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
강레오 지음 / 예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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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예스 셰프'를 열심히 보더니,

그 다음엔 '마스터 셰프 코리아'를 부지런히 본 때가 있었다.

거기 심사위원으로 강레오라는 요리사가 등장했는데,

지금처럼 최현석이나 백주부 같은 사람이 등장하기 전이라

에드워드 권과 강레오는 기억에 남는다.

특히 따끔하게 혼내다 못해,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등의 행동도 독특했다.

 

이 책을 읽어 보니, 그이 행위가 그저 퍼포먼스가 아니라,

요리의 길을 가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배운대로 가르치는 방식임을 알게 된다.

 

열아홉 살부터 부지런히 밑바닥부터 요리를 배운 사람이다.

요즘 '정형'이라고 말하는 백정 노릇부터 시작해서, 온갖 재료 손질 등을 배우다

영국에 가서 다시 밑바닥부터 배운 다음,

한국에 와서도 한복려 선생 아래서 다시 밑바닥을 경험하고 있다 한다.

 

그의 직업에 대한 노력을 보면서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내 직업에 나는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건강하지 못한 한국 사회를 영국사회의 눈으로 들여다 보기도 한다.

피에르 코프만, 고든 램지...라는 유명하다는 이들의 요리를 흉내내는 가게를 차리지 않고,

더 공부하겠다는 자존감이 존경스럽다.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서도 의견을 덧붙인다.

시간을 꾸역꾸역 채우기보다는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스스로의 과거에 자부심이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유도와 고이끼도(合氣道)같은 체력 단련도 하면서 심신을 건강하게 다스리는 생각있는 젊은이다.

 

벚꽃은 시들고 나서 떨어지지 않는다.

가장 활짝 폈을 때 떨어진다.

그래서 완벽한 죽음을 이야기할 때 흔히 지는 벚곷에 비유한다.

가장 아름답게 활짝 폈을 때 떨어지는 벚꽃처럼

나 역시 생을 마감할 때 시든 모습이 아닌 활짝 핀 모습이고 싶다.(173)

 

그는 나이들어도 늙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한식의 현대화라는 전 영부인의 작품에 대해서 쓴소리를 한다.

 

명품은 어느 나라 물건이냐가 아니라

어떤 브렌드인지를 따진다.

현대 요리는 어느 나라 요리냐가 아니라

그 요리를 만든 셰프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요리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건 그걸 만든 요리사의 철학과 생각이다.(217)

 

이제 마.셰.코 다음 시즌에서 그를 만나면

그가 달리 보일 듯 싶다.

 

전문가가 가필한 솜씨일 가능성도 많지만,

그의 책은 한번 읽어볼 만 하다.

특히 직업에 대해 깊이 고민할 나이의 젊은이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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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먹는 책방 - 동네서점 북바이북 이야기
김진양 지음 / 나무나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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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 맥주...가 줄어서 치.맥이 되었듯,

북 & 맥주는... 북.맥이 되었다.

 

동네 책방을 차리려는 어떤 아가씨가

동네에서 맥주도 있고 책도 있는 가게를 냈다.

상암동...

sbs, ytn, mbc, cje&m... 등 방송인들이 들락거리는 동네이고,

문화 콘텐츠를 접목하려는 아이디어도 좋고,

마포 인근이 출판사들이 많은 곳이고...

큰 자본 들이지 않고 시작했으나 지금은 2호점까지 냈다는 걸로 보아 거의 성공했지 싶다.

 

이렇게 사업을 잘 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아이템으로 하든,

꼭 맞는 아이템을 찾아내서

자기만의 장소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뭐 우리 집 근처에 있으면 퇴근 길에 들러

맥주 한 잔 하면서 책도 읽을 수 있으련만...

그리고 나는 책을 사는 편은 아니어서, 좋은 손님도 아니겠지만 ㅋ

이런 책방 하나 있다면... 하고 부럽다.

 

만화 '심야 식당'이 주는 인간미를 컨셉트로 잡은 것으로 보면,

계속되는 발전이 글쎄, 조금 불안도 하고...

 

북 바이 북...

책 옆에 책... 이라고 이해했는데,

by의 뜻에 <~의 힘을 받는 원천>이라는 뜻이 있단다.

<~에 의한>의 적극적 의미가 되겠다.

