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라크슈미입니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9
패트리샤 맥코믹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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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들은 농담삼아,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란 이야기를 하곤 한다.
농담 속에 뼈가 있는 말인데, 꼭 자신에게 큰 행운이 따를 때 행복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될 때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네팔의 시골에 살던 라크슈미라는 평범한 아이는 열세살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팔려서 이런저런 루트를 거쳐 인도의 어느 마을 홍등가로 넘어간다.
온갖 폭력과 감금, 성매매로 이어지는 비인간적인 삶에 대하여...
치를 떨며,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조건에 놓이게 된다.

인간은 '나치의 홀로코스트'나 '세계대전'의 공포를 이야기하긴 쉽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구석에선가 폭행, 납치, 감금, 살해가 일어날 수 있고,
'서부 전선 이상없다'는 보고가 흘러나오는 그 시간에도, 누군가는 피살될 수 있는 것이다.

꼭 치안이 불안하거나 여자아이들을 얕잡아보는 동네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으로 몇백 만원에 팔려오는 동남아시아 여인들 이야기를 한 사람 한 사람 들어보면, 라크슈미보다 더한 조건에서 살고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한국에서도 그 흔한 술집 아가씨들의 이야기들을 엮어 보면, 라크슈미보다 낫다고 할 것도 없는 삶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미국 사람이 미화되고 있는 점은 좀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성매매가 흔하디 흔한 한국 사회에서 문제시되지도 않는 청소년 문제를 생각한다면, 좀더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만한 소재가 담겨있는 소설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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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크레이그 실비 지음, 문세원 옮김 / 양철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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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 읽고선, 제목이 이상하다...고 생각드는 책들이 있다.
이 책도 그래서, 원제를 찾아보니, 그저 재스퍼 존스다. 문제는 개뿔? 

이 책은 청소년들의 세계를 그린 성장 소설이고,
살인 사건을 둘러싼 문제 해결을 향해 가는 추리 소설이고,
사회 문제를 고발하는 사회 소설이다. 

그렇지만, 청소년들이 읽기엔 지나치게 끔찍한 잔혹 소설이고,
추리의 재미를 느끼기엔 또한 사건의 전말이 구역질나는 사회를 담고 있어,
두려움 없이 이 책을 펼친 것을 후회하게 만든다. 

이 소설은 재미있기도 하다.
찰리와 일라이저의 연애 사건이나 친구 제프리와의 이야기는 여느 청소년 소설과 다름없이 상큼하다.
그렇지만, 제프리는 사회에서 차별받는 베트남 출신이고,
일라이저는 주지사의 딸이자, 실종된 여자아이의 동생이어서 사귀기엔 좀 위험하다.
진실의 일말을 공유하고 있는 주인공에겐 말이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재미있지만은 않다. 사회적 진실을 접함에서 오는 두려움이 재미를 뒤덮어 버리기도 한다. 

고정관념, 편견이란 것은 얼마나 두려운 것이냐.
한국 사회에서 전라도, 빨갱이, 최근 들어 이주노동자 들에게 쏟아지는 편견을 보면 그 비논리적 폭력을 실감할 수 있다. 

한국어에서 '다르다'를 써야할 경우에 '틀리다'를 쓰는 예가 많다.
심지어 아이들의 '다른그림 찾기' 게임도 제목이 '틀린그림 찾기'로 되어있다.
다르다...는 미래의 가치인 <다양성>과 <공존, 공생>의 이념을 담을 수 있는 좋은 말인 반면,
틀리다...는 <맞다>의 반대말로서, 옳지 않다는 가치가 담긴 부정적 용어이며, 순혈주의자들의 배타성이 담긴 말이다. 나치즘, 시오니즘, 조센징에 대한 학대와 맥을 같이 한다. 

나는 재스퍼 존스는 문제가 없는 아이라고 읽었다.
결국, 제목이 문제였던 것이다.
재스퍼 존스가 문제가 아니다. 

재스퍼 존스가 살고 있는 사회가 문제였고,
그 사회 구성원인 어른들이 문제였고,
그 사회와 구성원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인류 역사의 온갖 전쟁들이 문제였던 것이다. 

다른, 존재들을 배타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근친상간>으로 규정한 장정일의 의견에 일견 동의하지만, 왜 그가 제목에 시비걸지 않았는지... 조금 궁금하다.
그리고 또 자꾸 생각에 빠지자면, '근친상간'은 '배타적'보다는 '친근성'에 초점을 맞추는 용어기때문에, 나는 '일견' 동의한다는 말을 쓰기도 한 것이다. 

글쎄...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해도 좋을까? 나는 아직도 주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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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9
이규희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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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모래시계에 비유한 것은 참신하고 적절하다. 

모래시계는 금세 떨어지게 마련이다.
하나하나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래들이 서로 끄잡아 내리듯 줄줄 흘러 내리는 것인데,
위안부 할머니들이 연세가 들어 돌아가시는 것도 그처럼 속수무책으로 흘러내리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내 맘이 힘들고 흔들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여러 가지 일이 고달프게 엮인 것도, 사실 행복한 일에 불과하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삶에서 희망을 잃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가.
삶이란 절망 덩어리란 생각이 가득한 일은 얼마나 많은가. 

그렇지만, 삶이 계속되다보면, 그 절망은 단순한 절망만은 아니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절망은 삶 속에서 한 변곡점에 불과할 뿐이라고... 나중에 여길 순간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던져주가에 적합한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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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도망쳤다! 미래의 고전 19
백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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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란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가 있었다.
집이 움직인다는 설정 말고는 별로 재미가 없는 만화였던 거 같은데... 뭐, 오즈의 마법사 흉내도 냈고... 좀 시시한... 

