈, 욕망, 어둠에 대하여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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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대체적으로 어둡거나 그래서 은밀하거나 지나치게 감성적이거나 하는 등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처음 밤을 가로질러』라는 책을 접했을 때 밤에 대해 이토록 과학적으로 또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마치 밤이라는 무형의 대상을 마치 유형의 존재인것마냥 낱낱이 분석하고 있는것 같은 기분이 들어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그 이상으로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아니면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느낌의 책은 사실 인문학도서로 분류된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를 보면 밤이라는 시간에 대해, 그리고 밤에 대해 어쩌면 이토록 철학적으로 어찌보면 다소 어렵게도 느껴지는 분위기의 책으로 쓸 수 있었나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데 저자인 에른스트 페터 피셔는 독일 태생으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뒤 과학사 교수로 오랫동안 일했고 지금도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과학사를 가르치고 있으면 그가 쓴 다수이 책 역시도 자신의 전공분야인 자연과학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인문학과의 경계를 오가며 어느 하나도 잘하기 힘든데 둘의 분야의 잘 융합된 가운데 언론과 독자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보여 온 저력이 다시금 돋보이는 작품으로서 언뜻 낮과 대조적인, 양면성을 지닌 시간으로서 서로 상반된 이미지라고 여겼던 밤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재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학적인 동시에 철학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밤이라고 생각했을때 저자가 생각하는 이미지, 그리고 대중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 여기에 밤의 다양성을 잘 나타내기 위해서 저자가 선정한 저자가 다양한 키워드들이 합쳐져서 밤 그리고 이를 포괄하는 어둠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감성적인 이야기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선 과학자다운 면모를 보여 가장 먼저 밤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면서 마치 천체물리학의 한 분야를 읽는것 같은 그야말로 자연과학사 교수답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다소 전문성을 띄는 깊이를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들에 따라서는 첫장부터 밤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 고비를 잘 넘기면 앞으로 나오는 이야기에서는 보다 인문학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다 수월하게 그리고 좀더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계적인 문학가인 셰익스피어 등의 문학작품, 또는 모차르트 등의 음악 이야기, 밤과 연관해서 인간이 지닌 악의 측면에 대한 의학적인 관점에서의 접근 등이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 중간중간에는 내용과 관련해서 명화가 수록되어 있어서 이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래서인지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밤을 주제로 한 한편의 종합예술을 보는것 같다는 생각될 정도로 책은 다양한 분야가 총망라하는, 저자의 높은 식견과 넓은 지식의 장을 만나게 되는것 같아 새삼 대단한 작가를 한 명 알게 되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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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잡학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왕잉 지음, 오혜원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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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게 느껴지고 또 한편으로는 실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분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철학잡학사전』을 보고 있노라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철학 공부해서 어디다 써먹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비록 제목에서는 잘난 척하기 딱 좋다고 표현하고 있긴 하지만 이건 겸손이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딱 좋은 제목이라 생각된다) 철학의 가치를 가장 먼저 이야기하면서 시작된다.

 

철학의 가치이자 필요성은 철학이라는 단어가 지닌 의미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는데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Philosophy'는 결국 넓은 의미에서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구를 통한 문제 해결에 있고 개인으로 보았을 때는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시대가 변해도 철학이 우리 곁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이 말은 이 책의 16페이지에 등장하는 '사는 것이 곧 철학이다'라는 말에서도 드러나는데 '인간의 철학적 사고가 일종의 본능적인 반응'이라는 말을 보면 거창한 듯 보이나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마치 우리가 철학이라는 화두를 떠올렸을 때 나옴직한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서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 좋다.

