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촉오 삼국의 지난한 설립 과정을 숱한 장수들을 따라가면서 지켜본 것에 비하면 그 삼국의 시간은 짧았다. 지혜롭던 공들은 고집을 부리거나 회한에 차 안타까운 유언을 남기거나 못하거나 하면서 이승을 떠났다. 그들 뒤에는 기록과 역사가 남았고, 나관중의 팩션이 남았으며 오랫동안 아시아에선 신앙과 같은 문화로 자리 잡았다. 


역사학자 이중톈은 팩션과 문화에서 역사를 떼어내서 보려고 노력한다. 두껍지 않은 책으로 후한 멸망 이후 세 영웅을 중심으로 기록된 사건을 따라가며 그 역사적 의의를 냉정하게 분석한다. 정치세력의 변화와 그에 따르는 국가의 모습. 각 전투 마다 승패의 원인을 따지며 장수들의 투항과 배신에 깔린 충과 의, 두 가치의 정의를 현재의 비판적 시각으로 다시 말한다. 


저자는 삼국연의 속 아름다운 도원결의의 꿈에서 깨어나야한다고 주장한다. 역사 속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삼국시대에서 역사를 바로 보고 지금을 살아야 한다고. 역사의 본성을 바꾸고 태평성대의 꿈을 만든 삼국연의에 취해 있으면 우매한 대중이 되어버리는 거라고. 


하지만 중국인이 아닌 나는 그 꿈을 굳이 내 독서에서 지우고 싶지 않다. 도원결의 부터 적벽대전, 삼국의 흥망이 내겐 1800년 전 역사이면서 이야기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중톈이 상대하는 중국인 독자와 나는 다른 입장이다. 내겐 삼국연의 속 충의가 실제적인 가치라기 보다는 비유이며 상징이 되었다. 호메로스의 노래와 그리스 비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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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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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는 소설을 읽을 때 현실의 감정이나 사건, 인물을 대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독서라고 했다. 그걸 내가 하고 있다. 매번.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 싫어지거나 좋아지는 건 그 인물의 행동이나 말에 내가 공감하거나 그 처지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장류진 작가의 소설집을 매우 경쾌한 기분으로 읽었기에 이번 단편 <연수>를 읽고 나서 이런 기분이 들 줄은 몰랐다. 이렇게 쓰리고 슬프고 조금은 화나는, 억울한 기분. 주인공의 엄마나 주위 사람들이 예의 없이 결혼 혹은 결혼, 아니면 또 결혼문제를 채근하는 건 나도 싫었다. 그런데 지역 엄마들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를 얻고 연수를 받으면서, 잠시라도 '애엄마'인양 이름을 달면서 내내 '애엄마'에대한 적의와 무시를 품고있는 주인공의 행동도 예의가 없다. 연수 선생님을 비전문인으로 의심하고 비용에 대한 의무/시간을 지키지 않는다 예단하면서 자신의 계약 연장을 무슨 시혜라도 되는양 내민다. 그리고 거절 당하자 당황하지만, 여기서 반전. 선생님은 수업을 야무지게 마무리한다. 나이쓰. 


주인공이 선생님에게서 갑자기 쎄한 기분을 느낀 건 멋진 건물에 전문직 여성 상사가 있다는 얘길, 그것도 많다는 얘길 한 다음이다. 쓸쓸하게 (이건 내 감정 이입) 휴대폰 화면을 만지는 선생님, 거기에 자신의 엄마를 겹쳐 보는 주인공. 중년의 여성은 주인공에게 아무 의미가, 가치가 없다. 연대도 당연히 없다. 만약 여성 상사가 진짜 많았다면, 주인공이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법을 회사에서 배웠을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25살, 이른 나이에 전문직에 들어섰을 때, 엄마가 '50평생 제일 잘한 일'이라고 매우 아줌마스럽고 매우 애엄마스러운 말을 했을 때, 엄마는 그 25살에 주인공을 낳았다는 걸 생각해 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줌마, 애엄마에 그 궁상맞고 더러운 팬티 이야기 까지 한 패키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며 이렇게 게으르고 성급하게 범벅으로 담아 놓지 않았겠지. 그리하야 어느 서늘한 사월, 아줌마 마음에 서리가 내릴 일도 없었겠지. 어리석은 감정 이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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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0-04-29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완전 어리석은 독서를 하네. ㅎㅎ 현실의 감정, 사건, 인물에 엄청 대입하면서 읽는데...

유부만두 2020-04-29 16:08   좋아요 0 | URL
저도요. 현실 대입하지 않는 소설 읽기라는 건 가능하긴 한가 싶어요.
 

주말엔 이불 빨래를 했다. 이불 세 장과 깔개 세 장, 베갯잇 네 장을 몇 번에 나누어 빨아 널고 월요일 낮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새 이불을 꺼내면서 잠시 고민했다. 다시 두꺼운 이불로 돌아가야 하나. 아침엔 나 혼자 일찍 일어나는데 선뜩한 날씨에 놀란다. 4월 하순인데. 게다가 이번주엔 석가탄신일도 있는데. 


