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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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잎싹이란 이름을 지어붙인 자의식 강한 암탉 이야기다. 

죽음의 구덩이에서 살아나오고,  

급기야 청둥오리와 친구가 되다가, 친구가 남긴 알을 품어 청둥오리 새끼의 어미가 된다. 

우여곡절끝에 청둥오리는 동료들과 함께 먼 하늘로 날아가고... 

스스로를 좁은 철창 안에 가둬둘 수밖에 없는 알낳는 닭.
그러다 폐계가 되어버려 죽음의 구덩이로 던져지는 닭. 

그에게는 꿈이 있었고, 의지대로 힘을 내서 삶의 길을 튼다. 

이 책은 어린이들이 읽어도 재미있겠지만, 삶이 나른한 어른들에게도 훌륭한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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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1반 34번 - 종잡을 수 없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이야기
언줘 지음, 김하나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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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참 읽기 쉽다.
글자도 큼직하고, 그림도 이쁘다. 그런데... 읽다 보면, 마음이 많이 아프다. 

내 아이도, 한국 사회에 사는 이상 공부를 잘 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아이가 공부를 여간해선 열심히 하지 않는다. 숙제다. 

올해 들어서만 부산에서 고교생의 죽음이 열 명을 넘어 섰다.
형식적으로는 자살이지만, 아이들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 볼 수도 있다. 

학교, 부모는 아직 도래하지도 않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답시고...
아이들의 숨통을 옭죄고 있다. 

물론... 아이들의 살려는 힘이 박약해진 것도 원인 중의 하나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은... 무섭고 슬픈 일이다. 

존엄사의 문제를 가끔 생각해 본다.
암에 걸려 인생의 종말에 선 사람들이 스스로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떤 인간 노릇도 할 수 없는 이가 인공호흡기에 폐를 맡기도 억지로 살면서 자식들 돈을 까먹는 일이 죄스러울 때, 스스로 인공호흡기를 떼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아이들이 죽는 일은, 아이들에게 '미친 놈' '정신 분열자' 취급만으론 억울한 경우가 많다.
사회가, 가정이, 학교가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미치고'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기 때문에 아이들은 스스로 죽을 권리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의 정책이 어른들에게는 숨막히는 현실을 만들어낼 뿐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아예 숨도 쉬지 못하게 하는 미래까지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10134번 죄수처럼 부르지 말아야 한다.
1학년 1반 34번으로 태그가 붙은 아이는, 성냥통의 황대가리 하나처럼... 개성없이 콕, 박혀 있지만...
그 아이를 성냥통에서 빼놓고 보면...
아이의 삶이 가진 물결도 바라보일 것이다. 

아이들은 '귀엽다.' 귀여운 것은 아이들의 생존 본능이다.
점점 자라면서 아이들은 더이상 귀엽지 않다.
사춘기 아이들은 조금 징그럽게 변한다.
이때부터 아이들은 <성장>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징그러운 어린이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학교 마치고 오면, 구몬 수학을 풀고, 태권도를 갔다가 다시 피아노를 찍고,
집에 와서 밥 먹고 다시 영어 학원을 가야 하는...
징그러운 아이들은 이제 국제중을 향하여 정석을 펼쳐 들어야 하는가? 

10134를 보고... 공부 안 하지만, 아직 귀여운 고딩 아들이 무척 귀엽다. 

아이들을 징그럽게 바라보는 어른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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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9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9-06-20 11:33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참 안됐어요.
제가 교생가서 그랬거든요. 지도교사 선배께... 애들 5교시에 너무 피곤해 보여서 안돼 보인다고...
그때보다 지금은 훨 조건이 나빠졌어요. ㅠㅜ
 
스프링벅 창비청소년문학 12
배유안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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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건강하다. 어른들의 세상보다 훨씬...
그러나, 아이들은 불안하고 불쌍하다.
오리무중인 미래를 향하여 고개를 숙이고 풀을 뜯다가, 한 마리의 스프링벅이 뛰어 오르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도 없이 밀리고 밀려서 앞으로 달리게 된다.
도저히 멈춰지지 않는 스프링벅의 질주에는 책임질 자도, 아무런 이유도 없다.
오로지 맹목적 질주의 먼지만 가득할 뿐. 

이 소설의 플롯은 몇 줄기의 가닥들이 날실과 씨실이 되어 직조하는 구성을 갖는데,
형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
연극반 활동 이야기, 그리고 연극반 연극 속의 이야기,
친구들과 작은 사랑 이야기들... 

죽음의 근원을 따지는 가장 깊고 오랜 질문에 관한 묵직한 주제부터,
청소년기의 아리따운 사랑 이야기까지 아이들에게 애정을 가진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어서,
죽은 시인의 사회(클럽)을 패러디한 한국 청소년 소설의 대표작으로 꼽을 만 하다고 하겠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그리고 있는 아이들의 삶과 교사들
실제 학교 현장에서의 아이들과 교사들...
이들의 간극이 또한 얼마나 큰지를 곰곰 생각한다. 

