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 걸 푸른도서관 35
이은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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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야말로, 끼인 세대의 대표 주자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중3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공부 이렇게 하면 된다'는 특강을 나가고 있는데, 중학생이라는 참으로 어리삥삥한 나이의 아이들이 가득 앉아서 고민하고 있다. 

그 중에는 특목고를 위하여 끝없는 쳇바퀴를 돌리는 데 이골이 난 아이도 있을 것이고,
이유도 모른 채, 그저 학원에서 먹여주는 밥이나 먹어서 스스로 물고기 잡는 법 따윈 아예 들은 적도 없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또, 고등학교 가는 데서도 일단 패배자의 낙인이 찍힌 '전문성 없는 전문계'로 진로가 정해진 아이들도 있다. 

그 아이들에게, 고등학교 공부와 중학교 공부의 차이점을 이야기하고,
고등학교 생활의 정글성을 던져주는 일은 잔인한 일이지만,
어차피 걸어야 할 길이라면 미리 알고 걷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기에 귀찮음을 뒤로하고 돌아다니는 것이다. 

이 소설집은 청소년 문학 중에서도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특이한 책이다.
보통 입시의 비중은 대학을 염두에 둔 고등학생의 것이 크리라 생각하지만,
대학 입시가 목표도 아니면서 매일 학원에서 열두 시까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중딩들은 더욱 큰 혼란 속에서 돈과 시간과 젊음을 폐수의 구덩이 속으로 밀어넣고 있는 중이다. 

중학생들이 겪을 법한 이야기들에 우선 반갑다.
가장 아이들의 삶과 가까운 아이가 학원에서 밤낮 사육되는 삶을 사는 예령이다.
특목고 반이고, 과학고를 꼴찌로라도 합격한 우수한 학생이지만,
제 이름이 버젓이 나부끼는 현수막에서 구역질을 느낀다. 

그 외에서 부모의 갈등 사이에서 고통을 겪는 아이들과, 현실을 떠나 스타의 삶에 매몰되어버리는 아이들의 삶도 피곤하고 고단하다. 

그렇지만, 작가는 이 아이들, 중학교 여학생들을 위하여 50cc 짜리 컬러풀한 스쿠터를 하나 마련해 주었다. 

어른이 되고 보면, 사실 담배 한 개비, 술 한 잔보다 더 엄청난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겪곤 하지 않는가. 

이제 중학생일 뿐인 그 아이들에게 너무 큰 표딱지를 붙여 두고는,
너희는 아직 어린 아이일 뿐이지만,
잘못을 하면 결코 어린 아이가 아닐 뿐이라는...
그야말로 '질풍노도와 같은 판결'이나 돌아가는 나이가 중딩의 나이다. 

중딩에게 주는 사랑의 뮤직 박스. 스쿠터 걸. 이 책 참 괜찮다.  

------------- 맞춤법 교정 2개 

46쪽 고개를 내젖는다... 내젓는다 

52쪽 창고를 빌어 꾸민 곳이다... 빌려... 

편집자님... 보시면 댓글 주세요. 삭제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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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2-02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2 막내가 읽고는 좋다네요~
작가 딸이 자기와 똑같은 '민경'이라 반갑다나요.^^

글샘 2009-12-03 15:41   좋아요 0 | URL
ㅎ 중학생이라면 반할 내용이죠. ^^

북극곰 2011-01-1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는 연령대의 조카 책선물은 여기서 골라요~! Thanks to 글쌤.
 
말해 봐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4
로리 할스 앤더슨 지음, 고수미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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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멜린다는 성폭행을 당한 후, 왕따가 되고 실어증에도 걸리는 소녀다.
그 아이가 미술을 통해 마음을 열게 되고, 결국 입도 열게 된다는 이야기. 

