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
김혜나 지음 / 판미동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인생의 목표를 가지지 못하고 방황하던 사람이

작가가 되고자 마음을 먹고 글을 쓰지만,

결국 등단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에 지쳐 살만 찌고...

 

이런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 요가를 배우고,

결국 요가 강사가 되고,

그러다 등단도 하고 책도 팔려 인세를 받지만,

또 슬럼프가 오고,

그러다 다시 만난 새로운 요가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건강도 되찾고 삶의 의욕도 되찾았다는 이야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호흡하는 일이다.

숨을 들이쉬면서 산소를 핏속에 공급하는 것이 허파의 일이고,

핏줄은 온몸으로 산소를 나른다.

그렇게 일정하게 숨을 쉬고, 맥박이 뛰는 지를 체크하는 일을 바이탈 사인이라고 한다.

 

바이탈...은 생명을 유지하는 핵심이란 소리다.

숨을 쉬어 몸속의 불씨를 계속 지펴 주어야 하고,

밥을 먹어 영양분을 계속 공급해야 한다.

그래야 피가 돌아 영양분과 산소를 세포에 전달하고,

발전기를 통하여 열기를 얻어 온기를 유지할 수 있다.

이것이 어디 한 군데 막히면 '기가 막힌다'고 하고, 균형이 깨진다.

 

마치 영성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몹시 불편한 몸을 가지고 살던 소설가가,

점차 편안하고 쾌활한 육신과 정신을 지닌 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이므로...

 

사랑받고 싶었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리하여 나는 늘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구하고 다녔지만,

단 한 번도 진정으로 사랑받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사랑을 가지지 못하니

더욱 더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자라났다.

그럴수록 내가 원하고 또 구하던 사랑들은 나에게서 더욱 멀리 달아나 버렸다.(237)

 

자신의 바탕까지 도달해서,

자신의 찬 기운, 막힌 기운을 뚫어낼 수 있도록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성경에서 예수님의 옷자락에 스친 환자가 저절로 낫는 경험을 하듯,

순간적으로 병에서 벗어날 수 있기까지, 많이 노력했다.

 

매우 부드럽고 달콤한 음식을

위장의 4분의 1을 비워 두며, 쉬바신의 기쁨을 위하여 먹어야 한다.(하타요가 프라디피카, 208)

 

과식은 죄악이라는 말을 기억해야겠다.

건강과 영혼을 위하여 4분의 1을 비워두는 훈련을 하리라 마음먹게 된다.

 

내가 진정으로 도망치고 싶은 이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발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순간이라는 응답이 내 안에서 서서히 솟아올랐다.

너는 이미 네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

그러니 가거라.

네가 도망쳐온 그곳으로.

주저하지 말고 더 과감히 한 발자국씩 나아가라.(115)

 

기도도 몸이 따라가야 이루어진다.

 

많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며 살아가고 싶을 뿐이라며 나 자신을 속인 채로 살아오고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가 만든 테두리에 갇혀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해 항상 숨막혀 했다.

그 거짓된 욕망과 집착, 좌절과 절망의 세계를 넘어

나에게로 돌아온 글쓰기는 이토록 기꺼운 것이었다.(86)

 

몸의 문제는 결국 소통의 문제고, 정신적 문제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그것을 찾는 공부라면 요가든 마라톤이든 실천의 문제만 남은 셈이다.

 

내 안에 소용돌이치고 있는 동적인 에너지

그리고 그것을 운용하는 방법을 차분하고도 섬세하게,

혹은 강렬하게 일깨워주는 선생님.

그녀의 그 뜨겁고 활동적인 에너지가 내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내 안에 잠자고 있던 무언가를 일깨워 주었다.

가만히 있으나 움직이고 있는 무언가를.(29)

 

인간의 안에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으로 가득한 열망이 놓여있다.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고,

오히려 억압하고 착오하면서 살면... 몸이 아프다고 한다.

 

이 책은 마침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내게 자극이 되었다.

나이 쉰이 넘으면서 급격히 저하되는 신체적 에너지를 관리하지 않았다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교통사고처럼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자꾸 읽게 되니,

무어든 때가 있는 것이다.

 

숨쉬기 힘들 정도로 현실은 각박할 수 있다.

사람을 숨쉬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소설이든,

사람이든,

운동이 되었든,

열중해서 자신의 바탕에 놓인 문제를 바라보도록 이끌어 주리라 믿게 된다.

