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 - 현직 의사가 쓴 생활 속 질병과 의학의 역사
박지욱 지음 / 시공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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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는 라틴어로 회색이란다.

소아마비를 '폴리오'라고 하는데, 우리 어린 시절만 해도 소아마비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소아마비는 가난한 집보다 부유하고 청결한 집 아이들이 잘 걸리는 경향이 확연했다고 한다.

세상에나... 수인성 전염병인데, 지저분한 환경이 오히려 낫다니...

이 책에서 가장 감명깊었던 것이 폴리오의 퇴치를 위한 학자들의 연구였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폴리오 환자가 아니었다면 아직도 폴리오는 정복당한 질병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아직도 9.11 테러 이후 심각한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 등에는 백신이 닿지 않는다는...

결국, 질병도 정치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의학적 역사 상식이 가득하다.

그리고 질병에 대한 쉬운 설명들도 유용하고,

결핵의 역사와 현황, 당뇨와 고혈압 등에 대한 이야기들도 흥미롭게 읽었다.

 

췌장의 랑게르한스 섬과 인슐린(섬이란 뜻) 이야기 같은 것들을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책을 읽게 된다.

 

의학자이거나,

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

의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이라면 아주 흥미롭게 읽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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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안드레아 - 열여덟 살 사람 아들과 편지를 주고받다
룽잉타이.안드레아 지음, 강영희 옮김 / 양철북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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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이 바야흐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제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는데,

대국에 지쳐 잠든 아들과 의대생으로 고단한 나날을 보내다 픽 쓰러진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공사에 들어간 정팔이 부모도 아이의 자는 모습을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

그래, 피곤해서 곤하게 자는 아이를 바라보는 일만도... 부모에게는 '사랑법'이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강은교, 사랑법)

 

아들의 잠든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엄마인데,

이 책의 엄마는 아이가 독일에서 살고 있다.

국제 결혼을 하여 말도 언어로 깊은 내용을 소통하기도 쉽지 않고,

문화도 다른 세상에 사는 아들과 소통을 위하여 애쓰는 모습은

아름다운 한편 쓸쓸한 빈 공간이 언제나 느껴질 것 같아 짠하다.

 

독일이나 홍콩이나 금연 정책은 똑같아요.

하지만 두 나라의 금연 정책엔 근본적 차이가 있어요.

독일에서는 먼저 길고 긴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홍콩에는 없었다는 것.

홍콩 정부능 일단 하겠다고 하면 곧장 강행할 뿐 아니라,

무슨 초능력이라도 가진 것처럼 정부가 하는 일이면 그게 뭐든 '모든 사람이 한 마음'이라는 모양새죠.(258)

 

사소한 금연 정책에 대하여도 합리적 세계에 사는 사람들과,

일방적 소통 부재의 국가에 사는 사람들의 대응은 다르다.

 

열여덟 아들부터 스물 하나가 되기까지 주고 받은 편지글들 속에서는

지적인 어머니의 세상에 대한 통찰도 가득하고,

한창 성장중인 아들의 상념도 가득하다.

 

먼 길에서 아들의 성장을 마음 태워가며 지켜보기만 해야할 어머니의 마음이

표지에 담긴 사진처럼,

안쓰러움이 가득 담긴 걱정스런 모정으로 가득하다.

 

사소한 습관에서부터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까지 둘의 대화 주제는 끝없지만,

읽으면서 그 행간에서 끝없는 아쉬움이 읽힌다.

밤새 이야기나누기보다는,

그저 잠자고 있는 눈감은 아들만 바라보는 일이 더 배부른 모성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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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 다르거나, 튀거나, 어쨌거나
김홍민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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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것이 '그거'보다 재밌다는 독창적인 광고다.

누군가는 이건 성을 상품화 한다는 비판을 입에 거품 물고 하기도 하지만,

이런 광고만큼 이 책의 저자를 잘 보여주는 그림은 없다.

 

성 상품화에 대한 그이 대응은 이럴 것이다.

그래? 풋~ 그렇게 생각 하시든가~

 

참 독특한 개성인이긴 한데,

출판에 대하여 그의 의견은 공감이 가는 부분이 무지하게 많다.

 

미국의 68운동을 주도한 제리 루빈이라는 지도자 왈,

혁명은 재미있어야 한다.

웃음은 정치적 깃발.