민주주의가 <by the people>이라 할 때도~

민주주의의 원천은 인민에게서 힘을 받는다는 의미렷다.

 

책의 힘의 원천이 되는 것은 책.(133)

 

골똘하면 의미를 찾아내게 된다.

 

아이디어도 아기자기하다.

이런 작은 문화 공간이 많이 살아나는 세상이 되면 좋으련만...

좋은 밀알의 씨앗이 되시길...

 

오타...

149. 일본의 '츠타야'의 로마자 표기가 'Ttaya'로 되어있는 것은 오기다. 153쪽 사진에서도 보이듯, 츠타야는... Tsutaya로 써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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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6-30 0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골하고 싶네요~~~~

글샘 2015-06-30 10:39   좋아요 0 | URL
단골하면 술꾼되기 십상이죠. ㅋ

transient-guest 2015-06-30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기 가보고 싶어요.ㅎㅎ 책과 맥주, 그리고 비오는 날 이들과 함께 하는 치킨이면... 너무 좋겠네요.

글샘 2015-06-30 10:39   좋아요 0 | URL
치킨은 없는데요~ ^^
책과 맥주가 창의적 조합이죠~

해피북 2015-07-01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북맥이 인기인가봐요ㅋ 알라딘 이웃님들 사진으로도 자주 접할 수 있고 말이죠 저두 오늘 저녁엔 시원한 캔맥주 하나 들고 재미난 책 한 권 읽고싶어지네요^~^
 
세상을 바꾼 전염병 - 세균과 바이러스에 맞선 인간의 생존 투쟁 세계사 가로지르기 14
예병일 지음 / 다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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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정부는 메르스가 잠잠해 진다고 억지를 부르고 있고,

날마다 확진자가 생기고, 사망자는 조금씩 늘고 있다.

 

정부는 불안해 하지 말라 하고,

박원순 때리기에 열중하지만,

시장에 사람은 줄어들고, 확진자가 생긴 도시에서는 불안감이 증폭된다.

 

재벌 병원이름을 가리려 수를 쓰다가,

결국 재벌 병원만 사과를 한다.

정부는 잘못이 없다며 당당하다.

(아니다, 문어 아저씨가 "내 책임입니다~"하는 소리는 마치 청와대를 실드하고 있습니다... 처럼 들렸다.)

 

페스트, 콜레라, 말라리아 등의 전염병은 인류 역사를 바뀌도록 영향력이 컸다.

 

이 책은 세균과의 전쟁 최일선에 있는 전사들의 수고로움에 대하여 쓰고 있고,

전염병의 역사와 그 병원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이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결국 병원균은 죽지 않는다. 다만 잠시 사라지는 듯 보일 뿐.

 

<중요한 것은 필요 이상의 공포심이나 자신감이 아니다.>

 

이 책의 중심 테마다.

정부의 자신감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 장본인이다.

독감은 항상 수십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

너무 공포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다.(79)

 

예방접종을 발견한 제너를 토대로

백신을 개발한 파스퇴르의 명언이다.

 

병원감염이 문제가 되는 것은

병을 고치러 들어온 환자가 치료가 되지 않는 병원체에 감염되어

때에 따라서는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110)

 

전염병이 도는 것은 국가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병원을 감싸고 돌다가

병원 감염으로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국가의 잘못이다.

당연히 정부의 수장이 사과를 해도 크게 해야 할 일이다.

 

현대의 예방 접종, 그리고 위생과 영양의 향상은 전염병을 충분히 막아 준다.

그러나 전염병은 나름의 생존을 위하여 계속 변종이 등장할 것이고,

광우병같은 인수공통 전염병의 창궐은,

공장식 사육에서 그 미래를 점치기 힘들게 될 것이다.

 

시의적절하게 등장한 책이다.

 

쉬우면서 다양한 읽을거리가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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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 - 삶의 역풍도 나를 돕게 만드는 고전의 지혜
이상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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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고통은 뜬금없이 시작해서 늘 변하는 데 있고,

또한 인생의 묘미 역시 그렇게 정해진 것 없이 변화해가는 데 있다.

그래서 인생은 흥미롭지만 불안한 것.

 

인생은 잠시 내 육신을 빌려타고 사는 것인데,

속도가 느리다고 불평이고,

위기가 닥쳤다고 불평하며 살게 된다.

