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왕자 - 책 읽는 가족 2 책읽는 가족 2
강숙인 지음, 한병호 그림 / 푸른책들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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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주를 사랑한다. 제일 좋아하는 놀이는 경주에서 자전거를 타는 놀이다. 그러다 보면 '유아독존'이 된 느낌이다. 경주의 평야를 즐기고, 경주의 옛 황룡사터와 논 한 가운데 멋적게 선 탑을 보면서 타는 자전거의 맛이란, 여느 자전거 여행에 비길 수 없다.

신라라는 나라는 '역사'로서 보다는 '전설'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나라다. 그것은 그만치 신라의 역사는 잊혀진 것이란 이야기겠다. 패배한 나라의 역사는 그만큼 추악하게 덧칠되는 것이다. 박혁거세가 알에서 나왔다느니, 이차돈이 순교하면서 우윳빛 피가 하늘로 솟구쳤다느니, 우리가 아는 신라의 단편들은 '설화 속 세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오히려 견훤이 쳐들어 왔을 때 신라 임금은 포석정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는 추악한 모멸의 역사는 누가 유포 시켰든 간에 신라는 고개숙인 나라로 만들 뿐이다.

강숙인 선생님은 이 묻혀있는 신라 이야기를, 거기서도 산정무한(정비석)에 나오는 마의 태자 이야기를 어린이 역사 소설로 잘 써 주셨다. 주류가 아닌 세계도 주류와 마찬가지로 중요함을 역설하는 소설이라 하겠다.

어린이들의 전기집에는 원효, 김유신 정도의 신라 사람을 꼽는다. 그러나 신라의 본질 - 외세와 야합하여 동족을 죽이고 패권을 잡은, 그래서 결국 당나라에 고구려 땅을 다 빼앗기는 신라-를 그 아픈 역사를 기억해 주는 역사책은 없다. 고작 일연 스님의 삼국 유사의 설화들 속에서 깨어진 수막새 모냥으로 신라의 조각은 흐릿하게 남아 있다.

호젓한 임해전지와 안압지, 월궁터의 첨성대와 석빙고 주변의 쓸쓸함이 보문단지의 화려함에 주도권을 뺏긴지 오래된 고도, 경주를 역사 소설 속에서 오롯이 살려준 고마운 이야기 책이다. 삼국유사 속의 이야기와 향가들이 잘 녹아들어 있어 아이들(고학년)에게 꼭 권할 만한 책이다. 어른들도 삼국유사를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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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방정환 선생님 이야기
이재복 지음 / 지식산업사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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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방정환 선생님의 전기를 이렇게 책으로 낼 게 있나? 또 그 어렵던 시기에 어떻게 뚱보가 된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며 읽었다. 아이가 독후감을 써야 되니가, 당연히 내가 읽고 같이 토론해야 되니까. 읽고 나서는 정말 잘 읽었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전기문들은 그저 상상 속에서 지어낸 이야기들이 대부분인데, 이 전기에는 방정환의 삶과 문학을 여과없이 드러내 준다는 특징이 있고, 그래서 더 감동적일 수 있겠다.

그의 어린이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소파라는 이름도 일본 사람에게서 빌려 온 것이란 것은 처음 알았고... 색동회 등은 익히 알고 있었다. 우리가 중학교 시절, '어린이 예찬'이란 글이 있었다. 어린이는 정말 순수하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영혼이라는 이야기였다.