 

가슴 속 깊이서부터 따스한 온기가 생기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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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8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29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이브 진료실 : 고혈압 편 - 당신이 그토록 녹음하고 싶었던 진료실 대화
성지동 지음 / 힐링앤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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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교사를 오래 하다가 고등학교로 옮긴 해 가을,

매일 머리가 깨질 듯 아파서 한의원에 갔더니 하는 말이 혈압을 재 봤느냐더군.

그래서 재보니 160이 넘는 거라.

할아버지도 중풍으로 쓰러지셨더랬고,

아버지도 젊어서부터 회사에서 정리해고 당하지 않으려고 고혈압 약을 드시는 걸 봤고...

본태성 고혈압이군... 싶더군.

 

이런저런 책도 찾아 봤고,

자료들도 뒤적거려 봤지만,

고혈압은 병이 아니더군.

그치만 관리하지 않고 놔두면 더 나이들어 혈관이나 심장, 뇌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환경 요인이더라~

 

사랑스런 친구는 아니지만,

뭐 할 수 없이 동반해야 하는 내 식구니깐...

관리하는 법이 아주 귀찮은데

이 맛난 거 많은 세상에

적게 먹어라~ ㅠㅜ

한국 음식의 화룡점정은 입맛 없어도 후루룩 할 수 있는 국물인데, 그걸 먹지 마라~ 컥~

그리고 운동하고 체중 조절 해라~ 으~ 난 안돼~~~욥...ㅠㅜ

담배를 끊고... 이건 된다. ㅋ 냄새가 싫어서 저절로 됨.

술도 아주 자제해라... 이건 뭐... 인생을 관두는 게 낫다.

 

무엇보다 혈압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단다. ㅋ

불안해하는 마음이 혈압에 가장 해롭다는데...

뭐, 그건 어쩔겨~

마음 공부를 하면서 관리해야지.

 

이 책은 진료실의 풍경을 이야기 형식으로 하여

쉽게 케이스별로 읽어볼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도 전문적인 이야기들을 부록으로 실어 두어 내용이 실팍하다.

 

텔레비전에서 '비타민'처럼 쉽게 건강 프로그램을 보여주거나,

'생로병사의 비밀'처럼 다양한 시청각자료를 활용한 것도 좋지만,

이렇게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도 좋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거나,

걱정이 있는 사람은 필독해야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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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것들 - 슬프도록 아름다운 독의 진화
정준호.박성웅 외 지음, EBS 미디어 기획 / Mid(엠아이디)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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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독이라고 하면 '포이즌'을 떠올리지만, '톡신, 베놈, 포이즌'이 미묘하게 의미장이 다르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주료 독이 있는 생물의 독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베놈'에 대한 이야기라고 봐도 되겠다.

 

예쁜 버섯이 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그것은 인간 역시 그런 것일까?

예쁜 것들...은 동화 속에서도 인자하고 너그럽고 소박하기보다는,

사치스럽고 냉철하게 나오기 쉽다.

백설공주도 자기에게 그토록 헌신했던 일곱 난쟁이(일곱이나 있었는데, 그중 하나도 선택하지 않고)를 버리고,

처음 만나 입맞춘 백마 탄 왕자(그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으나, 첫만남에서 입을 맞춘 걸로 보아 바람기가 알 만 하다.)를 따라나서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은,

독을 만드는 데 무지 많은 에너지가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뱀의 경우도 독뱀이라고 해서 반드시 물고 나서 독이 주입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공포탄.

 

나무의 피톤 치드, 캡사이신 등도 자신을 번식하기 위함과 타자를 억제하기 위한 독성 물질이다.

심지어 코모도 도마뱀의 경우 아직 논쟁거리이긴 하지만,

물린 상처를 통해 병원성이 높은 박테리아가 가득한 침을 통해 급성 패혈증을 일으키지 않나 할 정도로

다양한 독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느시라는 새가 가뢰란 곤충을 먹는 것을 보고

정력제나 최음제로 활용한 인간도 있다는 보고도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은 참 희한한 종자다.

 

사냥감은 더 많은 독을 품고,

포식자는 더 많은 독에 저항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경쟁하고 진화하는 모습을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다.

 

코알라의 경우 유칼립투스 독에 저항성이 없는 새끼에게 어미의 대변을 먹여 항체를 생성한다는 이야기는 신비롭다.

 

인간의 '약학'이라는 분야는 독에 관한 연구의 다른 이름이다.