그 안과 밖을 명명백백히 말할 수는 없으리라.

이 책의 표지인 <백지 위임장>을 그린 르네 마그리트처럼,

자신이 아는 것과 보이는 것이 '진실'인지는 불명확함을 긍정할 수밖에 없다.

 

나도 주역을 몇 권 읽어 봤지만,

이 책을 처음 읽었더라면 좋을 뻔 했다.

어떤 책은 괘를 풀이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고,

어떤 책은 이해하지 못하도록 설명이 널을 뛰기도 했다.

64괘를 주르륵 설명하는 책은,

마치 전화번호부를 가~ 씨부터 읽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

전화번호부가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치킨집을 따로 묶어 놓고,

음식업들 안에 치킨집들을 또 주머니에 묶어 요목화 해야할 것이다.

 

이 책의 2권이 나와서 64괘를 설명해준다면 얼마나 좋으랴~ 싶을 정도로 설명이 마음에 든다.

주역은 단순히 점치는 책이 아니다.

 

주역이 전복적 사유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이런 뜻밖의 프레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73)

 

만화 '미생'이 인기를 끌었던 점은,

바둑의 용어라는 프레임으로 인생을 관조한 것도 한몫 했다.

 

인간은 지금까지 익숙했던 길로부터 과감하게 자발적으로 벗어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존재다.

인지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익숙한 방식으로

빨리 결론은 내리는 것을 편하게 여기도록 진화해왔다고 지적한다.

그러지 않으면 인간의 뇌는 불안한 상태에 빠진다.

창의적 사고를 결코 편하게 여기지 않는다.

창의적 인간이 극소수인 까닭은 여기에 있다.

주역은 우리가 골몰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전혀 다른 프레임으로 보도록 유도한다.

이것이 주역의 매력이다.(78)

 

전혀 엉뚱한 프레임을 제시함으로써

문제를 뒤흔들어놓고 바라보게 해주는 것이 주역점의 가장 큰 미덕.(83)

 

인간의 삶에서 변화만큼 불안한 것이 없다.

사람들은 '빌게이츠, 주커버그, 스티브잡스'를 훌륭하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들이 훌륭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성공해서 훌륭한 것처럼 대접받는 것이다.

주식을 하는 이는 많지만, 대부분 처박는데 누군가는 대박이 난다.

그들은 훌륭한 것처럼 대접받는다. 하지만, 그들을 따라하면 망한다.

 

그 불안에 대응하는 프레임으로 '주역'을 들이미는데,

공자라도 그 매혹에 빠지지 않았을 리 없다.

 

주역의 조언이 도움이 되는 것은 그 프레임을 해석하면서

자신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자신은 이미 운명에 끌려 다니는 존재에서

자기 운명을 스스로 끌고 다니고자 하는 사람으로 변(95)하는 데 있다고 한다.

 

새로운 프레임을 앞에 두고

운명이 결정되어 있다고 보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는 마음가짐을 먹도록 하는 책이라는 해석은 신선하다.

주역은 제왕의 학문이다.

 

우리는 왕과 같은 수준의 책임의식과 주체성을 가지고 점을 쳐야 한다.

운명을 대하는 태도가 왕과 같지 않다면 우리가 어떻게 운명을 이겨낼 수 있겠는가.(315)

 

말로만 '민주'를 외칠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의 주인임을 깨달으라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주역은 좋은 얘기만을 들려주지는 않는다.

당신은 이런 덕을 갖추었는가.

당신은 이런 문제를 파악할 지혜를 갖췄는가.

당신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용기와 역량을 갖췄는가.

주역은 아마도 당신에게 매번 이런 성가신 질문을 던질 것이다.(314)

 

남의 인생에 배놔라 감놔라 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역 따위나 사주명리 따위를 공부하는 것을 하찮게 여길지 모른다.

그렇지만 잘 새겨 들으면, 여느 자기계발서가 마약처럼 단기적인 진통 효과를 주는 데 반하여

지속적으로 삶의 나침반 역할을 할 수도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주역이 요구하는 덕을 잘 갖추고,

지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때에 맞게 적절히 변화의 물결을 탈 수 있으면

점을 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

덕과 지혜와 변화에 대해 자기를 부정할 정도로 무한한 경의를 표하는 것.

이것이 주역을 만든 사람들의 세계관.(294)

 

주역을 점서로 치기도 한다.

