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1
류시화.정채봉 엮음 / 샘터사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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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샘터라는 책이 있었다. 지금의 좋은 생각 같은 류의 책. 거기 실린 글들처럼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 책이다. 그래서 작은 이야기라고 부른 모양이다.

사람들이 삶이 애절해 보일 때, 거긴 죽음이 항상 붙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더 이상 해 줄게 없을 때, 남은 이는 글을 쓴다. 그 노래는 애절해서 절창이다.

더 애절한 노래는 우리를 남겨두고 가는 이들의 글이다. 이런 글은 아무리 짧아도 우리를 짠하게 한다. 우리의 삶의 시간들이 죽음의 시간들에 조금씩 점거당할 때, 우리는 나 자신의 진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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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4-04-1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도서관 한자리를 차지하고 한달에 한번씩 바뀝니다.
제가 샘터 애독자 거든요..... 거기서 이해인수녀님, 정채봉님 글을 처음 읽었습니다.

글샘 2004-04-24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세실님.
아직도 샘터가 나오는군요.
저는 샘터란 말을 참 좋아했습니다.
대학 시절 우리 사범대 건물 뒤쪽의 '샘터'가 있었고,
이형기의 낙화란 시에 보면 마지막에
샘터에 물 고인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도 사랑한답니다.
이해인 수녀님, 정채봉 님의 글들도 샘터란 말에 어울리게 잔잔하고 달콤하고요.
반가웠습니다.
 
선의 나침반 1
숭산스님 지음, 현각 엮음, 허문명 옮김 / 열림원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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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the compass of Zen.이었다. 禪의 나침반이다. 우리가 길을 찾고 싶을 때 사용하는 도구가 많다. 이정표, 나침반, 지도, 등대... 등등. 가장 좋은 방법은 안내인을 데리고 다니는 길이지만, 모든 길에 안내인이 따라 붙을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임에랴.

내가 누구인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게 될 존재인지... 오직 모를 뿐.을 깨닫는 여정은 지도처럼 오른쪽 왼쪽, 동서남북으로 구체적으로 길을 가르칠 수도 없고, 이정표처럼 앞으로 삼십리 남았다고 알려주는 것도 불가능하다. 등대처럼 먼저 간 이가 있어 나를 보고 그대로 찾아오면 된다고 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등대는 항구에 아주 가까이 가서야 만날 수 있는 존재이지, 아직도 망망대해 한 복판에 서 있는 나로서는 등대같은 스승들이 보일 리 만무하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조사들의 선문답은 등대 정도일텐데, 내게는 전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물음과 답들이다.

오로지 나침반에 의지하여 길을 나서야 하리라.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오직 모를 뿐. 가을 하늘과 시냇물처럼 오직 투명한 정신을 유지하여 나를 찾아 나서야 할 가을이다. 여름방학부터 조금조금씩 교과서 읽듯이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도 머릿속에 무엇 하나 남은 것이 없다. 소승 불교와 대승 불교, 선불교의 차이가 설명된 것도 같지만, 사실은 아무 것도 정리되지 않고, 오직 텅빈 마음 뿐이다. 어찌 보면 空한 것을 잡았으니 잘 된 것이리라.

그러고도 이 리뷰를 쓰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려 하니, 색을 찾으려 함인가. 이 책의 가르침과 길들을 나침반 삼아, 나를 궁구해야 할 것이다. 숭산 스님의 설법들을 현각스님이 잘 정리해 놓았다. 숭산 스님은 현각이라는 길동무를 만나 이렇게 좋은 책을 남기게 되었다. 그러나, 원래 그 곳에 있었던 분이었음에랴. 세상 종교가 절값 올리려 싸우고, 총무원장 자리 놓고 피를 뿌릴 때, 수십일 단식한 몸으로 산맥을 토막내지 말라고, 그것이 스스로 그러한 원리의 답이라고 자기 몸을 던지시던 분도 계셨음을 기억할 일이다.

본래 무일물인데, 인간은 세계를 끝없이 도륙하려 하는구나. 이번 태풍 '매미'의 충격으로 가로등이 휘어지고, 수십년 묵은 나무들이 쓰러지면서 인간에게 경고하거늘, 인간의 오만함은 갯벌을 막고 산을 토막내면서 자연에 바벨탑으로 도전하고 있으니...