결국 약은 독이기도 한 셈이다.

어떤 약이든 주요한 '작용'과 뜻밖의 '부작용'이 존재하게 마련인데,

그래서 조제하는 약에는 부작용에 대한 반작용 약과

또 그 반작용에 대한 반작용... 끊임없이 뒤섞이는 과정을 함유하게 된다.

 

약이란 것을 먹을 일이 없는 것이 좋을 것인데,

지나치게 약에 내성이 생기는 현대인, 특히 무분별한 남용이 부르는 비극도 이런 책을 읽으면 조심하게 된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니코틴을 축적하는 담배나무가

세계인의 기호품이 되어버리는 것도 독에 대한 무분별한 오.남용의 결과일 것이고,

여기에 국가라는 리바이어던의 흑심까지 개입하게 되면

자본의 힘에 인간의 몸이 휘둘리는 현상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독의 진화는 슬프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그러나 독은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아름다운 형상에 담기게 된다.

생물은 살아 남기 위해 진화하기도 하지만,

결국 살아 남은 것들을 진화의 결과로 파악하게 된다.

 

진화는 계속되는 것이고 방향을 알 수 없는 것이어서, 이론이라고 하기에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세계다.

독의 진화 역시,

그 이유와 진화 방향을 알 수 없는 신비한 현상이어서 더 재미있는 분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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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 파워라이터 24인의 글쓰기 + 책쓰기
경향신문 문화부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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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소나 책을 내는 시대가 되었다.

대통령의 시간...이 출간되더니... 문어대가리도 자서전을 낸다고 한다.

참 설치류나 연체동물이 책을 낸다고 하니... '개나 소' 같은 포유류가 책을 낸다고 하면 그건 멀쩡한 일일지 모르겠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참 살기 팍팍하다.

OECD에 우찌우찌 가입해서 돈을 내야하는지는 모르지만,

노동 시간 최 장시간이고,

자살률 1위이며, 출산율 최하위라는 것을 보면, 정치를 하느니 경을 치는지 모르는 나라임은

국제적으로 분명한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이 나라는 다른 후진국과 달리 특이하게도

국가에서는 해주는 게 없어서, 너무도 없어서,

각자 알아서 살아가야하는 <각자도생>이 유전자에 각인된 탓에,

알아서 경쟁하고 승리하도록 가정에서 들들 볶는 데는 이골이 났다.

 

그 결과 학교라는 곳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지 못한 학생>들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진학률>을 보이고 있다.

다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립대>가 <가장 낮은 공교육 지원금>을 토대로 승승장구하지만...

 

아무튼, 책을 안 읽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들이기는 한데,

또 그 교육열과 문자해득률 덕인지, 무지 많은 책을 출판하게 한다.

그리고, 저질스런 야한 동영상 역시 세계적 수준으로 초딩용부터 유포되는

최강의 아이티 국가여서인지,

인터넷 글쓰기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다.

 

글서 이 나라에서는 <작가>가 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자기가 돈을 내고 자비출판을 하기로 하면 누구나 돈천만원에 작가가 될 수 있고,

청소년들의 글도 쉽게 책으로 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경향신문의 <논픽션> 파워라이터들에 대하여 소개한 것을 짧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지 않는 학자들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파워라이터>로 꼽을 수 있으나,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나도 즐겨 읽는 강신주, 이현우, 정희진, 신형철, 정여울, 박찬일... 등도 멋진 작가지만,

낯선 이름들도 나름의 분야에서 좋은 글들을 쓰는 모양이다.

 

나처럼 스스로 관리하기 위하여 정리하는 글을 쓰는 사람과는 달리,

그들은 강연을 가고, 강연 자료들을 정리하는 일들로 파워리뷰어가 된다.

 

과학은 인문학의 영역을 갉아먹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이 알지 못한 영역을 밝혀주는 학문이다.

세상을 이해하는 데는 ‘두 가지 렌즈’가 필요하다. (장대익)

 

나는 이런 장대익 류의 글도 좋아한다.

 

마구 뒤섞인 다이어리의 메모, 즉 데페이즈망이야말로 내 글의 원천이다.

이 메모가 안 어울리듯 어울리는 화학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이주은)

 

이주은이 이야기한 '데페이즈망'이 과학에서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는 과학이라고 하는 것을 누군가는 소설로 '비유'하며 써내는 것이 '라이팅'이다.

