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도쿄기담집>을 다시 읽었다. 역시 재밌다.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지 몇몇 단편은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로웠다. <렉싱턴의 유령>, <도쿄기담집>은 여름에 세트로 읽으면 좋을듯하다. 

















 '우연한 여행자' 단편 속 주인공이 읽고 있는 책인데 3권 짜리 장편이다. 찰스 디킨스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 평점도 아주 높은 책이다.



 "형태가 있는 것과 형태가 없는 것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 형태가 없는 것을 골라라. 그게 제 룰이에요. 어떤 벽에 부딪치든 언제나 그 룰에 따랐고, 긴 시선으로 보면 그게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는 무척 힘이 들긴 했지만요." -p36 


 멋진 룰이다. 기억해두고 싶다. 


 우연의 일치라는 건 어쩌면 사실 매우 흔해빠진 현상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요컨대 그런 종류의 일은 우리 주위에서 끊임없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태반은 우리의 눈에 띄는 일 없이 그대로 지나쳐버립니다. 마치 한낮에 쏘아 올린 폭죽처럼, 어렴풋이 소리는 나지만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아무것도 볼 수는 없죠. 하지만 만약 우리가 강하게 구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언젠가는 꼭 우리 앞에, 하나의 메시지로 떠올라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 내재된 도형이나 함축된 의미를 선명하게 읽어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의미를 파악하고 나면 그제야, '아아, 이런 일도 있구나. 이상한 일도 다 있네' 하고 깜짝 놀라게 되지요. 사실은 전혀 이상한 일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더라고요. 어떤가요? 제가 너무 지나친 확대 해석을 하는 걸까요?" -p50  

 

 우리는 살면서 하루에도 수많은 우연을 마주친다. 하지만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것만 하나의 메시지로 떠오르는 것 뿐이다. 이런 식의 설명이 모든 것에 통용될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의 해석으로서는 적절하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 한 사람을 몽땅 받아들이려는 마음이라고 그는 이해한다. 그리고 그것은 항상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다. -p192 

 

 누군가를 몽땅 받아들이려는 마음, 어렵다.


 "제가 그런 말을 꺼내는 것은, 가스가 가득 찬 방에서 성냥을 그어대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p229


 멋진 비유였다. 


"아가씨와 잘 지내는 방법은 세 가지밖에 없어. 첫째, 상대방의 얘기를 잠자코 들어줄 것. 둘째, 입고 있는 옷을 칭찬해 줄 것. 셋째, 가능한 한 맛있는 음식을 많이 사줄 것. 어때, 간단하지? 그 정도로 했는데도 효과가 없다면, 차라리 담념하는 게 나아." -p097


 있지 않게 메모해둬야겠다. 



 다시 읽어도 좋은 책. 역시 내게 하루키의 책은 소확행이다. 위에 책은 절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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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발의 책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를 읽기 시작했다. 동물의 문화에 대한 책이다. 좋았던 글들을 소개해보겠다.  



  스위스의 영장류학자 한스 쿰머는 몇 년 전 이런 말을 했다. 하나의 형질을 만듦에 유전자가 얼마를 만들고 환경이 얼마를 만들었는가를 가름하려는 것은, 멀리서 듣는 북소리가 북을 치는 사람이 내는 소리냐 아니면 북이 내는 소리냐를 따지는 것처럼 무의미하다고. 반면에 들리는 북소리가 달라졌다면 그것이 북을 치는 사람이 바뀌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북이 바뀌었기 때문인가를 묻는 것은 합당한 일이다. 유전이냐 환경이냐를 살피는 문제에서 과학이 제기하는 물음은 오직 이런 종류의 것일 따름이다. -p20


 음... 이 글을 읽고 상당히 공감이 갔지만 한 편으로는 반론도 제기하고 싶다. 일단 평소에 어떤 형질에 대해 유전과 환경의 비중을 생각하는 나의 사고방식이 무의미한 사고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키와 같은 형질의 경우 유전자와 환경의 비중을 고려하는 것은 의미있지 않을까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문화적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의 최소 공통분모는 무엇인가? 내 생각에 그것은 습관과 정보가 유전에 의거하지 않고 전파되는 것이다. 그 외의 설명은 군더더기일 따름이다. -p43  


 깔끔한 설명이라 마음에 들었다.


 















 <코끼리가 울고 있을 때>, 제프리 메이슨의 책이다. 제목이 인상적이라 궁금하다. 절판되었고 중고로는 구해볼 수 있는 책이다.


 50p 밖에 안 읽었지만 잠시 쉬어가고 싶어서 페이퍼를 남긴다. 프란스 드발의 책은 항상 흥미롭고 만족스럽다. 동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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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3-07-19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익숙한 작가라 궁금했었는데 요런 책도 내셨군요~! 무척 궁금해집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7-19 12:12   좋아요 1 | URL
프란스 드발 책 괜찮아서 이어서 읽고 있습니다.
 
벌거벗은 한국사 : 인물편 - 본격 우리 역사 스토리텔링쇼 벌거벗은 한국사
tvN〈벌거벗은 한국사〉제작팀 지음, 최태성 감수 / 프런트페이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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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재미있다. 역사를 재밌다고 생각했던 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다방면에 책을 읽으면서 역사를 알아야할 필요를 느끼게 됐고 역사를 좋아하게 됐다. 역사는 재미난 이야기들의 보고이다. 때로 현실은 픽션보다 훨씬 강렬하다. 현실은 픽션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창의성이 존재한다. 그래서 실화를 바탕으로한 드라마나 영화들이 제작되는 것이다. 


