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7
샤론 크리치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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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미니카의 아버지는 늘 희망에만 사로잡힌 몽상가다.
좋은 말로 프리랜서고 쉬운 말로 실업자다. 오빠는 날마다 사고를 치고 다니고, 언니 스텔라는... 정말 큰 사고를 쳐서 아이를 낳고 만다. 아빠와는 헤어진 채...
이런 엉망인 가정에서 자라는 도미니카(디니)를 스위스에서 교장선생과 교사로 있는 이모부와 이모가 납치하듯 데리고 가서 낯선 환경으로 보내버린다. 

가슴이 답답할 수밖에 없는 언어의 장벽도 겪고, 온갖 나라의 친구들과 좌충우돌 문화적 충격을 받으면서 지내는 디니.
간혹 고국에서 날아오는 엽서들이랬자, 어느 하나 진지하게 디니를 걱정해주는 사람은 없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다들 멀쩡하게 그자리에서 그대로 살고 있다.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친구들과 지내면서, '릴라가 릴라인 이유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276)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성숙을 이뤄낸 아이들이 자랑스럽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네모난 교실에서 네모난 교과서에 얼굴 틀어박고 해뜰 때부터, 한밤중까지 교실에만 있어야 하는 한국의 학생들이 좀 불쌍하다. 

이건 뭐, 섬나라가 되어버려서 이웃 나라로 교환 학생이 된다는 것이 가능한 노릇이 아니니 말이다. 

그렇지만 글로벌화되는 시대에, 이런 책으로나마 아이들의 마음 씀씀이가 넓어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어려서부터 이런 글이라도 읽다 보면, 물 건너 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니까... 그리고 더 준비도 하게 될 일이니까 말이다.

254쪽. 디니,디니.... 이러면서 '디니'가 울었다...는 '릴라'가 울었다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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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푸른도서관 36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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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나는 대로 복도를 걷는다.
아이들이 영어 듣기를 잘 하고 있는지,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려는 녀석은 없는지,
점심 시간에 둘러 앉아 돈놀이를 하거나 교실에서 공놀이를 하지는 않는지,
끼리끼리 모여 야동을 보거나, 싸우는 녀석이나 없는지...
자율학습 시작종이 울렸는데도 돌아다니거나 화장실에서 씻는 녀석을 야단치기도 하고,
엎어져 자는 애 깨우고, 소설책 읽는 녀석 공부 좀 하라고 돌아다니며 걷는다. 

이렇게 많이 걷는데 하루에 몇 보나 되나 보려고 만보계를 하나 샀다.
그런데, 교실과 복도, 학교 구석구석을 걷다 보면, 친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고, 같이 등하교하는 녀석들도 보인다. 맨날 같이 붙어다니는 녀석도 있고, 언제나 혼자 앉아있거나 서성거리고 그림자조차 외로워보이는 녀석들도 간혹 보인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 많이 보고 더 잘 보려고 돌아다니고, 아이들 중 어떤 녀석들은 좀 더 안 보이는 곳에서 좀 더 안 들으려고 한다. 

겉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아이들을 판단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지만, 또 겉모습처럼 속마음을 드러내 보이는 것도 없어서 걷고 돌아다닌다. 

내 마음 나도 몰라... 이런 유행가 가사도 있지만, 인간은 서로의 속내를 알기 어렵다.
자기의 마음을 털어 놓으려 해도 언어로 정확히 전달되는 일은 불가능할 지경이랄까.
그래서 어불성설이 되곤 한다. 말이 제대로 된 '이야기'를 구성하지 못하는 것. 

표지 그림에서처럼 봄이는 뚱뚱한 여고생이다.
봄이가 며칠 결석을 하고, 담임임 주인공은 귀찮게 생각하지만,
봄이가 쓴 글들을 읽고 사건의 전말을 읽게 된다. 

자신의 삶과 담임 반 봄이의 사건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삶은 누구에게도 이해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고, 항상 착각 속에 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며, 어쩌면 자신이 바로 보려고 하지 않는 데서 모든 오해가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만들어 낸다. 

이 이야기는 재미있다.
청소년들의 이야기만큼 역동적인 것이 어디 있을까.
추리소설이고,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면서 학창생활 보고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아프다.
청소년들의 아픔은 더 아프다.  

이금이라는 작가의 작품이 보여주는 사람의 선은 변화무쌍하고, 그 문체가 무궁무진하다.
그것이 이 작가를 계속 기다리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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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눈 좀 트고... 앞트임 수술이 있다. 눈의 콧날 부분을 찢어서 눈을 크게 만드는 수술이다. 그것을 '틔우고' 또는 '트이고'로 쓰는 것이 맞지 않을지... 