 

이런 흐름은 철학에 보다 재미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2장에서도 알 수 있는데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철학자들에 얽힌 재미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흥미 위주의 글로 봐도 좋겠는데 그래도 해당 철학자만의 철학 사조라든가, 다소 잘못 알려진 내용에 대해서는 바로 잡아주기도 하니 마냥 유머스럽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전개될 내용들에 대핸 워밍업 차원에서 읽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3장에서는 철학자들이 주장한 다양한 명제들에 대한 소개가 나오고 4장에서는 2장처럼 철학자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는 점에서 비슷해보이나 웃음기를 빼고 그들이 철학사에서 어떤 업적을 남겼는가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도 우리가 철학서하면 만나게 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5장에서는 지금도 회자되는 철학자들이 남긴 명언이 소개되고 있는데 내가 중고등학생시절 유행했던 상식 책에서 보았던, 그래서 묘하게도 잊혀지지 않고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p.193),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인간은 타고난 정치적 동물이다'(p.217),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군중 속의 고독'(p.219) 등의 말들을 만나볼 수 있다.

 

6장은 철학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파트이며 7장은 철학에 대해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철학 용어에 대한 정리이기 때문에 어쩌면 책 전체 내용을 통틀어서가 가장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앞선 내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읽어두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어찌보면 이 두 파트가 1장에 이어서 나와야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초반에 너무 이렇게 이론적인 내용을 나열하면 독자들 입장에서는 어렵게 느껴질것 같아서 이렇게 배치를 한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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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석을 따라 한성을 거닐다 - 개화와 근대화의 격변 시대를 지나는 20세기 초 서울의 모습 표석 시리즈 2
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 / 유씨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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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떤지 알 수 없지만 학창시절 한국사를 공부하다보면 역사 그 자체를 배운다기 보다는 시험을 위해, 정확하게는 시험에 잘나오는 문제를 맞춰서 고득점을 위한 공부를 했던게 사실이고 그러다보면 항상 근현대에 이르러서는 시간이 촉박하거나 아니면 시험에서 크게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아 이 시대를 조금은 빠르게 지나갔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시대야말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고 또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부분인 경우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느 한 시대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좀더 자세히 배워보고픈 마음이 있었다.

 

그렇기에 처음 『표석을 따라 한성을 거닐다』를 보았을 때도 신기했던 마음이 컸다. 사진 자료가 남아 있는 개화기와 근대의 우리나라의 역사 속 한 장면을 보면 그저 고문서나 유적, 유물로만 보던 것과는 달리 흑백 사진 속 그 사람의 모습이 확실히 더 큰 생동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책은 총 2부로 나뉘고 1부에서는 근대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여러 사회 인프라, 의학, 교육, 언론 등의 분야로 나누어서 이야기를 하고 있고 2부에서는 개화기와 근대화 과정에 놓여 있던 한성의 풍경을 좀더 자세히 보여준다.

 

두 이야기 모두 현재의 지도에서 그 당시의 장소(터)를 표기(현재 주소도 표기되어 있다)해놓고 있기 때문에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서 과연 그 당시의 현재의 언제인가를 가늠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만약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해당장소를 찾아가보는 것도 좋은 역사 공부가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그 당시에 발행된 신문이나 그 상황을(예를 들면 고종이 개통된 전화를 해보는 장면 등) 그려놓은 그림, 사진 등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분명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 나라의 수도는 모든 역량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데 근대화와 신문물이 들어왔고 이를 통해 도시를 더욱 발전시키고 나아가서는 부국강병으로 만들고자 했던 고종의 꿈이 담긴 도시가 바로 한성이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서 도시 전체에 근대국가로이 체계를 갖춰가고 또 어떤 시설들이 등장하게 되었는가를 보는 것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알아가고 그중에는 지금도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읽는 묘미가 있다.

 

또한 그중에는 여성 교육을 위한 시설이라든가 '태화관 길 편'에 등장하는 조금은 흥미로운 이야기도 등장하며 육의전 vs 백화점과 같은 근대화라는 화두를 놓고 보았을때 극명하게 대비되는 내용도 만나볼 수 있어서 좋다.

 

여러가지를 종합해 볼때 이 책은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재미있을 것이고 현재 역사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마치 보조교재처럼 함께 읽어도 좋고 아니면 교양 도서 차원에서도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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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실록 - 실제 기록으로 읽는 구한말 역사
황인희 지음 / 유아이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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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결국 살아남은 자가 승자일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여진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쓰는 이의 관점이 들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차피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상태에서 쓰는 것이기에 그 당시를 기록했다고 하는 자료들에 근거할 수 밖에 없는데 그 자료들 또한 100%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긴 하다.