고난의 일제시대에 어린이 문제에 천착하여 직접 동화를 만들고,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어린 시절부터 민중의 계몽이 필요함을 역설한 것으로 그의 어린이 사랑이 단순한 이해의 차원을 넘어서 항일 투쟁의 일환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그의 동화에는 생경한 것들이 많아서 저자도 조금씩 비판을 가해 놓았다. 일제시대의 많은 문필가들이 외국의 투사들을 인용했듯이, 방선생님도 빌헬름 텔 같은 이야기들 소개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읽히기 유익한 책이다. 초등학고 고학년 용. 글을 읽고 나니 그가 뚱뚱한 이유를 알겠다. 아마도 그는 당뇨가 있었을 것이다. 혈압도 높았고, 눈도 나빠졌다는 걸 보면, 당뇨가 심했던 것 같다. 안타까운 젊은 나이에 갔지만, 뭔가를 남긴 사람. 우린 뭘 남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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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J.K.피터슨 지음, 박병철 옮김, Deborah Kogan Ray 그림 / 히말라야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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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곰곰히 읽었습니다. 뭐 그닥 읽을 것도 없는 쉬운 책이었습니다. 빨리 본다면 한 십분 걸릴까? 이 속에는 장애를 가진 동생을 바라보는 언니의 따스한 시선이 함께합니다. 뭐 이런 것을 책으로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얄팍한 책이지만, 책을 읽고 나니 얄팍해 보이지 않습니다. 값은 좀 비싼 편이지만, 남들을 생각할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책 좀 많이 읽혀야 되겠습니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 같은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되어야 읽을 수 있지만, 장애인을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우리와 세상을 접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지, 우리가 쉽게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보기만 하고 느끼는 동생의 이야기에서 '틀린 것'과 '다른 것'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것을 싫어 합니다. 그것은 틀린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서로 다른 것일 뿐인데요. '틀린 그림 찾기'는 '다른 그림 찾기'의 틀린 표현입니다. 오랜만에 따뜻한 책을 한 권 읽고 왔습니다. 마음도 함께 따뜻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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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이슬람 바로 알기
이희수 지음 / 청솔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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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9월 11일. 미국의 자본주의 상징인 쌍둥이 빌딩에 거대한 여객기가 테러를 일으킨다.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죽을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건물이 한 시간이나 버텨준 덕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었다. 미국이라는 괴물의 좌절과 힘이 동시에 보이는 사건이었다. 그러면서 이희수 교수가 방송에 많이 떴다. 그 전까지는 이슬람 문명이나 아랍 문화에 대한 학문적 편견 역시 서양 문화에 대한 오만의 귀퉁이에서 찬밥신세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슬람 문명. 그것은 우리가 모르고 있는 무슬림들의 세계에서 빚어진 오해였던 것이다. 우리는 잘 못 이해하고 있으면서, 오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북한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우리에게 거리가 멀었던 실크로드와 이슬람 세계가 우리 눈 앞에 열리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가 많이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미국의 패권주의(팍스 아메리카나 - 이 말은 미국에 의한 평화라는 말로 보수주의자 복거일 같은 시대착오자들이 좋아하는 말이다.)의 말로가 보이고, 역시 세계는 진보하고 있음을 느낄 수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가슴 한 켠 답답한 것을 감출 수 없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북녘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북한의 모습들이,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이 책에서처럼 속시원히 알게 될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 요즘 아이들은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만화로 그 어려운 고전들이 나오니 좋고, 이렇게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저작들이 나오니 얼마나 좋은가. 표지의 히잡을 걸친 이슬람 여학생의 매력적인 모습과, 그들만의 합리적인 사고들을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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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학교 1부 세트 - 전5권 - 1부 세트 고양이 학교 1부
김진경 지음, 김재홍 그림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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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환상 소설(판타지?)이 유행이다. 우선 해리포터가 그 선발이고, 그 외에도 제왕의 반지 류의 소설들이 옛날의 무협지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듯 하다. 아이들 만화에도 환상 계열의 만화도 많다. 그러나, 무협지가 읽을 때는 즐겁지만 읽고 나서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던 내 독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판타지 소설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언제나 유한자인 인간이 무한성의 세계를 지향하면서 귀신, 마법, 유령 등의 환영을 만들어 내왔지만, 역시 그런 만큼 형상화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우선, 새로운 용어를 알아야 한다. 스타크래프트에 '무슨무슨 -종족'이 있음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하듯이, 새로운 개념의 용어를 개발해 내어야 하고, 독자들에게 그 용어들이 쉽사리 전이되어야 한다. 그래서 판타지 소설을 쓰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 용어들은 여간해서는 자동화되어 전이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해리포터 소설의 장점이 여기에 있다. 이 소설에도 물론 황당하기 짝이 없는 용어들이 많이 나온다. 머글(마법사 아닌 사람), 호그와트 마법학교, 공중을 날면서 벌이는 게임인 퀴디치 등등... 이 소설의 매니어가 아니면 어디에도 없는 용어들이 등장하지만, 우리는 쉽게 9와 3/4 승강장으로 빠져든다. 그것이 해리포터의 형상화가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고양이 학교는 우선 고양이들의 묘사에 실패하고 있다. 버들이와 러브레터, 민준이와 세나가 벌이는 기묘한 복잡구성은 처음에는 좀 먹혀 드는 듯 하더니, 어두운 세계로 들어가면서는 평면적 구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역동감이 없어졌다.

아들 녀석이 다섯 권 중 두 권까지는 잘 읽더니, 3,4권에 가서는 영 진도가 나가지 않다가 사준 지 일년이 넘은 지금도 5권을 읽지 않고 있다고 해서, 잔소리를 한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읽어 보니, 아들 녀석의 정확한 독서에 감탄하게 되었다. 3권부터 정확히 평면적인 구성에 지겨워지고 있었고, 4권은 읽으면서 하도 졸아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나도 5권은 아직 열어보지 않고 있다.

한 마리의 고양이가 등장하더라도, 개성적이고 날카로운 캐릭터를 창조할 수는 없을까. '학교 괴담?'인가 하는 만화영화에 보면 고양이가 한 마리 나오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두 눈중에 한 눈은 노란색인 그 고양이는 악마의 혼이 들어간 고양이다. 그런데, 우리의 버들이와 메산이와 러브레터는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의 흐릿한 독서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역시 판타지 소설의 형상화에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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