 

글은 읽어보면 알고 요리면 먹어보면 아는데

깊이가 없으면 맛이 없어요.

잠깐은 속일 수 있지만 영원히는 아니죠.(박찬일)

 

이런 것이 '라이팅'의 묘미다.

해리 포터처럼 환상 세계의 이야기라도, 아픈 사람은 위안을 얻는다.

해리처럼 자신도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고픈 신자유주의 세상의 청년들이라면...

 

고미숙 류의 재생산은 힘이 없다.

물론 고전을 법고창신하는 일은 무의미하지 않다.

그러나, 그저 지식인 몇이 모여서 밥해먹고, 우리는 신 지식인이닷~! 하는 자위보다는,

고병권 류의 생산이 힘이 된다.

 

혁명은 빠른 걸음, 지름길에 있는 게 아니라

단호한 것에 있으니까요.(32)

 

그래서 고병권은 밀양 할머니들 곁에, 쌍차 노동자들의 옆에... 같이 앉는다.

신형철의 글 역시 그래서 다순 면이 있다.

 

문학 비평이란 엄격한 논리학 교사가 아니라

성숙한 동반자에 가깝다고 믿으며

비평의 독자성이란 예외적인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비평 본연의 지향점이라고 믿는다.(123)

 

뭔 말인지 잘은 모르지만,

신형철도 계속 가려면 좀 알아야 한다.

김현 선생의 시대에는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면서

앞서 나갔던 청년 부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자신이 앞 서서 나가는 '영혼'이 되지 않으면 안될 시대임을... 알아야 한다.

말로만 '김현 비평의 힘은 제게 근원적인 것'이어서는 힘이 없다.

 

요즘엔 '기행문'이나 '맛집'에 대한 책도 많다.

 

다시 찾아오고 싶은 식당이나

다시 묵고 싶은 어딘가에 대한 기록.

미적인 측면에선 온도가 있고

그 온도를 담아내서 보여주고 싶은 것들...(161)

 

이병률의 글과 사진들은 그래서 온도를 품지만,

그 온도는 사뭇 겉돌기 쉽다.

만화가 <최규석>의 송곳이 찌르는 온도는 바로 울 곁에있는 사람의 살결 온도여서 진한 열정을 전해주는 것이다.

외국으로 나도는 박노해나 이병률의 사진들이 가지는 힘은

그저, 사는 게 그렇지 뭐... 하는 사막의 팍팍한 무의미한 먼지 바람처럼... 건조한 온도다.

 

특히 책을 처음 쓰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글에 온기를 담는 게 중요해요.

그런 글이 사람들의 심장을 움직이요.(166)

 

글쎄. 지갑을 움직일 지는 몰라도, 심장을 움직이는 글은 다르다.

 

의도한 게 아니라 우연히 만난 책들은

내가 가진 책들과 또 다른 방식으로 영감을 줘요.

글에 영감을 주는 것은 사물과의 만남입니다.

그것도 뜻하지 않은 만남. encounter...(이주은, 183)

 

지식이 되는 글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 글이다.

정여울은 같은 사건이라도 다른 시각으로 보는 글,

문체에서 영혼이 느껴지는 글을 사랑한다.(정여울, 241)

 

지갑을 움직인다고 좋은 책도 아니고,

심장을 움직인다고 훌륭한 책은 아니다.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라이터'는 정희진처럼 남들이 다들 쓰는 것을 쓰지 않는 사람의 글이다.

 

글쓰기는 곧 '생각'이라는 것이 정희진의 결론이다.

중요한 건 자기 생각과 자기 입장입니다.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글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자판으로 글을 입력하는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257)

 

정희진에 따르자면,

파워 '라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파워풀한 '씽커'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국가에서 교육을 틀어쥐고 있는 것도 씽킹을 가로막고

저돌적인 흐름의 물살을 틀어막는 댐을 조성하듯,

자신들의 주도권을 놓아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결국, 생각이 없는 쓰기는 없다.

나는 거의 날마다 '라이팅'을 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을 글로 정리한다.

아니, 책의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 목표다.

그렇지만, 책에 따른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 역시 큰 일이다.

 

다들 죽기 전에 멋진 책 한 권을 내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나는 결코 작가가 되고 싶지 않다.

다만, 인터넷에라도,

나의 '생각'이 올곧은 글들을 좀 올릴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파워 라이터'라고 자위한다.

 

가끔은 페이스 북 같은 곳에도 이런저런 생각을 올린다.

