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가 해결되면 어떻게 되죠?"

"조금 더 어려운 문제를 파악할 수 있지."

그 정도는 나도 상상할 수 있다. 어떤 문제는 똑같을 것이다. 최종 목적지가 있고 거기에 낙원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117)


좋은 경험이 되었다는 말로 사람은 뭐든지 긍정해버리는데, 인간은 경험하기 위해서 태어났을까?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단지 경험하면 되는 걸까?

경험을 쌓는 것으로 인간은 차츰 훌륭한 존재가 된다. 하지만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173)


이 왕도가 의미하는 것은, 걷기 쉬운 지름길이 아니라 용자가 걸어야 할 깨끗하고 옳은 정도를 말한다. 학문에는 왕도밖에 없다. 생각할수록 인간의 아름다운 삶의 방식을 나타내는 말이다. 아름답다는 것은 그런 자세를 표현하는 말이다. (238-9)


산을 넘을 때마다 만족하지만 냉정히 관찰하면 열심히 산을 만드는 자신이 보인다. 어릴 때 공원 모래밭에서 놀았던, 그것과 같다. 터널을 파고 싶어서 산을 먼저 만든다. 하지만 그 산을 자신이 만들었다는 의식은 없다. 산이 있네, 어쩌지? 터널을 팔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을까? 마치 신이 자신에게 준 시련 처럼 먼저 산을 만드는 것이다.

도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부 자신이 만든 산이 아닐까, 연구자는 매일 무엇을 생각할까? 어려운 것,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그런 것은 연구의 후반, 즉 산을 내려올 때 하는 일이다. 

연구자가 가장 머리를 써서 생각하는 것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문제다. 자신만이 풀 수 있는, 멋진 문제를 늘 찾고 있다. 불가사의한 것은 없을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없을까, 하는 연구주제를 정하기 까지가 가장 어려운 작업으로, 산에 비유하자면 여기까지가 오르막이 된다. 결국 산을 오르면서 산을 만드는 것이다. 미끄럼틀의 계단을 뛰어 오르듯이 그 후에 기다리는 상쾌함을 위해서 일단 높이 오르고 싶다, 길고 빠르게 미끄러지고 싶다, 그런 꿈을 안고 점점 산을 높이 만들어 그곳에 오른다. (3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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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만화책을 뺀 상반기 독서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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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7-04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많이 읽으셨네요. 읽은 책을 정리하는 이런 앱이 있군요.
북플도 이런 서비스 있으면 좋겠네요. 알아서 정리해주면 좋겠다,는 게으른 생각을 살포시 해봅니다.

유부만두 2020-07-04 20:0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생각했어요. 읽은 책들이 자동 정렬되는 거죠 이런 모양으로. 전 앱으로 검색하면서 넣었는데 달력 처럼 한눈에 보이니 예쁘네요. 실은 올핸 만화를 많이 보고있지요. ^^

단발머리 2020-07-04 20:06   좋아요 0 | URL
만화도 넣으시면 어때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0-07-04 20:09   좋아요 0 | URL
영화랑 만화 넣으면 넘쳐요;;;

비연 2020-07-05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거 좋은데요? 무슨 앱인가요?

유부만두 2020-07-05 08:52   좋아요 0 | URL
pl@y라는 앱인데요, 공연 티켓 정리용 앱이에요.
표지를 검색해서 달력에 넣을 수 있는데 가끔 없는 책도 있고요.
책의 정보가 다 저장되지는 않아요. ^^

psyche 2020-07-0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해 놓으니 정말 보기 좋다. 진짜 북플에서 저절로 되면 좋을텐데.... 너무 이뻐서 나도 만들어볼까 하는 마음이 살짝 드네

유부만두 2020-07-07 08:20   좋아요 0 | URL
언니도 만들어 보세요. 표지 사진을 직접 찍어서 정리할 수 도 있어요.
언니 달력은 꽤 멋질걸요?!

moonnight 2020-07-06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 예뻐요^^

유부만두 2020-07-07 08:20   좋아요 0 | URL
모아서 보니 예쁘죠?
 

