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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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문학의 역할이다.

삶이 행복하지 못한 순간이 극도로 심각할 때,

문학 속에서 그 문제가 살아 나와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할 때는

유머를 통해 돌려 말할 수도 있지만,

너무도 심각할 때는 '고발' 자체가 문학이 될 수도 있다.

 

유태인은 '홀로코스트'를 고발하는 문학을

미국에서 뒷받침하는 힘을 입고,

이스라엘이라는 폭력국가의 배경으로 상업화해왔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부끄럽게도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덮어 버리려 한다.

일본이 십억엔정도의 돈을 한국으로 부쳤고

친일파 정부는 '재단'을 만들어 그 돈을 받았다.

 

http://blog.naver.com/pinkwalking/220805752785

<손석희 앵커브리핑, 양보해다오, 사람이 울 차례다>

 

기레기들은 뉴스에서 보도하지도 않는 위안부 문제.

아마도 내년도 국정 교과서에서 '위안부는 창녀'라고 나와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밀어붙이는 걸 보면...

 

다시 살라고 하면 못 살 것 같은 그 시절이,

그런데 여자에게는 사는 것처럼 살았던 시절이었단다.

 

이웃집 여자가 자정 넘도록 재봉틀을 돌리고

새벽 다섯 시면 일어나 도시락을 여섯 개나 싸야 했다던 시절을 회고하며 하는 소리를 들은 그녀.

'또 한 명'의 할머니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본다.

다시 살라고 하면 못 살 것 같은 그 시절의 비교...

 

만주 위안소에서 소녀들은 닭이나 염소같은 가축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소설을 틈틈이 e-book으로 읽었다.

줄거리도 없고, 감동도 없는,

하염없는 아픔만이 그득한 책이어서 그만 보고도 싶었지만,

보아야만 할 것 같았다.

그들이 덮으려고 하는 문제를 덮어서는 안 되겠기에.

 

곧 철거반원을 데리고 들이닥칠지 모르는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의 눈물을 생각하면서...

 

어릴 때 그녀는

인간에게 두려운 게 어둠이나 가뭄, 홍수같은 천재지변인 줄 알았다.

열세 살 이후로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게 인간임을 알게 되었다.

 

열세 살..

그 어린 것들을 이십만이나 데려갔단다.

그리고 이만명이 돌아왔다 한다.

 

그러나 이만명이 돌아왔다 해도 그들은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고,

국가가 자신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제 다들 돌아가시고,

언젠가는 마지막 한 명이 남게 되리라.

 

나도 피해자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피해자가 도리어 부끄러워 숨어야 하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日本軍 慰安婦 問題 解決을 爲한 定期 水曜示威)

 

1991년 광복절 전야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이후,

1992년 1월 일본 총리가 방한하는 것을 계기로 만들어진 수요시위는

26년째 이어지고 있으나,

문제 해결은 커녕, 문제의 골만 더 깊어가고 있다.

 

이 책을 널리 읽혀야 한다.

이 책을 널리 가르쳐야 한다.

친일파들이 국가의 기강을 흔들면서 '건국절' 운운하는 데는,

이승만 일파와 박정희 독재의 행태를 미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이전의 친일 행각을 감추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김숨 작가에게 감사를...

 

http://tvpot.daum.net/mypot/View.do?clipid=74000499&playlistid=5166214

 

<고 김학순 할머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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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 2015 제1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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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작가들의 단편이 참 좋은 것들로 가득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요즘.

2015년의 황순원 문학상에는 당연히 2014년의 지옥도에서 시작한다.

 

소녀가 물 밖으로 걸어 나온다. 젖은 옷에서, 팔뚝과 종아리에서 쉬지 않고 물이 흘러내리는데, 머리 위에 쌓인 눈만은 아직도 녹지 않았다. 무대 앞 객석을 향해 한 발씩 다가오며 그녀가 말한다.

 

나는 잠을 잘 수 없어요. 당신은 잠들 수 있어요?

잠깐 잠들어도 꿈을 꿔요. 당신은 꿈을 꾸지 않아요?

 

언제나 같은 꿈이에요.

 

잃어버린 사람들.

 

영영 잃어버린 사람들 (한강,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44~45)

 

김애란의 '입동'에서는 아이를 잃어버린 젊은 부부의 도배하는 시간,

터져나오는 눈물에 대하여 썼고,

 

황정은의 '웃는 남자'에서는 잃어버린 여자대신 움켜쥐고 있었던 가방에 대해서 쓴다.

그의 아버지는 죽어가는 친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기억을 반추한다.

 

그해, 참혹했던 기억들이 문학으로 남았다.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의 이기호가 보여주는 온기와 딴판으로 돌아가는 인생사를,

손보미의 임시교사의 나이듦과 세상의 냉랭함이,

권여선의 '이모'가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손바닥을 지지기나 하던 뜨거운 화인이,

다들 가슴 속에 남았으리라.