골프를 배울 때는 운동신경이 발달한 사람보다 둔한 사람이 조급증을 내지 않아서 더 좋은 자세를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은 빨리 높은 수준에 도달하고 싶어서 안달을 하다가 결국 온몸이 균형잡힌 자세로 스윙하는 감각을 익히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는 거다. 

어른들이 조급하게 아이들에게 들이미는 패스트푸드가 아이들에겐 얼마만큼 독한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어른들은 돌이켜 보아야 한다. 

아, 나는 작가가,
아이들의 아픔을 매일매일 견디지 못하고 아이들의 땀냄새 곁에서 떠나버린 것이 아닌지... 못내 마음이 쓰인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일은 그래서 매일매일, 시간마다 마음이 쓰이고 가슴이 아리다.
화를 내 봤댔자, 화를 내야할 대상은 아직 자라다 만 중닭일 따름인 것을... 
가르친다고 행사하는 짓들이 기실 그르치는 것이나 아닌지... 살다 보니 이런 고민도 덜 하게 된다.

아이들을 끈질기게 괴롭히고 의심하고 잘못을 추궁하거나, 아이들에게 믿음을 주었다가 실망하고 다시 좌절하던 끝에 학교를 떠나버린 선생님들을 나는 알고 있다. 물론 모두 여선생님들이다. 남편이 벌이가 괜찮은... 그리고 퇴직하고 연금을 받는...  (나도 그러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내의 벌이가 괜찮고... 퇴직하고 연금을 받는다면... ㅠㅜ)

아이들을 따사롭게 바라보는 시선으로 쓴 책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스프링벅처럼 대가리 처박고 달려가는 아이들을 걱정스런 눈으로 보는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거기다 대고 더 빨리 달리지 않는다고 채찍질하는 어른들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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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k182s 2009-05-20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교사라는 직업과 자신의 identity 가 상호작용하는 그런환경이 부럽네요,,직업이 펀드매니저인 사람이나 대기업 직원인 사람이 직업적 감수성을 고민해봐야 그 끝은 오너 돈벌어다주는 거겠죠,,예전에 교사라는직업은 삼디업종이라고 강하게 생각했던 사람이지만 체질에도 맞지않는 직종의 회사원을 하면서 다시한번 직업이라는거에 대해 심사숙고하게되네요.

글샘 2009-05-21 11:29   좋아요 0 | URL
고딩때 시험 점수로 돈벌이와 사회적 지위가 엄청나게 고정되는 한국적 상황에서 교사직의 지위는 점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교사는 노는 시간이 많다는 통념과는 전혀 다르게 교사는 정말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강도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일을 위한 일, 돈을 위한 일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일도 할 수 있는 축복받은 직장인 것도 사실입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간혹은 교사라서 행복하기도 하죠. ㅎㅎ
 
꿈을 찾아 한 걸음씩 미래의 고전 7
이미애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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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사 in에서 핀란드에서 학교를 다니는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핀란드야 워낙 사회적 공기로 학교를 상정해 두었으니, 한국의 학교와 빗댈 것은 아니지만,
고렷적부터 과거에 급제하기 위한 공부를 해온 사람들에게 일제시대와 해방 이후의 세상은 오로지 고등고시만을 위한 공부와 출세를 지상 과제로 만든 것 같다. 요즘엔 그 고등고시에 의사자격고시도 있지만... 

두본이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
할머니도 솜씨가 좋으셨고, 비슷한 손매를 가진 외삼촌도 요리사다.
그러나, 외삼촌의 실패로 어머니는 두본이를 반대하고...
요리사가 되기 위한 꿈을 키워나가는 이야기로 펼쳐지는데, 요즘 중간고사로 피곤해하는 아들 녀석에게 읽혀주고 싶은 책이다. 

한국의 학교는 오로지 상급 학교 진학만을 꿈꾸며 살게 강요한다.
그 상급 학교에 진학만 하면 직업과 결혼과 세상 모든 것이 이뤄질 것처럼 허상을 내세우면서...
그러나, 꽃들에게 희망을... 에서처럼... 상급 학교에 진학한다고 이뤄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오로지, 엄청나게 비싼 대학 등록금 고지서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 

갈수록 먹고 사는 일도 힘들어진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공부만 잘 하면 된다는 꿈은 이미 80년대 이후에 깨져버린 지 오래다.
9급 공무원 시험이 100대 1의 경쟁을 뛰어넘어야 하고,
이제 중학교도 국제중 가려면, 초딩 시절부터 정석을 떼어야 할 판국이다. 