101. 하릴없는 사람들처럼... '하릴없이'는 어쩔 수 없이, 란 뜻이다. 저 자리에선 '할 일 없는' 사람들처럼... 이런 게 어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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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8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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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의 작가 김려령. 완득이란 단 한 작품으로 너무도 강렬한 자기만의 각인을 새겨버린 작가의 작품이라 관심이 갔지만, 리뷰에 올라오는 청소년 자살이란 문제는 이 책을 한동안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작년, 학생 부장을 맡아 몸으로 때우고 있던 어느 날, 학교에서 한 학생이 투신하였고, 그 날 이후로 2009년의 내 시간은 블랙홀로 휘말려 들고 말았다. 학부모는 온갖 시비를 걸어 학교를 피곤하게 하였고, 결국 결론은 더러운 합의금 요구로 귀결되었다. 아이의 죽음에 대한 아쉬움이라든가 애잔함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결국 아이가 스스로 삶을 접게 한 그 지겨움이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를 깊게 생각하게 한 1년이었다.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 스스로 삶을 저버린다는 것은, 사회에서 그 개인을 포용하지 못했다는 증명이기도 한 것이다. 스스로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존재하였음을 증명하게 되는 역설적 상황이랄까. 

청소년 자살이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
그것은 이 나라의 청소년들이 살고있는 모습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자살률이 그닥 높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다 들 지경이다. 

'공교육'이라고는 없는 나라. 차라리 독재 정권 시절에는 '권력의 이데올로기'라는 공교육이라도 학교에서 시행되었지만, 독재 정권의 공교육이 쫓겨나간 빈자리에는 <신분 상승>을 위한 욕망만이 들어앉았고, 그것은 곧 공교육의 이름을 버린 것이었다. 

공교육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온갖 사교육은 '개인의 영달'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었으며, 아이들의 온몸을 내던지는 저항도 '개인의 영달' 앞에서는 실패한 자의 허랑한 메아리에 불과한 것이었다. 

천지는,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는 허망하게 세상을 버린다.
얼핏 천지를 왕따의 피해자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왕따 소설이 아니다.
화연이도 천지를 왕따시키기만 한 아이는 아니었고, 화연이 역시 시대가 왕따시킨 개인에 불과했다. 

사고로 죽은 천지의 아버지도 사회에서 소외당한 인물이고, 마트의 두부 판촉원인 천지엄마도 소외계층이다.  

천지가 실패 속에 용서의 메시지를 남기는 것으로 퍼즐 조각 맞추기는 점차 완성되는데, 비극적인 소재를 마치 스릴러 읽듯 긴장감넘치게 만드는 것이 김려령의 필력이겠지만, 실패 속에 남긴 천지의 메시지는 왠지 천지를 천지답지 못하게 만든 느낌이 들었다. 

천지는 중학교 1학년일 뿐이지만, 세상의 온갖 고뇌를 혼자서 안고 사는 듯한 아이다. 아직 초경도 맞지 않은 어린 몸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여러 성상을 거친 노인의 그것과 같다. 천지에게 얽히고 설킨 어린 시절의 악재들은 천지가 어디에도 풀어내지 못하는 '옹이'를 만들게 만들었고, 결국 천지가 즐겨 하던 실뜨개질과 반대로 풀리지 않는 매듭을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풀리지 않는 매듭으로 가득한 삶. 결국 실패(왜 자꾸 실꾸러미인 실패가 失敗로 읽히는 것인지)에 유서를 다섯 장이나 남기고 세상을 버리는 천지의 삶. 

우발적으로 일어난 듯한 아이들의 죽음 저 편에는 이렇게 풀리지 않는 매듭들과, 풀려고 하면 할수록 꼬이는 실꾸러미들이 결국 인생은 자신이 뜨개질하는 죽음으로 가는 승차장처럼 느끼게 만드는 다종다양한 사건들의 집합체가 반영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 사회처럼 우아한 거짓말로 넘쳐나는 곳이 또 있을까? 

지금, 봄방학 중이지만 나는 학교에 나와서 아이들 '자습 감독'을 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순전히 자율적인 학습인 셈이어서 20명 가량의 학생이 자습을 하고, 나는 시간에 맞춰 청소도 시키고, 공부 시작도 시키는 좀 단순한 감독인 셈이지만, 다른 학교들은 3학년 담임들이 모두 나와서 '자율적이지 않은 자율학습'을 '감독'하고 있다. 아직 3월 1일자 발령이 나지도 않은 담임들로 말이다. 미친 짓이다.  교사도 쉬어야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는다. 

대학 가면 뭔가 될 것처럼 거짓뿌렁 투성이로 학교에서 아이들을 몰아대지만, 사실 대학 가면 '동혁이형' 말처럼 '신용 불량자'를 양산할 뿐인 경우가 숱하지 않은가? 정말 대학 등록금 모아서 5천만원 정도 자본으로 조그만 가게나 쇼핑몰을 해보는 것이 오히려 큰 공부가 아닐까? 