주말엔 삼국지 (이중톈 중국사 10권)를 읽었다. (이중톈 중국사는 11권 (위진남북조)까지 나와있는데 중국 현지엔 18권까지 나왔다고 한다. 천천히 다 구비할 생각에 마음이 든든하네.) 유비 사망까지 읽고 tv프로그램 책,읽어드립니다의 삼국지편을 봤다. 신나게 원맨쇼하는 진행자와 열심히 상황극에 참여하는 사람들. 나도 와인을 마시며 호응하면서 봤다. 문나잇님 따라서 말벡. 


학교에서 온 공지로는 곧 개학을 할 듯하다. 아이 교복 바지를 꺼내 입혀봤는데... 작다. 



관심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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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4-27 0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불빨래해야 하는데... 실행은 이중텐 중국사를 확인하는 걸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근데 이번주 지나면 온라인 수업 겨우 적응될거 같은데 금방 개학이란 말입니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유부만두 2020-04-27 07:52   좋아요 0 | URL
이중톈 중국사 시리즈 정말 탐나지 않으십니까?!
삼국지 강의는 정사/소설/민간신앙? 을 비교하며 재미있게 강의한 것을 옮겨놓은 거라 읽기가 쉬워요. 시간순으로 한 번 정리하기엔 중국사의 10권 ‘삼국시대‘가 좋고요. 확실히 유비보단 조조 편입니다. 제갈보단 주유를 아끼고요.
저자의 편애가 보여서 더 재미있어요.

아이 개학....막상 다가온다니 은근 겁나네요. 그나저나 교복 새로 사야해요.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0-04-27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중톈...음...저도 일단 눈도장 찍구요^^
올 해는 지구가 깨끗해져서 일까요?
정말 4월이 춥네요...바람도 어찌나 세게 부는지 주변에 산불이 많이 나서 안타깝더라구요ㅜㅜ
이번주엔 기온이 좀 많이 올라가는 것 같던데...저도 이불 교체해야 하나?고민중입니다^^

교복은 어째야 하나?그것도 고민이구욤!!!
둥이들 워낙 덤벙거리고 겨울엔 춥다고 교복 바지 사줬는데 바지가 꽉 낀다고ㅜㅜ..교복 치마도 짧아졌다고,그건 좋다 하구요ㅜㅜ
교복 사려니 아까워서 하복은 언제 입을 것인가? 머리 굴려보니 하복은 셔츠마저 끼고....확실히 중딩때 애들이 많이 크는가 봅니다.울집 애들은 엉덩이가 많이 커져서~~ㅋㅋㅋ

유부만두 2020-04-27 11:42   좋아요 1 | URL
이중톈 중국사는 계속 나오는 중이에요. 이제 위진남북조 (11권)이고요, 중국선 18권 까지 나왔대요. 읽기 어렵지 않아서 선사시대 것도 읽어보려고요.

그냥 봄이불로 계속 가고 있습니다. 지구가 깨끗해져서 기온이 달라진 거군요. 그럼 감사한 마음이에요. 빨래 널 때 미세먼지 걱정 없어서 그건 좋아요.

교복....ㅎㅎㅎㅎ 전 사야해요. 애 바지가 너무 꽉 껴요.
애가 커서 옷 정리도 날잡아 해야겠어요.

비연 2020-04-27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불빨래를 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지금이 그 시즌 맞는 거죠?
정말 하려면 엄두가 안 나서 마구 미루고 있으나 아무래도 봄도 되었으니 겨울 이불은 멀리 치워야겠죠... 이중텐 중국사는 드문드문 읽었었는데 쭈욱 읽어볼까 싶기도 하네요.

유부만두 2020-04-27 11:48   좋아요 0 | URL
봄이불 교체 시기는 맞아요.
먼지 없이 햇볕이 좋으면 전 어쩔 수 없이 빨래 본능이 꿈틀거립니다.
다 빨아서 다 널어제끼고 싶지만 세탁기 하나에 베란다도 쪼꼬매요. ㅜ ㅜ

겨울 이불은 석가탄신일에 넣어도 될 것 같긴 해요. 새벽엔 추워요.
이중톈 중국사 재밌더라고요. 다른 시대 것도 읽어보려고요.

moonnight 2020-04-27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앜 이중톈 중국사시리즈@_@;;;; 저도 찜해둡니다@_@;;; 아직 밤엔 두꺼운 이불이 좋아서 겨울이불 덮고 있는데 이젠 빨아야 하는 거겠죠? 춥.. -_-;;; 말벡에 솔깃^^ 합니다. 와인과 책과 책 프로그램과. 아름답습니다 호호^^

유부만두 2020-04-27 11:45   좋아요 0 | URL
이렇게 또 시리즈를 알아가고 책도 사고 그러는 게 인생 아니겠습니까!!!
밤엔 춥죠.... 그러면서도 이미 넣어둔 겨울 이불 안 꺼내고 있습니다.

