탠저린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5
에드워드 블루어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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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른들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본다.
형은 잘나가는 미식축구 선수고, 그래서 그는 늘 주목받는다.
그러나, 형에게 감추어진 이면을 부모가 인정하는 순간, 세상의 빛은 뒤바뀔 수 있었다. 

이 소설은 매혹적인 이야기가 가득 들어있다.
그런데... 그 매혹적인 이야기들이 얼기설기 태피스트리를 직조해내는 데는 그닥 성공하기 있어 뵈지 않는다. 

흑니불로 이글거리는 마을과 하루에도 몇 번씩 번개가 내리 꽂히는 마을 탠저린
그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두꺼운 안경을 쓴 어리숙한 주인공 폴을 중심으로 상당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지만... 결국 흑니불과 번개는 사건의 해결과 별 상관없는 분위기만 조성했을 뿐이다. 

청소년들의 성장을 다루면서, 청소년들의 이면에 담긴 아픔들을 살피려는 노력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의 매력적인 요소들이 하나로 응집되지 못할 때, 한낱 스포츠 소설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이 책은 '책읽는 가족' 서평회원으로 받은 책이다.
이 책을 권하고픈 사람들은... 가족들이 나를 인정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청소년들, 또는 잘나가는 형이나 언니때문에 차별받는다고 억울해하는 마음 가득한 아이들이 한번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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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미래의 고전 1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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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작가 이금이의 첫사랑을 읽다. 

학생회 아이들을 데리고 밀양의 한 펜션으로 간부수련회를 가서 1박2일을 보내고 온 뒤라 몹시 피곤했다. 그렇지만, 이금이 선생님의 첫사랑이란 소설을 시작했으므로 졸다 깨서 또 보곤 했다. 

이금이의 하늘말나리에서는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갈등을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었는데, 이 소설에서 주인공 동재의 아버지는 재혼을 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예전에는 결손가정이란 말을 썼는데, 요즘엔 그런 말은 없어졌다. 부모 중 한 쪽이 없다고 결손인 것은 아니란 생각이 보편적인 모양이다.
주인공 동재는 새엄마와 새동생과 갈등이 심하다.
친엄마는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난 상태라 맘붙일 곳이 없었는데... 

같은 반 연아와 인연을 맺게 되고, 동생 은재의 도움으로 상당히 진전이 된다. 

실제 요즘 아이들의 세태가 어떤지는 내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또 일부 아이들의 행태가 그런 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선물을 하고, 커플링을 끼고, 노래방에서 소위 '고백'을 하며,
그리고는 정식으로 사귀고, 투투데이니, 백일이니를 헤아리는 놀음을 하는 것은...
맘 붙일 곳 없는 요즘 아이들이 어른 흉내를 내는 것 같아 몹시 씁쓸하다. 

결국 경제적 자립을 이루지 못한 아이들의 첫사랑은 이뤄지지 못하지만,
앞집의 나비와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는 또다른 화두를 던져 준다. 

10대부터 70대까지의 공통적인 이성에 대한 관심은 만국 공통이라 하지만,
어린 연인들의 물질적 공세와 지나친 격식에 치우친 만남이 진실한 '사랑'의 형성은 인간간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한 것임을,
그리고 견우와 직녀처럼 사랑에 빠져 게을러 지게 되면, 은하수 건너 마주보며 눈물 흘리게 될 일도 많은 것이 사랑임을... 이 책은 생각하게 한다. 

이혼의 강을 건너, 망각의 강물을 들이켠 듯한 어른들과,
원 나잇 스탠드 식의 '사랑 없는 러브'의 세태를 도외시한 풍토에서,
아이들의 성장 소설도 상당한 굴곡을 보일 수밖에 없음은 참으로 아쉽고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학교를 마치고 와서도,
은재처럼 자기 주도적 공부를 하고 독서를 즐기는 아이는 '스따'가 되기 십상이고,
보통 아이들은 노란 승합차를 부지런히 갈아 타면서 온갖 잡다한 학원의 상품이 되어버리는 현실을 보면,
아이들이 싸구려 사랑 놀음에 빠질 수도 있음을,
하긴, 온갖 매체에서 오로지 <돈을 쓰는 인간만이 참된 인간임>을 웅변하는 세태에서,
아이들이라고 돈놀음에서 빠져나올 수 없음을...
고민하고 있는 소설이라 생각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만남과 사랑과, 이성간의 관계와 돈과 부모들의 삶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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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3-29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은 청소년용 연애소설은 왜 안나올까 기다렸더랬어요. 이금이 작가가 드디어 냈군요. 믿을 수 있는 작가인데다 글샘님의 추천까지... 기대되네요. ^^