엄숙하고 진부한 진보는 싫다.

같은 말만 자꾸 반복하면서 가르치고 주입하려는 진보도 싫다.

아이디어 풍부하고 재기발랄한 재미있는 진보를 만나고 싶다.(18)

 

그는 야간 개장 서점 이벤트도 생각하는 사람이다.

 

영업시간이 지나서 문이 닫힌 서점에 갇혔다.

이런 트위터 글을 올리며 구조 요청을 한 사람이 있었다는데,

그 트윗은 돌풍을 일으켰고,

사람들은 '서점 안에 갇히다니, 꿈이 이루어진 것 같겠다.'고 반응했다고.

서점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금요일 밤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서점에서 지내는 이벤트를 열었다 한다.(83)

 

책장사를 하면서 두 가지에 놀랐다 한다.

하나는 내용이 좋다고 판매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과,

또 하나는 출판사가 자사 책을 사들여 베스트 셀러가 되게 한다는 것.

 

다른 사람들이 사는 책은 나도 사고싶다...는 것이 하나의 취향이라는 걸 인정(194)

 

이런 무취향의 출판이야말로 '다같이 죽자'는 것

즉효성이 없더라도 부화뇌동하지 말고 '제대로 된' 책을 만드는 것이 유일한 대안.(195)

 

비트겐 슈타인도 헤밍웨이도, 카뮈도 추리 소설을 읽고 영감을 얻었으며 굳이 그것을 숨기지 않았다.

모두가 추리소설을 읽을 필요는 없지만,

그것을 무익 내지 해악으로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214)

 

그는 미미 여사의 시대물을 열심히 내고 있는데,

슬슬 그쪽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모양이다.

일본의 옛 이야기들은 상당히 독특한 배경의 전설들에 얽힌 것들이 많아서 끈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영국의 펭귄판 이야기는 뼈저리게 들어둘 만 하다.

 

앨런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도서를 만들면 승산이 있겠다 판단하고,

페이퍼백이라는 문고본을 만든다.

책의 본질을 소장하는 것이 아닌 읽는 것으로 파악한 것.

쉽게 편하게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할 것.

다양한 독서 취향을 맞추되 언제나 양질의 작품일 것.(266)

 

한국의 출판 시장은 국가의 문화 콘텐츠의 취약함에 비하면 꽤 넓다.

다만, 읽는 시장이 말라 죽을 지경인 것이 문제라면 문제.

 

사람들이 좀 여유롭게 살 수 있으면 읽는 인구도 늘어 나려나.

아니면, 그저 스마트하지 못한 폰에 머리를 박고 살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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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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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는 열여덟 살 때 자신의 거처에 '구서재'란 이름을 붙였다.

책과 관련된 아홉 가지 활동이 이루어지는 집이란 뜻.

독서, 간서, 초서, 교서, 평서, 저서, 장서, 차서, 포서...

 

눈으로 읽고 손으로 읽는 독서

눈으로 읽는 간서

중요한 부분을 베끼는 초서

교정해 가며 읽는 교서

인상적인 부분이나 책 전체에 대한 감성과 평을 남기는 평서

제 생각을 펼치는 저서

책을 간수하고 묶는 장서

책을 빌리는 차서

책에 햇볕을 쬐어 말리는 포서...(117)

 

책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포서에 이르러서는 책이 귀하던 시절의 애정이 가득하다.

 

봄가을로 햇볕이 짱짱한 날이면

습기를 머금어 눅눅해진 책들을 마당에 일제히 널어놓고 시원한 바람에 먼지를 털고 책을 말렸다.

한지는 질기고 오래가지만 방안이 환기가 잘되지 않아서 습기를 잔뜩 머금으면 곰팡이가 피고 좀벌레가 먹는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고 햇살이 내리쬘 때 마당 가득 흰 종이책을 널어놓으면 햇살에 놀란 책벌레들이 한꺼번에 나와 달아난다.

축축하고 눅눅하던 책이 바짝 말라서 챙챙거리며 되살아나는 느낌도 새롭다.(118)

 

이 책은 저자가 옌칭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옛책들을 뒤적인 경험을 주로 적은 글들이다.

홍석주의 책사랑에 대해서는 그가 '수여연필'을 푼 책도 있지만, <정민, 오직 독서뿐>

다시 읽어도 새롭다.