그 점치는 방법도 이 책에 나와 있다.

55개의 산가지로 하거나, 동전을 두 번 던져 효를 얻는 방식도 등장한다.

중요한 것은 정성을 다해 얻게 된 풀이를 골똘히 생각하여,

삶의 막힌 곳을 뚫을 힘을 얻게 되는 프레임으로써 주역이 기능한다면,

이 책은 삶의 지혜의 보고가 아닐 수 없다.

 

정조 : 자연 법칙과 인간의 주관 능동성 사이에 어느 쪽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가?

신복 : 세상에 태평성대만 오랫동안 계속되는 경우가 없는 까닭은

   하늘의 운행이 번갈아 바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바뀔 때에 사람의 힘이 하늘을 이기기에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찌 하늘의 운행만을 핑계로 삼아 변화와 지킴의 방도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 하겠습니까.(260-261)

 

아~ 이런 임금과 신하라니.

가뭄에 소방차를 동원하여 물뿌리기 쇼를 벌인 사진을 뿌린 권력자와 비교하자면

그 격에 차이가 나도 많이 난다.

 

하늘이라고 좋거나 땅이라고 낮은 것만은 아니다.

 

<건괘>에서는 앞서나가는 강인한 리더십을 읽을 수 있고,

<곤괘>에서는 리더십과 팔로워십을 함께 배려하는 협력적 리더십을 읽을 수 있다.(232)

황색 치마를 두르라는 것은

지위나 자리를 목표로 삼는 대신, 동료의 지지를 얻고, 동지를 만들고, 사람을 얻으라는 뜻이다.

그게 되레 당신에게 크게 길하다고 <곤괘>는 말한다.(237)

 

이 책을 읽노라면 <되레>라는 말을 무진장 만나게 된다.

주역의 역할이 그런 것이다.

좋은 것이 되레 나쁜 것이 되고,

흉한 것이 되레 마음을 가다듬게 하니 말이다.

그런 역설적 진리를 설파하기 위한 지혜의 상징어법이 주역의 논법이다.

그러니 읽고 또 읽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공자가 위편삼절하던 주역의 의미는,

곱씹어 제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만약 당신이 지옥을 통과하고 있다면 계속 걸어라.

구덩이에서 빠저나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통과하는 것이다.(165)

 

이 책은 주역의 원리를 쉽게 풀어주는 역할도 하고,

변효를 찾고, 지괘를 푸는 법도 알려준다.

 

약한 사람은 행운을 믿는다.

강한 사람은 원인과 결과를 믿는다.(139)

 

운명이란

정해진 것이 아니다.

현재의 내 모습을 잘 관찰하면서,

지나온 과거의 원인행위와

나의 현재가 만들어갈 미래라는 궤적의 행로가

내 인생이라는 결과를 만든다.

 

주역은 불안한 인생의 운명에게

지혜의 목소리가 아닌

지혜를 차오르게 하는 역할을 하는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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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콜린 2015-06-23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EBS에서 성태용의 주역강의재미있게 들었었는데, 이 책도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 ^ 잘 읽었습니다
 
인생에서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 우리 시대 여성 멘토 15인이 젊은 날의 자신에게 보내는 응원의 편지
김미경 외 지음 / 글담출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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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국은 참으로 특이한 나라인데,

여성평등지수인지... 하는 것이 거의 세계 최하위다.

교육은 세계 최상위권으로 시켜 놓고 소득은 남성의 60% 수준이란다.

이유는... 여자라서.

 

수업 시간에 '각자도생'이란 한자성어를 풀이하는 데

한 녀석이 '우리 나라네요.' 한다. ㅋ

그렇다. 한국은 각자도생하는 나라다.

그래서 이렇게 교육열이 높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흔들리는 자신에게 보내는 응원의 편지글을 쓴다.

 

너는 깨달았지. 지금 지구를 거머쥔 신자본주의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한 시절의 트렌드일 뿐이라는 걸.

유행 타는 것들의 요동에 함께 뛰지 않고

항구적인 가치와 연대해 나가는 균형 감각.

그것만이 이 지구에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라는 걸.(여행작가, 오소희)

 

불안이 극도로 강한 이 시대.

거시적인 관점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이런 말들이 위안이 된다.

 

갈등이 없는 사람은 정체되어 있는 사람이야.