금메달이 아니어도 훌륭하다는 입에발린 말과 달리 금메달만 칭송하는 더러운 방송과,
가난한 학생도 배울 기회를 주겠다는 아름다운 말과 달리 초등학생 무상 급식조차 반대하는 더러운 정치가들과,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과,
그래서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에 대한 슬픈 단상들이 가득한 <우아한 거짓말의 사회> 

그 슬픈 사회를 정말 <쌈빡한 대화>로 읽어내는 것이 김려령의 '우아한 거짓말'이다.
엄마와 딸 사이에 이렇게 시원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가정이라면, 내가 보기엔 천지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자살의 개연성이 더욱 높은 아이는 화연이 같은 가정과 조건의 아이가 아닐까. 자살하는 학생들의 가정 형편보다는 부모의 무관심이 상관 관계가 높다는 것이 내 심증이기 때문이다. 

만지와 오여사(천지 엄마)의 대화가 통하는 세상이라면, 아마도 자살하는 아이 따위는 없을 것이란 게 내 생각인데, 김려령씨, 당신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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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23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한'이란 수식어가 듣는 사람을 더 슬프게 하네요. 화이트 라이처럼 서로를 배려하는 거짓말이라면 거짓말의 기능에 방점이 찍힐 텐데, 이건 순전히 거짓말을 분식하는 '우아한'이라는 형용사에 방점이 찍힌 경우네요. 사회를 위한 거짓말이 아니라 거짓말을 위한 사회가 되나요 그럼...쩝~

글샘 2010-02-25 16:08   좋아요 0 | URL
전인교육, 공교육... 이런 것들도 모두 우아한 거짓말이 아닌가 해요.
정부가 내세우는 녹색 성장, 친서민적 행보... 이런 것도 마찬가지구요...
 
홀리스 우즈의 그림들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9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 지음, 원지인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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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어떤 아이의 하반신 사진을 배경으로, 책 제목이 흐르는데,
난 왠지 홈리스라고 읽어버렸다.
그 아이의 다리는 왠지 갈 곳을 몰라 멍~ 때리며 카메라를 불만있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유색인종 아이의 그것처럼 느껴졌고... 

홀리스 우즈는
가정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세상을 전전하며 살아온 소녀다. 

그 아이에게서 그림에 대한 재능을 발견해주기도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그에게 낯선 것이다. 

가끔,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가 아니라도
나는 어려서부터 몹시 궁금한 것이 있었다. 
결국 그것에 대한 답은 죽을 때까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건,
정말 세상은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곳인지... 하는 의문이다.
내가 바라보는 색과 다른 이가 바라보는 색이 다르듯,
내가 보내는 시간과 네가 보내는 시간은, 그리고 그 공간들에 흐르는 분자들의 배열도
당연히 같지 않을텐데,
어찌 우리는 동시대를 같은 공간에서 산다고 착각하고 산다는 것인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홀리스 우즈는 사람들이 그렇게 착각한다는 사실 자체에 대하여 의문을 갖지 못하는 아이다.
어려서부터 가정이 없이 뿌리를 내릴 수 없었던 삶.
부평초 같은 삶. 

이야기 속에서는 피붙이보다 더 사랑을 느끼는 가정을 만나고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를 가질 수도 있지만, 현실은 얼마나 냉정한 곳인지... 

짧은 이야기책이지만, 몹시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마음이 불편한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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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0
김진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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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여학생, 도벽... 

아, 어느 것 하나 쉬운 것 없다. 

초딩은 아직 유치하고, 고딩은 비교적 어른스러우나, 중딩은 그야말로 질풍노도이며,
남학생과는 소통도 쉽고, 좀 패도 금세 웃고, 축구공 하나에 세상을 잊을 수 있는데, 여학생은 지 마음 지도 모르는 것들과 대화는 불가능하고, 야단치거나 좀 때리기라도 하면 여우눈 도끼눈 백안시 마귀할멈눈을 하고 쳐다보지도 않으려 들며,
바람둥이, 떠드는 애, 가출쟁이, 흡연자, 쌈쟁이들보다 더 심각하고 깊숙한 고민을 갖게 하는 것이 도벽이란 습관성 질병이다. 

가난이란 이름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심리적 갈등과 청소년기에 자아를 억압하는 <자격지심의 사회학>을 이 소설에서는 재미있게 펼쳐내고 있다. 

작가의 신선한 비유법이 활짝 펼쳐진 멋진 소설이고,
청소년을 이해하려는 작가의 마음이 가득 들어있는 소설이다. 

엄마와 소통이 안 되어서 자기 방 문을 콕 걸어 잠근 여학생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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