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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도망쳤다! ㅣ 미래의 고전 19
백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7월
평점 :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란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가 있었다.
집이 움직인다는 설정 말고는 별로 재미가 없는 만화였던 거 같은데... 뭐, 오즈의 마법사 흉내도 냈고... 좀 시시한...
이 책은 하울의 아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나치게 들뢰즈-가타리 들이 좋아하는 유목민과 정주민 개념이 들락날락 해서 아이들 판타지 소설 치고는 글쎄, 어떻게 아이들이 받아들일지는 모르지만, 내가 읽기엔 좀 지루했다.
집이 움직이고, 말을 하고,
특히나 그 집은 로맨틱한 말을 좋아한다는 둥...
어린 아이들이 읽기엔 좀 어울리지 않는 설정도 있다.
집이 움직이는 것도 뭣한데, 그 집이 점점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잡아먹기도 하는 모양...
학교란 곳은 둥지니까,
건강하고 구김살 없는 새도 있지만, 상처 입고 추위에 떠는 새도 있지.
그런 새는 치료해 주려고 할 때 아주 주의해야 해.
왜냐하면 경계심이 굉장히 강하거든.
그러니까 일단 친해지는 게 먼저란다.
상처 치료는 그 다음이고.
안 그러면 쪼여요. 아주 아플 정도로 세게 쪼인단다.
하지만 그런다고 새에게 뭐라 그럴 수도 없어.
왜냐하면 새는 너무 무서워서 그러는 거니까...
폭풍이 심하게 칠 땐 사방이 어두컴컴하단다.
하지만 비가 그치면 무지개가 뜨는 법이란다.
아이야, 길 위에 뜨는 무지개는 아주 아름답단다.
그리고 나 또한 네가 띄울 무지개를 기대하고 있단다.
이렇게 아이들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돋보이는데, 이런 부분이 많이 않은 것은 아쉬웁다.
작가의 섬세함이 이런 데서 드러날 수 있는데, 너무 스토리 전개에 힘을 쏟아버린 것은 아닐까?
우리가 늘 그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만 같은 <집>조차도 움직이는 시대.
유목의 시대를 맞는 아이들에게, 정주민의 사고방식을 벗어버리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식이지만,
정말 유목의 정신에 맞도록 판타지가 전개되었다면,
잃어버린 친구를 찾아서... 류의 과거 회귀 방식의 내용 전개는 작가의 의도와 뭔가 대치되는 방식이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세상은 정주민으로서 '단일 민족' 운운 하는 시대는 아니게 될 것이다.
과도한 글로벌 세계를 맞아 인간은, 특히 후진국일수록 허덕이는 삶을 적실하게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미래 세계에 대한 준비를 시키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세계의 삶을 맞이하는 자세를 가르치는 일도 필요하다.
한국에 들어온 이주 노동자의 삶을 조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이주 노동자의 삶을 살게 될 장래.
아이들이 어떻게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을 가지고 가르쳐야 할 일이다.
판타지 소설이라곤 해도, 이런 문제의식을 던져주는 것은 필요하다.
집조차도 떠다니는 시대가 온다.
그런데... 조금 더 섬세하게 치밀한 구성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리고, 좀더 환상적인 세상의 묘사에도 신경을 썼다면 더 좋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의 오타는 아니지만, 맨 뒤쪽에 미래의 고전 시리즈 광고가 있는데,
14번. 세아의 길...을 동화 창시자 최제우가 순교.... 에헤라... 동학의 오타가 좀 우습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