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너에게 창비청소년문학 26
벌리 도허티 지음, 장영희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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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 준비없던 사랑나누기로 임신을 하게 된 청소년 이야기다. 

시작은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로부터 <Dear Nobody>에게 보내진 편지를 한 뭉치 받는 것로 열린다.
어떻게 사랑을 나누게 되고,
임신을 알게된 여자 아이의 고뇌와 곤란함, 엄마가 되는 일의 가슴떨림과 세상의 편견에 대한 두려움.
그러나 남자아이의 방황과 여행,
이렇게 소설 속에서 남녀의 궤적은 천지차이로 다르다.
여자아이 헬렌은 뱃속의 아이에게 Dear Nobody... 로 시작하는 편지글들을 쓰지만,
남자아이 크리스는 헬렌을 버리고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른 채, 대학 진학을 준비하기도 한다. 

이 소설은 여느 소설처럼 해피엔딩이 아니다. 
물론 아기를 순산한 헬렌 앞에 크리스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결국 헬렌은 대학 진학을 유예한 채 아기를 기른다. 

청소년들에게 '성'이란 것은 왕관심의 대상이고,
불건전한 매체를 통하여 본 '성'은 <환상적인 쾌락>으로 왕미화되고 있으며,
그들에게 주어지는 '성교육'은 어른들의 뻘쭘함으로 인해 권장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성문제는 초등학교 저학년~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인식차가 천양지차이므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콘돔을 끼우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는 반면, 대학생이라고 성에 대해 제법 지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란 편견도 헛된 것이다. 

미혼모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따가운 것이 현실인 바,
준비되지 않은 아기, 그렇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 생명체를 잉태한 어미의 몸은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가.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그런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준다.
훌륭한 성교육 지침서가 될 법 하다. 

장영희 선생님이 마지막에 붙이는 글을 쓰셨다. 그이의 번역이었다.
아, 괜히 글을 다 읽고 장영희,란 이름을 보고 눈물이 울컥 고였다.
그분을 사랑했던 모양... 선생님, 편히 쉬세요... 아프지 않은 그 곳에서... 편견 없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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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장난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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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구슬치기 기술을 연습할 때였다. 
일어선 자세로 구슬을 떨어뜨려 땅바닥의 구슬을 맞춰야 하는 퀘스트가 있는데, 
연습이 필요하다.
하루는 시궁창(요즘은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에서 튀어나온 청개구리를 보고는 작은 돌멩이를 구슬치기 기술연마용으로 떨어뜨렸다.
별로 연마도 안 되었더랬는데, 돌멩이는 작은 청개구리 옆구리를 스쳤고, 개구리는 내장을 쏟고 죽고 말았다.
그 이후로, 장난처럼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속담을 들으면 내겐 그 말이 비유로 들리지 않고 경험으로 다가온다. 

나도 어린 시절,
충청도 말을 쓰는, 얼굴이 하얀, 이방인이었다.
그렇지만 동네 아이들은 서울내기라고 놀리긴 했지만, 학교놀이나 전쟁놀이에 줄곧 끼워줘서 깍뚜기로 따라다닐 수도 있었다.
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싸움도 할 줄 모르고, 그저 조용한 성격이었는데, 아이들과 조근조근 이야기하면서 잘 놀았던 것 같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러시아땅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열공한 덕택으로 독일의 김나지움으로 전학을 간다.
실업학교에서 김나지움으로 전학을 가는 소녀는 가슴뛰는 설렘을 경험하지만...
김나지움 기숙사에 묵는 아이들은 상처투성이였다.
이 이방인을 괴롭히고 따돌리는 장난을 치다가 급기야 문자로 인터넷 공간에서 놀림감으로 주인공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우연히 좋은 친구와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못된 장난은 브레이크를 밟게 되지만, 
소녀의 성정은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후였다.
도벽이 상습화되었고, 헛간에서 옷을 갈아입는 사진이 찍힌 이후로 소녀는 세상이 무섭다. 

철길에 누워 세상을 마감하려 했지만, 우연히 지나치던 사람덕에 살아난다. 

소녀는 지금 정신병원에 갇혀 치료중이다.
철창 속에 갇힌 자신을 자유롭다고 느낀다.
아무도 자기를 괴롭힐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숙사 소녀들은 정신병원같은 기숙사에 갇힌 자기들의 신세를 한탄하지만,
주인공 소녀는 정신병원에 갇힌 것에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역설. 

사이버 테러는 작은 장난일 수 있다.
나도 인터넷 댓글로 남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그 비난의 장본인일 경우에는 그 작은 못된 장난에 가슴에 못이 박힐 수 있을 것이다.
사이버 테러의 작지만 큰 파장을 잘 보여주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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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02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아픈 현실이예요.ㅠㅠ

글샘 2010-07-02 10:58   좋아요 0 | URL
정말 읽으면서 마음아팠습니다. 그래서 교실에서 더 유심히 애들을 보기로 했어요.
정탐도 하고... 정보도 얻고... 교실 사찰을 확실하게 해야죠.