말벡, 좋았어요!
와인, 책, 책방송의 농담에 즐거운 주말이었어요!

psyche 2020-04-27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쭉 8월말까지 학교 안 가는데...ㅜㅜ
작아진 바지라고 하니 엠군 때문에 한 밤중에 옷사러 달려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이제는 짧아져서가 아니라 단추가 안 잠겨서....흑 유부만두네 중학생은 쑥쑥 자라고 있구나. 다음에 보면 깜짝 놀라겠지.

유부만두 2020-04-27 11:47   좋아요 0 | URL
언니는 이 아가의 옹알이 시절부터 봤쟎아요. ^^ 볼 때 마다 쭉쭉 커 있죠?
얘가 좀 마른 편이라 길이가 짧아지기만 했었는데 올 봄엔 갇혀있어서 그랬는지 단추가 안 잠기기도 하네요. 교복이 ㅎㅎㅎㅎ

5월6일에 학교 나가는 걸로 학사일정표가 왔는데요,
글쎄요....조금 불안한 마음이 있어요.
아직 실내화는 안 샀는데 슬슬 준비하려고요.

보슬비 2020-04-27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말에 전기담요 키고 잤어요. 진짜 요즘 날씨 가늠이 안되네요.^^

유부만두 2020-04-28 07:28   좋아요 0 | URL
그쵸? 아침에 추워서 깨요.
그나마 석가탄신일 부터는 따뜻해 진다니 다행이지요?
 

세상 이야기의 힘이라는 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르니 사람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 만한 이야기들을 모아 두는 것도 나중을 위해서 꽤 괜찮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본 바로는 남의 속사정이나 나쁜 소식 같은 것들이 가장 인기 있는 이야기였다. 남의 이야기는 하기 쉬웠고 나쁜 이야기는 흥미를 끌었다. 그러니까 결국, 멀리 그리고 빨리 퍼지는 소문의 핵심은 다름 아닌 타인의 불행이었다. (독고솜에게 반하면) 








나는 매일 아침 날이 밝기가 무섭게 발하임으로 달려간다네. 그곳 주막집 정원에서 완두콩을 몇 개 따가지고 와서는 콩깍지를 까면서 호메로스의 작품을 읽곤 한다네. 때로는 부엌에 들어가 냄비에 버터를 두르고 완두콩 꼬투리를 넣은 뒤 뚜껑을 덮고 앉아서 흔들어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무례한 페넬로페의 구혼자들이 소와 돼지를 도살한 후 잘게 토막을 내어 불에 굽던 광경이 생생히 떠오른다네. 부족사회의 풍경만큼 내게 평온하고도 진실한 감정을 어떤 가식도 없이 나의 생활방식에 투영 시킬 수 있다니 천만다행이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사사 유비는 다마키 이쿠에가 자살한 사실을 몰랐다. 진술조사 때 처음으로 알고 정신없이 울었다고 한다. 다카네자와와 시게카와도 몰랐는지, 알면서 유비한테는 숨기고 있었던 건지, 그 부분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이러한 사실들로부터 사사 유비의 자살 미수도 사사 도모키가 초췌해진 것도, 두 사람의 죄책감 때문이라기보다는 '무서운 범죄에 휘말리고 말았다'는 피해자 의식에 가까운 감정 때문이었음을 엿볼 수 있다. ('절대영도'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나는 이해했다. '없애야' 할 자와 단죄받아야 할 자의 역할 분담이다. 

"두 사람은 오래 살아 주었으면 좋겠어요. 서로 미워하고 죄를 떠넘기고, 세상에서 손가락질을 당하고 생지옥을 맛보면서." ('절대영도'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저는 우리 할머니가 했던 말을 떠올렸어요. 술만 마시지 않으면, 도박만 하지 않으면, 바람만 피우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라는 건, 그걸 하니까 안 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요." ('절대영도'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큰 소리로 재채기 하는 것을 길조로 여겼다. (오뒷세이아 17권 주석)


'나는 신이 아니다. 왜 너는 나를 불사신으로 여기느냐?

 나는 네가 그를 위해 신음하고 많은 고통을 당하고 

 남자들의 행패를 감수했던 네 아버지이니라!'

  이렇게 말하고 그가 아들에게 입맞추자 눈물이 두 볼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그가 늘 억제하던 눈물이었다.  (오뒷세이아)






'메디아 비타 인 모르테 수무스 Media vita in morte summus' 라는 라틴어는 우리도 알고 있다. 즉 "한창 살아가는 중에도 우리는 이미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날 죽어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의학이 발달해, 이젠 미국인 대다수가 생의 말년을 실제로 죽어가는 상태로 보내게 된다. 미국 인구 중 빠르게 늘어가는 층이 85세 이상이다.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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