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당하던 아이가 집 밖에서 도움의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 진정한 의미의 집, 가족을 만나는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빨간머리 앤도 그렇고 마틸다도 그랬다. 친아버지 봉양하느라 인신매매 당하는 심청이도 그랬다. 


1939년 런던의 허름한 동네. 열 살 꼬마 아이다는 자신의 생일도 (축하 받아본 적이 없어서) 모르고 방에만 갇혀 살았다. 태어날 때 부터 오른쪽 clubfoot(내반족)으로 걸을 수 없어서 앉은 채로 방 안에서만 움직이고 너댓 살 아래 동생 제이미를 돌보는 것이 삶의 의미 전부였던 아이다에게 창 밖으로 보이는 좁은 거리가 세계의 전부였다. 그러다 제이미가 점점 친구를 사귀고 자신의 눈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기 시작한다. 여섯살 제이미가 전해주는 새로운 물건과 새로운 이야기들은 아이다에게 즐거움과 불안을 안긴다. 제이미가 곧 런던의 어린이들이 공습을 피해 시골로 이동하게 된다는 소식을 전한다. 제이미가 떠난다면 엄마와 둘이서 어떻게 살지? 잘못이 있건 없던 욕을 듣고 맞고 부엌 싱크 아래 선반에 밤새 갇혀 있는데. 아이 엄마의 폭력 묘사가 수위가 높다. 읽으면서 깜짝 깜짝 놀라 몸을 움츠리게 된다. (아 물론 엄마의 인생 살이가 너무 고되겠지, 생각도 하지만 그래도 자기 친딸에게 소설 후반부에 대하는 걸 보면 동화의 마귀(할멈)이 실은 친엄마의 변형이라는 분석이 떠오른다.) 


큰 결심을 한 아이다는 엄마가 일을 나가고 제이미도 없을 때에 몰래 몸을 일으켜 보고 아픔을 참으며 걷는 연습을 시작한다. 그리고 제이미의 소집일에 제이미의 도움을 받아 집을 탈출한다. 


학대 당하던 아이라 약하고 지저분한 몸에 자존감도 낮다. 하지만 아이다는 용감하다. 남매가 시골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런던 동네 사람들 눈엔 Posh하고 거들먹 거리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아이다의 발로 아이다를 바보 취급 괴물 취급을 하지는 않는다. 아이다의 세계는 넓어지고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전쟁 중이라 늘 위험을 의식해야 한다. 폭격이 있고 알던 사람들이 죽는다. 그리고 언제 엄마가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 임시 보호자 수잔은 그녀 나름의 슬픔으로 문을 닫고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남매와 소통하며 새로운 생활에 적응한다. 그리고 버터! 작은 망아지 버터! 


여러분 이 책 읽어주세요. 중년 아줌마가 맘 졸이며 아이다를 응원하고 그 아이의 용기를 본받고 싶어졌다니까요. (아이다 1929년생 한참 할머니심) 번역서도 <맨발의 소녀>로 나와있는데 표지를 보고 짜증이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26-02-25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번역서 표지 궁금해서 보고 왔어요. 일단 보관함에 챙겨넣었구요.^^
근데 이 책도 학대 받던 아이!ㅜ.ㅜ
그래도 결국 혼자서 일어서는 아이다인가 보군요.

유부만두 2026-03-03 11:09   좋아요 1 | URL
일어섭니다. 그리고 달립니다.
이런 굳센 심성을 갖게 된 동기가 애처롭지만 씩씩하게 헤쳐나가고 그 곁에서 몇몇 어른들이 도와주는 이야기가 좋습니다. 추천해요.

그렇게혜윰 2026-02-27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집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좋아요 저도! 번역본....있는 거죠?

유부만두 2026-03-03 11:10   좋아요 0 | URL
있지요! 표지는 맘에 안들어도 번역본 <맨발의 소녀>로 읽어주세요.

psyche 2026-03-10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이런 이야기구나. 한참 미들 그레이드 책 읽을 때였는데 제목에 전쟁이 있길래 뻔한 전쟁 이야기인 줄 알고 그냥 넘겼었네. 읽어봐야겠다

유부만두 2026-03-10 16:28   좋아요 0 | URL
저도요. ˝뻔한 전쟁 이야기˝인줄 알고 지나쳤었거든요.
그러다 다른 서재 친구 리뷰 보고 얼른 따라 읽었어요. 아주 강렬하고 또 좋아요. 추천.
 