이십 년도 더 전의 제자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저 그런 정도가 나의 라이팅의 수준이면 족하다.

나무에게 미안할 일을,

설치류나 두족류처럼 하지는 않을 일이고,

설치류나 두족류처럼 해로운 책에 대해서는 언제라도 칼을 들이댈 수 있는

'생각'을 기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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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기가 역겹다 - 그러기에 아직 늦지 않았어, 마야 로드 에세이
마야 (Maya) 지음 / 뮤토뮤지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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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 가창력으로 유명한 가수 마야.

그의 자전적 에세이다.

그의 노래라면 '진달래 꽃' 하나 기억나지만,

그래서 우리 대학 시절 대학로 가면 가장 많이 불리던 '진달래 꽃 피었네~'보다 더 유명한 노래지만...

아니, 그 노래의 리바이벌이지만,

그이 삶 역시 '힘 力'겨웠던 것이었나보다.

 

다부져 보이는 인상과 걸맞게

680cc 바이크를 끌고

그는 강화도로 해서 태안, 목포를 거쳐 제주도를 찍고, 순천, 창녕 울주 돌아 강릉 넘어 서울로 돌아오는 여정을 떠난다.

300kg이나 된다는 바이크를 끌고 빗속을 달리는 마야.

멋지다.

 

그러나.... 이 책은 좀 막무가내다.

사진에 대한 설명 한 장 없고,

사진 역시 마야가 찍은 것인지, 아니면 어디서 스캔한 것인지 설명이 없다.

 

그리고 마야가 그토록 찾아 다니던 '람사르' 늪들의 사진은 어디에도 없다.

마야의 삶과 여정으로 엮인 글에 비겨서

어울리는 사진들도 있지만, 맥락에 닿지 않는 사진들도 많다.

그 사진들을 위하여 이렇게 두꺼운 종이를 쓰는 것은,

나무들에게 미안할 일이다.

 

앞 차의 트렁크에는 나무 한 그루가 불쑥 튀어나와 있다.

비닐에 칭칭 감겨있는 나뭇잎들이 얼마나 갑갑해 보이는지 지금의 내 모습같다.

내 나이 서른넷.

진공 상태다.(#1, 특이하게 페이지를 넣지 않았다)

 

서른 넷.

나는 그때 어떻게 살고 있었던가.

기록도 기억도 제대로 남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나 역시 진공 상태였던 것 같다.

그나마 아이가 없어 바이크를 타고 훌쩍 떠난 그는 용감하다.

 

집착함으로써 시야는 좁아지고

버림으로써 넓은 세상을 갖게 되는 이 순간 또 하나의 가르침으로 나에게 다가온다.(#41)

 

노래를 통해 누구나 알 정도로 스타가 된 다음,

만들어진 가수로서 갈 길을 찾지 못한 마야.

그가 애써 찾아가는 국악과 인도 음악 등의 막막한 앞길은

분명 먼지 팍팍한 오프로드일 게 뻔하다.

 

흔히 재벌가 회장의 아들이거나,

운이 좋아 스타가 되어버리고 나면, 아무 고민 없을 거라고 상상하기 쉽다.

뭐, 로또라도 되어버린다면... 하고.

그렇지만,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고개에 올라보면, 더 높은 비탈길이 저멀리 버티고 있는 것이 삶이다.

 

연주 타법의 손 모양을 개발하고,

독창적인 장단과 가락이 창작 음악에 쓰일 수 있게 새로운 연주 방식을 만들었다.

나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연주자의 모습이 아니라

진리나 종교적 깨달음의 경지를 구하는 구도자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다시 시작하려는 나의 음악 인생에 대해서도 아주 격렬히 응원해 주셨는데...(#50)

 

그래. 무슨 일이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구도자이다.

 

삶에서 묻어나는 진한 향기를 적으면 문학이 되고,

그 고단함을 찍으면 '인생'이 된다.

 

남의 인생은 편하고 쉬워 보이는 법인가보다.

자기 삶은 비루하고 고단해 보이고 말이다.

 

훌쩍, 바이크를 몰고 떠나는 일이 쉬워보이지만

제 몸무게의 대여섯 배 되는 기계를 안고 다니는 일은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그의 노래가

우주를 쩌렁쩌렁 울릴 감성을 얻기를 기대한다.

 

 

고칠 곳...

#7. 고바우(고개)라는 말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こうばい → 오르막, 비탈, 고바이는 일본말이다.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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