 이 책은 주로 조선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8명의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어렴풋이 알던 역사 이야기를 세세하게 알게 되어 재밌었다. 어렸을 때의 역사 인식과 지금 책을 본 후 인식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더 재밌었다. 예를 들면, 중학교 때는 나당연합에 부정적이었다. 아니 치사하게 외세의 힘을 필어 삼국을 통일하다니! 치사하고 비겁한 신라! 고구려가 통일했어야 되는데!!! 하지만 당시의 시대상과 백제와 신라의 복수로 뒤엉킨 뿌리깊은 반감을 이해하자 나당연합이 이해됐다. 신라왕 김춘추는 자신의 딸의 원수인 백제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데 힘을 합칠 만한 국가가 당시에는 당나라 뿐이었다. 당나라와 신라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연합이었다. 지금이야 백제, 고구려, 신라가 모두 우리 민족, 우리 조상이라 생각하지만 당시에 신라와 백제의 지도층들은 서로 같은 민족이라 생각했을까? 당나라의 힘을 빌린 게 이해가 되었다. 


 이성계, 궁예, 의자왕, 이방원, 연산군, 사도세자, 세종대왕, 어우동, 8명의 이야기들 모두 재밌었다. <벌거벗은 한국사>는 tvN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시리즈도 있으니 더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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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공적인 연애사 - 당신을 사랑하기까지 30만 년의 역사
오후 지음 / 날(도서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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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 원시 사회부터 고대, 중세, 근대, 현대, 미래까지 연애의 역사에 대해 알아본 시간이었다. 글은 흥미롭게 잘 읽은다. 역사란 원래 재밌으니까. 원시 사회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했는데 다양한 원시 사회 속 연애, 결혼의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지금과 같은 연애-결혼은 현대에 와서 비롯된 것이다. 집 밖에서 데이트를 하고 집안, 부모가 선택해준 배우자가 아닌 자신이 선택한 배우자와 결혼을 하고. 


 일부일처제는 농경이 시작된 후 시작된 거 같다. 원시 사회에서는 일부일처제라기보다 공동 양육에 가까웠다. 어머니는 있지만 아버지는 없는 침팬지 사회의 모습과 닮은 거 같다. 때문에 남성들은 누가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자식인지 알 수 없었기에 모든 아이들은 자식처럼 대했다. 음, 하지만 어렴풋이는 알았을 거 같다. 분명 아이들 중 자신과 닮은 아이가 있을 것이고, 침팬지 사회에서도 근친상간이 터부시 되는 걸 보면 원시 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인식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일부일처제는 인간의 본성일까, 문화일까? 본성과 문화를 무 자르듯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좀 더 생각해볼 주제이긴 하다.


 역사를 알게 되면 지금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변화의 맥락을 알 수 있어서 재밌었다. 역사 속 다양한 연애와 결혼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던 책이다. 


 오후 작가의 책 재밌다. 전작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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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점 7.5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출연 해리스 딕킨슨, 찰비 딘 크릭, 우디 해럴슨, 돌리 드 레옹, 즐라트코 버릭, 비키 베를린

 장르 코미디



 블랙코미디 영화다. 2022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칸 영화제 기간 동안 비평가들의 엇갈린 반응을 얻었고 영화를 좋게 본 측도 황금종려상 수상까지 예측하지 못했기에 깜짝 수상이었다. 수상 발표 당시 야유와 환호가 동시에 터져나왔다고 한다. 21세기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메타크리틱 점수가 가장 낮다. 평론가, 관객 모두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이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는 타이틀과 블랙코미디라는 점에서 보고 싶은 영화였다. 영화관에서는 보지 못하고 집에서 보게 되었다. 영화관에서 보지 않아서 다행이다. 나름 괜찮게 보긴했지만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한 작품은 아니었다고 본다. 


 이제 평론가들이 평점을 짜게 주는 이유를 알 거 같다. 책이든 영화든 많이 보게 되면 눈이 높아지고 감각은 무뎌지는 거 같다. 예전에는 책이든 영화든 평점을 후하게 주는 편인데 점점 평점을 적게 주게 된다. 이 영화도 흠, 세상에 대해 몰랐을 때 보면 세상의 진실을 까발리는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부분들이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소 뻔하고 너무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는 <기생충>에 비하면 정말 한참 모자라는 영화이다.  


 첫 부분은 다소 신선하고 재밌었지만 갈수록 뻔하고 개연성도 떨어지게 느껴졌던 영화. 


 이 영화의 메시지는 "만인은 평등하지 않다." 가 아닐까 싶다. 과연 호모 사피엔스에게 평등했던 때가 존재했나 싶다. 



 p.s 찰비 딘은 작년에 사망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그녀의 유작이 되었다. 안타깝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평점 10 : 말이 필요없는 인생 최고의 영화. 

 평점 9.5: 9.5점 이상부터 인생영화. 걸작명작

 평점 9 : 환상적. 주위에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 수작

 평점 8 : 재밌고 괜찮은 영화. 보길 잘한 영화. 

 평점 7 : 나쁘진 않은 영화. 안 봤어도 무방한 영화. 범작

 평점 6 :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 6점 이하부터 시간이 아까운 영화. 

 평점 5 : 영화를 다 보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한 영화. 

 평점 4~1 : 4점 이하부터는 보는 걸 말리고 싶은 영화. 망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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