글샘 2009-03-30 20:55   좋아요 0 | URL
재밌긴 한데... 씁쓸하더군요. 초딩들이 어른들보다 속물적으로 놀아나는 꼴하고는... 하긴, 그 초딩들을 만든 게 누군지 생각하면... 휴~~

순오기 2009-03-29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고향에 조카 결혼식 다녀왔더니 책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인터파크 연재로 봤는데 책으로 절반이나 되더라고요. 이제 책 읽어야지요~ ^^
표지 그림을 그린 '이누리'는 이금이 작가 따님이죠.^^ 작년부터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공부하는 자유로운 고딩이지요. 벼랑의 표지도 그렸어요~ 엄마는 글쓰고, 딸은 그림 그리고 너무 멋진 조합이지 않나요?^^

글샘 2009-03-30 20:57   좋아요 0 | URL
아, 자유로운 고딩이라뇨... 부럽네요. ^^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2
정유정 지음 / 비룡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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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캠프는 봄의 정규 시즌을 앞두고 몸을 푸는 운동 선수들의 연습 캠프라는데...
우리 인생엔 과연 몸풀이 시즌이란 게 있는 건지... 

어느 날, 갑자기 어른이 되고, 갑자기 아빠가 되는 정신없는 모험이 우리 삶이 아닐까 하는데... 

제목은 아주 참한데, 이 소설 시작하자마자 좌충우돌 거의 핀볼 게임처럼 정신없이 진행된다.
트럭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기사아저씨가 문제였는데 갑자기 올라타는 뚱돼지 승주와 열라 뛰는 정아, 거기다가 까닭모를 검둥개와 할아버지까지...  

80년대 광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 치고는 좀 정신없긴 하지만, 소설을 진행하는 솜씨는 뛰어나다. 

마무리 부분에서 고래를 만나는 이야기들이 좀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사람이 있으면 사랑이 없고, 사랑이 있으면 사람이 없다는...
네 사람의 이야기를 얼기설기 엮어내는 정유정의 솜씨가 뛰어나다. 

내 인생엔 어떤 스프링 캠프가 있었던가... 돌이켜 보면, 대학 시절 낙인처럼 찍힌 최루탄 냄새가 봄날은 간다~는 연분홍 내 마음을 가져가 버린 듯 하다. 

정유정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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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3-16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비청소년 시리즈 거의 읽었는데 이 책은 못 봤어요.ㅜㅜ
80년대 광주를 배경으로 했다니 봐야겠단 의무감(?)이 번쩍 들어요.^^

순오기 2009-03-16 00:48   좋아요 0 | URL
아~ 지난번에 제 서재에 냈던 퀴즈, 65세를 뭐라고 하는지 아직도 답을 몰라요.

글샘 2009-03-16 02:26   좋아요 0 | URL
뭐, 광주와 관련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80년 5월을 관통하는 소설은 아니구요. 그림자로 언뜻언뜻 비치곤 하죠.

그리고 65세를 지공 地空 이라 한다더군요. ㅋ
지하철 공짜의 준말이랍니다.
 
하이킹 걸즈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6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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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블루픽션상 수상작이다.
하이킹하는 소녀들...
은성이와 보라는 미주언니를 따라 우루무치에서 둔황까지 걷게 된다.
그 걸음은 운동도 아니고, 답사도 아닌, 소년원 생활 대체 프로그램이기때문에, 이탈해서도 안 되고 보람을 느끼는 것도 아닌 하이킹이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그 머나먼 길을 80일간 걸으면서 자기 속에 마주선 칼날같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만나게 되고, 치열하게 싸움을 거치며, 결국 자기와의 화해에 도달하게 된다. 

