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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의 요리 - 요리사 이연복의 내공 있는 인생 이야기
이연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이연복의 이야기를 적은 책이다.
이연복 지음이라고 되어있지만, 대담과 구술을 통해 적은 것이라 적었다.
'냉장고'에서 그를 보았는데,
요리의 레시피를 주절주절 불러댔다.
그런 비법을 다 말해주면 어떡하냐?
그런 건 상관없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데 도움이 되면 된다.
하긴,
그 몇 마디 주절대는 레시피를 통해 어떤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면, 그 사람 역시 굉장한 사람이겠지.
이 책을 통해서 화교의 삶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인들이 이 터를 떠나서 이국땅에서 온갖 고통 속에서 삶을 겨우 영위하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듯 싶었다.
화교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그가
열한 살부터 칼을 잡고, 좌충우돌 요리를 하게 된 이야기는,
삶에 대해 이리재고 저리재는 젊은이들에게 교훈을 줄 수도 있겠다.
딸이 가장 좋아하는 동파육을 바쁘다는 핑계로 잘 해주지 못했다.
여섯 시간 동안 약불에 조리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딸아이를 향한 내 마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비록 표현은 잘 못하는 아빠일지 몰라도 이렇게 세심하고 소중하게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까?(105)
부모가 재산을 물려주는 것도 좋고,
삶의 멘토가 되어주는 것도 좋지만,
그저, 이렇게 '실눈뜨고 볼 것'을 잊지 않는 일도 충분히 좋다.
내가 늘 이야기하는 게 '간만 잘 맞춰라'인데 아내는 그걸 잘 잡아냈다.
제아무리 좋은 재료를 써도 간이 안 맞으면 안 된다.
그리고 모든 요리가 100% 완벽하게 나오는 건 힘드니,
80% 정도 맛을 내겠다고 자신있게 덤비다 보면,
그렇게 해서 자기만의 맛도 찾고 실력도 느는 것이다.(142)
세상 최고의 맛은 '소금'이라고 한다.
소금이 없으면 어떤 맛도 낼 수 없으니...
나도 나이가 들면서 주방에서 뭔가를 하려고 서성대는데,
요즘엔 스마트폰을 잠시만 끄적거리면 레시피를 금세 찾을 수 있어 좋다.
그래서 이런 구절은 용기를 주는 말이었다.
80%만 해라. 좋다.
그의 음식에 대한 철학은 '정확, 정직'이란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이런 망설임은 갖지 말자.
가야 할 길을 바르게 가는 것.
속임수나 꼼수 없이 정직하게 하는 것.(177)
나도 지금 직업을 27년째 하고 있다.
이제 14년 남았는데,
요즘들어 이런 생각을 늘 하게 된다.
다른 생각하지 말고,
가야 할 길을 가자는 것.
벼는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영근다고 했으니,
아이들을 한 번이라도 더 쓰다듬어 주면서 남은 기간을 보낼 작정이다.
정직하게.
다른 사람들은 담임을 하기 싫어하는데,
나는 담임을 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으니, 다행인 셈이다.
요리의 기초를 익히는 것은 무림에서 실력을 쌓는 것과 한 가지다.
어느 날은 수없이 칼질만 하고,
어느 날은 수없이 밀가루 반죽만 하고,
어느 날은 수없이 피만 밀고... 사소한 것부터 미치도록 잘해야 한다.
그게 바로 실력을 쌓는 것이다.
기술 하나를 제대로 익히고, 재료 하나를 끝까지 이해하고, 이론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
그는 축농증 수술 후유증으로 냄새를 못 맡는다 한다.
맛으로만 요리를 하는 것은 요리사에게는 치명적인 핸디캡일 것인데,
그는 실력으로 부족한 부분을 커버한다.
자기 탓을 하지 않는 요리사를 만날 때가 있다.
손님이 없는 동네였다, 음식은 맛있는데 비싸서 사람들이 안 사 먹는다,
사장이 투자를 너무 안 했다 등 이유가 많다.
그런 게 다 이유일 수는 있다.
그러나 우선 자신을 돌아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244)
어떤 직업이라도 그렇지 않을까?
'충분한 월급'은 세상에 없다고 한다.
자본의 사회에서 월급은 어쨌든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니.
안 되는 데는 이유가 당연히 많다.
그러나, 우선 자신을 돌아보라는 충고는... 충분히 고맙다.
이 사회에서 교사를 하는 일은 참 고되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고 현대사의 질곡도 있으며,
학부모이 문제들도 있고, 교육과정의 문제나, 학생들의 문제도 많다.
그러나, 그것들만 탓하면 우리 직업은 힘겨워서 못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일.
요즘처럼 세상이 거꾸로 갈 때일수록,
내 자리에서 나를 지키는 일이 소중함을 일깨워준, 고마운 책.
고마워, 연복이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