정운찬이 총리가 되어버릴 때, 공무원으로서 <청렴><겸직>의 의무를 저버린 자에게 돌팔매가 날아다닐 때, 일명 나영이 사건, 범죄자 조두순 사건이 뉴스칸을 메워버렸다.
어쩜 그렇게 용산 이후에 강호순 사건을 과장보도함으로서 국민의 관심을 돌린 짓거리랑 똑같은 짓을 하는지... 

아무튼, 성폭행이란 저지르는 가해자에겐 순간의 쾌락일지 모르지만, 피해자에게는 육체적 상처뿐만 아니라 정신적 충격의 측면이 더욱 가혹한 범죄다.
그렇지만 피해자들은 스스로 몸을 다스릴 수 있는 성인보다는 아직 어린 아이들인 경우가 많아 털어놓고 말할 수 없어 그 피해 범위가 밝혀지지 않기 쉽다. 

표지에는 나뭇잎으로 보이는 그림들이 있다.
그 뒤로 우수에 찬 소녀의 얼굴이 그림자져 보이는데, 그에겐 입이 없다.
나무의 잎들은 얼핏 보면 입술과도 겹쳐지는데, 그림을 통해 그에게 입이 생기는 과정과 어울린다. 

혼자서 외로움을 타는 청소년들이라면, 한번쯤 권해줄 법한 책이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 하지 않을까.
그냥 아무한테라도 말해 버리는 거야.
이겨 내야 해. 털와 놔. 그래서 툭툭 털어내 버려...
  (149) 

이런 말들을 책에서라도 읽는 아이들의 마음에 큰 위안이 되리라. 

너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지 마라. 예술이란 실수를 하고 거기서 배우는 거란다. (182)
아, 프리먼 선생님 같은 이를 만난 아이들은 행복하다.

----------- 틀린 맞춤법 몇 개

70쪽. 풍자를 '퐁자'로 적었다. ㅋ 귀엽다.
136쪽. 또띨라...는 또르띠야...로 더 널리 알려진 빵이 아닌가 한다.
154쪽. 디자인한다던지, 모나리자를 베낀다던지... '-더'는 과거회상선어말어미이고, 선택을 나타내는 어미로는 '-든지'를 써야한다.
164쪽. 내가 그렸던 어떤 것보다 났다. '나다'의 과거가 났다고, 더 좋다는 의미는 '낫다'이다. 
175쪽. 말이 되요? 되어요?의 줄임말은 돼요?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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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조 가족 카르페디엠 17
샤일라 오흐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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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원제목은 "세상의 소금과 어리석은 양" 정도다.
Das Salz der Erde und das dumme Schaf. 

두 사람의 대화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그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신선하지만, 
그들의 생활은 결코 신선하지 않다.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지하실에서 살고, 늘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는 할아버지와 사춘기 소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야나는 너무 심심한 나머지 '목소리들'과 어울리고,
할아버지는 폐지를 모아 파는 일을 하면서, 철학 책에서 주워들은 말들을 제법 멋지게 쓴다. 

참된 우아함이 머물 곳은 우리 영혼밖에 없어.(16) 같은 말. 
어느 집이든 살림살이에는 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같은 말. 

열여섯 손녀의 투정에 할아버지는 '인생에서 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아주 조금'이라고 가르쳐주기도 하지만... 야나의 꿈은 훨씬 가볍고 크다. 

야나에게 남자 친구도 생기고, 일상이 조금 즐거워질만도 한데, 할아버지와 야나는 이별의 기로에 서게 된다. 각자 양로원과 고아원으로...  

첫 데이트를 하러 가는 길은 한 소녀의 영혼의 일기장 속에 황금빛 편지들과 함께 기록되어 지우려야 지울 수 없이 남아 있다고 한다. 또 소녀의 가슴에는 지극히 순수한 감정의 보석이 남아 있어, 이어지는 다른 경험들을 통해 값을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보석으로 연마된다고 한다. 그런 소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라면, 번쩍이는 태양처럼 사람들의 눈을 부시게 할지도 모른다.(33)
이런 구절을 독일어로 읽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 소설의 매력은 이야기 자체보다는, 중간중간 감초처럼 숨겨져 있는 멋진 구절들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한다. 

