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다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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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대체 왜?

해경은 기울어진 배에 가서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까?

아니, 왜, 선장은 '가만 있어라'고 했을까?

왜 전원구조의 오보가 났으며 555명의 잠수사가 열나 구한다고 뻥쳤을까?

기레기들은 왜 씨부렁거리며 거짓 기사를 옮겼을까?

왜 선장을 경찰서 아닌 해경 아파트에서 조사했을까?

왜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고, 무마하려 난리들일까?

왜 대통령은 30초가 넘도록 눈을 부릅뜨고 열연의 눈물을 흘렸을까?

 

20140416이 지난지 2년하고도 4개월인데,

세월이 흘러도 세월의 진실은 삭아가기만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주민 변호사는 국회의원이 되었고,

그의 당선을 위해 기사역을 자처하던 김관홍 잠수사는

어느날 비닐하우스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국과수에서 부검한다 하나, 이미 '국립'은 '거짓'과 동격이다.

국과수에서 이미 '유병언' 시신 확인 같은 전력이 남아서다.

 

남들은 눈물짓고

분노하고

하염없이 아파하고

좌절할 때,

땅끝에서

아니 심해 밑바닥 캄캄한 곳에서

작가는 진실을 '모시고 나온다.'

 

세월호는 침몰하고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반드시 그 비밀들을 밝혀야 하고,

배울점은 배워야 한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표지를 벗기고 읽다가,

다 읽고 나서 표지 안쪽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표지 안쪽에

작가 소개는 그저 '소설가'이며,

'동거차도에서' 찍은 옆모습만이 남아있다.

 

맹골수도, 동거차도, 진도의 팽목항...

그 한 많은 한 시대가 이 책에 오롯이 살아남아

펄펄 불타오르고 있다.

아무리 깊은 심해라도,

불타오르는 분노는 원한을 갚기위해 다시 불타오를 것이다.

 

책읽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할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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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1 14: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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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 박범신 장편소설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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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세상에서 가장 무책임한 아버지가 있다.

아니, '비책임'을 주장하는 아버지가 있다.

달과 6펜스에 나오는 가장과도 같다.

 

왜 아버지는 자기 삶이 없는가.

 

그것에 대하여 파헤치는 이야기다.

메갈리안이라는 이름도 요즘 횡행한다... 여성의 차별에 대한 남성 혐오를 드러내는 극단주의자들인데,

남녀의 차별보다 앞서 인간 차별이 문제다.

 

치사해, 치사해...

 

꿈을 버리고 치사해져버렸기 때문에 그렇게 산다.

'김영란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면서 그렇게 산다.

 

세상의 모든 소금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맛이 달라.

사람들은 단맛에서 위로와 사랑을 느껴. 가볍지.

그에 비해 신맛은 시비를 거는 것 같고,

짠맛은 옹골찬 균형이 떠올라.

쓴맛은 어둠이라 할 수 있겠지.(133)

 

삶과 연결된 소금의 비유는 어디까지나 비유이다.

소설 속의 아버지는 어디까지나 소설 속의 인물이다.

소설을 읽고 그렇게 집으로 오르던 길을 돌아 나올 아버지는 없다.

그래서 문학이 필요한 것이다.

집으로 가던 골목길을 돌아서 나와 본연의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찾아 보라는 메시지가 담겼으니.

 

아무리 치사해도,

나도 직장을 28년째 유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온통 분식 회계로 사는 판이라서.

실제보다 회계를 부풀리는 뭐, 그런 게 있어.

분식 회계로 계속 운영하면 마지막엔 망하게 되어 있거든.(98)

 

아버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분식 회계로 사는 이유는, 자식을 위해서라는 미명도 있지만,

속물 근성도 그 안에 포함되고,

삶에 대한 불만도 다분히 뒤섞인다.

 

삶은 치사하다.

한자로 부끄러울 치, 일 사, 치사이다.

부끄런 일로 가득한 게 삶이다.

 

빨대~와 연관되면 더 그러하다.

김영란 법의 뉴스에,

오천원짜리 커피 기프티콘을 담임에게 주는 이야기가 나온다. ㅎㅎㅎ

치사한 줄 기레기도 알 것이다.

진경준이를 막자고 만들자는 법이 김영란 법이거늘,

오천원짜리 기프티콘을 뉴스 첫머리 꽂는 그 치사한 아버지도 참 치사하지만 안됐다.

 

역시 박범신은 '은교'가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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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 - 어떤 애도와 싸움의 기록
경향신문 사회부 사건팀 기획.채록 / 나무연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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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 살인이 벌어졌다.
당연히 비판해야할 지점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경찰과 일베 또는 언론은, 비판하지말라, 단순 정신병자의 범조다 등으로 대응한다.
젊은이들이, 여성들이 죽음을 애도하는 자리에 ㅡ구의역ㅡ 엄마부대가 나타나서 세월호를 만들거냐는 대응을 하기도 한다.
단순 여성 혐오자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인간을 가벼이 여기고, 여성을 대상화한데서 벌어진 사건이다.
애도에 머물지말고, 나는 어떻게 살것인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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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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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해 1층 집으로 이사를 간 여자가 있었다.

 

거실에서 줄넘기 연습을 해도 된다고 그녀가 말하자 아이는 물었다.

"지렁이랑 달팽이들이 시끄러워하지 않을까?"(22)

 

법원에서 아이를 빼앗기고 양배추만 먹는 엄마를 본 아이,

 

그러다 엄마 토끼 되겠다.

온 몸이 초록색 되겠어.

그런데 왜 토끼는 초록색이 되지 않는다니?