 

책을 많이 읽어 피곤하면

그는 눈을 감고 예전에 읽은 글을 암송했다.

한참 외우다보면 슬며서 잠이 들곤 했는데

입은 그대로 글을 이어 외우고 있었다.

글자도 틀리는 법이 없었다.

눈으로 읽고 입으로 읽고

일과로 읽고 여가에도 읽었다.

긴장하면 풀어주고 풀어지면 조여주었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을 만큼 길게 한가한 때를 기다린 뒤에야

책을 편다면 평생 가도 책을 읽을 만한 날은 없다.

비록 아주 바쁜 중에도 한 글자를 읽을 만한 틈이 생기면 한 글자라도 읽는 것이 옳다.(214)

 

이런 것을 <잊어버리고 읽는 독서>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부지런히 읽어야 <묘계질서>이 순간을 만날 수 있다.

 

묘계는 오묘한 깨달음을 말한다.

사물이 내 안으로 들어와 나와 합치되는 것은 <계합>이라고 한다.

계합은 지금까지 무의미하던 사물이나 대상이 새롭게 나와 만나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오묘해서 뭐라 설명한 수 없기에 '묘계'라 한다.

묘계를 붙들어 두려면 섬광 같은 깨달음이 흔적없이 날아가기 전에

잽싸게 적는 메모가 <질서>다.

이 묘계질서의 정신을 평생 학문의 종지로 받든 분이 성호 이익 선생이다.(221)

 

바쁘고 일이 많아서 책을 못 잡는다는 말은 핑계다.

그저 답답한 마음을 엉뚱한 여기로 풀려는 것이 오히려 더 여유를 없게 만드는 것일 게다.

다시 책을 붙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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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에 너의 일상을 더해 - 일하며, 깨달으며 적어 내려간 삶의 지혜
성수선 지음 / 알투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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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뼉치는 일은 쉽지만, 기립박수를 보내기는 쉽지 않다.

다른 사람들에게 진심의 사랑을 보내는 일... 참 어렵다.

 

전작들은 성수선의 리뷰집이라면,

이번 책은 그가 삶에서 캐낸 소중한 순간들을 잡아낸 문장들이다.

 

반짝, 빛나는 문장들에서

짜르르 흐르는 전류같은 공감을 느끼게도 되고,

환한 웃음살을 퍼뜨리게도 된다.

한편 이런 순간들을 채집하려 공을 들였을 그의 땀방울에는

마음 한켠에서 안쓰러운 맘도 든다.

 

그냥 즐기고 살지, 뭘 이렇게 애쓰며 사나... 싶어서.

 

좋은 충고는,

그걸 듣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게 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나도 모르게 노력하게 한다.

유사 상표에 속지 맙시다.(인생을 망치는 충고에 속지 말 것)

 

삶의 모든 순간에 의욕이 넘칠 수는 없다.

다사로운 위로가 필요한 순간도 많고,

엎어졌을 때, 그 자세 그대로 잠시 쉬고 싶을 때도 많다.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면, 마트의 줄서기처럼 내가 느려 보이게 마련인 게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드, 에서 박민규가 쓴 말, 공감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가 부끄러워하길, 부러워하길 바라왔고,

또 여전히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인간이 되기를 강요할 것입니다.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절대다수야말로,

미 미친 스펙의 사회를 유지하는 동력이었기 때문입니다.

와와 하지 마시고 예예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 서로의 빛을, 서로를 위해 쓰시기 바랍니다.(198)

 

부끄러움과 부러워함.

전혀 달라보이는 의미 속에서

유사한 감성을 찾아낸다.

쉽게 남들의 통념에 따르는 현실에 일침을 가하고,

자신의 빛을 드러내길 권한다.

 

사람마다 고통과 모멸을 견디는 방법은 다르다.

어깨를 흔들며 자지러지게 웃고 있다고 해서

그게 다, 신이 나서 그러는 것만은 아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신보다 고통이 경미해 보이는 타인을

'감정 없는 사람'으로 취급한다.

흑인들은

쇠고랑을 찬 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고통을 견디기 위해서.(217)

 

그의 글은 사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힘이 있다.

많이 진화했다.

 

전편의 책들에서 힘들다고 징징대던 소녀가 지워졌다.

원숙해 졌다고나 할까?

원숙해진 만큼, 징징대던 그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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