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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여울 ㅣ 황금알 시인선 127
이수익 지음 / 황금알 / 2016년 6월
평점 :
싸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종말단계 고고도 미사일방어’라고도 한다. 사드는 포물선으로 날아오다 목표물을 향해 낙하하는 단계(종말단계)의 적 탄도미사일을 고도
40~150km에서 요격하는 미사일 체계다. (daum 백과사전)
1년 뒤면 대통령 선거인데,
이렇게도 가만가만
발자국 소리도 내지않고 저런 말도 안 되는 무기를 사들여도 되는 것일까?
그리고, '종말단계'의 요격체계인데,
왜 저걸 한국에 배치한다는 이야기일까?
그냥 팔아치운다고 떠민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민중은 개, 돼지...라고 표현한 무슨 교육부 관료가 잘한 건 하나 없지만,
과연 그 사람을 혼내는 일이 '싸드' 배치보다 중요한 것일까?
싸드는 박유천 화장실 사건만도 못한 일일까?
그런데 왜 대구 의원님들은
대통령이 추진하신 그 소중한 싸드를 거절하는 것일까, 싸가지 없게...
가만히 있어라...
소리가 늘 들려왔다.
환청처럼.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만히 있었고,
중고등학교 때도 몽둥이 아래서 가만히...
군대에서도 가만히...
침묵의 굴종이 '정서'가 되었다. 비겁하게도...
캄캄한 눈이 진흙바닥에 파묻혀 생사 분간조차 하지 못하는
이 참혹한 시절
어디쯤 봄은 서성대며
잔뜩 풀이 죽어 나서기를 거부하는가
그렇지만 오라, 봄이여 전면에 나서서 크게 한 번
피투성이 싸움에서 이기는 자만이 초록의 잎을 피울 것이니,
그대는 못숨 걸고 불온한 지배세력을 향하여 뜨겁게 울부짖음으로써
저항하라 끝까지
투쟁하라 최후를 사수하라
싸움은 지는 법도 예견하나니, 설령 봄이여 가혹하게
처참하게 패배할지라도 다시 한 번 늠름하게 설욕의
고통을 견뎌내자는 것이므로
담담히 이를 받아들이도록 하자(입춘 부근, 부분)
이 시는 어떤 사건 이후에 쓴 시일까.
봄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이런 시들은 유신 시대
암흑 속에서도 쓰여졌으나,
아직도 유효한 것을 보면,
세상이 참 슬프다.
여울이 흐르기나 하는 걸까...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건
나의 열망
나의 자존
그런 긍지
시간의 밥풀되어 헛되게 풀어지고 흩어지는 것을
멍청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때의 목마름,
그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때때로 미친 듯이
세월의 문턱에다 대고 불 지르고 싶다.
위험한 방화범이 되고 싶다. 반역의 칼날이
되고 싶다. 불화의 언덕 위에
나를 세워다오.(둘레, 부분)
세월과 불화하고 싶은 마음...
자존과 긍지가 흩어진 자의 비탄...
이런 것이 두드러진 시집은 아닌데,
굳이 내 시선은 그런 것들을 찾아 읽는다.
어쩌면 옛날 같은, 이 세상 끝 이야기
사람이 하나 없어도 좋을, 짐승이 하나 없어도 좋을, 이런 날들 속에
돌멩이처럼 굳건하게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돌멩이처럼, 부분)
나 하나만 스러지는 문제가 아니라,
멸망 이후를 상상하기도 한다.
위화의 '제7일'을 읽으면서,
인간이란 존재가 가진 부조리를 마음으로 줍는다.
어쩔 수 없음 앞에서,
존재는 떨다가, 상상하는 힘마저 놓치지는 않아야겠다고 마음 먹는 것이다.
책들이 사라졌다
사물과 사물 간의 거리가 아득히 멀어졌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고독을 씹는 자의 한숨 소리 거칠다
눈에 보이는 것들 시계를 가린채
하염없이 둥둥, 떠내려간다
내가 버린 책들 하얗게 거리를 헤매며 떠돌아 다니는
불우한 지금, 알 수 없는 벽들 사이에서
소름 끼치게 그리워지는
그들 이름은
누구?(사라지는 책들, 전문)
책은
사물과 사물 간을 연결하는
사람과 사람 간을 연결하는 그리움이라는 실로 짠 거미줄 같은 것이었나보다.
이제
알 수 없는 별들 사이에서
그리움으로 떠올리는 그들...
책을 읽지 않고
이미지를 소화하는 시대,
볼 것도 없는 페이스 북을 넘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세월,
세월은 넘어지고 빠지고 구조되지 못했으나,
비명도 없이 잠긴 세월 위에
더께가 앉듯 비열하게 흐르는 세월들...
이수익의 시집에서
서늘한 <결빙의 아버지>를 만나고 싶었던 것인데,
'하얗게 얼음으로 엎드려 있던 아버지'의 혹한을 막아주는 등허리를 더듬고 싶었는데,
시리게 아픈 시대의 비명을 읽게 된다.
아픈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