풀만 먹는데,

그거야, 토끼는 당근도 먹으니까.(155)

 

이런 아이를 잃고, 여자는 언어를 잃는다.

이 소설은 '언어'가 가진 오묘함을 섬세하게 찾아보는 이야기이다.

전체적인 줄거리와 상관없이,

희랍어 선생은 시각을 잃어 가고,

주인공 여자는 언어를 잃는다.

그 두 가지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섬세한 표현의 도구인데,

우리는 그것들에 대해 얼마나 아무 생각없이 쓰고 있는 것인지...

 

셀 수 없는 혀와 펜 들로

수천 년 동안 너덜너덜해진 언어.

그녀 자신의 혀와 펜으로 평생 동안 너덜너덜 하게 만든 언어.

하나의 문장을 시작하려 할 때마다 늙은 심장이 느껴졌다.

누덕누덕 기워진, 바싹 마른, 무표정한 심장.

그럴수록 더 힘껏 단어들을 움켜쥐었다.

한 순간 손아귀가 헐거워졌다.

무딘 파편들이 발등에 떨어졌다.

팽팽하게 맞물려 돌던 톱니바퀴가 멈췄다.

끈덕지게 마모된 한 자리가 살점처럼, 숟가락으로 떠낸 두부처럼 움푹 떨어져 나갔다.(165)

 

그래서 그는 지나간 언어 '희랍어'를 배우러 간다.

 

그녀는 공간을 차지하는 것을 싫어했다.

누구나 꼭 자신의 몸의 부피만큼 물리적인 공간을 점유할 수 있지만,

목서리는 훨씬 넓게 퍼진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넓게 퍼뜨리고 싶지 않았다.(51)

 

말소리가 울리는 것에 깜짝 놀란 나이가 있었다.

그렇게 남들과 나 사이에 언어가 끼이는 일이 서먹한 시절.

아주 가파르고 거센 억양을 쓰는 아이들 사이에서 나는 친구가 없었다.

아니, 친구를 만들 수 없었다.

문학을 가르치다 언어를 놓쳐버린 그녀처럼,

나 역시 문학의 언어는 나의 말이 아닌 셈이다.

 

가장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그녀를 이해한다는 그의 말이었다.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담담하게 알았다.(55)

 

이해한다는 말은 이해할 수 없다.

 

아름다운 사물들은 믿으면서

아름다움 자체를 믿지 않는 사람은 꿈을 꾸는 상태에 있는 거라고 플라톤은 생각했고,

그걸 누구에게든 설득해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오히려 꿈에서 깨어난 상태에 있다고 믿었습니다.(93)

 

희랍어와 플라톤을 통해,

이데아적인 세계와

현실 세계의 이해 불가능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참한 소설이다.

명쾌한 세상과

흐릿한 세상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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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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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의 이야기들은 짠하다.

노량진의 그 부산함과 맹하게 목적을 상실한 하루들이 콧등을 시큰하게 한다.

鷺梁津은 노량나루이다.

해오라기들이 다리를 이루듯 많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강 다리를 건너

중심지 성안에 편입되기 위해 몰려있는 해오라기떼처럼도 읽힌다.

 

김애란의 단편들이 그리고 있는 젊음들은

젊어서 어설프고 젊어서 한심한 모습들인데

젊어서 매력적이고 젊어서 싱그러운 보통 소설들에 비해 너무 현실적이다.

비가 오면 침수가 되는 '도도한 집'의 피아노라든지,

침이 고이게 만드는 자극이 되는 '후배'와 사는 자취방.

 

학원생이거나,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이쪽 나루터에 해오라기떼처럼 몰려있는 이들의 이야기다.

 

어머니의 칼은

긴 세월

날이 하도 갈려 반짝임을 잃었찌만 그것은 닳고 닳아 종내에는 내부로 딱딱해진 빛 같았다.(153)

 

김치에선 알싸한 사이다 맛이 났다.

내 컴컴한 아가리 속으로 김치와 함께 들어오는 어머니의 손가락 맛이랄까.

살맛은 미지근하니 담담했다.

식칼이 배추 몸뚱이를 베고 지나갈 때 전해지는 그 서걱하는 질감과

싱그러운 소리가 나는 참 좋았다.((155)

 

어머니의 몸뚱이에선,

계절의 끝자락, 가판에서 조용히 썩어가는 과일의 달콤하고 졸린 냄새가 났다.

세계는 고요하고 몸은 녹진녹진했다.(178)

 

이런 묘사들은 정겨우면서

언어를 통해 머릿속 경험의 세계를 들쑤셔 깨우는 느낌이 들어 좋다.

 

나보다 키가 작은 언니.

멀어져가는 신림.

그곳의 마른 나무, 건물, 간판, 불면, 청춘,

겨울이 내 뒤에 있다. 몰랐지만 늘 그랬을 거다.(204)

 

신림 2동과 9동의 차이,

고시원을 전전하는 언니를 바라보는,

이름믄 새로운 숲, 가난한 신림들...

신록처럼 푸르른 이름이지만, 겨울이 그 뒤에 서늘하게 서있다.

늘 그랬을 거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올라가본 마을이 있다.

그곳은 켜켜이 쌓인 지붕과 골목으로 인해

내부로 깊은 주름이 나있던 동네였다.(215)

 

그렇다.

대도시의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주름같은 골목,

켜켜이 쌓인 지붕과 골목들이 보인다.

 

김애란의 소설들은

정겹고, 사랑스러우면서, 짠하다.

마치 고향의 맛, 같다.

집밥의 초라함 속에서 익숙해진 맛깔스럼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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