매력적인 설정(아편전쟁, 옥스퍼드, 번역, 책, 마법)과 충격적 사건에도 중반부터 속도 내 읽기 힘들었다. 판타지 대체역사물이라해도 식민주의를 편하게 읽을 수가 없다. 폭발하는 결말은 장렬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주인공의 아버지/주인이던 교수 러벨은 첨부터 끝까지 고약한 제국주의 유럽백인 그 자체. 주인공이 생기고 태어나 교육 받고 각성하는 과정이 넘나 처절하다. (실제 아편전쟁 책 저자 이름도 러벨. 권위있는 학자로 런던대 교수)

은막대(마법) 작동 원리(번역의 괴리에서 분출되는 힘) 상 단어 뜻과 어원 설명 분량이 많은편. 초반엔 재미있었는데 아는 내용도 많고 흐름을 끊는 본문 설명과 주석이 인물들을 삼켜버린 느낌이다. 어쩌면 <바벨>에 대한 내 기대 방향이 잘못이었을지도. 흥미진진하고 가벼운 마법 아카데미아 소설만 생각했다가 무거운 주제를 만나서 여러번 끊어 힘겹게 읽었다. 제국주의를 이렇게 언어의 힘과 함께 다룬 작가의 근성에 박수. “Translate!”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5-12-24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재미있을 거 같은데 어려울 거 같아요.
유부만두님, 메리 크리스마스!! 🎄

유부만두 2025-12-29 16:00   좋아요 1 | URL
단발님, 늦었지만 메리 해피 크리스마스!!!!
새해에도 잘 부탁합니다.
 
James (Hardcover) - 2024 전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s) 후보작
Percival Everett / Doubleday Books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재해석. 허크의 길동무(?) 노예 짐이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

멍청해 보인 그가 실은 볼테르를 읽고 ‘표준어’를 사용할 줄 안다? 주인 판사의 서재에서 몰래 읽으며 쌓은 문해력으로 그가 도망길에 절실하게 원하는 물건은 … 종이와 필기구다? 언어와 지식이 갖는 힘을 강조하며 계급을 비틀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 모든건 숨기고 짐과 동료 노예들은 백인이 원하는 흑인을 연기하며 목숨을 이어간다.그들은 잔인한 노예제와 백인의 가식을 꿰뚫어 보고 얄팍한 사기꾼들을 극한의 인내심을 갖고 (터뜨리며) 상대한다.

트웨인의 소설에서 위트와 사회 고발을 가져오지만 후반부에선 수동적 ‘자유’ 대신 투쟁을, 폭력과 복수를, 무엇보다 자유와 “자기 자신”을 선택하는 짐/제임스가 나온다. 무섭게 웃기고 무겁게 강렬하다. 허크와의 관계를 ‘새롭게’ 풀어낸 부분과 여성 인물들이 소비되는 방식이 아쉬워서 (그건 토니 모리슨을 더 읽도록하자) 별 하나를 감히 뺐다. 번역된다면 노예 말투는 또 충청 지역 사투리일 것인가. 아 그건 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로위츠 1권이 경쾌한 홈즈 분위기였고 2권은 살짝 지루했다면 이번 3권은 클래식한 애거서 크리스티에 가깝다.

호로위츠는 호손을 주인공으로 하는 “리얼” 범죄 시리즈 1권 출판 직전에 (2권은 아직 원고를 쓰는 중) 홍보차 작은섬의 문학패스티벌에 호손과 함께 간다. 그런데 그 조용하고 평화로운 섬은 겉모습과 다른 곳이었고 설상가상으로 호손의 원수가 주최측 사람이다. 불편하고 삐걱거리는 행사 진행 중 페스티벌의 큰손 후원자가 살해당한다. 그런데 그에게 원한을 품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고 워낙 조용한 섬이라 옆 섬 (건지 아일랜드)에서 형사가 파견오길 기다리며 호손이 사람들을 탐문하기 시작한다. 시골 형사 게으른 능구랭이랑 수사 협조를 하는 사이, 또 한 사람이 죽는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번 페스티벌에 초대된 작가들이 하나같이 사연이 있는 것이었던 것이었던 거시다. 살인자를 밝힐 때까지 아무도 섬을 나갈 수 없다! (코난이 나와도 놀랍지 않을 설정)

마지막에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데 그 전에 독자는 (호로위츠도 덩달아) 여러 명의 용의자를 세웠다 지웠다 하게된다. 술도 안하고 사회성도 결여되어 보이며 상황을 잘 이용하는 호손이라 호감은 덜가지만 이런 그가 독서모임에 참여한다는게 재미있다. 이번 3권 출장길에 그는 세라 워터스의 ˝리틀 스트레인저˝를 읽는다. 작은 섬마을과 환경/시대의 변화를 소재로 삼는다는 면에서 연결점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단 ˝노인과 바다˝ 인용이 도드라졌다.

He‘d been defeated when we walked in. Now he was destroyed. (253)

이 destroyed 된 사람은 후에 호로위츠가 호손의 정체에 대한 의심을 키우게 만든다. 그게 아마 4권에서 좀 더 나오지 않을까. 2권에서 관둘까 하다가 이제 4권 The Twist of a knife을 읽을 결심을 한다.

공식대로 진행되는 소설이고 트릭도 별거 없는데 미쟝센에 신경쓰는 범인이나 탐정이 친근하다. 억지로 비비 꼬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고. 은근 나쁜놈 혼내주니까 시원하… 면 안된다지만, 쨋든 여름에는 탐정 소설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ttps://youtu.be/E1y-8oIA2Oo?si=FO0Tp56zDbOyBXE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