아들 녀석은 드라마 작가나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곤 한다.
그렇다고 글쓰기를 즐겨하는 것도 아니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바이기도 하다.
간혹 공부를 해서 방송국 피디가 되고 싶단 소리도 하지만, 뭐, 아직 꿈이 뚜렷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꿈과 미래에 대해서 막연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권해줄만한 책이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어렴풋하게 들려주고 있어 도움이 될 법하다. 

그리고, 아이들은 우선 공부부터 하고 봐야한다는, 그래서 학교는 좀 지옥같아야 한다는...
닫힌 생각을 하고 있는 나같은 학부모들에게도 권해주고 싶다. 

아, 나도 꿈을 좀 키우며 살아야겠다.
영어공부하는 삼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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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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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왕관 베이커리, 빠리 빵집... 등 제과점도 대기업이 잠식하는 형국이다.
동네 빵집 또는 제과점은 악전고투의 현장이기 십상인데, 아무래도 경쟁력이 떨어지기 쉬운데... 

위저드 베이커리란 소설은 온통 흥미진진한 요소로 가득하다.
그냥 빵집에서 벌어진 해프닝인가 하면, 정말 마법 이야기로 가득하고,
구병모란 신인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는 매끈하고 산뜻한 문체를 이끌고 나가는 입담에 홀려, 음울한 사회 이야기를 마법적으로 탈피시켜 버린다.
거기 등장하는 무슨무슨 과자들은 마치 조앤 롤링의 9와 4분의 3 승강장 만큼이나 독자를 매혹되게 만든다.
온통 달콤하고 끈적하고 새콤한 재료들 안에 녹여넣은 종이 초콜릿 같은 부재료 안에는 온갖 사회적 문제점들이 반영되어 있다. 가정 해체, 청소년 소외, 도덕적 해이, 성적 문란을 감싸고 도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새로울 것도 없다. 장화홍련이나 콩쥐, 흥부가 겪었던 고전적 사건들과 통하는 것이지 뭐, 별로 이시대만의 고민도 아닌 것이긴 하다. 다만, 신데렐라가 만난 요정의 '비비디바비디부~~'의 마법처럼 언술로 된 것이 아닌, 빵과 과자로 이루어진 매체가 색다른 면이다. 

사소한 욕구들의 대립은 <갈등>을 낳고, 그 갈등이 집적되면 <욕망>이란 괴물이 탄생한다.
가정의 해체가 만들어낸 갈등들은 엄청난 욕망의 폭발로 드러나게 되는데... 

이야기의 주연인 마법사 점장은 일견 질서를 유지하는 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변화를 주도하는 인물이다. 그 변화는 파괴를 포함하는 마음 돌리기 등의 '신화적 요소'로 가득하다. 그리스 신화에 가득한 질서와 변화의 이야기는 여기서 다시 창조된다. 

파랑새로 상징되는 위안의 캐릭터는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원색적 색조를 가지는 희망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슈렉의 피오나 공주처럼 파랑새와 사람의 형상을 오고가지만, 파랑새의 존재는 강퍅하기 그지없는 점장과 주인공의 사이를 무릎의 연골처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긴, 인간의 관계란 것이 연골이 마모되었을 때, 뜨겁고 아픈 류머티즘을 경험하게 되지 않는가. 

마지막에 예스와 노의 경우를 두어, 작가는 자기가 가장 들려주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타이밍이며, 그 타이밍에서 또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지금>이다.
이런 걸 쓰고자 한 게 아닌가 한다. 

내가 달리는 길은 럽럽럽럽... 허나 그길은 온통 덫덫덫덫
피할수없는 함정은 마음의 겁겁겁겁... 마치 늪처럼 용기를 삼켜...
점점 난 작아져, 사라져가는 얼굴의 밝은 표정...
내 고백에 등 돌린 채 외면할까봐 자꾸 두려워
바늘같은 걱정을 베고서 오지 않는 잠을 청하고
꿈보다 더 생생한 네 생각 때문에 끝내 밤을 새워... 

요즘 나온 휘성의 <불면증 Insomnia>이란 노래다.
삶은 온통 덫과 겁의 반복이 아닐까.
나를 삼키려는 늪과 그로 인한 불면과 잠을 청해야 하는 현실 사이의 부조화.
그렇지만... 온갖 부조화가 또한 어울려서 조화를 이루는... 삶의 부조리함. 

사는 건, 순간순간... 쉽지 않다. 또 그게 사는 묘미다. 

구병모란 작가의 앞날에 기대를 건다.(내 후배중에 구은모라고 있는데... 1986년에 내 돈 500원을 떼먹은 아이다. 혹기 구병모 언니가 아닐까? ㅋㅋ 구병모씨 혹시 은모가 언니면... 500원 갚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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