 

영영 잃어버린 사람들,

그들도 잃기 전에는 모두 따스한 관계의 한 축이었을 것이다.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

잃기 전에,

따스함이 날카로운 이론보다 앞서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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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나무 숲
권여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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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기획, 참 좋다.

소설가는 글에 향기를 불어넣을 줄 아니까요.

직업으로써의 일과 외부자로서 보는 일은 상당히 다르지만,

또 팔도 기획, 을 읽으면서,

내가 하는 이 팍팍한 나날의 일들도, 외부자로서 꿈꾸는 이의 '꿈'의 관점에서 보면,

'향기를 불어넣을 줄 아는 사람'의 일일 수 있겠단 생각을 한다.

 

은반지, 가장 좋았다.

사람이 살아있었다.

두 할머니가 거기 오롯이 살아서 버스를 타고, 수다를 떨고,

악머구리처럼 치를 떨고 있었다.

다정히 나누어 낀 커플링이었는데,

차갑고 매정한 상징이 되어버린 것처럼,

삶은 그런 변화를 겪는 것이다.

 

비자나무 숲, 제주도의 비자림에서 영감을 얻은 듯 싶은데, 그저 그랬다.

 

길모퉁이,

그 모퉁이에 딸린 글자들과,

글자들의 쓰인 생김새와,

글자들의 소리와 의미까지,

각도까지가 길모퉁이에서 삶을 재단하고 평가한다.

참 재미있게 읽었다.

 

소녀의 기도, 무섭다.

사람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 무서웠고,

꽃잎 속 응달, 병신같았다.

가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인 교수들의 속사정이 추악하게 비추인다.

 

진짜진짜 좋아해, 혜은이 노래 가사에서 따온 건데,

누가 너를 내게 보내주었지?로 마무리된다.

젊은 날의 아득한 증기같은 추억을 되돌아보는 소품.

 

최근작, '안녕, 주정뱅이'의 작품들이 아주 깊은 우물같은 속사정을 전해주는 책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그렇게 깊지는 않고,

이런저런 측면들이 비추이는 느낌이었다.

 

다만, '은반지'는 '이모'나 '봄밤'만큼의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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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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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The elegy of whiteness...라고 되어있고, 흰, 이라 붙어있지만,

그리고 '한강 소설'이라지만, 이건 소설보단 수필이다.

흰, 것들에 바치는 글이지만, 종이가 그래선지 달떡같은 쌀가루 빛의 흰빛이지만,

11,500원은 너무 비싸다.

 

인물이나 배경,

그 배경에서 그 인물이 움직이며 엮어내는 주제의식이라기보다는,

한국이란 배경이 사라진 공간에서

한국어가 빚어내는 추억의 이미지,

그러니 수필에 가깝다.

 

어둑한 방에 누워 추위를 느끼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니가.

죽지마, 죽지마라 제발.(36)

 

엉망으로 넘어졌다가 얼어서 곱은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던 사람이,

여태 인생을 낭비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씨팔 그 끔찍하게 고독한 집구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게 뭔가, 대체 이게 뭔가 생각할 때

더럽게도 하얗게 내리는 눈.(55)

 

그의 글을 읽노라면,

글만 아니라 삶도 다소 관념적이 된다.

하긴, 관념 속에서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차가운 바닥을 짚고서야

생각이란 게 드는 순간도 있는 게다.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드는 단어들이

아무리 희게 빛나도 그늘이 서늘한...이었다.

소금의 챕터에 있었다.

작가가 추구하는 '화이트니스'는 순수나 순정, 밝은 흰 빛보다는,

조금 젖어있는, 그러나 물 속에서 결정으로 빛나는

그런 소감같이 짠 맛나는 서늘한 흰빛의 그늘... 그런 것이란 느낌이 좋았다.

 

옛애인을,

완전히 늙어서,

그때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젊음도 육체도 없이,

열망할 시간이 더 남지 않았을 때,

만남 다음으로는 단 하나,

몸을 잃음으로써 완전해질 결별만 남아있을 때.(91)

 

이런 소설이 있다.

'이탈리아 구두'란 소설이다.

죽음을 앞두고 찾아온 그녀 이야기다.

1장만으로 멋진 소설인데,

2장 가면서 ㅋㅋ가 된다.

아무래도 한강은 초식녀다.

글은 그렇다.

 

이따금 각설탕이 쌓여있는 접시를 보면,

귀한 무엇인가를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어떤 기억들은 시간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는다.(83)

 

아니, 시간으로 인해 기억이 더 강화되는 것들도 많다.

각설탕,처럼,

가진자들의 '각'과 마주친 어린 시절의 경험은,

오래오래 뇌리에 새겨질 것이므로...

 

무슨 상을 받았다고,

그 작가의 책들이 팔리는 건, 좀 싸구려 세상같다.

여튼, 기분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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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린디합을
손보미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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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미의 `임시 교사`에 필이 꽂혀 - 잘 쓰는 작가라 생각하여 읽은 책이지만, `담요`는 조금 재밌고, `여자들의 세상`도 좀 흥미로웠으나... 그저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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