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최고의 선택은 <소네치카, 스페이드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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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0-31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네치카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10-31 23:54   좋아요 0 | URL
우리집 양반이 세컨드를 두는 설정은 반대입니다. ㅋ
 

사흘째 붙잡고 있다. 아니, 오늘은 펼치지도 않았다. 오늘이 말일인줄 알고 이번 달 독서 목록이나 정리해야지 생각했는데 시월의 마지막날은 내일이다. 


표지에 미술 작품이 불탄다고 보여주는 것 같은데 제목만 듣고는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생각했다. 불타지만 불타지 않는 작품. 지난 번 윤고은 작가의 <밤의 여행자들>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새 소설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두둥. 


미술가 안이지는 미국의 유명한 로버트 재단으로 부터 예술가 레지던시 (4개월) 후원을 받게 된다. 한국에선 안 풀리는 상황에서 음식 (도보) 딜리버리를 하면서 우울하던 차여서 어딘가, 뭔가, 찜찜한 느낌이지만, 이거 사기는 아니겠지, 하면서 미국행 비행기를 탄다. 로버트 재단에서 4달 동안 숙박과 작품 제작에 관한 모든 지원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작품들로 전시회 까지 하는 것이 계약 조건이다. 그리고 그 중 한 작품은 전시에서 불태워야 하는데 그 "불타는 작품"은 재단의 주인인 "로버트"가 선택한다. 현대 미술에서 이런 식의 작품 파괴가 이루어 지기도 하지만 주인공 안이지의 심정은 안 easy하다.(소설에도 나오는 말 장난) 


지금 소설의 절반을 읽은 상태인데 이 이야기는 빌드-업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처음엔 로버트 재단이 어떻게 설립되었는지 그 사연이 꽤 여러 단계로 정리되어 나온다. 특히 로버트가 얼마나 특별한 미술적 "안목"을 지녔는지 칭송이 자자해서 그 지점에선 의문 품지 말라고 주인공에게 그리고 독자에게 단단하게 이른다. 다음 빌드 업은 안이지의 선택 아닌 선택, 로버트 재단 레지던시 프로그램 행이다. 이 여정이 소설의 1/3까지 이어지도록 긴데 여러 사건 사고가 얽혀있다. 뭔가가 계속 엇갈리고 어긋나고 오해와 의심은 쌓인다. 여름의 이상 고온과 산불에 독자인 나의 마음까지도 짜증에 불탈것만 같다. 여러 악재들과 산불, 간섭, 오만한 태도, 거짓말 같은 멀티플 통역, 이런 연극에 참여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에 주인공은 갈등한다. 도망갈까. 주인공 안이지는 미국의 "허허벌판" 한가운데 호화 외딴 성 로버트 재단에 초대 혹은 감금되어 있으며 무언가를, 의미를, 이야기를, 그것도 불타버릴 어떤 것을 만들라는 독촉을 받는다. (드라큘라도 비슷한 설정에서 시작하지 않나?) 읽는 나도 갑갑하고 조급하다. 빡빡하게 굴며 독자를 쪼아오는 소설이 재미가 없는건 아닌데 또 아주 재밌지도 않다. 애매함.


내일은 다 읽겠지. 조금 더 강한 압박으로 쌓고 그다음엔 화르륵 불타는 결말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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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에 끌려서 읽었다. 애욕! 한국 소설!


만화인줄은 몰랐는데 만화여서 더 좋았다. 이런식의 만화 엣세이 형식의 독후감을 여럿 읽었는데 이 책이 그중 제일 마음에 든다. 내용도 충실하고 애욕! 몰랐던 것도 애욕! 많아서 였다. 이광수의 <무정> 감상이 인상적이다. 내가 퀴어문학 팬까지는 아닌데 이광수의 무정에서 LGB(T)적 접근이 가능하단 말이야? 하는 심정이 되어버렸다. 읽어볼…?