 

그렇지만 이는 반대로 볼때, 그 시대를 이제는 볼 수 없는 현대인들이 그나마 그때의 사회/경제/문화/정치 등을 가늠해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기록물 등과 같이 그 당시를 예측할 수 있는 다양한 사료가 남아 있기 때문일텐데 그중 조선왕조를 기록해놓은 「조선왕조실록」의 가치는 이미 입증된 바이다.

 

조선 태조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무려 25대 472년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놀라운 기록물임에 틀림없는데 이런 기록물에도 특이점이 있다면 구한말의 두 왕인 고종과 순종의 기록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일까? 단순히 대한제국이라 국호를 바꿨기 때문일까? 그건 아니다. 두 왕조는 일제 침략으로 인해서 왕조의 기록에 일본이 가담했기 때문에 어찌보면 정통성이 훼손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시대에 우리나라에서 일어나 무수한 일들을 생각하면 단지 그 기록에 관여한 이가 이전과는 다르다고 해서 포함시키지 않을지언정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이 책 『대한제국 실록』을 쓴 저자의 집필 취지이자 비록 치욕의 역사일지언정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고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점이 집필 목적이 될 것이다.

 

저자는 부러 다른 책들을 보지 않음으로써 행여나 생겨날 편견을 없앴고 비록 제국주의적인 사관에서 편찬되었으나 한편으로는  「조선왕조실록」을 완성한다는 의미에서 이를 참고해 실록을 발췌해 실음과 동시에 이에 대한 해석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쓰여져 있다.

 

사실  「조선왕조실록」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고종황제실록」과  「순조황제실록」이 쓰여졌는지도 몰랐는데 이 책에서는 두 왕조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이어쓰면서 실록 편찬에 관여한 인물들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되었던 부분이 신기했고 그저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들-어찌보면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슈화되었던 부분-만이 아니라 두 왕들의 시대 전반에 걸쳐 일어난 일들을 조금 더 심도 깊게 읽을 수 있었던 바는 상당히 의미있는 시간이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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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주 교수의 조선 산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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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그속에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시대는 다르고 구체적인 상황은 다르겠지만 마치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처럼 어떻게 그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중에서도 『신병주 교수의 조선 산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역사의 흐름 중 조선시대를 선택해 그 당시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를 묘하게 연결지어 소개해주고 있어서 역사란 비록 한 왕조가 끝이난다 해도 흘러서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것 같다.

 

그야말로 온고지신의 정신이란 이럴 때를 두고 말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 1430년, 민주주의 꽃이라는 국민투표가 이미 실시되었다면 얼마나 놀라운가? 분명 인구의 차이는 엄청나서 그 당시가 비교도 안되게 적었겠지만 국민투표를 하기 위한 인프라(교통, 투표에 필요한 여러 과정들)를 생각하면 과연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데 성군이라 불리며 조선왕조사에서 대왕이라는 칭호가 붙은 세종 시대에 세법을 위해 요즘으로 치자면 국민투표나 다름없는 명을 내리게 되는데 이때의 주목할 점은 단지 정계의 고위 관직에 있는 관리는 물론 이거니와 지방의 관리는 물론 여염((閭閻)의 세민(細民)에게까지 가부(可否)를 물었다고 한다.

 

결코 쉽지 않았을 그 일을, 게다가 권력의 최정점에 앉아있는 왕이 이런 생각을 실행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오히려 어찌보면 투표권와 참정권이 법으로 정해진 지금보다 더 획기적인 발상이였던 셈이다.

 

여러모로 제약이 많았을 그 시절 지금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놀라운 업적들을 남겼던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 그리고 역사, 정치 등의 굵직한 이야기와 함께 그 당시 살았던 사람들의 평범할지도 모를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는데 육아 일기라든가 설날을 어떻게 보냈는가에 대한 이야기, 그 당시의 제주 여행은 지금과는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이 책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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