조금은 전문적인 불교 입문서라고 보면 되겠다. 서양의 불교 신자들에게 한국 불교를 가르치려는 의도로 쓰여진 책이라니, 우리가 읽기에도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결코 쉽지는 않다. 불교 경전도 어려운데, 제행무상, 색즉시공, 게다가 선의 경지가 쉬울 리가 없지 않은가. 묵묵히 읽고 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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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택 교수의 숨쉬는 이야기 - 단침과 열기
임경택 / 명상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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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택이란 사람이 맨 뒤에 보니깐, 삼풍백화점 붕괴 시, 생존자가 있다고 제보한 사람이란다. 기를 느꼈다는 불가사의한 진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안다고 느낄 뿐이다. 한의학에서 삼초니, 단전이니 하는 것을 그래서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을 보면서 수련이 필요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작게는 내 몸이라는 그릇을 닦기 위해서이고, 다음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이고, 널리 보면 남을 가르친다는 사람이 남을 그르치지는 않기 위해서 말이다.

한 우물을 수십년 판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한결같이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나도 호흡법을 통해서 마음과 정신과 몸의 그릇을 깨끗이 닦아 보고 싶다. 욕심을 없애고, 집착을 놓아 버리고, 마음에 단내가 향기가 돌기를 바라면서... 뱃속에 가슴에 뜨거운 열기가 가득하기를 바라면서... 사람이 늙어도 노인 냄새 아닌 향기가 나고, 뱃속 가득히 열기를 갖고 우렁찬 목소리로 산다면, 인생은 살아볼 만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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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지키는 10분 명상 배우기
쓰다 스구루 지음, 신금순 옮김 / 넥서스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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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으로서 명상이란 만만한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요가나 좌선의 전문적 자세와 오랜 시간의 수양을 단점으로 여겨 손쉬운 명상의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나 작가가 잘 깨닫고 있듯이, 우리가 알고 있는 피상적인 명상은 상당히 전문적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섵불리 정신 분석을 할 수 없듯이, 무의식의 세계를 찾아나서는 명상이란 여행을 말처럼 쉽게 이룰 수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작가처럼, 호흡을 통해서 마음의 평화를 얻고, 삶의 윤기를 더할 수 있다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 아니다.

전에 틱낫한 스님의 '힘'이라는 글을 읽고, 호흡법을 익힌 적이 있다. 들이쉬고, 내 쉬고
깊게, 천천히 조용히, 편안히, 웃으면서, 놓아버리고, 지금 이순간, 최고의순간..] 이것이 바로 명상이 아닐까. 편안하게 심호흡하면서 빙긋이 웃을 수 있는 여유. 사람은 즐거워서 웃기도 하지만, 웃음으로써 즐거운 마음을 만들 수도 있는 것.

명상을 통해서 무의식의 희열을 느낄 경지까지 다다르도록 하려면, 전문적인 좌선이나 요가같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적어도 서너시간 이상의 여유를 갖고 전문적 수양을 하지 않고서는 무의식을 섵불리 다룬 다는 건 좀 두려운 일이다. 편안한 자세와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해 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좋은 책이다. 명상이든, 호흡이든, 요가든, 중요한 것은 각자의 수준에 맞게 실행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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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행복한 세상 4 TV동화 행복한 세상 4
박인식 기획, 이미애 글, 구성 / 샘터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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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어주는 101번째 이야기를 처음 대했을 때, 가슴에 울려오는 영혼의 소리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우리가 힘들때 같이 걸었다는 신의 발자국, 어머니의 사랑은 모두 무료, 테디 베어라는 장애아가 십팔륜 트럭 아버지가 사망한 후 트럭을 부르는 이야기, 마하트마 간디의 신발 한 짝 이야기... 그 뒤에 비슷한 류의 닭고기 스프 이야기도 읽었지만, 이미 감동은 익숙해 진 후였다. 이레 출판사에서 나온 여자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에서 윌마 루돌프의 이야기와 비행사가 된 여성의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이 동화에서는 어머니의 베개를 그린 아이의 이야기가 가장 눈물 흐르게 한다. 천사들의 합창에서도 눈시울이 찡하게 한다. 눈물 없는 감동은 없는 것일까. 연탄길을 몇 권 다 읽었지만, 불행함이 없는 행복함은 없고, 눈물없는 감동은 거짓이란 걸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내가 진실하게 살지 않는 한, 행복도 내게 손 내밀지 않고, 감동의 물결도 내게는 주어지지 않을 거다. 하루 하루 힘겹게 살고, 지쳐 가고, 나를 힘빠지게 하는 일들이 하나하나 쌓여가는 게 우리 인생이라 할지라도, 감동의 힘으로 아이들의 생명력과 미래에 대한 믿음으로 우린 살 수 있는 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때묻은 낡은 베개를 아끼는 홀로된 아버지의 심사를 헤아리는 속깊은 어린이와, 비록 시각장애인이긴 하지만, 마음 속엔 큰 눈을 가진 천사들의 노랫소리 속에서 감사하며 살 일인 세상을 만나게 해 준 이 책에 감사드린다. 아무튼 세상은 힘들더라도 살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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