자기 틀에 안주할 위험이 있거든.

그 갈등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고뇌의 끝을 움켜쥔 사람만이

인생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지.(심상정)

 

스스로 얼마나 불안하며 갈등했을까.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뿌리치고 노동 현장에서 살았던 그 삶이...

올 것 같지 않은 밝은 세상을 향해 힘을 모으던 그 시간...

 

울렁증은 고마운 선물이지.

새로운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면

배우로서 성장이 멈추는 거야.

단점이 있다면 그걸 넘어서기 위해 두세 배 노력하면 되지 뭐.(뮤지컬 배우, 홍지민)

 

이 책에 등장한 사람들은 스스로의 노력을,

스스로의 결단을 소중하게 보듬을 줄 안다.

물론 그 노력이 시대적 불화를 잘 이겨냈기에 지금 꽃을 피운 것이겠지만...

 

삶이라는 것은 네가 스스로 유지하는 균형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균형을 도와주는 거지.

마치 손을 잡고 체온을 나누는 것처럼.(만화가 원수연)


'풀 하우스', '메리는 외박 중'같은 만화를 그렸다는데,

암튼 조용한 성격이었음에도 균형을 생각하는 생기발랄 작가다.

 

최정화는 너무 못하는데

정말 열심히 해서

진급시험에서 떨어뜨릴 수 없었다던 여러 교수님들...

나 역시 학생의 가능성을 열어 주는 선생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통번역가, 최정화)

 

프랑스로 공부하러 갔는데,

눈물나게 고생했던, 400% 노력한다는 투철한 똘똘이...

그렇다. 열심히 하는 아이에게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도 교사의 할 일이다.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야.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하고 싶은 일을 하니 말이다.(화가, 윤석남)

 

마흔이 넘어 붓을 잡은 할머니.

내가 좋아하는 윤석남 할머니.

나도 칠십이 넘은 나이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수 있겠지?

쓰고 읽는 건 힘들 거니까는...

그림이거나 악기 연주거나...

숨쉬기도 힘들테니, 플루트를 계속 불꺼나.

 

인생을 바꾸고 싶어하는 모든 이에게,

현재 자신의 모습을 통해 희망의 근거를 만들라고,

자신감은 필요할 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작은 것, 사소한 것 하나라도 최선을 다해서 성취해 냈을 때 비로소 가질 수 있지.

나를 믿을 수 있는 근거, 희망의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였을 때

우리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고,

끝까지 갈 수 있는 힘 역시 기를 수 있다고 봐.

그동안 네가 만들어준 희망에.(스피치 강사, 김미경)

 

가장 무서운 적은 '자신감 부족'일 거야.(건축가, 지순)

 

아이를 기르며 여성의 몸으로 제1호 건축사가 된 사람.

자신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과거의 자신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이야기는 아름답다.

 

자신감도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는 김미경의 말도 어느 정도는 옳다.

그러나, 살면서 천천히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같은 시간을 일하지만 정시에 출퇴근하는 너와

늦게 출근하고 중간에 자기 볼일을 보고 늦게까지 일하는 동료를

비교하면서 상사가 '박남희 씨도 야근 좀 해보지'라고 이야기할 때

너는 화를 내지 않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어.(공학도 박남희)

 

그런 남성들의 세계에서 사는 여성들은,

바깥 일을 하면서도

"그럼 소는 누가 키우냐"는 소리를 듣는다.

집안 살림을 해야 하고, 육아에다가 아이들 공부까지 책임지듯 맡긴다.

 

여자아이들일수록, 생각이 깊다.

그럴수록 더 단단하게 자라도록 다독거리고 부추겨 주어야 하겠다.

 

아이들을 채찍질하기만 해서는 '미쓰 리플리(거짓말 상습적으로 해서 허구를 진실이라 믿는 병)'를 양산하기 십상이다.

오직 경쟁과 비교만 하는 '비교육'이 일상인 이 나라에서나 가능한 '판타지'가

몇년 전의 신정아나, 최근의 천재소녀 보도로 이어지는 것이다.

 

성적표의 성적을 조작하면서 얻는 판타지의 기쁨.

비교와 경쟁으로 점철된 '사교육의 광장'에서는 그 판타지를 없애기 힘들다.

'공교육'은 멸절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특히 여자 아이들에게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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