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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바퀴! - 제1회 바람단편집 ㅣ 높새바람 11
최정금 외 지음, 양경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요즘은 아이들 동화에도 우정, 감동을 벗어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가족이 해체되는 아픔이나, 청소년기의 방황을 그리는 이야기들이거나, 장애인과 소외된 사람들을 다루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외연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것을 뜻하며, 어린 아이들에게 이런 세상을 보여주는 것은 네거티브 사회에서 포지티브 사회로 넘어갈 수 있는 희망을 심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은 얼마나 폐쇄적이고 부정적인 사회였던가.
옛날 이야기에는 유쾌한 사또 이야기 보다는 탐관 오리들의 강짜가 많이 등장하고,
부모와 계모에게서 일방적으로 강요당하는 '효'의 이데올로기들이 가득하고,
임금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우물 속 개구리 이야기들로 가득한 것이었다.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행패를 부리고, 장애인들을 병신이라고 놀리며, 직업엔 분명한 귀천을 아직도 달고 사는 사람들이 한국인들이다.
이런 책들이 아이들 마음 속에 녹아 들다 보면, 장차 외국인들과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고, 장애를 가진 것은 좀 불편하고 우리와 다를 뿐임을 이해하고 봉사활동에 적극적이며, 직업보다는 인간을 우선 하는 사회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단편집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작품은 달려라 바퀴, 믿지 않겠지만, 우리 이모, 작은 집 이야기, 할아버지의 주문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해충이란 놈들에게 해로운 것은 인간에게도 해로운 것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바퀴를 통해 보여주고,
믿지 않겠지만 아이들은 죽음에 대해서 어른보다 깊은 통찰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봉사 활동이 허식이 아니라 생활이 되어 인간으로서 나환자를 바라볼 수 있음을 깨닫게 하며,
작은 집에 살면서도 결코 비굴하지 않은 으네의 모습을 통해 당당한 인간의 삶을 보여 주며,
지장보살을 세 번 외는 할아버지의 주문을 통하여 인간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아, 또 하나, 명랑한 블루에서 담배피우는 엄마의 마음을 힘겹게 드러낸 것도 큰 용기를 낸 동화로 보인다.
개죽음이나 고물성을 지켜라는 주제가 너무 드러나는 이야기이고,
기도하는 시간은 지나친 희화화로 동화의 재미를 덜하게 하는 듯 보인다.
바람이 머무는 자리는 다소 형상화가 덜 되어 막연한 느낌이기도 하고,
분홍빛 가출은 성 정체성에 대한 시도는 신선했으나 깔끔한 느낌이 덜하다.
빨간 지갑은 평범하단 생각이 들었고,
해적을 물리친 돌장군은 옛날 이야기 형식의 자유로움을 빌렸지만 이야기 자체는 별로 자유분방하지 못한 듯 하다.
아이들을 위하여 아름다운 이야기,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쓰는 사람들이 동화 작가라는 통념을 갖기 쉬운데, 이 책은 그런 통념을 깨기에 충분한 책이다. 세상에는 이쁘고 사랑스런 이야기들만 있는 곳은 아니라는 것. 그 간단하면서도 쉬운 진리를 이 책에선 다양한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 할는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있음을 생각할 때, 이런 동화책은 아이들에게 세상을 넓게 보는 눈을 띄워주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