"너 같이 예쁜 여자애를 동정해야 할 이유가 뭔데?"
캬~, 이르카 요놈, 여자 꼬실 줄 아네. ^^ 이 한 마디에 야나는 이르카와 연인이 되고 만다.
물론 그들의 첫사랑은 참으로 유치찬란하지만... 세상에 유치찬란하지 않은 연애가 어디있으랴.
그들이 영화관으로 향하는데...
달콤한 예감에 빠진 나는 가슴과 위장 사이의 공간이 떨리고 있음을 느꼈다.
알다시피 거기는 영혼이 자리잡은 곳이었다... 아름다운 표현이다.
몇 제곱 센티미터의 살갗 위에서 희망과 절망의 핵폭탄이 될 양성자와 중성자가 복작거리고 있다. 손가락들 사이의 거리가 끊임없이 줄어든다. 이윽고 찬란한 합일의 순간이 다가온다. 한 손이 다른 손에 닿는다. 영혼 속에서 화산이 폭발하듯 예민한 감정이 솟구친다... 이런 짜릿한 순간의 묘사가 이 글의 압권이다. 물론 그 다음 장면의 엽기적임이 또한 이 소설의 재미이고...

그래서 우리는 좌석의 푹신한 쿠션에 몸을 파묻고, 질주하는 자동차의 속도감을 즐겼다. 그렇게 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누리지 못했던 호사를 누렸다... 야, 누가 이 상황이 경찰서에 잡혀가는 이야기라고 믿겠는가. 

문제가 생긴들 할아버지에겐 문제 없다.
"죽음처럼 복잡한 문제는 내가 해결할 테니, 삶과 같이 간단한 문제는 네가 해결해라. 꼭 그러길 바란다."
음,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던질 말 치곤 얼마나 멋진가. 

할아버지와 손녀의 마지막 대화가 이 소설의 제목이다.
"할아버지, 우리가 누구라고?" 
"우린 이 대지의 소금이야. 멍청한 양이 우리를 남김없이 핥아먹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그런가. 아무리 삶이 팍팍하고 힘들어도 인간만이 세상의 희망인 것일까?
아, 그리고, 또... 인간은 멍청한 양들이 그 소금을 남김없이 핥아먹게 될까 늘 걱정하는 존재인 것인지... 좌충우돌 할아버지와 손녀의 유쾌한 이야기를 따라 오묘하고 짜릿한 소설 한 편을 읽는 맛은 뭔지 재미보다는 울렁거리는 '삶에 대한 기대'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 이 책의 옥에 티 한 점.

21. 살을 '애는' 추위... '에는'이 맞다. 기본형 '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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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날아든다 푸른도서관 32
강정규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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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규 선생님의 소설 속에선 조선인의 삶 냄새가 폴폴 묻어난다.
마당에 늘어진 빨랫줄을 무겁게 지탱하고 섰던 바지랑대며, 조끼에 알을 낳는 새들까지...
그리고 분단이 가져다 준 무거운 마음을 강정규 선생님 소설은 담고 있다. 

어린 시절... 순덕이와의 추억을 이야기한 낮달은 슬프고도 애잔하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역사를 알까? 

오로지 경쟁과 시험 점수에만 열을 올리는 아이들에게 가까운 역사에 비친 비참한 삶들이 있음을...
그런 삶이 오히려 지금 아이들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거세한 역할을 했음을 생각할 수 있을는지... 

'새가 날아든다'는 마치 푸진 판소리를 한마당 들은 기분이다. 

강아지 다배 이야기는 생명의 소중함을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일회용으로 길렀다가 버려지는 애완견 이야기... 애완동물을 반려동물이란 이름으로 바꾼다고 하지만... 글쎄다. 사람도 살기 어려운 이 땅에서... 반려까지야... 