순오기 2010-07-04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이 어린시절 충청도 말을 쓰는 이방인이셨다니~ 괜히 더 친한 척하고 싶어졌어요.^^
이 책은 정말 가슴 아팠지만, 그래도 다시 살아나갈 용기를 가져서 다행이에요.

글샘 2010-07-04 12:01   좋아요 0 | URL
친한 척 해 주세요. ^^ (그럼 안 친하단 말???)
원래 외로운 아이들이 외로운 아이들을 괴롭히고 하는 법이지요.
교사가 제 일 바빠서 아이들 돌보지 못하는 구석에서 저런 일들을 놓치기 쉽답니다.
 
마르셀로의 특별한 세계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8
프란시스코 X. 스토크 지음, 고수미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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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로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청소년이다. 일종의 자폐로, 원만한 대인관계에 장애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의 일을 도와주러 아버지가 사장님인 법률회사에 방학 중 체험학습을 갔는데,
거기서도 사소한 것들로 장애를 겪는다. 

그러나, 복사기에서 발견한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마르셀로는 '정의'에 대한 눈을 뜬다. 

이 책은 과연 장애인이 정상인보다 못난 인간일까? 반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상인이란 인간들이 벌이고 다니는 행적들이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 되돌아볼 때, 마르셀로들의 <특별한 세계>도 정상인의 삶 못지 않게 멋지고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일 수 있겠다는 점에 수긍. 

자기 회사의 제품 잘못으로 망가진 한 소녀의 인생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돈 몇 푼으로 구워삶으려 드는 가진 자들의 행태는, 영화 <시>에서 보여준 인간의 어두운 면처럼 인간 존재가 종국적으로 멸종되어야 할 말종임을 잘 보여준다. 

인간은 <금>을 참 잘 긋는다.
그 금으로 <나눈> 이쪽편, 우리라고 부르는 쪽에 서는 자들은 안전하다.
그러나 금의 <저쪽>, 바깥쪽으로 배제되는 순간, 그들은 인격 모독을 당할 수도 있고, 심하게는 인격을 부정당할 수도 있다.
현대 사회가 진행될수록, <자율화>, <세계화>의 바람은,
배제의 공간을 온 세계로 만들어 버렸고, 자율적으로 승자독식의 사회를 만들어 버렸다.
이 괴물같은 지구상의 인간들에게 예술이란 것은, 인간이 과연 어떠해야 할 것인지를 반성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마르셀로는 하나의 특별한 재능이 있는데, 바로 음악에 대한 직관이다.
그는 취미가 시디 분류인데, 어떤 때는 작곡가에 따라, 어떤 때는 악기, 소유한 기간... 등
지금은 행복 카테고리에 들어있는 음악을 열심히 듣는 중이다. 

오로지 섹스에만 관심이 있을 웬델이란 친구를 마르셀로는 이해할 수 없고,
웬델 역시 마르셀로의 순수한 세계를 꿈도 꿀 수 없다.
재스민이란 여직원이 건네준 키스 자렛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고,
"골드베르크 변주곡 시디가 집에 하나 있어. 글렌 굴드라는 피아니스트가 키스 자렛보다 더 정확하게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는 것 같아."
이렇게 말할 줄 아는 그의 두뇌는 비정상이 아니라, 특이하게 발달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의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지 않은 존재를 이상하다고 판단한다.
세상에... 정말 이상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데... 

마르셀로가 처음 출근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이 법률회사 안에 '진지한 대화'가 조금이라도 있기는 한가?
그들은 다른 사람이 한 말에 대해 수많은 감정을 담아 다시 말한다.

자. 하루 종일 일터란 곳에서 진지하지 않은 겉도는 이야기만 하고서, 문제의식도 못느끼는 '당신들'의 세상이 정상인가,
그곳이 이상하다는 것을 척 보고 알아채는 마르셀로가 정상인가. 

마르셀로 : 올바른 건반은 옳은 소리를 내고, 틀린 건반은 틀린 소리를 내요.
헤셀 랍비 : 우리의 노력은 주님의 뜻이라는 음악과 대조를 이룰 뿐이다.
마르셀로 : 음악이 들리지 않으면요?
헤셀 랍비 : 그게 믿음이겠지. 들리지 않을 때도 음악을 따라가는 것.
 