<만화 그래픽노블>

중쇄를 찍자 1, 마츠다 나오코/주원일 역, 애니북스, 2015

중쇄를 찍자 2, 마츠다 나오코/주원일 역, 애니북스, 2015

중쇄를 찍자 3, 마츠다 나오코/주원일 역, 애니북스, 2016

중쇄를 찍자 4, 마츠다 나오코/주원일 역, 애니북스, 2016

중쇄를 찍자 5, 마츠다 나오코/주원일 역, 애니북스, 2016

중쇄를 찍자 6, 마츠다 나오코/주원일 역, 애니북스, 2016

중쇄를 찍자 7, 마츠다 나오코/주원일 역, 애니북스, 2017

만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 미카미 엔, 나카노/최고은 역, 디엔씨 미디어, 2014

모노노베 고서당 괴기담 1, 콘키치, 대원씨아이, 2017

사기 1, 요코야마 미츠테루/서현아 역, 시공사, 2012

아가미 노블웹툰, 구병모, 이경하, 위즈덤하우스, 2018


<비문학>

꽃은 알고 있다, 퍼트리샤 윌트셔/김아림 역, 웅진지식하우스, 2019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간다, 유성호, 21세기북스, 2019

보통의 책읽기, 가쿠타 미츠요/조소영 역, 엑스북스, 2016

코넌 도일, 이다혜, 아르테, 2020

아무튼 산, 장보영, 코난북스, 2020

그리피스 컬렉션의 한국사진, 윌리엄 그리피스/양상현, 유영미 역, 눈빛, 2019


<문학>

코리올라누스, 셰익스피어/김종환 역, 지만지 드라마, 2019

한여름 밤의 꿈, 셰익스피어/최종철 역, 민음사, 2008

Normal People, Sally Rooney, Hogarth Pr., 2019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문학동네, 2020

대프니 듀 모리에 단편선, 이상원 역, 현대문학, 2014

선녀는 참지 않았다, 구오, 위즈덤하우스, 2019


<영화 드라마 연극>

사십구일의 레시피

아가씨

미스터 홈즈

64 파트 1

64 파트 2

내 이야기

날씨의 아이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오늘도 괴롭히는 도시락

천국의 책방

비브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드라마)

미스 셜록 (드라마)

Coriolanus NT live

Midsummer Night's Dream NT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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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7-02 0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란색 굵은 글씨체가 제일 최애 아이템인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코난 도일 읽고 싶어요. 셜록 홈즈 잘 모르는데 이다혜 작가 책이라서요^^

유부만두 2020-07-02 08:14   좋아요 1 | URL
네. 파란 굵은 글씨로 표시한 게 이번 달의 득템? 인 책이나 영화에요.
이다혜 작가의 코넌 도일 재미있고 알찬 책이에요. 추천합니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까지 근대 한국사진 중
인상적인 어린이들 (이지만 조상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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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은 마음 붙일 곳이 필요했다. 아픈 아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비명을 지르고 싶어져서, 그러나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성격은 아니어서 머리를 통째로 다른 세계에 담가야만 했다. 끝없이 읽는 것은 난정이 찾은 자기보호법이었다. 
우윤이 낫고 나서도 읽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우윤의 병이 재발할까봐, 혹은 다른 나쁜 일들이 딸을 덮칠까봐 긴장을 놓지 못했다. 언제나 뭔가를 쥐어뜯고, 따지고, 몰아붙이고, 먼저 공격하고 싶었다. 대신 책을 읽는 걸 택했다. 소파에 길게 누워 닥치는 대로 읽어가며,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키웠다. 죽을 뻔했다 살아난 아이의 머리카락 아래부터 발갉 사이까지 매일 샅샅이 검사하고 싶은 걸 참기 위해 아이가 아닌 책에 시선을 고정했다. 낙관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만한 게 없었다. (23)


쓰는 게 뭐 대단한 것 같지? 그건 웬만큼 뻔뻔한 인간이면 다 할 수 있어. 뻔뻔한 것들이 세상에 잔뜩 내놓은 허섭쓰레기들 사이에서 길을 찾고 진짜 읽을 만한 걸 찾아내는 게 더 어려운 거야. (166)


온 가족이 모여 있을 때 입을 벌리고 있으면 공기 중에 가득한 단어들이 시리얼처럼 씹힐 것 같았다. 말들을 소화해 내려면 버거웠고, 긴 가족 여행은 확실히 지쳤다. 물속에 내내 잠겨 있는 쪽이 나았다.말을 하고 싶지 않은 것에서 더 나아가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169)


어른들은 기대보다 현저히 모르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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