'소통'이란 제목은 청와대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소통의 달인이다.
반성하겠습니다 하고서는 바로 쇠고기 사들이고,
운하는 안하겠다고 하고는 4대강을 개발하고,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한 뒤 고육정책을 남발하고,
소통한대놓고는 라디오에서 혼자 찌껄이고,
서민 정책 편다고선 오뎅하나 혼자 처먹고 들어가는... 달인.
지하철에서 아이에게 한과를 하나 주고는...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을 경험한 짧은 오후.
짧은 글을 통해서도 강정규 선생님이 생각하는 '가치'를 읽을 수 있다.
도대체 <잘살기> 운동을 해서 인간이 잘살고 있는 건지...
현대인의 삶에 근본적인 물음표를 던지는 대목이다. 

그림 팔아 학생들 기른 정암 선생 '구리반지' 이야기나,
병신 딸을 이북에 두고 약 구하러 왔다가 분단이 되어, 우연히 만난 병신을 딸삼아 사는 <삼거리 국밥집> 양순씨 이야기는 정말 인간의 가치란 어떤 건지... 따져보게 만든다. 

한 푼 더 벌고, 그러려면 자식도 덜 낳거나 안 낳아야 되고,
그러다 보니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고...
또는... 가장 자살률이 높고... 청소년들이 높은 옥상에서 뚝뚝 떨어지고...
이게 사는 건가 싶어질 때, 사람이 사람을 기대서 살아가던 가난하던 시절. 

<잘사는 것>과 <잘 사는 것> 사이의 한 칸 띄어씀의 의미가 인간을 얼마나 인간다움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인지...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는 '잘사는 것' 보다는 '잘 사는 것'에 관심을 더 갖기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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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 사계절 1318 문고 43
임태희 지음 / 사계절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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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분신이다.
사이버 세상이 열리면서, 그 속에 자신의 분신을 하나 기른다.
그게 아바타다.
실제 세계에선 백화점에서 좋은 옷 하나 사려면 내 한달 월급으로도 모자란다.
그렇지만, 아바타 세계에선 돈 만원이면 호강한다. 

청소년들의 가슴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알기 어렵다.
그렇지만, 갈수록 청소년들에게서 친구와 우정과 꿈을 박탈하고 오로지 성적, 공부만을 강요하는 현실태에서...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아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학생부장 회의 참석하면, 제1번 안건이 자살예방 교육이다.
전에는 학교폭력 예방이었는데 말이다. 학교폭력이 일어나면 해결이 어렵단 이야긴데,
자살은... 사실 해결이 안 된다. 

지난 주, 교사 대상으로 자살예방에 대한 교육을 했는데,
실제 자살을 기도했던 사람들도 엄청 후회를 한단다.
그러니까, 완전하게 자신을 버리고 싶어서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기가 정말 죽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정도로 정신적 혼란을 겪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자살의 이야기는 아니다.
성폭력이 무수히 일어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고,
그 피해자들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상처를 입은 존재들이, 스스로를 '아바타처럼' 현실과 분리하여 생각할 때,
삶은 곧 죽음 옆자리에서 웃음짓고 있는 것이다. 

영주가 할머니 댁에 갔을 때, 할머니는 눈이 어두워 니트를 뜨다가 한 코 빼먹고 지나간 자리를,
술술 풀어 버리고 다시 뜨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삶의 함수는... 그렇게 한 코 빼먹은 자리처럼,
술술 풀어버리고 다시 떠나가기 쉽지 않은 것.
그렇지만, 넓게 본다면... 한 코 빼먹었다고 니트를 쓰레기통으로 던지는 일은 더 어리석은 일이다. 

이 세상을 읽어내고 싶고,
그래서 다시 세상을 원형으로 되돌릴 함수를 찾고 싶어하던 아픈 소녀들.
그들이 지난 어느 '한 코'의 시점을 되찾아 다시 실을 술술 풀어내고 새 코를 떠나가기를...
그러는 데 도움이 되는 어른이기를... 간절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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