이 책은 하울의 아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나치게 들뢰즈-가타리 들이 좋아하는 유목민과 정주민 개념이 들락날락 해서 아이들 판타지 소설 치고는 글쎄, 어떻게 아이들이 받아들일지는 모르지만, 내가 읽기엔 좀 지루했다. 

집이 움직이고, 말을 하고,  

특히나 그 집은 로맨틱한 말을 좋아한다는 둥...
어린 아이들이 읽기엔 좀 어울리지 않는 설정도 있다.
집이 움직이는 것도 뭣한데, 그 집이 점점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잡아먹기도 하는 모양... 

학교란 곳은 둥지니까,
건강하고 구김살 없는 새도 있지만, 상처 입고 추위에 떠는 새도 있지.
그런 새는 치료해 주려고 할 때 아주 주의해야 해.
왜냐하면 경계심이 굉장히 강하거든.
그러니까 일단 친해지는 게 먼저란다.
상처 치료는 그 다음이고.
안 그러면 쪼여요. 아주 아플 정도로 세게 쪼인단다.
하지만 그런다고 새에게 뭐라 그럴 수도 없어.
왜냐하면 새는 너무 무서워서 그러는 거니까...  

폭풍이 심하게 칠 땐 사방이 어두컴컴하단다.
하지만 비가 그치면 무지개가 뜨는 법이란다.
아이야,  길 위에 뜨는 무지개는 아주 아름답단다.
그리고 나 또한 네가 띄울 무지개를 기대하고 있단다.

이렇게 아이들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돋보이는데, 이런 부분이 많이 않은 것은 아쉬웁다.
작가의 섬세함이 이런 데서 드러날 수 있는데, 너무 스토리 전개에 힘을 쏟아버린 것은 아닐까? 

우리가 늘 그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만 같은 <집>조차도 움직이는 시대.
유목의 시대를 맞는 아이들에게, 정주민의 사고방식을 벗어버리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식이지만,
정말 유목의 정신에 맞도록 판타지가 전개되었다면,
잃어버린 친구를 찾아서... 류의 과거 회귀 방식의 내용 전개는 작가의 의도와 뭔가 대치되는 방식이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세상은 정주민으로서 '단일 민족' 운운 하는 시대는 아니게 될 것이다.
과도한 글로벌 세계를 맞아 인간은, 특히 후진국일수록 허덕이는 삶을 적실하게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미래 세계에 대한 준비를 시키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세계의 삶을 맞이하는 자세를 가르치는 일도 필요하다. 

한국에 들어온 이주 노동자의 삶을 조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이주 노동자의 삶을 살게 될 장래.
아이들이 어떻게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을 가지고 가르쳐야 할 일이다. 

판타지 소설이라곤 해도, 이런 문제의식을 던져주는 것은 필요하다.
집조차도 떠다니는 시대가 온다.
그런데... 조금 더 섬세하게 치밀한 구성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리고, 좀더 환상적인 세상의 묘사에도 신경을 썼다면 더 좋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의 오타는 아니지만, 맨 뒤쪽에 미래의 고전 시리즈 광고가 있는데,
14번. 세아의 길...을 동화 창시자 최제우가 순교.... 에헤라... 동학의 오타가 좀 우습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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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7-20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이 도망쳤다!> 제목이 재밌어요.^^

글샘 2010-07-20 10:53   좋아요 0 | URL
아이들 판타지 소설이에요. ^^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집이 막 움직이고, 커지고 줄어들고 한답니다.^^
 
내가 훔치고 싶은 것 미래의 고전 20
이종선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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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징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남자 아이나 여자 아이나 모두 참 예쁘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여자 아이들은 신체 발육이 빠른 아이들부터 성인처럼 보이기 시작하는데,
요즘 사회를 뒤집는 소식들(아무래도 천안함과 4대강 뉴스를 덮으려 나대는 폼이 강해 보이지만)도
초딩들의 성장 발육이 빠른 것에 대하여 대응하지 못하는 사회를 반영하기도 한다. 

청소년 여학생들은 참 미묘하다.
원래 여자 아이들을 모아 놓으면 서로 눈치게임을 벌이기 시작하고,
조금만 나보다 나아 보이면 시기심이 부글거리고,
세 사람 이상이 다리가 놓이면 바로 질투의 화신이 되어버리는 일은 흔하다.
청소년기 남학생들은 오로지 정자의 콘트롤만이 고민인 것과는 아주 다른 일이 벌어지는 건데,
유전자의 명령에 따른 코드 맞추기로 생각하면,
더 좋은 정자를 받아들이기 위한 경쟁의 시작으로 볼 수도 있겠다. 

이 책에선 6학년 여학생들의 갈등을 소재로 했는데,
엄마의 과도한 보호가 아이의 앞길을 오히려 가로막는 결과를 낳는 반장 민서,
힘들어서 도벽도 생긴 여진과 친구 여경의 이야기.
운동부에 들아가서 노력하는 멋쟁이 선주의 이야기. 

여학생들이 둘만 모여도 시기심이 인다 하였는데, 네 명이 꼬인 이야기는 당연히 복잡하기 그지없이 흘러간다. 

결말이 좋게 끝나지만,
사춘기 청소년 여학생들이라면 제법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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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17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유전자의 명령이 좀 늦게 왔었나봐요~~
다 커서 말썽부렸으니...ㅋㅋ

글샘 2010-07-17 15:46   좋아요 0 | URL
유전자는 늘 명령하고 있어요. 지금도...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