이런 것이 진지한 대화다.
그렇다. 과연 나는 오늘 얼마나 진지한 대화를 많이 나누었을까.
그리고, 앞으로 나는 얼마나 진지한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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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30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면과 가식을 거둘 수 있다면...
느끼는 대로 얘기하면서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고,
들리는 대로 저의가 뭘까~ 의심품지 않아도 된다면..

진지한 대화는 얼마든지!

글샘 2010-06-30 20:2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농담을 섞어가면서도 진지한 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그러러면 인간적인 신뢰가 바탕에 깔려있어야 하는데,
인간 사회는 체면과 가식, 특히 한국적 지위 의식은 눈치 문화를 만들어 내곤 합니다.

근데, 마기님의 실시간 댓글은 정말 신기해요. ^^
 
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 시공 청소년 문학 11
마르야레나 렘브케 지음, 김영진 옮김 / 시공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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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 

열 다섯 딸과 아버지는 핀란드 북쪽에 있다는 함메르페스트로 여행을 떠난다.
여느 여행기와는 다르게, 이 이야기의 여행은 짜릿한 사건도 아찔한 결말도 없이 진행된다.
인생이 모두 그렇듯이, 그저 흘러가듯 여행을 하고 생각을 한다.
간혹 자동차가 속을 썩이는 일도 생기지만, 뭐 그렇다고 인생이 종치는 건 아니다. 

내가 이 책을 읽을 때는, 함메르페스트에 가면 얼마나 신기한 일이 벌어지길래??? 하면서 종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읽었는데,
다 읽고 난 지금 책 제목을 보니, 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 이다.
가는 도중, 목적지를 향하여 한 걸음씩 가는 도중에 느낄 수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아버지와 딸이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고 하는 거였는데,
내 시선은 언제나 의도적이고 가식적인 형식을 찾는 거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한다. 

열다섯 살 짜리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애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걸요! 

이렇게 평가절하하는 딸과, 

열다섯 살은 그냥 열다섯 살인거야. 
하나도 흠잡을 거 없는 나이지.
적어도 나는 그렇다. 
아니, 내 생각에 열다섯은 정말 멋진 나이야. 

이렇게 멋지게 봐줄 수 있는 아버지의 여행. 

핀란드라는 나라가 현재 보여주는 교육력 1위라는 지표에 다들 군침을 삼키지만,
대한민국과 비슷한 처지의 가난한 나라로 출발하여,
세계 노동 시간 1위, 세계 학습 시간 1위를 차지하는 현재가 비교되어 슬픈 나라. 

누구나 악기를 연주할 줄 알던 시기가 있었다.
한국도 전통적 농악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엔 사물놀이나 농악도 전문인이 하는 게 되어버렸다. 

"전 음악적 재능이 없어요.'"
"하, 요 꼬마 아가씨, 말하는 것 좀 보라지! 음악적 재능이 없다.
너 김나지움에 다니는구나, 그렇지?" 

아, 학교가 애들 조진다고 생각하는 건, 교육력 1위인 핀란드도 마찬가지구나. 휴=3=3 ㅋㅋ 

"함메르페스트는 아주 아름다운 곳인가 봐요."
"꿈처럼 아름답겠지! 하지만 꿈은 너무 가까이 가서 보면 안 돼."
 

아, 적당한 데서 잘 돌아선 자리.
어린 시절 누구나 어렵더라는 이야기.
그리고 가고 싶던 함메르페스트와
꿈처럼 아름다운 그곳에 갈 필요가 없이, 지금 이만치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그런 것. 

그런 것들을 아버지와 딸은 여행을 통해 배우고 느낀다.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서로 부딪치면서 닳아야 하는 모양이다.
깍듯하게 인사하는 사이로서는, 닳을 것이 없으니깐.
그렇지만 공유하는 부분도 없을 테니깐.
인생은 그런 것이란 걸 아빠와 딸이, 아니면 엄마와 아들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풀어 보라는 충고를 남기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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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6-2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처럼 나의 아들,딸과도 정감가는 이야기 나누면서 멋진 기차여행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네요.
공부에 시달리고, 일에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삼아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면 가는 여행.
많이 할 수록 좋겠죠?

글샘 2010-06-25 15:37   좋아요 0 | URL
정말 우리나라 아이들 너무 불쌍하지 않나요? ㅠㅜ 학교에 있으면서 아이들 보면 안쓰러워 죽겠습니다.
맨날 괴롭히는 선생이 아닌가 해서...
그렇다고 해결책도 없구요.

비로그인 2010-06-25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서로 부딫치면서 닳아야 하는 거로군요!
그냥 역지사지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 난 입장 바꿔놓고 생각하는 것도 이제야 간신히 터득했구마는...ㅠㅠ

글샘 2010-06-25 18:49   좋아요 0 | URL
아직 아이가 중딩 정도 되시나부죠. ^^
고딩쯤 되면, 어른으로 대접해 줘야죠.
애들 입장 생각해 볼 게 아니라, 한 인간의 삶으로 인정해 줘야되는... 그런 의미인 거 같습니다.