가장 최근의 문학계 이야기도 다루고 있어서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애욕! 아침부터 두 뺨엔 홍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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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10-29 1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재밌을 것 같습니다. 그림체도 웃길 듯 ㅋㅋㅋ

유부만두 2023-10-30 19:12   좋아요 1 | URL
그림체도 심드렁하게 웃기고요, 감상 포인트가 매우 재미있습니다. ^^
 

이 책의 두번째 소설 <스페이드의 여왕>은 푸시킨의 동명 소설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했다. 좀 더 잘 읽어보겠다고 설화같은 구조에 강렬한 마무리를 가진 푸시킨의 소설을 읽고 울리츠카야의 소설을 읽었다. 하지만 별로 좋은 독법은 아닌듯 하다. 푸시킨을 읽었더니 자꾸 인물들을 대입시키게 된다. 그리고 파국으로 내닫는다는 생각에 중간에 벌어지는 일에 덜 집중하게 되었다. 마음만 급해지고. 이 소설의 시작이 어디였건 그냥 울리츠카야의 소설 세계만 바라보아도 충분하고 완벽한 독서가 될 수 있다. 


깐깐한 (더해서 매우 지배적인) 노모를 모시고 사는 이혼녀 안나 표도로브나는 딸과 손주 둘 까지 한집에 거두며 매일 바쁘게 산다. 폴란드 출신 전남편은 남아공에 사는데 오랜만에 만나러 온단다. 전남편의 인생여정에서 러시아/소련의 역사와 격변의 정세를 가늠할 수 있다. 그가 온다니 신경이 쓰이는 안나. 그녀의 노모 무르는 스페이드의 여왕처럼 파괴의 화신으로 식구들을 억압하고 있다. 그야말로 옛 시대의 유물이며 이기적인 존재, 자신의 친자식들 조차 인정하지 않고 고집스레 자신의 편안함만 고집하며 승질을 부려댄다. (태ㄱㄱ 부대나 노친네들이 떠오른다) 기운차게 자라나는 손자와 딸에게 넓은 세상과 새로운 가능성을 주고 싶은 안나는 이래저래 두 세대 사이에 갇혀 있는 기분이다. 전남편은 멀끔하고 부티도 난다. 그는 딸과 손자들에게 여름 휴가 여행을 약속한다. 안나는 조금 설레고 쓰라린 심정이 된다. 고여있던 네 여자들의 생활을 흔들어놓고 간 전남편이 원망스럽다. 하지만 여름의 그리스섬 휴가라니. 어떻게 해서든 이 여행은 성사시키리라 결심한다. 3, 7, 에이스, 외우고 또 외운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마지막 카드가 스페이드의 여왕이라는 것을.  


내 나이 탓인지, 그 징글맞게 고약한 할망구 무르가 이젠 정말 죽겠구나 하는 순간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강도에 놀라 쓰러진 푸시킨의 할망구 만큼이나 이들에겐 악다구니를 뱉어내는 주름잡힌 입 말고는 남은 것이 없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몸을 틀거나 눕기만 해도 몸에선 이상 신호가 잡힌다. 내 핸드폰에는 하루에도 서너 건씩 여든 살 이상의 노인 실종 알리미가 뜬다. 시댁에 갈 때면 이분들의 세상은 아직 90년대에 멈춰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실은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90년대, 내가 아직 이십대였을 때, 결혼 하기 전의 그 시절. 도망쳐! 


각설하고 

<스페이드의 여왕>은 이기적인 친정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중년 여성의 고달픈 나날이며 (푸시킨의 경우에는 노인공경과 도박근절을 외치는 흥미로운 권선징악 해피엔딩 교훈 설화로도 볼 수 있다) 순식간에 바뀌는 세상에서 어지럼을 느끼는 중년 아줌마, 나의 독서였다. 올해의 책일지도 몰라. 푸시킨 말고 울리츠카야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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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10-28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이코프스키도 푸쉬킨 원작의 <스페이드의 여왕>을 각색해서 정말 멋있는 오페라를 만들었습니다.
울리츠카야의 책에는 노모 무르로 나오는 거 같은데, 차이코프스키에서 비슷한 배역의 백작부인은 정말 그로테스크한 연기를 합니다. 오페라 좋아하시면 한 번 보시면 좋을 텐데요.

유부만두 2023-10-28 23:40   좋아요 1 | URL
학교 숙제로 오페라를 소설보더 먼저 알았어요. (시험 대비해 들었으니 좋아할 순 없었죠) 팔스타프님 추천에 힘 입어 공연 영상을 찾아 보겠습니다. 유툽에 2019 공연 영상 있네요!!!

잠자냥 2023-10-28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울리츠카야 진쩌 좋죠. 저는 도서관에서 일단 최근 나온 <커다란 초록 천막> 빌려왔어요!

유부만두 2023-10-28 23:32   좋아요 0 | URL
정말 좋아요. 전 메데야의 아이들 읽으려고요.