모래가 우는 소리를 낸다는 명사산에서 낙타를 타면서,
우리가 낙타의 등에 붙어있는 혹이라 불리는 부분은 사실은 '봉'이라 불러야 함을 배운다.
우리 삶은 아무리 껄끄럽고 지긋지긋해도,
그 안에 담긴 지혜의 샘물을 소모해가며 사는 '봉우리'임을...
그 샘물은 살아가면서 조금씩 줄어들지만,
그 봉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살다 보면, 혹처럼 느껴지는 삶의 조각들도 감싸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미혼모 자녀이면서 주먹쟁이가 된 불만투성이 은성이와 도벽을 통해 세상을 파괴하고 자신을 난자하던 보라는 비로소 자신의 인생도 결코 혹덩어리가 아님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정말 은성이와 보라가 이 책을 읽는다면, 쳇, 하고 집어던질지 모르지만,
은성이와 보라들을 데리고 먼먼 비단길을 걷다보면은... 은성이와 보라들의 마음 속에도 하이킹을 통해 먼지처럼 부드러운 울림을 연주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눈과 마음을 갖추려고 노력중이지만, 돌아서면 거짓말을 입에 붙이고 사는 아이들과 얼굴을 맞대는 직업은 결코 호사스럽지만은 않다. 

그래도 해피엔딩으로 마치는 책이라도 이렇게 자꾸 읽어야...
뺀들거리는 아이들 덥수룩한 머리 너머로,
니코틴 냄새가 배어버린 교복 주머니 담뱃가루 사이로,
여드름투성이 불평이들 불만들 밑으로,
귀를 크게 넓혀서 들으려는 마음을 늘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필요할 때, 마음을 지긋이 눌러주는 맷돌같은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건 책읽는 지극한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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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놀 청소년문학 28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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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나는 극빈 가정의 아이다.
어느 날, 아버지는 사라지고, 집주인은 엄마와 동생과 조지나를 쫓아내고,
덜컹거리는 고물차에서 세 식구는 새 생활을 시작한다.
먹고, 자는 모든 생활이 이뤄지는 좁은 자동차 안.
맥도날드나 주유소 화장실에서 씼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슬펐는데,
가엾은 조지나의 어머니는 집을 얻을 돈 500 달러를 상상하는데...
조지나는 잃어버린 개를 찾는 광고문을 보고... 어느 집의 개를 훔쳐 오는데...
윌리라는 사랑스런 개를 훔치고, 보관하고, 돌려주는 이야기까지...
깜짝 놀랄 구석도 두어 군데 만들어 둔 훌륭한 이야기다. 

책을 펼쳐 들면, 조지나의 천진난만한 사고 속으로 빨려 들지만,
그 세계는 어린아이의 그것이지만...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조지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좁지만 생활할 집이고, 그 집을 얻을 최소한의 돈이다.
자동차에서 나날을 보내고, 특히 사춘기 소녀가 친구들이 보는 가운데 자동차를 집삼아 살아가는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세상은 결코 아름다운 세상이 아니다. 

이렇게 가진자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비꼬는 시선으로 쓰고 있는 소설인데도...
빈부의 격차가 극심한 미국의 모습을 드러내 주는 한편,
겉은 노랗고 속 하얀 바나나 민족이 삽질 정부의 주도하에 추구하는 미래가 이런 꼬락서니 아닌가 생각하면 속이 타기도 한다. 

어쨌든... 절대 빈곤을 날마다 실감하면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국가는 공평한 교육의 기회와 공교육을 제공하여야 할 터인데... 가면 갈수록 사교육 시장과 공교육 시장이 가진자들을 중심으로 재편되어가는 꼴을 보면... 이 땅에서 살아갈 수많은 조지나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하다.
아이들이 겉으로 심통을 부리는 것 같은 모습을 보고... 속단하지 말자고 또 생각하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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