비로그인 2010-06-27 02:31   좋아요 0 | URL
아녜요. 초딩 5,3,1학년이예요.
요즘 애들 빠르잖아요^^

아이들에게만이 아니라...모든 소통의 관계를 그냥 그 정도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고 있었나봐요.
머리랑 가슴에 기름칠이 필요해~~~ㅠㅠ

글샘 2010-06-27 14:53   좋아요 0 | URL
오, 5,3,1로 줄줄이 사탕이군요. ^^
세 초딩의 엄마라... 대단하신 분이시네요. ㅎㅎ
저는 초딩들 선생 하라면, 정말 ㅠㅜ orz입니다.
 
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지 몰라요 - 사계절 1318 문고 10 사계절 1318 교양문고 10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 나무꾼 옮김, 김병하 그림 / 사계절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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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던 시절. 청소년기는 어떤 시절이었을까? 남자 아이들은 힘을 길러 무거운 것을 번쩍 들고 싶어했을 게고, 여자애들은 그런 남자애들에게 은근히 눈빛을 넘나들게 했을지도 모른다. 

유목민 아이들은 또 어땠을까? 말을 좀더 잘 다루려고 노력하고, 남들보다 좀더 재빠르게 달리는 것을, 마을 축제에서 더욱 큰 소리로 노래부르고 현란한 몸동작, 그리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자신을 드러냈을지도 모르겠다. 

현대가 되어 청소년은 어떤가.
학교라는 기관에 얽매인 채, 자신의 미래를 머릿속에서만 굴려봐도, 어디에도 미래상은 그려지지 않는다.
청소년은 방황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세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모두 청소년들의 이야기이고, 그 청소년들은 상황이 그닥 좋지 않다.
그렇지만,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아도 청소년들은 성장하고 있다. 그것이 청소년들의 특권인 것이다. 

친구에서는 교사들을 비판의 대상으로 놓고 있다. 아니, 아버지도 비판의 대상이다.(그 아버지는 교사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일 줄 모르고, 학생들의 편에서 생각할 줄 모른다.
이타미와 나라처럼 교사들에게 저항하는 학생들의 모습과, 얼얼한 뺨을 만지면서도 지금 나는 살아있음을, 이렇게 가슴이 불타고 있음을 기버하는 육체가 있다.
고목이 되어버린 어른들의 세계와는 다른 생생함이다. 

표제작, '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지 몰라요'는 쓸쓸한 이야기다.
사내는 죽어버린 아들때문에 고통받는다.
니시자와 시즈오라는 6학년 아이는 일요일마다 먼 곳에서 일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사내와 만난다.
우연히 니시자와의 선생님이 내놓은 문집을 만나고,  

공책을 펼쳤더니
빨간 글씨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읽어 봤더니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때 울음을 터뜨릴 뻔 했다
더럽히든 더럽히지 않든
이 공책은
선생님 공책이기도 한데 

아, 선생님마저도 빨간 펜으로 감상을 적는 것을 머뭇거린 그 감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 소년이 수많은 삶을 살아보려고 했듯이, 아들도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북받쳐 올랐다... 

자살률 1위 국가에서, 청소년들에게 도대체 무슨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인지, 삶에 대해서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
교사인 나조차도 아무말 할 수 없다.
그저, 너희의 삶을 잘 살펴가며 살아라... 이런 말밖에 던져줄 것이 없는 나. 

'제비역'이란 작품의 주인공은 세 번이나 수술을 받은 여자아이다. 스스로를 죽음의 신에게 사랑받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다키치 아저씨는 근 위축증 환자인데, 그 아저씨와 쟁반 선생님... 병원 생활을 통해서 삶의 의욕을 되찾는 이야기다.
다키치 아저씨의 딸이 쓴 시. 

제비가 머무는 역은
모두 제비역입니다. 

정말... 그래... 머무는 곳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역이야... 치카도, 아저씨도... 그렇게 생각하고 힘내자...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의 글을 읽다보면, 권정생 선생님 생각이 자꾸 난다.
맨날 만나는 사람들의 범위, 그 조금 건너편에 보면, 쓸쓸한 사람들이 많이 지나간다.
그들의 그림자는 쓸쓸해서 여느 사람들의 그것보다 좀 흐릿하고, 경계가 희미하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과 조심 이야기를 나눠보면, 결코 그들도 흐릿한 사람이 아님을 알게 한다. 

아픈 사람, 그 아픈 사람때문에 같이 힘든 사람.
사람이니까, 살아야 하고, 사람이니까, 사랑하며 함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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