반유행열반인 2023-10-29 0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망쳐!!! ㅋㅋㅋ고약하게 늙지 않기가 고난이도 같아서 저도 우리 애들한테 나 늙어서 곤조 부리면 도망쳐라…미리 말할라구요…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10-29 09:24   좋아요 1 | URL
ㅎㅎㅎ 도망은 진즉에 쳐야했는데, 이젠 애들에 늙은 남편에 … 오늘도 이 좋은 가을날, 시댁 가요~ 룰루~

단발머리 2023-10-30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댓글 수준이 후덜덜합니다. 오페라랑 천막이요? 우아....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36일차 접수했구요!!
 

책과 함께 한 여자의 일생 이야기, 문학과 책으로 단단하게 다져지고 뭉근하게 오래 그 불씨를 안고 살아가는 나름대로 충만한 한 여인의 인생 이야기이다. 


소네치카는 책을 읽는다. 어린 시절 부터 그녀는 책읽기를 중심으로 살았다. 그리고 인생에선 그녀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았다. 배신감에 무너지고 허망함에 휩싸일 때, 그럴 때 소네치카는 책을 읽는다. 결혼 생활을 시작한 후 살림과 육아에 치여서 책읽기에서 멀어질 때도 있었으나 그녀가 읽은 책들의 주인공들과 그 배경은 현실에서 소네치카의 겉옷 혹은 모피처럼 함께 했다. 그녀는 자신의 행복에 불안하고 자신이 부족해서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부처님도 못하신다는 "시앗보기"를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그녀의 모습은 안쓰럽기도 했다. 하지만 다 늙은 그 예술가 양반을 그런 식으로 떼어놓고 대신 자유 시간을 얻는 소네치카의 계획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아니 그건 아니었겠지.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내 마음도 쓰릿했다. 마침 그때 정말 혼자가 되어버렸으니. 그때 그녀는 책을 읽는다. 그리고 이 모든 가정불란 장면이 덤덤하고 슴슴하게 진행된다. 


내가 그녀에게 격하게 감정 이입을 한 장면은 소네치카가 딸 아이 타냐에게 책 읽기를 권할 때다. 


"소네치카는 어떻게든 타냐에게 독서 습관을 붙여주려 노력했지만, 타냐는 소냐가 솜씨 좋게 책읽는 소리를 들으면 눈이 멍해져 소냐가 꿈에서도 본 적이 없는 곳으로 도망쳐 사라지곤 했다." 


책읽기는 억지로 시킬 수가 없다. 손에 책을 쥐여주고 숙제나 상품으로 다그쳐보아도 결국 책읽기는 타고난 "책벌레" 우리들이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책에서 만난 기막힌 사랑과 실패, 엄청난 범죄나 배신, 희생과 인간 승리를 읽으며 겪고 현실에서 조금은 덤덤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고 내 팔자야, 퍼질러 앉아서 악을 쓰거나 너죽고 나죽자 드잡이 하는 장면은 소네치카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독자양반들, 너무 흥분하지 마, 이런 거 문학작품들에선 천지삐까리여. 소네치카는 천천히 자신의 삶을 다져나간다. 


오늘 밤, 동지 소네치카 이야기에 맘이 벅차올라서 바로 이어서 두꺼운 러시아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과 그냥 소네치카가 생각 만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반반이다. 마지막 문장 정말 멋지네요, 잠자냥님 나도 딱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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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0-28 0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쵸?! ㅎㅎ

유부만두 2023-10-28 15:56   좋아요 1 | URL
스페이드의 여왕도 재밌게 읽었어요. 능숙한 작가의 힘!이 이런거죠!

책읽는나무 2023-10-28 0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구수한 입담의 리뷰입니다.
그리고 잠자냥 님과 통하셨군요.ㅋㅋㅋ

유부만두 2023-10-28 15:59   좋아요 2 | URL
육고냥댁 추천은 어렵지만 믿을만하잖아요! 어휴 어제 저 책 읽고 을매나 좋았게요. 오늘은 “스페이드의 여왕” 읽고 또 너무 좋아서 차이코프스키 오페라 틀어놨쟈나요, 나 이러케 교양있는 만두에요~

새파랑 2023-10-28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이 책 주문했습니다~!!!

유부만두 2023-10-28 20:14   좋아요 1 | URL
잘 하셨어요!!! 새파랑님의 감상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전 이번에 나온 <메데야와 그녀의 아이들>로 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